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2018 봄호 (230호)

교육혁신의 시대, 배움의 공간을 생각하다

함영기 서울특별시교육청 정책·안전기획관 정책연구 장학관

1. 미래사회의 변화와 학교 공간

미래사회에는 저출산 및 고령화, 도시집중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유한한 자원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환경 파괴와 에너지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또한 기술진화는 더욱 빠르게 진척되어 학습자의 생활양식을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송병준·주범, 2011). 미래사회의 생활 패턴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로는 사회구조, 경제활동, 환경, 과학기술, 문화예술 등이 있으며 미래사회의 생활패턴 변화를 감안하여 미래학교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①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는 학습 공간 조성, ② 지속가능한 학교건축, ③ 다양한 모습의 학교 건축, ④ 무장애 및 안전한 학교건축, ⑤ 지역사회의 필요시설과 노령화사회에 대비하는 평생교육 시설로서 학교이다(이연수, 2009). OECD(2001)는 미래학교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여섯 가지로 제시하였다. 제시된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이상적인 형태의 미래학교 상상은 관료체제와 시장화 (시나리오 ①, ②)를 극복하고 학교가 사회적 구심과 학습을 위한 중점기관(시나리오 ③, ④)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학습자 네트워크(시나리
오 ⑤)와 공존하는 것이다.

시나리오⑤의 학습자 네트워크를 포괄하기 위해서는 학교 공간이 물리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충분한 미래지향적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물론 기술적 인프라만으로 학생들의 ‘학습의 기쁨과 능동적 참여(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 2014)’를 보장할 수는 없다. 미래학교는 개인의 생애를 설계하는 곳, 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의 학습을 지원하는 곳, 사회와 학습의 벽을 허물어 주는 곳이다. 미래지향적 학교 공간을 구축한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 기점을 포함하여 학습자의 바람직한 성장에 장애가 되었던 모든 환경 요소를 제거하고 학습, 일, 쉼, 놀이가 충만하게 이뤄지는 곳으로 학교 공간을 ‘재구조화(re-schooling)’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초연결을 바탕으로 하는 미래사회는 지금과는 다른 미래 역량을 요구한다. 이러한 미래역량이 바람직하게 발현되는 토대인 학교 공간 역시 미래지향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으로 볼 때 학교는 접속/비접속의 경계가 없는 상시적 네트워크의 공간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는 학교 공간 어디에서든, 어떤 단말기로든, 학습자원의 유형에 상관없이 생성, 공유되는 거점으로 자리잡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함께 고교학점제, 자유학기제, 창의융합교육, 메이커 교육 등 새로운 교육정책에 따른 홈베이스와 미래공방교실도 적극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미래학교 공간은 학생들의 감수성을 충만하게 키워주는 곳이어야 한다. 이경선(2016)은 지속가능한 미래학교를 고민하면서 몇 가지 속성을 제안하였는데 그것은 연속성, 다의성, 상징성, 의외성, 자연친화성 등이다. 연속성은 시선과 동선 및 체험의 연결을 보장하는 개념이며, 다의성은 가변적인 공간 구조와 융통성 있는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상징성은 추상적, 해학적 표현과 정체성 및 장소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개념이고 의외성은 비일상적 스케일, 의외의 소재 사용과 디자인을 뜻한다. 자연친화성은 자연을 직접 느끼고 체험하며 채광, 통풍, 자연 소재 사용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현재의 학교 공간이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시설 구조로 학생들의 편의·안전·정서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16년 서울미래교육준비협의체 활동 및 교육감의 교육혁신 제안을 통하여 ‘안전하고 미래지향적인 학교 공간 구축’을 주요한 국가수준 미래교육 의제로 제안하였다. 교육청은 학교 공간의 구성 및 재구조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 등 교육 당사자가 참여하는 ‘학교건축 심의위원회’ 구성과 ‘꿈을 담은 교실 만들기’ 사업의 전국 확대를 제안한 바 있다. 학습, 일, 쉼, 놀이가 공존하는 미래지향적 학교 공간이 되기 위해서 시공을 초월하는 학습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하고, 학습과 일을 통합하는 공작소(maker space)를 마련하며, 장기적으로는 포괄적 배움터인 ‘학습공원(learning park)’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2. 미래지향적 학교 공간의 조건

