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2 여름호(247호)

[국제교육협력]
국제교육협력 프로그램 운영 사례

임현빈(서울공업고등학교, 교사)

1. 필요성 – “국제교육협력 왜 하나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다시금 인식하는 사실 하나는, 우리의 삶은 국경이라는 경계를 넘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를 휩쓸고 있어,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계화의 물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은 나의 삶에 다른 나라의 문제가 영향을 미치고, 이런 문제는 나와 다른 나라 사람과의 협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국제교육협력 프로그램은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다.

졸업 후 곧바로 산업전선에 뛰어드는 특성화고 학생에게 국제교육협력은 더욱 절실한 과제일 수 있다.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인 우리나라에서 특성화고 학생이 산업 현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국내에서 소비되기보다는 해외로 수출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고, 많은 특성화고 졸업생의 활동 무대도 해외이다. 해외 바이어에게 자신이 생산한 제품을 설명하거나 해외로 나가 자신의 제품을 마케팅하는 것이다. 이것이 특성화고 학생이 세상을 이해하고 다른 나라 학생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이다.

<2019년 1월 태국 자매학교 방문 드론 연수>

<2017년 7월 러시아 자매학교 방문 현지 TV 방송 출연>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크게 높아져 우리 학생들이 국제교육협력 프로그램으로 해외 자매학교를 방문하면 큰 환영을 받게 되고 해외 현지 방송에 출연하여 교류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한다. 특성화고의 국제교육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발전된 직업교육과 ICT 교육을 해외로 전파하는 역할도 한다.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직업교육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매우 높다. 특성화고에서 배출한 우수한 기술 인력이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우리 산업의 최일선에서 땀 흘려 일한다는것을 이들 국가에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 코로나19 이전 국제교육협력 사례

서울공업고등학교(이하 서울공고)의 국제교육협력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구분하여 설명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해외 자매학교를 방문하여 학생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코로나19 이후에는 온라인활동으로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학년도까지는 매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 동안 태국, 말레이시아, 러시아, 필리핀 등의 자매학교를 방문하여, 우리 학생들과 해외 학생들의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해외 자매학교를 방문하게 되면, 본교 교사의 지도 아래 해외 학생을 대상으로 로봇과 드론 등 우리의 ICT 기술과 한국의 전통문화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이때 우리 학생들은 조교 역할로 참가하여 해외 학생 지도를 보조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 학생들과 어울리며 소통하게 된다. 한편 우리 학생들은 현지 선생님들의 지도와 현지 학생들의 도움으로 영어 몰입수업 혹은 현지문화 체험수업 등의 연수를 받았다.

우리 학생들이 해외 학생들과 교류할 때 영어로 소통한다. 서울공고의 경우 해외교류 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시, 공개 경쟁시험을 통해 참가 학생을 선발하고, 선발된 학생을 대상으로 원어민 영어회화 방과후수업을 운영하여 학생들의 영어 구사력을 최대한 증진시키고 있다. 학생들은 외국인과 의사소통을 해 본 경험이 거의 없어 처음에는 대화에 머뭇거리지만, 하루이틀만 지나면 손짓과 발짓을 섞어가면서 어찌 되었든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2019년 7월 말레이시아 자매학교 방문 현지 가정 홈스테이>

<2019년 1월 태국 자매학교 방문 한국전통문화 연수>

우리 학생들과 해외 학생들이 숙박을 함께할 때, 서로의 의사소통을 가장 효과적으로 증진시킨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2018년 말레이시아의 직업계 고등학교 Keningau Vocational College를 방문했을 때, 이 학교의 기숙사에서 우리 학생들과 현지 학생들이 같이 기거했는데 첫날 저녁부터 학생들끼리 간식을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소통하는 것을 보고 선생님들보다 더 빨리 친하게 되는 것을 목격하였다. 2019년에는 말레이시아 SMK Sungai Kertas 고등학교를 방문하여 우리 학생들이 현지 학생의 집에서 하룻밤 홈스테이를 했는데, 학생들이 방문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꼽았다.

