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19 봄호 (234호)

과정 중심 평가 운영사례1
-서울상원초 ‘수업이 곧 평가다’

설진성 (서울휘봉초등학교, 교사)
정수진 (서울대도초등학교, 교사)

서울상원초등학교(이하, 상원초)는 참 평범했다. 아파트에 둘러싸여 있는 여느 학교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특징이라고는 학교 담장 너머에 엄청 높은 굴뚝이 빨강과 하양 줄무늬를 입고 서 있는 정도였다. 열병합 발전소 시설이 아닌가 생각했다.
인터뷰 전에 잠깐 시간이 남아 학교를 돌아보았다. 학교 뒤편 주차장 부근에는 시설관리실과 시설물품보관실이 있는 창고 같은 건물이 있었다. 그 건물 벽에는 아이들이 그렸을 것 같은 고래와 코끼리, 각종 꽃들이 원색으로 그려져 있었다. 투박하고 단순하지만 자가용을 타고 학교를 방문한 손님들이나 학부모님들이 학교에 대하여 정감어린 인상을 받을 것 같았다.

중앙 현관에서 한 어린이가 벽면에 설치한 대형 어항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학생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다. “학생은 이 학교에서 어디를 가장 좋아해요?” 그 질문에 한참 고민하던 학생은 “교실이 제일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가장 좋은 곳이 교실이라니, 이런 교실에서는 여러 학생들이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상원초 학교운영과 과정중심평가에 대하여 김소정선생님(혁신부장,이하 김 교사)과 강춘화 선생님(6학년 학급담임, 이하 강 교사), 두 분과 인터뷰를 하였다. 김 교사는 상원초에서 혁신부장으로 근무하며 학교 교육과정 운영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답변을 해 주셨다. 그리고 강 교사는6학년의 일반학급 담임선생님으로 6학년에서 운영중인 과정중심평가 현황과 학년프로젝트를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두 분 모두 자신의 수업에서 어떻게 과정중심 평가를 실천하고 있는지, 상원초가 추구하는 과정 중심 평가의 모습이 무엇인지, 아이들은 그러한 교육 실천 안에서 얼마나 행복감을 느끼며 생활하는지 등을 신념을 담아 소개해 주었다.

상원초의 과정 중심 평가란?

상원초는 과정 중심 평가에 대하여 어떤 개념으로 접근하는지 질문하였다.

서울특별시교육청(2017)에 의하면 과정 중심 평가란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따른 평가 계획을 수립하고 교수·학습 과정 속에서 학생의 성장을 파악하는 자료를 다각도로 수집하여 상시적인 피드백을 지원하는 평가’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의에는 평가 주체가 생략되어 있고 평가운영 즉, 계획및측정, 피드백과 통지 등을 수행하는데 교사의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하여 김 교사는 상원초에서 과정 중심 평가의 주체는 엄연히 개인 교사라고 분명하게 말하면서, 상원초의 각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중심이 되어 서로 다른 교육과정이 펼쳐지기 때문에 평가의 주체가 교사일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강 교사는 과정 중심 평가는 곧 성장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였다. 평가의 객관성이 높아서 과정 중심 평가가 올바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들이 주도적으로 협력하는 활동을 교사가 은연중에 관찰하고 학습자 스스로 학습활동에 대하여 성찰하는 과정 중에 성장이 나타나므로, 학생들이 언제 평가를 시작하였고 언제 마무리가 되었는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진행하는 것이 과정 중심 평가의 기본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따라서 교사가 별도 계획을 세워 평가를 운영하면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았다.

상원초에서는 왜 과정 중심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

상원초 1학년은 주기집중수업을 통해 과정 중심 평가와 교육과정 재구성을 진행하고 있다.

김 교사는 상원초가 실시하고 있는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블록 수업과 ‘작은 학교(Small School)’를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과정 중심 평가가 꼭 필요하다고 하였다. 블록 수업은 80분 단위로 일과를 운영하는 것으로, 긴 호흡이 필요한 탐구 및 협력활동시에 적합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작은학교’는 각 학년이 독립적인 실천 주체가 되어 교육과정을 더 진보적으로 확장하여 재구성하는 체제로, 1학년은 주기집중수업(에포크 수업)을 하고, 6학년은 ‘축제 나눔’ 프로젝트를 하는 식이다. 이러한 수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습자 주도적인 수업활동과 과정 중심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과정 중심 평가와 다양한 협력학습을 통하여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다고 힘주어 강조하였다. 학생들은 자기평가와 동료평가를 통하여 스스로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핵심 역량을 키우는 기회를 갖는다고 하였다. 학생들이 교과 공부에 대하여 호감을 갖고 수업에 매우 적극적이어서 무기력한 아이들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관찰, 그리고 기록

상원초 교사 대부분은 교육 활동 상황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한다. 김 교사는 자신이 맡은 과학 교과를 예로 들며 과정 중심 평가와 프로젝트 수업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 주었다. 프로젝트 수업은 몇 단계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먼저 학생들이 주제를 모색하는 단계를 거친다. 다음으로는 주제를 찾는 탐색 단계이며 수락산과 중랑천 같은 체험 장소를 자주 찾는다. 학생들이 선정하고 탐구한 주제에 대하여 자료수집, 토의 및 발표 과정을 거치는 중에 교사는 끊임없이 학생을 관찰하고 참여를 유도한다. 3주에 걸쳐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교사는 참여도, 발표, 보고서 작성 등의 수행능력을 관찰하고 학생들에게 개별 피드백을 준다. 또한 프로젝트의 말미에 학생들끼리 한 마디씩 해보는 기회는 자기평가 및 구술평가가 된다. 이렇듯 과정중심평가의 본질에 맞게 학생들은 느낀점, 배운점, 더 공부해야할 점 등을 공유하면서 다른 동료에게서 배우는 기회를 갖고 성장할 수 있다.

