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3 봄호(250호)

교과 역량과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함께 키우는 사회과 혼합수업

김효섭(성심여자고등학교, 교사)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삶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이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을 지나오면서 디지털 전환을 체감했다. 학습 콘텐츠, 수업 및 평가 등 교육 전반에서 디지털 기반의 교육 활동이 확산하고 있고 이러한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디지털 중심 사회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성격이 이전과 다르며 새로운 역량을 필요로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를 활용하여 디지털 데이터, 정보, 콘텐츠를 탐색하고 소비하는 역량에서부터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활용·생산하는 능력까지 포함한다. 더 나아가 건강한 디지털 시민으로서 디지털 세상에서 지혜롭게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개인의 발전과 사회의 발전을 균형 있게 도모하는 역량을 말한다.1 유네스코(UNESCO)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미래 인재가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제시하고 있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미래지향적인 교수·학습 및 평가 체제를 만들고, 그에 따라 삶과 학습을 연계한 교육환경을 구성한다.”고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조하고 있다.

교과 역량과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함께 키우는 혼합수업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교과의 깊이 있는 학습에 기반이 되는 언어・수리・디지털 기초소양을 모든 교과를 통해 함양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한다.”는 말을 통해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교과 수업을 통해 길러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 교과의 목표는 학생들이 공동체 구성원 간의 다양한 관계를 이해하는 민주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것이다. 디지털 중심의 새로운 공동체의 관계에 대한 이해와 디지털 시민성은 디지털 리터러시와 사회과 교육이 연계되는 지점이며 둘 모두에서 중요한 교육적 의미를 가진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원격-등교 수업 혼합으로 알려진 혼합수업(Blended Learning)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망라하여 다양한 학습 방법을 적절히 배치하고 혼합한 수업을 말한다. 혼합수업은 디지털 기기와 온라인 환경을 적극 활용하여 개별화와 초연결성이라는 디지털 의사소통의 장점을 극대할 수 있고, 이를 수업 중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과 역량과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함께 키우기에 적절한 수업 방법이다.

수업 사례

이 수업은 사회 교과 역량과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간 연계하기 쉬운 학습 주제와 성취기준을 선정하여 설계하였다. 학생들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자료 수집과 선별, 공유와 의사소통, 문제 해결 과정을 경험하면서 교과 학습 내용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다.

1) 수업 개요2

고등학교 사회·문화 I단원은 같은 현상이라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사회·문화 현상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상을 객관적이고 의미 있게 탐구하는 방법을 학습하기 위한 단원이다. 이를 위해 특정 현상을 바라보는 이론적 관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론에 대한 이해에만 머문다면 모든 사회과 학습 요소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사회· 문화 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은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으로 이어져 사회적 쟁점을 형성한다. 학생들이 수업 과정에서 이를 인지하여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개방적 태도를 함양하고, 사회적 쟁점의 본질을 이해하여 합리적 문제 해결 과정을 경험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2) 평가준거 성취기준 및 평가기준표

평가준거 성취기준은 실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가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재구성하여 평가 목표를 분명히한 재진술문이다. 이는 평가 요소 및 평가 기준을 타당하고 구체적으로 도출하는 기준이자 학생들의 성취수준 달성을 위한 수업 설계의 방향을 안내한다.

3) 수업의 흐름

교사가 재구성한 성취기준 및 평가기준과 학생 활동의 흐름을 연결해서 강조해야 한다. 성취수준 달성을 위한 효율적인 학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활동이 끝날 때까지 활동 목적과 방향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활동에 몰입할 수 있고, 서로의 활동을 발전시키기 위한 동료 간 피드백 활동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공유 문서를 통해 안내문을 항상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활동 과정에서는 교사의 개입을 최소로 하고, 동료 피드백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좋다.교사의 개입이 너무 빠르거나 구체적이면 학생 개인의 사고 기회나 동료를 통한 학습 효과가 줄어든다. 대신 교사는 자신의 기기를 이용해 학생이 활동하고 있는 공유 문서에 공개 댓글을 달아 작성자뿐만 아니라 모둠의 모든 학생이 힌트를 얻을 수 있는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토의·토론 과정은 사회·문화 현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한다는 성취기준이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경험하는 차원에서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으로 배치되었다. 만약 토의·토론의 비중을 더 높임으로써 쟁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수준 높은 의사소통 역량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면, 다양한 토의·토론 수업 방법을 활용하여 1차시 이상으로 확장하여 구성할 수 있다.

이 수업은 3차시 동안 학생들의 개인 활동과 모둠 활동이 반복되고, 이전 차시의 활동 결과물을 가지고 다음 차시 활동이 이뤄진다. 구글 문서와 프레젠테이션과 같은 온라인 학습 도구를 활용하면 개인 활동의 결과를 바로 공유하여 모둠 협업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고, 온라인 공간에 실시간으로 저장된 이전 활동 결과물을 바탕으로 다음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자료 관리의 편리성을 넘어서 학생들이 온전히 본질적인 학습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학생들의 활동 과정과 결과물이 교사에게 실시간으로 공개되기 때문에 개인별·모둠별 피드백을 광범위하고 즉각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사회과 수업에서 수업 소재를 학생들이 스스로 조사·정리할 때, 온라인 자료를 활용·정리·공유·심화하는 과정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사회과 교육을 통해 디지털 시민성 길러주기

민주시민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매우 복합적이다. 우리 사회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고, ‘올바른 것’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해야 하며, 개방적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과 수업은 다양한 내용, 관점, 방법으로 이러한 역량을 길러주는 과정이다.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사회의 모든 요소가 총체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의 내용과 방법은 마땅히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어떠한 특징의 사회든 민주시민 역량의 본질과 필요성은 변하지 않는다. 사회과 교육은 다양한 내용, 관점, 방법을 통한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이 디지털 시민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1. 김묘은 외(2022), 중학교 디지털 리터러시 교과서, 성안당.
  2. 이 표에 제시된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및 디지털 리터러시 성취기준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 발표한 ‘교육과정 연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가이드라인 개발 연구’(2022)에서 제시한 디지털 리터러시 내용 체계안을 바탕으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