서울공고의 국제교육협력 프로그램은 우리 학생들이 해외를 방문하기도 하지만, 해외 학생들이 우리 학교를 방문하여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2019년 12월에는 말레이시아의 SMK Sungai Kertas 고등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을 포함하여 학생과 교원 21명이 일주일 간 본교를 방문하여 직업교육 및 한국요리 연수, 한국문화 체험과 상호문화교류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말레이시아 학생들과 본교 학생들이 하룻밤을 홈스테이로 숙박하기도 하였다.

<2019년 12월 Malaysia SMK Sungai Kertas 고등학교의 서울공고 방문 국제교류 프로그램 운영>

3. 코로나19 이후 국제교육협력 사례

2020년 초부터 몰아닥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면 교류 형태의 국제교육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기가 불가능해졌다. 우리가 해외로 나갈 수도 없고, 해외 학생들이 한국으로 올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떻게 국제교육협력 활동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고, 해외 파트너 선생님들과도 깊이 있는 협의를 지속했다. 그 결과 본교와 해외 학생들이 온라인 상에서 국제 컨퍼런스를 운영해 보기로 의기투합하고, 2020년 10월 7일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자매학교와 함께 제1차 온라인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2020년 11월 제2차 온라인 국제 컨퍼런스 배너>

제1차 온라인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교육적 대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본교와 경기고등학교 및 중앙대학교부속고등학고 학생 등 모두 4명이 발표를 하였고, 말레이시아 SMK Sungai Kertas 고등학교 및 인도네시아 SMAN 3 Padang Panjang 고등학교에서 각각 두 명씩 모두 8명의 학생이 주제 발표자로 참가하였다. 각각의 주제 발표에 대해 해외 및 국내 학생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등 나름대로 의미 있는 컨퍼런스를 운영하였으나,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처음 해외와 연결하는 줌(ZOOM) 회의인지라 예상치 못한 문제들에 직면했는데, 예를 들어 하울링(howling)과 화면 끊김 현상으로 크게 당황하기도 하였다. 인터넷 통신장애는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문제가 안 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아직도 인터넷의 품질과 속도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보였다.

<2020년 제1차 온라인 국제 컨퍼런스>

<제3차 온라인 국제 컨퍼런스 인도네시아 현지 TV 뉴스(2020.11.26.)>

이후 주제와 주최 학교를 달리하여 모두 4차례의 온라인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였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초기에 발생하였던 기술적인 문제는 점차 개선되었고, 해외 학교들의 인터넷 연결도 많이 안정화되어 온라인 컨퍼런스를 운영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본 프로그램에 대한 해외 학교들의 관심도 많이 높아졌고, 많은 학교에서 참여를 희망하였다. 제4차 컨퍼런스에서는 본교를 비롯하여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그리고 필리핀 등 4개국에서 5개 학교가 참여하는 것으로 확대 운영하였다.

[서울공고 온라인 국제 컨퍼런스 운영 현황]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국제교육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국내외에서 큰 반향과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인도네시아 팔렘방 지역 신문에서는 본 행사에 대한 인터넷 뉴스를 기사화1하였고, 현지 TV 방송에서 방영2 되기도 하였다.

2021학년도에는 온라인 국제교육협력 프로그램을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해 보기 위해 국제 온라인수업을 시도해 보았다. 온라인 상에서 각국의 선생님이 순번제로 특정 주제를 정해 수업을 하고, 본교를 비롯한 해외 학생들은 선생님의 수업 내용에 대해 질문과 의견을 제시하면서 토론식 수업을 계획하였다. 2021년 9월에 한국의 담당 교사가 제1차 국제 온라인수업을 운영하였다. ‘Welcome to Korea’를 주제로 한국의 지정학적 상황을 제시하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한국이 어떻게 발전하였는가를 설명하였다. K-pop과 한국 드라마로 한국을 이해하였던 해외 학생들은 우리 근대사의 아픔과 시련에 대해 크게 공감하였고, 한국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고 평가하였다. 이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러시아, 그리고 필리핀의 자매학교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온라인수업을 운영하였고, 매회 약 200여 명의 학생이 온라인 상에서 질문과 토론하는 형식으로 수업이 운영되었다.