김 교사는 이 대목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잘 참여하는 학생, 참여하지 못하거나 안 하는 학생에 대한 지도, 역할을 잘 나누는 학생,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는 학생 등의 일화를 기록합니다. 이런 활동 속에서 교사가 충분히 관찰할 수 있으므로 과정 중심 평가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요.”

통지와 피드백

일반 교사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통지이다. 상원초는 1년 동안 4번 정기적으로 통지를 하고 있다. 횟수는 일반학교와 비슷하지만 상원초는 학부모 상담주간을 통지의 기회로 삼고 있다. 5월과 11월에 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담임교사는 학생이 ‘작은 학교’의 활동을 수행하며 보여주었던 인지적, 정의적, 심동적 영역들의 역량을 통지한다고 하였다.

강 교사는 상원초에서 과정 중심 평가의 통지 자료로 사용하는 것을 소개해 주었다. 통지 내용은 학생의 자기 평가적 요소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평가의 통지로는 아동 작품을 직접 보내거나 포트폴리오를 보내기도 합니다. 학급 홈페이지나 SNS에 올리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수학을 제외하고는 거의 통합하여 가르치기 때문에 6학년에서는 ‘온 책 읽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시한 면담, 연설문 쓰기, 발표 등 수업활동 자체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수행평가의 평정척도는 도달과 미도달만 표시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었다. 김 교사는 과정 중심 평가에 호응하는 수행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수행평가의 평정 철학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김 교사는 단계형 수행평가를 없애고 수시로 피드백을 하는 것이 바로 과정 중심 평가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저학년은 주기집중수업(에포크 수업)에서 ‘배움 공책’에 학생 자기평가와 학부모 피드백을 하고, 고학년도 ‘온 작 품 읽기’와 같은 프로젝트가 끝나면 자기 소감, 학부모 피드백이 이어진다고 하였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서열화 하지 않으면 중·고교 교육 준비가 어렵다고 걱정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해 김 교사는 혁신학교를 10년 가까이 운영하면서 학부모들의 학교 공부에 대한 관점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의 평가 방법에 공감해 주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초등교육이 중등교육을 대비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배움을 즐겨본 경험이 있는 상원초 졸업생들이 중학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고도 하였다.

보통 초등학교 교사들이 고민하고 있는 점들, 평가도구의 타당성과 신뢰성 그리고 피드백에 대한 고민들을 여기 상원초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에 대하여 상원초 교사들이 무심해서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평가에 대한 철학이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작은 학교(Small School)

강 교사는 프로젝트 중심의 상원초 6학년 교육과정 안에서 과정 중심 평가가 어떻게 반영 되는지 실감나게 설명해 주었다.

상원초는 자율적인 학년 교육과정 운영을 강조하는 ‘작은 학교(Small School)’ 운동답게 일년 동안 학년 자체적인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한 프로젝트 활동들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수업활동에 참여해야 하는데, 80분 블록 수업을 하면 교사가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고 하였다. 특히, 학생들이 주도하여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들의 학습상태를 관찰하여 피드백 할 기회가 많이 생겨서 과정 중심 평가가 강조하는 학생 성장 및 피드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도 하였다.

강 교사는 6학년 아이들과 함께 프로젝트 활동을 하면서 만든 산출물을 내밀었다. ‘한 학기 한 권 책 읽기’를 심화하여 실과, 사회, 도덕, 미술 교과와 통합 지도하고 과정 중심 평가를 진행한 것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여느 학교, 여느 교실을 가도 볼 수 있을 법한 학생 산출물이다. 하지만 그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학생들이 실천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수행활동을 어떻게 안내하고 해석하며 평가하는지에 따라 과정 중심 평가가 될 수도 있고 전통적인 서열평가가 될 수도 있다. 학생들 각자 개인적으로 만든 산출물을 단일한 하나의 평가기준으 로 측정한다면, 여전히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노력 요함’의 서열적인 판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강 교사는 과정 중심 평가가 되기 위해서는 옆 친구와 비교하여 수행능력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역량을 염두에 둔 뒤 각 학생이 잘하는 점을 찾아주고, 부족한 점을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상원초 과정 중심 평가의 원동력

상원초에서 이루어지는 과정 중심 평가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수업이 곧 평가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일제식, 서열 중심 평가를 극복하여 마치 평가가 없는 듯 학생들이 평가 받는지 모를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과정 중심 평가 다운 평가이다. ‘상원초만의 과정 중심 평가 비법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하여 김 교사와 강 교사 모두 ‘교사들의 자발성’을 으뜸가는 비법으로 꼽았다. 동료 교사와 긴밀하게 논의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성취기준과 역량을 담는 과정중심평가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그 힘이 바로 자발성이다. 교사가 교육과정 재구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