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2022 겨울호(249호)

꿈은 놀이가 되고 놀이는
자람이 되는 곳, 유아교육진흥원

황보영(서울특별시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 교육연구관)

아름다운 서촌, 꿈의 공간 유아교육진흥원

아름다운 서울에서도 경복궁의 단청과 광화문 광장의 조명이 멋지게 어울리는 서촌은 많은 서울 시민과 관광객들이 와보고 싶어 하는 곳이다. 그 서촌 중에서도 가장 고즈넉한 곳에 서울교육의 첫 번째 꿈이 영글어 가는 서울특별시교육청유아교육진흥원(이하 유아교육진흥원)이 있다. 경복궁역 1번 출구로 나와 서울특별시교육청 산하기관인 어린이도서관을 지나 종로도서관으로 향하면 서울 유아교육의 핫플레이스 유아교육진흥원을 만날 수 있다.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사람은 가끔 있지만 한 번만 와봤다는 유아, 학부모, 교사는 없는 유아교육진흥원을 만나보자.

유아교육진흥원이라는 명칭에서 어떤 역할이 연상되는지 유아교육 관계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유치원 교육이 잘 되기 위해 뭔가 많은 일을 하고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다는 솔직한 답이 돌아온다. 그렇다. 이 말이 정답이다. 유아교육진흥원은 일일이 나열하기에는 너무 많은 유치원 현장 지원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에 개원한 유아교육진흥원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유일한 유아교육전문 산하기관이다. 다른 산하기관들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유치원 관계자들에게 유아교육진흥원은 큰 위상과 의미를 가진다. 서울의 유아교육진흥원은 전국 최초로 설립되었고 개원 당시에 많은 이들의 관심과 축하를 받으며 유아교육진흥원을 상징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이후 전국 다른 시도의 많은 유아교육진흥원들이 서울 유아교육진흥원을 모델 삼아 설립되고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이제 구체적으로 유아교육진흥원이 하는 일을 알아보자. 이 글을 읽으시는 학부모, 교육관계자, 시민 등 모든 분이 유아교육에 대한 도움을 받으시길 기대한다.

먼저 유아교육진흥원의 시설을 알아보겠다. 유아교육진흥원의 공간은 기본적으로 유아, 그리고 유아와 함께 온 학부모·교사가 진짜 놀이를 해볼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진짜 놀이라고 하는 이유는 놀이인 척 하면서 사실은 학습을 시키거나 어른이 정한 목적이 있는 놀이거나 놀이를 가장한 방치가 아닌, 아이의 성장을 돕는 놀이를 말하기 때문이다. 놀이체험 활동을 위한 유아교육진흥원 교육동 건물은 5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놀이를 위해 구성된 모든 공간은 좋은 놀이 친구이자 촉진자이다.

꿈꾸는 모든 놀이가 가능한 곳

언어놀이와 과학놀이

1층으로 들어서면 언어놀이와 과학놀이를 만날 수 있다. 언어놀이는 유아들이 동극을 만들고 인형극을 공연하며 마음껏 책을 읽고 인형들과 이야기하는 공간이다. 언어의 기능인 듣기, 쓰기, 읽기, 말하기가 총체적으로 이루어지며 책, 동극, 연극이라는 총체적 언어 구현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언어놀이에서는 유아의 모든 말과 생각이 놀이가 되고 다양한 의사소통으로 연결된다.

과학놀이는 유아를 위한 작은 과학관이다. 과학놀이 기구는 유아의 호기심과 탐구심을 자극한다. 이곳에서 자신이 돌린 자전거 페달이 전기 에너지로 바뀌고, 물과 비누의 화학적 융합이 어린이 1명이 들어갈 만큼 큰 비누방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다. 어젯밤 하늘에서 본 별자리가 우주까지 연결되며 우주여행의 꿈을 꾼다. 홀로그램 나비와 물고기가 뛰어노는 숲속과 실제 캠핑을 놀이로 즐길 수 있는 캠핑존도 함께 있다.

 

건강놀이와 사회놀이

2층으로 올라가면 건강놀이와 사회놀이를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건강놀이는 버스와 승용차가 지나다니는 교통안전 공간과 배구, 골프, 축구같은 친숙한 스포츠를 할 수 있는 운동공간, 그리고 생활안전 체험을 할 수 있는 집안놀이와 병원놀이를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건강놀이 영역에 오면 유아는 의사도, 축구선수도, 교통경찰도 되어볼 수 있다. 그러면서 그 역할에 필요한 안전지식과 행동을 체험으로 익힌다.