변화된 미래사회에서는 이에 조응하는 새로운 인재를 필요로 하므로 미래학교의 도입을 통한 교육혁신이 필요하다. 또한 일반 대중에의 개방을 통해 지역 구성원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미래사회에서 요구되는 역량교육을 염두에 둔 기능 중심적 학교 공간의 설계가 필요하다(Keris, 2011~12). 학교는 단순히 미래사회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노동력을 수동적으로 공급하는 창구가 아니다. 학습자의 바람직한 성장을 지속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할 때, 이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사회에서도 변치 않는 교육의 고유한 속성이다. 이러한 ‘좋은 성장’의 결과로 학생들은 그 고유성을 간직한 채 미래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학교는 감시와 통제 기능을 넘어 학생들의 고유성과 존엄성 보장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아울러 미래사회에서 인간은 기술진화를 통한 혜택을 누림과 동시에 불안정성에 노출되며 네트워크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생활 감시 및 정보격차와 불평등이 심화된 환경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학교는 생명의 존엄성과 안전의 중요성을 익히고 체험하는 학습장이 되어야 한다.

미래지향적 교육 플랫폼의 일부로 작동하는 학교 공간은 교육자원을 공유하는 거점으로 타인 혹은 기계와의 초연결을 통해 교육적 경험을 확대하고 재구성하는 유비쿼터스 공간을 요구한다. 또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민주주의를 학습해 나가는 참여와 자치의 공간, 생명체가 상호작용하고 감응하며 성장하는 개방적 친환경 생태 공간으로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학생들의 몸을 통한 표현과 생산적 활동의 장이 되어야 한다. 신체와 정신, 그리고 사회적 발달의 거점으로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수공노작과 미디어 생산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미래학교에서는 교육과정 및 수업·평가의 자율성이 대폭 확대될 것인 바, 이와 같은 교육활동이 무리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적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 학생들은 쉼과 놀이를 즐기며 교사들은 학생들의 학습을 이끌고 촉진(facilitation)한다. 기존의 학급은 관리 단위가 아닌 자치 단위로 전환되고 학습은 학급이 아닌 주제 단위로 재편된다. 미래학교는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적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3. 서울학생 역량기준과 배움의 공간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15년 서울학생 역량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서울특별시 교육과정편성·운영지침에 담아 안내하였다. <표 2>의 내용은 기관별, 교육과정별 핵심역량과 서울학생 역량기준을 비교한 것이다. 제시하는 기관이나 교육과정의 목표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량은 크게 지식, 가치, 태도의 영역과 그 하위 요소들로 이뤄진다. 서울학생 역량기준은 지성을 기르는 인지 역량, 감성과 건강을 키우는 사회·정서 역량, 인성 및 시민성을 함양하는 참여·자치 역량으로 이루어진다.

지성을 기르는 인지 역량은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창의적 능력을 포함한다. 아이들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한 공간의 방식은, 기존의 획일적 교실 설계에서 벗어나 개방성, 유연성을 주는 것이어야 하므로 다양한 체험의 공간, 디지털 기반의 창작 교실을 지원해야 한다. 감성과 건강을 키우는 사회·정서 역량은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문화예술 능력과 신체활동을 통한 학습, 일, 놀이, 쉼을 포함한다. 특히 이 영역은 공간의 혁신을 통해 지원할 수 있는 가능성의 폭이 넓다. 뮤지컬이나 연극을 연습하고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 신체활동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실내외 공간, 수공노작 활동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생산하며 노동의 소중함을 느끼는 공방, 복도를 단순 통로가 아닌 생활공간으로 만들어 놀이와 몸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고려가 필요하다. 인성과 시민성을 함양하는 참여·자치 역량은 생태, 평화, 인권에 대한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책임감 있게 참여하는 태도 등을 포함한다. 특히 생태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공간으로 텃밭 가꾸기나 학교 농장 등이 요구된다.

