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1 겨울호(245호)

[교과융합 프로젝트 수업]
슬기로운 사이버 생활, 블렌디드
연극수업으로 함께해요!

정서영 (월촌중학교, 교사)

“선생님, 쟤가 페이스북에서 자꾸만 저를 저격해요.”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증가 때문일까,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을 쓰면서 살아온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이기 때문일까? 카카오톡부터 애스크까지… 요즈음 학생들의 학교폭력은 십중팔구 사이버 폭력과 함께 발생한다. 놀라운 점은 교실에서는 정말 조용하고 얌전하던 학생도 온라인 공간에서는 속칭 ‘키보드 워리어(keyboard warrior)’가 되어 익명의 사람들과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나눈다는 것이다. 라인홀드 니부어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주장했다면, 오늘날에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네티즌’이라는 말이 적절할 것 같다. 오프라인에서는 친절하고 선량하던 학생들이 온라인 공간에서는 익명성과 심리적 거리감으로 인해 도덕적 양심이나 민감성이 흐려지는 것을 보면서, 도덕 교사로서 아이들이 ‘사이버공간’에서도 타인과 바람직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중, 같은 학년부 정보 선생님께서 도덕, 정보, 국어 교과를 융합한 ‘사이버 폭력 예방 연극’ 수업을 제안하셨다.

코로나19 상황 속 연극 수업

감염병 예방을 위해 학생 간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고 원격수업이 병행되는 상황 속에서 진행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연극 제작’이라는 수업 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연극’이라는 활동이 사이버 폭력 문제를 ‘나의 문제’로 생각해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배우 학생들은 연기를 통해 문제 해결 과정을 간접체험할 수 있고, 연기를 하지 않는 학생들도 연기를 감상하는 과정에서 관찰학습이 가능하며, 대본을 작성하면서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중학교 1학년은 자유학년제로 진행되어서 과정중심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연극 제작 과정을 관찰 평가하고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것이 용이했다.

그리하여 1학기부터 여름방학까지의 준비기간을 거쳐, 2학기의 시작과 함께 사이버 폭력 예방 연극 수업을 시작하였다. 수업은 ‘사이버 공간 속 배려하며 소통하는 민주시민 되기’를 주제로, 크게 5단계로 구상하였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등교 일정과 각종 수업 여건이 변경되면서 계획했던 활동을 다른 활동으로 대체하거나 차시 진행에 변동이 있었지만, 사이버 폭력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예방·해결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수업의 주요 목표는 반드시 지키고자 하였다.

[1단계] 진정한 우정 및 바람직한 이웃 관계

첫 번째 단계에서는 도덕과가 중심이 되어 바람직한 우정 및 이웃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활동으로 구성하였다. 사이버 폭력 역시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학생들이 바람직한 우정과 이웃 관계 형성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타인과의 갈등 경험, 그리고 이를 해소했던 경험에 대해 학급 친구들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도록 했다. 특히 타인(친구, 이웃)과 갈등이 있었을 때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입장에서 느꼈을 감정 등을 떠올려보게 함으로써 다양한 입장 채택의 기회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친구의 비슷한 경험에 공감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몇몇 학생들은 서로 해결방안에 대해 조언해주기도 했다. 이후에는 모둠을 구성하고, 모둠 내 역할 분담 시간을 가졌다. 모둠은 7~8명씩 4개의 모둠으로 나누었고, 모둠원은 남녀 성비와 교사가 한 학기 동안 관찰한 교우관계 및 성격을 고려해 구성하여 갈등을 방지하고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하였다. 역할은 크게 PD, 엔지니어, 작가, 주연배우로 나누었다. PD는 1명의 학생이, 엔지니어의 경우에는 연극 배경 전환에 맞게 PPT 장면을 넘길 학생과 조명과 막 전환을 담당할 학생 등 최소 2명 이상의 학생이 맡도록 했다. 배우 역할 외에 다른 역할의 학생들도 조연배우나 해설자로 무대에 등장할 수 있도록 하였고, 연극 제작에서는 모든 역할이 다 중요하기에 책임감을 갖고 활동해야 함을 주지시켰다. 역할을 나눌 때에는 요즘 학생들이 좋아하는 심리테스트 형식으로 진행하여 흥미를 높였고, 학생들에게 자기 이해의 기회를 제공했다. 역할 분담 질문지에서 가장 높은 점수가 나온 역할을 참고해 역할을 나누도록 했더니, 질문지 점수를 근거로 비교우위까지 고려하여 역할을 정하는 모둠도 있는 등 역할 분담 논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역할별 주요 활동 설명>
<역할 분담 질문지>