사회놀이 영역에 들어서면 온 사람이면 누구다 다 사진을 찍는 유명한 장소인 비행기와 공항이 반긴다. 비행기에서 조종사, 승무원, 승객이 되어보기도 하고 검색대를 통과하기도 한다. 이 공항과 비행기 안에서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못한 아쉬움을 풀고 간다는 학부모와 교사들도 많다. 그 외에도 유아의 관심이 높은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방송국, 소방서 놀이 공간도 있다. 실제와 똑같은 환경에서 유아들은 아나운서와 기자처럼 뉴스를 진행하고 건물에 난 불을 소화기로 꺼보면서 선망하던 직업체험을 해본다. 궁궐이 많은 수도 서울의 어린이들은 지나면서 본 경복궁의 기와를 쌓는 놀이에도 관심이 많다. 사회놀이에서는 사회적 지식을 늘려가고 타인과 적절한 협동을 통해 더 재미있는 놀이를 해보는 경험이 가능하다.

모험놀이와 음악놀이

모험놀이와 음악놀이가 있는 3층은 유아교육진흥원에서 가장 시끌벅적하며 활기찬 영역이다. 100% 원목으로 구성된 미로 공원과 실내 미끄럼, 암벽 등반을 할 수 있는 모험놀이는 신청 예약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마감될 만큼 인기가 있다. 비가 와도, 추워도, 마음껏 놀이할 수 있는 신나는 놀이터가 항상 유아를 기다리고 있다. 온몸을 움직여 뛰어노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는 해소되고 자신의 신체능력에 대한 자아존중감을 키운다.

음악놀이는 노래, 악기연주, 춤이 모두 가능한 영역이다. 유아 전용 노래방에서 열창도 해보고, 멋진 의상을 입고 다양한 나라의 춤을 춰 볼 수도 있다. 발로 연주하는 신기한 피아노와 선은 없는데도 손을 대면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하프가 인기 코너이다. 음악놀이에서는 자녀와 함께 오는 부모님도, 담당 학급 유아들과 함께 오신 선생님도 누구나 세계적 연주자나 국민가수가 될 수 있다.

쌓기놀이와 목공놀이

4층에는 쌓기놀이와 목공놀이를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쌓기는 블록 놀잇감을 가지고 쌓아가며 구성물을 만드는 놀이를 부르는 명칭이다. 유아교육진흥원의 쌓기놀이에는 유아 키만한 빅블록부터 손가락보다 작은 미니블록까지 크기도 재질도 다양한 블록이 있다. 유아는 블록으로 자기가 살고 싶은 큰 집을 지을 수도 있고 손가락에 끼는 작은 반지를 만들 수도 있다. 블록을 끼우고 쌓고 합치며 몸의 대소근육을 서로 통합적으로 움직이고 새로운 구성물을 생각해내면서 창의력이 증진된다.

목공놀이는 몰입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다. 직접 못, 망치, 톱으로 작업하여 나만의 나무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에너지와 열정을 온통 집중하여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작업은 확실한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모든 목공 도구는 유아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고 전문강사가 작업 내용을 지도하며 직원과 선생님, 부모 등 어른들이 안전하게 작업하도록 돕는다.

 

나무놀이터와 교원을 위한 공간

마지막 5층에는 편백나무 향기 그윽한 나무놀이 영역이 있다. 편백나무 볼로 가득찬 나무 수영장이 있고 나무 맞추기, 종이 놀이터가 있다. 이곳은 목재문화진흥회와 MOU 체결을 통해 조성된 곳으로 나무라는 자연소재가 주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자연과 만날 일이 줄어들고 있는 요즘, 유아들이 부담없이 나무를 만날 수 있는 영역이다.

그 외에도 5층에는 교사연수가 진행되는 연수실과 워크숍이 가능한 세미나실이 있어, 교사들이 전문성을 키우고 소통할 수 있다. 또, 서울 유아교육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역사전시실과 유치원 교사의 연구공간이자 자료실인 소나무 카페도 5층에 함께 있다. 소나무 카페에서는 개정 누리과정 이전 유치원 교육과정 해설서와 지도서 등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자료를 볼 수 있다.

 

숲속놀이

교육동 실내가 다양한 주제를 가진 놀이로 5층이 구성되어 있다면 바깥은 조경미가 돋보이는 실외놀이 공간이다. 아침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흐르는 시냇물을 따라 올라가면 큰 물놀이터와 모래놀이터가 나온다.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관리되는 모래놀이에서 아이들은 소박한 성을 쌓고 자신의 바다를 만든다. 모래는 그 재료 자체를 만지기만 해도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모래로는 뭔가를 잘못 만들어도 실패할 부담이 없다. 모래놀이터 옆에서 빙글 빙글 돌아가는 물레방아와 물펌프가 과학과 전통을 함께 느끼게 해준다.

모래터 옆길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산책로이고, 곳곳에 암벽타기와 나무계단이 있어 유아들의 모험심을 자극한다. 유아들은 이 공간에서 공룡 화석을 보고 흙 속에 파묻혀 있는 공룡뼈를 발굴하는 체험도 할 수 있으며, 대형 트램펄린이 있어 마음껏 날아오를 수 있고, 꼬마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유아들은 유아교육진흥원의 마당에서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 높은 하늘을 느끼고 각자의 넓은 가슴을 키워간다.