4. 서울특별시교육청의 학교 공간 혁신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조희연 교육감 취임 이후 미래교육준비협의체 활동을 통한 ‘미래지향적 학교 공간’에 대한 담론화, ‘서울미래교육 상상톡’ 과정에서 현장 교원들의 학교 공간에 대한 의견 수집, 신설학교 건축 및 기존학교에 대한 리모델링 과정에서 미래지향적 공간 혁신의 방향을 유지해 왔다. 이를 위하여 공간기획단의 운영, 미래학교 시범 운영, 현장교원 중심의 공간혁신 TF활동, 공간자문관 운영, MP(Master Planner) 도입 등 배움의 공간에 대한 혁신을 주요 정책으로 삼아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미래지향적 신축학교 설계, 꿈을 담은 교실, 꾸미고 꿈꾸는 화장실 사업을 추진 중이고, 미래공방교실(메이커 교실) 운영에 대한 연차 계획을 밝혔다. 현재 서울특별시교육청 산하의 모든 신설학교는 설계 전 요구 조사 단계에서 그 공간을 사용할 주체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으며, 기존 학교를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도 해당 학교 교사는 물론 학생, 학부모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적극 반영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실천했던 몇 가지의 공간 혁신 사례를 소개한다.

1) 꿈을 담은 교실

‘꿈을 담은 교실’은 학생들의 호기심을 끌어낼 수 있도록 교실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참여와 협력의 배움 중심 수업으로의 변화를 유도하는 교실 공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 위하여 서울특별시교육청 산하 초등학교 20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간 혁신 프로젝트이다.

서울면동초등학교는 꿈을 담은 교실 사업을 통해 1학년 7개 학급과 복도 공간을 활용하여 독서 공간과 놀이 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기본적으로 모든 학교 공간은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교육적 내러티브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교육적 내러티브는 교육 상황에서 삶과 경험에 대한 서사를 중심으로 성장의 촉매제로 작용한다. 이때 좋은 경험의 축적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필요한 바, 이 학교의 독서 공간은 아이들에게 이야기와 독서의 장으로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 또한 저학년 학생들이 좋아하는 놀이공간을 설치하여 안전하게 실내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서울신가초등학교는 복도 창측 신발장을 개선하고 소파를 배치하여 자유롭게 독서하는 공간으로 만들었고, 복도의 교실 쪽은 쉬는 시간에 휴게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어린이 친화형 구조물을 배치하였다. 교실 중앙은 다양한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확보하였다. 이러한 구성은 아이들로 하여금 학교를 불편하고 경직된 모습이 아니라 즐겁게 쉬고 공부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인식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2) 꾸미고 꿈꾸는 화장실

‘꾸미고 꿈꾸는 화장실’은 2015년부터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서울시와 함께 20개 상호협력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한 공간 개선 사업이다. 2015년 175개 학교에 이어 2016년 265개 학교에서 진행하고, 2017년 말까지 모두 638개 학교, 1,914동의 화장실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기존 화장실의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밝게 바꾸고 설계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는 등 사용자 중심의 공간 혁신을 추진하였다. 특히 화장실 개선 디자인 TF 활동을 통하여 학교 화장실의 실태를 파악하고 ‘내가 원하는 화장실’이라는 주제로 사례조사를 하였으며 공간구상 및 디자인을 결정하는 과정을 거쳐 해당 학교 학생들의 맞춤형 화장실 공간으로 개선하였다. 사진은 신현중학교의 화장실 개선 사례이다. 장애학생을 포함한 학생 12명과 학부모, 교사들로 이루어진 전담팀에서 학생들의 투표를 거쳐 우리들의 휴식처, 완두콩의 꿈, 바람의 언덕, 물의 전령사, 숲의 요정 등 주제별 컨셉을 층별로 적용하였다.

