봉하창(서울남성초등학교, 교장)

목마름 남긴 채로 여름을 보내줬어
이별을 준비하지 못한 채 등 돌리고
먹먹한 눈물방울이 코끝에서 머문다

하루는 너무 짧다 이별이 머물기엔
수없이 많은 인연 만났다 헤어지길
사십년 세월이 쌓여 주름 속에 박힌다

갓스물 초보 선생 첫 제자 만나던 날
봄바람 스며드는 부끄럼에 발갛던 볼
지금은 교실 안팎을 지켜주는 파수꾼

눈꺼풀 가까이 온 내 인생 가을에게
무어라 변명할까 최선을 다했지만
관절에 스며드는 바람 무서리가 올 게야

너무도 치열하고 아프게 사랑했던
청춘을 위로하자 스무 살 거울에게
잔주름 위대한 여정 이대로도 좋다고

언젠가 내 인생에 눈보라 치거들랑
허름한 거적이건 가뿐한 옷가지로
이름자 가려주시게 무대 위를 떠날 때

 

지은이의 말

책읽기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던 어린 시절이 오늘의 저를 용기있게 만들었군요.
국어는 모든 학문의 기반이자 힘입니다. 또한 오늘날 K-문화가 우리나라의 자존감을 높이고 있는 이때에 우리 문학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그 원칙을 지켜가는 것은 선조와 후손들에 대한 예의이고 의무입니다. 학창 시절과 교사 시절에 시조가 문학갈래로 시와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것에 의구심이 들었지요. 시조시인들의 많은 노력 끝에 2021년 4월 29일 국회 결의를 통해 시조가 독립장르로 인정받게 되었어요. 그러나 정작 교육현장에서 이 사실을 아는 이가 적다는 것이 안타까워서 투고를 하게 되었어요. 현장(교사, 교육과정 관계자, 교과서 집필진)이 알고 실천해야 유의미한 결의가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