[2단계] 사이버 폭력의 문제점 및 예방(해결) 방안과 사이버윤리의 필요성

두 번째 단계에서는 사이버 폭력에 대해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떠올려보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사이버 폭력 백신’이라는 앱(app)을 통해 사이버 폭력을 간접 체험하면서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 소감을 나누고, 다양한 영상 자료를 통해 사이버 폭력이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였다. 이후에는 학생들이 직접 사이버 폭력의 유형과 원인을 분석해보도록 했는데, 예시 영상 속 사례 외에도 애스크, 페이스북 메시지 등에서 학생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했고 많은 학생들이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3단계] 연극 대본 작성 및 준비

세 번째 단계에서는 이전 단계에서 사이버 폭력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연극 대본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연극 대본을 작성할 때에는 국어 교과에서 배우는 희곡의 구성 요소와 단계를 고려해서, ‘발단-전개-절정-하강-대단원’의 단계에 따라 줄거리 개요를 구상해보도록 했다. 그리고 작성한 개요를 바탕으로 PD 학생의 지휘 아래 작가 역할 학생은 구체적인 연극 대본을 작성하고, 배우 학생들은 작가 학생과 소통하면서 동선과 대사를 확인·수정하고 암기하도록 했다.

“역지사지? 영혼 체인지(change) 어때?”

아무래도 교사의 피드백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간은 대본 작성 시간이었다. 이전 단계에서 사이버 폭력에 대해 잘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잘 생각한 학생들도, 이를 이야기로 표현할 때에는 모둠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잘 드러나지 않거나 해결 과정에서 개연성이 떨어지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학생들에게 “ 선생님이 혼내는 것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문제의 원인을 다시 생각해 볼래?”, “가해자가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보는 방법은 무엇일까?” 등의 발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어떤 학생은 도덕 시간에 배운 ‘역지사지’ 개념을 떠올리며 요즘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영혼 체인지(change)를 생각해내는 등, 교사도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표정 마스크를 활용한 감정 표현

엔지니어 학생들은 연극의 배경이 될 PPT와 등장인물의 심리를 표현할 ‘표정 마스크’를 제작했다. PPT에 들어갈 사진과 음원을 수집할 때에는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가급적이면 ‘공유마당’이나 ‘공공누리’와 같은 공공저작물 사이트를 이용하도록 안내했다. 그리고 감염병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으로 표정 연기가 어려운 점을 극복하기 위해 ‘표정 마스크’를 만들어서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와 감정을 표현하도록 했다.

<표정 마스크 예시>

[4단계] 사이버 폭력 예방 연극 발표

두 번의 예행연습을 거친 후에는 준비한 연극 발표를 하였다. 연극 발표 전에는 바람직한 청중의 태도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학생들이 진지한 태도로 연극을 감상하도록 했고, 감상하면서 작성한 ‘동료 평가지’의 설문 결과를 엑셀 차트로 정리해 다음 차시 수업인 소감 나눔 시간에 보여주어 연극의 주제와 효과가 얼마나 잘 드러났는지에 대한 친구들의 생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연극 무대>
<동료평가 결과 차트>

[5단계] 연극 소감 나눔 및 교과융합 프로젝트 수업 성찰

연극 발표 후에는 다 함께 촬영한 연극 영상을 감상하였다. 연극을 발표하는 동안에는 자기 모둠의 발표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연극 영상을 감상하면서 다른 모둠뿐만 아니라 자기 모둠의 발표에 대해서도 칭찬하고 싶은 점과 보완했으면 하는 점을 말해보도록 했다. 그리고 교과융합수업을 진행하면서 각 수업 단계별 활동의 의미와 소감을 나누었다.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했던 수업 활동 중에서 가장 보람 있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고, 시나리오 작성 단계가 제일 힘들었지만 공들인 만큼 제일 기억에 남는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배우 역할을 맡았던 한 학생은 수업이 끝난 후 따로 찾아와 몇몇 친구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연기고 표현이라고 말했지만, 연기하면서도 친구들의 모습이 정말 무서웠고, 학교폭력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는 내용의 쪽지를 주고 가기도 했다.