영어로 외국인과 대화해 본 경험이 별로 없는 학생들에게 온라인 상에서 해외 학생들과 토론하고 외국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질문을 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한번 거친 학생들은 다음 번 발표에서는 좀더 자신감 있게 발표와 토론에 참여하게 되고, 이를 지켜본 주위의 다른 학생들도 다음에는 자기도 한 번 발표하고 싶다고 얘기한다. 이런 학생을 발견하고 이들에게 길을 제시하는 것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사로서는 큰 보람이다. 이 프로그램을 거친 학생들이 국제교육협력 프로그램에서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이것을 활용하여 본인이 원하는 곳에 취업하는 것을 보는 것도 이 사업의 또 다른 보람이다.

<2021년 국제 온라인수업 운영>

4. 국제교육협력 프로그램 운영 성과와 유의점

학교의 많은 업무 중에서 교무나 연구는 학교의 필수적인 업무이지만, 국제교육협력은 필수 업무가 아니라고 인식되고 있다. 국제교육협력을 운영하는 학교에서도 담당 교사가 수시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국제교육협력 업무에 대한 경험과 네트워크가 부족하므로 이 업무를 맡게 된 교사는 해외방문 프로그램을 여행사나 유학원 같은 중개업체에 일괄로 맡겨 일을 진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예산의 상당 부분이 업체의 이익으로 넘어가게 되고, 해외 학교 방문 시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렵게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제교육협력 업무에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교사를 양성하여 중개업체 없이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교육청 차원에서는 국제교육협력과 관련된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경험이 부족한 교사에 대해 다양한 연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APEC국제교육협력원과 UNESCO 아태교육원 같은 국제기구에서는 여러 가지 국제교육협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기관에서 운영하는 사업에 참여하여 경험과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APEC국제교육협력원에서는 매년 3월에 국제교육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ALCoB3 교사를 모집하고 있다. 여기에 지원하여 ALCoB 교사로 선발되면 다양한 국제교류업무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므로, 국제교육협력 업무에 관심이 있는 교사는 ALCoB 교사에 지원해 보기를 권유한다. UNESCO 아태교육원에서는 매년 “다문화 대상 국가 교육교류사업”을 운영하는데,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아시아 국가 중 한 학교와 연결되어 그 학교의 선생님들과 온라인 국제교류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우리 학생들과 해외 학생들이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문화와 언어 등 많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상호 간에 친교와 우정이 싹트는 것을 보게 된다.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귀국 수속을 위해 현지 공항에 도착하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현지 학생들도 공항에 환송을 나와 우리 학생들과 눈물을 흘리며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프로그램의 준비와 운영에 힘들었던 과정이 눈녹듯 사라지고 담당 교사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아래 소감문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본교의 학생과 해외 학생이 작성한 내용 중 일부이다.

<2018년 7월 말레이시아 자매학교 방문 현지 학생 소감문>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가지 제약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이제 대면 교류로 국제교육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빛이 보이는 시점이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담당 교사의 열정이다. 학교장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해외 파트너 선생님과 협의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데에는 담당 교사의 남다른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학생들에게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는 용기를 북돋을 수 있도록 국제교육협력에 동참하는 선생님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1. https://sumeks.co/gelar-konferensi-internasional-tig-negara
  2. https://www.youtube.com/watch?v=dKfntrQ2Z-M&t=114s
  3. APEC Learning Community Builder, APEC국제교육협력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