3) 우리 학교 고운 색 입히기

‘우리 학교 고운 색 입히기’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이 2017년 3월, 서울시에서 진행했던 ‘환경개선컬러컨설팅’ 사업을 이관 받아 다양한 색채전문기관과 업무협약을 통하여 진행한 공간 디자인 정책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학생과 교직원 등 사용자들이 직접 교육 공간 색채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4) 메이커 스페이스(미래공방교실)

상상하고, 만들고, 공유하는 서울형 메이커 교육(가칭 미래공방교육)은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메이커 괴짜’를 키우기 위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상상하고 생각한 것을 디지털 기기와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여 직접 제작해 보고 그 과정에서 획득한 지식과 경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도록 이끄는 과정중심의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특별시교육청은 학생 참여 중심의 메이커 교육 활동을 통한 창작·공유의 문화를 확산하고 초·중등학교에서 학생 스스로 창작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흥미·소질 계발 및 관련 분야의 직업 선택을 유도할 예정이다. 또한 메이커 스페이스를 활용한 협력적 문제해결 및 창작활동으로 제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기대하고 있다.

5) 휴식과 여백의 공간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배움의 공간이자, 교직원 들에게는 하루종일 근무해야 할 일터이다. 촘촘하게 짜인 학교의 일상은 학교 구성원들에게 휴식과 여백을 허락하지 않는다. 휴식과 재충전을 통하여
교육활동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이를 보장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녹천중학교의 소나방(소통과 나눔방), 신현중학교의 학생행복쉼터는 휴식과 여백을 보장하는 공간 재구조화의 사례이다.

6) 서울미래교육 컨셉스쿨(안)

‘서울미래교육 컨셉스쿨(안)’이란 서울교육 공간을 설계함에 있어 학교의 신축 또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가져야 할 미래지향적 공간혁신 방향으로, 각각의 건축이나 공간이 목적에 맞는 특별한 구조와 개념을 가지는 동시에 서울교육이 추구하는 총체적 공간전략 속에서 설계, 시공, 활용이 이루어지는 유기적 계획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건축, 시설, 학교지원, 안전, 생태의 측면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학생생활, 학교혁신, 민주시민교육, 교육불평등 해소, 수공노작 등의 학생의 전인적 발달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통합적 공간혁신 컨트롤타워로써 구상되어야 한다.

다음은 서울미래교육 컨셉스쿨 개념을 적용을 위한 제안이다. K초·중학교의 경우 서울형 초·중통합학교를 지향한다. 단순한 공간의 통합을 넘어 교육과정과 학교생활의 통합을 꾀하는 북유럽의 종합학교에 가까운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S중학교는 재정비촉진지구 공간을 활용하여 지역의 균형발전을 염두에 두고 추진될 예정이다. K고등학교는 설계공모 단계부터 마을과의 결합을 주요 컨셉으로 추진하였다. 마을 쪽에서는 개방감을, 동시에 학교 구성원들에게는 독립감을 구현하는 설계를 고민하였다. S, N 학교 등은 지역친화형 특수학교로 지역주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을 포함한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신청사의 경우는 공연장, 갤러리, 서점, 카페 등을 포함하여 학생과 교원, 시민의 교양 증진 및 휴식과 만남의 장소로 설계될 것이다.

5. 미래지향적 교육 공간을 위한 제언

1) 사회적 공론화와 전담기구 설치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16년 서울미래교육준비협의체 활동 및 교육감의 교육혁신 제안을 통하여 ‘안전하고 미래지향적인 학교 공간 구축’을 주요한 국가수준의 미래교육 의제로 제안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교육 공간의 전략적 과제들을 추진하기 위해 교육부, 시도교육감협의회에 ‘미래지향적 학교 공간’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채택하고 이를 전담할 전문가 집단을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미래지향적 학교 공간 위원회(가칭)’는 학교 공간 혁신의 중장기적 로드맵을 마련하고 사회적 담론 형성과 의견수합의 창구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2) 신설학교를 미래형 학교로 설계하기 위한 제안