MZ세대 선생님과 학생의 블렌디드 수업

온라인 활동이 익숙한 MZ세대인 만큼, 원격-등교수업을 병행하는 상황 속에서 블렌디드 수업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였다. 특히 재직 중인 학교에서 구글 워크스페이스(Google workspace)를 지원하고 있어 모든 교사와 학생들이 구글 계정을 갖고 있었고, 무료 버전과는 달리 많은 기능을 활용 가능했기 때문에 최대한 수업 준비 및 진행에 활용하고자 하였다. 우선 융합수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도덕’과 ‘정보’와 같은 교과의 구분을 없애고, 각 반마다 융합수업의 차시에 맞춰서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융합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끼리 어느 반은 몇 교시에 몇 차시의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지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했다. 특히 재직 중인 학교는 한 학년에 16개의 학급이 있고, 1학년 도덕 선생님만 세 분이 수업하시는 대형 학교였기 때문에 선생님 간 긴밀한 소통과 체계적인 수업 계획이 더더욱 필요했다. 그래서 우선 융합수업용 구글 공유 드라이브를 만들고, 그 안에 차시별 수업 자료 폴더를 만들어 각자 맡은 차시의 수업 지도안, PPT 및 영상 자료를 공유했다. 공유 드라이브에는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각 반별 진도표를 만들어서, 각 선생님별 시간표를 보며 언제 몇 교시에 어느 선생님이 몇 차시 수업을 해야 하고 어느 특별실을 이용할 것인지를 표시했다. 그리고 각 차시별 셀에는 하이퍼링크를 넣어, 클릭만 하면 해당 차시의 수업 자료 폴더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중간에 시간표가 변경될 경우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혼란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수업계 선생님께 정중히 부탁드려 시간표 변동이 최소한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는 각 선생님들이 실시간으로 확인 및 수정이 가능하기에, 부득이하게 시간표 변경이 생긴 경우에도 빠르게 진도표를 수정할 수 있었다. 원격수업에서도 모둠 활동이 필요했기에, 줌(Zoom)의 소회의실 기능을 활용해 모둠별로 모여 의논하고, 의논한 내용과 제작한 PPT 등의 자료는 모둠별 구글 공유 폴더에 업로드하도록 했다. 구글 공유 폴더 안에는 등교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모둠 활동지와 동일한 내용의 구글 공유 문서를 만들었다. 구글 공유 문서의 경우에는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모든 모둠원이 동시에 공동 작업이 가능하고, 누가, 언제, 어떤 내용을 작성하고 수정했는지 교사가 확인할 수 있으며, ‘댓글’ 기능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원격수업 중 대본 작성 단계에서 유용하게 활용했다.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소통의 중요성

교과융합수업을 통해 사이버 폭력 예방 연극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소통의 중요성’이다. 학생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타인과 올바르게 소통하는 것의 중요성과 그 방법을 익히는 수업의 목적에서부터, 연극 제작을 위해 모둠원들과 협동하는 과정에서의 소통, 교과융합수업을 진행하면서 선생님들 간의 소통까지, 교과 융합수업의 전 과정이 소통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 소통이 얼마나 양적, 질적으로 잘 이루어졌는가에따라 수업의 산출물과 수업을 통해 느낀 바가 달라지기도 했다.

오늘날 학생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통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다양한 소통 매체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도 중요하겠지만, 소통하는 태도와 자세 역시 중요하다. 발달한 기술력에 맞는 윤리의식을 갖추지 못하면 윤리적 공백은 점점 더 커져갈 것이고 이로 인한 아노미(anomie) 현상은 필연적일 것이다. 원격수업 증가와 함께 사이버 공간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도덕 교사로서 사이버 윤리 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이번 교과융합수업이 학생들에게 사이버 공간에서 배려하며 소통하는 민주시민이 되는 첫 발걸음이 되었기를 기대해본다.

<모둠별 구글 공유 폴더>
<구글 공유 문서>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