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2 가을호(248호)

같이 놀면서 가치 틔우기
‘같이 놀자’

김양선(서울숭례초등학교병설유치원, 교사)

함께 놀고 싶은 아이들, 함께 놀 줄 모르는 아이들

2021학년도 전면 등교수업을 하게 된 신학기의 유아들은 모든 공동체 생활을 낯설어 하는 모습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하여 우리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만남을 극도로 조심하며 지내왔기에 아이들은 함께 놀고 생활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유치원에서도 상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생활하게 되어 한창 언어와 사회성의 발달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또래 및 교사와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발생했고, 이는 다양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놀이의 거리두기는 마음껏 놀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유치원 교육과정에서 중시하는 놀이 몰입, 놀이의 심화 확장보다 축소와 소멸을 더 많이 경험하게 하였다.

“자, 떨어져 앉아요. 친구랑 가까이 있으면 안 돼요.”
“난 혼자 놀 거야!”, “위험해! 가까이 오지 마.”

코로나19 이후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놀이의 변화를 살펴보면 선생님 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떨어져 앉으라’가 일상어가 되었고, 엄마 아빠 놀이나 병원놀이는 코로나19 검사 놀이로 바뀌어 있었다. 개인 책상에 따로 앉아 혼자 놀이에 익숙한 아이들은 친구가 같이 놀고 싶어 옆에 오는 것을 불편해 하거나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가장 어려운 상황은 코로나19 시기 간헐적 등교로 유치원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던 유아들이 자기주도적인 놀이 시간에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앉아있거나, 갈등 상황에서 해결 방법을 교사에게 의존하고, 또래와의 상호작용보다 성인과의 상호작용만 편하게 느끼기도 하는 것이었다. 학부모들 역시 감염병 시대에 안전과 교육 사이를 저울질하며, 다양한 경험의 부족에서 오는 자녀들의 사회적 관계 맺기에 대해 많은 걱정과 우려를 토로했다. 이와 같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유아기 경험의 결손은 사회성, 언어성 등 모든 발달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를 회복하기 위한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했다. 동료 교사들과 현재 우리 학급 유아들의 다양한 문제 상황에 대해 공유하고 놀이중심 교육과정 안에서 유아의 회복을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했다.

유아의 전반적 회복지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더불어 살 줄 아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며 목표라는 공감대 아래 유아가 또래와 같이 놀이하고 함께 놀이의 기쁨과 가치를 알아가는 협력적인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동의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런 놀이 과정을 통해 유아들은 자신을 관리하고 또래와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해 보는 경험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경쟁 논리를 넘어서 타인과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녀야 할 성품과 역량인 협력적 인성을 함양하는 다양한 형태의 활동으로 제공되어야 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놀이하면서 경험되어야 한다.

같이 만드는 놀이 속 가치 찾기

2019 개정누리과정에서는 “더불어 사는 사람은 사람과 자연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는 태도를 기른다”를 관련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놀이를 통하여 공동체 의식과 민주 시민의 역량을 키워 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유아의 목소리를 듣고 흥미가 발현된 순간을 잘 포착하여 더 풍성한 놀이가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과정을 통해 과거 우리 학급 교실 안에서만 이루어지던 놀이가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협력하고 확장되는 양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개인적 성품이나 역량에 초점을 두었던 과거 인성 교육과 다르게 나눔, 배려, 협력, 공감, 존중, 소통과 같은 협력적 인성, 가치가 자연스럽게 함양된다. 유아의 흥미와 관심에 따른 교사의 교육적 지원을 통해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한 사례 중 놀이를 통해 공동체적 가치를 싹 틔우면서 학급 내 또래뿐만 아니라 다른 연령 간, 학급 간 협력하며 확장된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사례 1. 우리는 코로나 방역 전문가

<놀이 흐름도>

방역업체 놀이가 더운 날씨 속에 진행되다 보니 우비와 수경 안으로 땀이 줄줄 흘렀지만 유아들은 스스로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굳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실제 현장에서 애쓰는 의료진과 방역하시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다른 반 동생, 형님들을 위해 본인들이 땀을 흘리는 경험을 통해 뿌듯함을 느꼈다. 또한 자신의 놀이 시간과 수고를 들여 직접 만든 비누와 손소독제를 나누어 주는 기쁨을 통해 놀이를 통한 나눔, 협력이라는 가치를 배울 수 있게 되었다.

# 사례 2. 유치원의 축제 함께하는 결혼식

우리 반에서 시작된 작은 결혼식은 유치원 전체가 협력하고 원장선생님까지 하객으로 참여한 함께 만드는 축제가 되었다. 유아들은 청첩장을 돌리면서 선생님들을 초대하고 식권을 만들고 과자 피로연까지 준비하는 등 각자 맡은 역할을 담당해 가며 책임감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형님들이 맡은 많은 역할들, 하객 복장을 하고 등원한 동생들의 참여 등 다른 연령과 교류하며 협력한 놀이를 통해 유치원 공동체 안에서 도움, 소통, 배려, 협력이라는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

# 사례 3. 우리 반 놀이가 궁금해?

유아들은 형님들을 가르쳐 주고 도움을 주었다는 것에서 뿌듯함과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유아들 간의 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었다. 또한 동생들에게 슬라임을 조금씩 흘러내리지 않게 해야 하고, 형님들에게 슬라임 제작법을 쉽게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소통하는 능력과 협력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우리의 나눔이 동생반에서 만든 아이스크림과 수박 화채로, 형님반에서 진행되었던 영화관 놀이의 관객 참여와 시장놀이 구매자 참여 등으로 돌아오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되었다.

“오늘도 우리 유치원 오기 잘했지?”

코로나19로 인하여 주로 혼자 놀이를 해야 했던 유아들은 이제 다시 ‘같이 놀자’라는 말을 배워 나가고 있다. ‘같이 놀자’라는 말 한 마디와 함께 시작된 놀이 속에서 유아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녀야 할 가치들을 싹틔우고 있다. 혼자가 아닌 둘이 같이 놀다가 셋이 되고, 더 많은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서 놀이를 할 때 소통과 협력의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이다.

우리 반에서 구입한 작은 역할 구두를 계속 가지고 있는 것보다 동생반에게 줄 수 있는 마음을 키우고, 형님반에게 같이 신체활동실에서 만나서 놀이하고 싶다고 마음을 표현하고, 형님들은 동생들이 원하는 놀이를 위해 고민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면서 관계의 소중함을 배워 나가고 있다.

매일 매일 함께 놀고 싶어하고,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는 아이들을 보며 교사들도 각 반에서 이루어지는 놀이들에 대해 소통하면서 무엇을 협력할 수 있는지 유아들이 그 안에서 어떤 가치를 틔웠으면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또한 유아들뿐만 아니라 교사 역시 교사 간 공감, 배려, 협력, 책임 등을 경험하고 있다. 가끔은 너무 커져 버리는 듯한 놀이 확장에 교사로서 준비할 것도 많고 동료 교사들이 내 수업을 보고 평가하는 동료 장학은 아닌가 부담이 될 때도 있다. 그런 고민으로 멈칫할 때 한 유아가 친구들에게 말하는 소리에 또 힘을 내 본다.

<동생들에게 온 동영상 편지>

<형님반에서 온 답장>

참고문헌
• 교육부(2021). 인성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실행자료① 같이 만드는 놀이 가치가 빛나는 놀이.
• 서울특별시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2020). 협력적 인성 증진을 위한 유아 인성교육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