지금 건축하는 신설학교는 앞으로 최소 50년 이상의 수명을 갖는다. 미래 지향적 설계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고 기존의 학교건축 문법을 답습했을 경우 몇 년 가지 않아 불편한 시설이 될 수도 있다. 미래학교는 기존의 학급을 기준으로 하는 설계를 넘어 통합학습, 주제학습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새롭게 포함해야 한다. 또한 일자형 복도, 사각형의 교실 등 획일적인 건축을 지양하고 학교와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설계를 보장해야 하며 학교 농장 및 생태 실습지 설치와 태양광 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공급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학교의 전 구역에서 네트워크 접속이 가능하도록 초고속 AP를 설치하고 언제, 어디서나, 모든 구성원이 능동적으로 학습에 접근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성한다. 아울러 학교가 지역의 교육 거점, 평생학습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유연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3) 기존 학교 재구조화

기존 학교의 재구조화를 위하여 교사, 학생,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이 참여하는 ‘학교공간재구성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미래사회의 변화와 구성원의 요구를 받아 재구조화 방안을 마련한다. 교실 내부의 재구조화뿐만 아니라 교실과 복도를 터서 학습과 놀이가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하며 기존의 과학실, 기술실 등을 개조하여 메이커 스페이스로 전환한다. 기존의 컴퓨터실은 유무선 통합 학습환경으로 전환하고, 3D 프린터, 로봇 시연 등이 가능하도록 U-Class 환경으로 개조해 나간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공간 혁신 전략으로 채택한 꿈을 담은 교실, 꾸미고 꿈꾸는 화장실, 우리 학교 고운 색 입히기, 서울형 메이커 스페이스, 미래나눔터 등은 기존 학교를 리모델링하여 미래지향적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사례이다.

4) 쟁점 및 제언

첫째, 배움의 공간을 미래지향적으로 혁신할 때 장애가 되는 제도와 관행의 문제가 있다. 학교 신축 및 재구조화와 관련한 법률, 시행령, 조례 등을 검토하여 학교설립기준을 최소화하는 등 미래지향적 학교가 설계되고 건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현재 서울특별시교육청의 학교 건축, 관리, 안전관리위원회, 재난위험시설심의위원회, 개축심의위원회, 교육시설정책자문위원회 등이 있다. 이 중 교육시설정책자문위원회의 역할은 교육시설 관련 정책 자문 및 전문가 의견 수렴으로 되어 있다. 이 위원회를 확대, 재편성하든지 혹은 신설 위원회를 설치하여 미래지향적 학교 공간에 대한 중장기 전략과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학교 건축을 위한 재정 확충의 문제가 있다. 1990년대 도입된 ‘표준건축비’ 개념은 다양한 형태의 학교 건축을 상상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이다.표준건축비를 상향 조정하거나 교육재정 투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여 학교의 신축 및 재구조화를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배움의 공간에 대한 투자는 현재를 위한 기반 시설일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공공재가 될 수 있다(나은중 외, 2017).

셋째, 사회적 인식 제고의 문제이다. 학교가 사회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있었다. 특히 인프라 측면에서 학교는 학생들의 만족한 생활을 돕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를 불편하다고 느끼는 학생들, 다른 배움의 방법을 찾아 이탈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학교가 단순히 낮 시간 동안 학생들을 맡아 안전하게 관리하는 곳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학습의 즐거움과 성장의 기쁨을 누리는 곳이기 위해서는 공간 개선에 대한 획기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인식 전환의 대전제는 ‘학교 건축물은 말을 걸어오는 형상’이라는 생각(송순재, 2005)과 ‘사람과 공간이 만나 학습이 일어난다(CELE, 2010; 신나민·박종향, 2011, 재인용)’는 상상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 공간을 단순한 시설물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함양하는 곳이자, 자유로운 상상력의 토대가 되는 삶의 공간으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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