여기까지 유아를 위한 놀이시설을 돌아보았다면 이제부터는 유아 가족, 유치원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업을 소개하겠다. 유아교육진흥원은 유아뿐 아니라 유아교육의 공동주체인 교사와 학부모를 위한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추억과 성장이 되는 가족체험

요즘 부모님은 아이와 단순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이상의 놀이를 원한다. 아이와 놀이한 시간이 가족의 추억이 되면서 동시에 자녀의 성장과 부모 자신에게도 긍정적 의미가 있기를 바란다. 유아교육진흥원에서 매월 2회, 토요일 오전에 열리는 가족놀이체험은 바로 그런 시간이 된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와서 자유롭게 놀이를 즐긴다. 전문강사가 진행하는 요리활동이나 전통예술체험 활동을 함께할 수도 있다.

1년에 4번은 어린이날,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더욱 특별한 가족체험이 기획되어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하여 ‘놀이로 자란 100년, 꿈으로 키울 100년’이라는 주제로 부모님 세대의 놀이와 현재 유아들이 즐기고 있는 놀이, 그리고 미래의 놀이를 온가족이 함께 즐겨볼 수 있는 체험놀이터와 온라인 놀이터를 운영하여 많은 서울 유아 가족이 참여하였다. 특히 예약 경쟁이 치열한 가족체험에서 사회적 배려대상자가 우선 예약 기회를 갖도록 하여 함께하는 사회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아·놀이 중심 개정 누리과정의 실현, 유아 놀이체험

유치원 교육과정과 연계한 11개 놀이영역별 체험활동은 연중 운영되며 놀이중심 교육과정 운영이 실현되도록 유치원 현장을 지원한다. 과학·언어·숲속·건강·사회·모험·음악·쌓기·목공·나무놀이 등으로 구성된 놀이 중 유치원에서 원하는 놀이를 선택하여 신청하면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축소되었던 놀이 운영 수와 시간이 현재는 정상화되어 불편함 없이 이용하고 있다. 우리 반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하는 놀이 체험 시설은 유아 흥미에 맞게 구비되고 설계되어 더욱 안전하고 즐겁다.

통학버스가 없거나 부족한 공·사립유치원을 위해 2대의 유아전용 버스를 운영하여 유치원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놀이체험을 신청한 유치원의 교사는 즐겁고 안전한 유아 체험을 위해 연수와 홈페이지 등으로 사전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직접 유아교육진흥원으로 올 수 있는 유치원 수는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치원으로 직접 찾아가는 체험도 운영 중이다. 전문가가 진행하는 공연 등 문화체험과 안전·예술교육은 거리상의 이유로 유아교육진흥원으로 오기 어렵거나 전문적 내용을 원하는 유치원 현장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누가 찾아오든, 어느 곳이 장소가 되든 놀이체험은 전문적 구성과 안전하고 세심한 진행관리로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또한 서울시청과의 협업으로 전문 유아문화예술공연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는 등 영역을 확장 중이다.

노력하는 교사, 지원하는 즐거움

교사연수를 담당하는 기관은 많다. 하지만, 유아들의 귀가 시간이 늦고, 업무량이 많은 유치원 특성상 교사가 편하게 연수를 듣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은 많지 않다. 이런 공·사립유치원 교원의 특성을 감안하여 직무연수, 생애주기별 자율연수, 사이버연수를 운영한다. 필수적인 직무연수뿐 아니라 교직경력과 직급별로 달라지는 교원의 관심사에 따라 운영되는 연수에 참여하여 다른 동료들과 고민을 나누고 전문성을 키워간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연수를 들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이버 연수 강좌를 연중 운영하고 있다.

유아교육진흥원은 매년 유아교육 프로그램과 수업에 사용할 수 있는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하여 유치원에 보급한다. 2021년에는 유아 생태전환교육과 예술감성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하였고, 각종 교육활동에 활용 가능한 실물자료도 함께 보급하였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드는 행복한 가정

유치원 교육에서 학부모는 유아의 보호자만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함께 실현해 나가고 유아교육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동반자이다. 유아교육진흥원에서는 지속적으로 학부모 연수를 진행하여 교육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학부모 역량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녀-부모 관계, 성교육, 아동학대 방지, 초등학교 입학 준비 등 학부모 관심이 높은 주제로 매월 2회 많은 학부모 참여가 가능하도록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유치원에서 부적응 행동을 하거나 전문적 지원이 필요한 유아들이 있다. 초기에 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이런 문제상황은 쉽고 빠르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상담센터와의 MOU 체결을 통해 모래치료와 미술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족지원 프로그램을 매학기 운영한다. 가족지원 프로그램은 특히 부적응 행동을 보이는 자녀뿐 아니라 자녀 양육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부모에 대해 함께 전문 상담을 진행한다. 대상자는 유치원 담임교사를 통해 사전 추천과 상담이 이루어져 유아-학부모-유치원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의 든든한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유아교육진흥원

많은 유아교육 관계자의 기대와 축하를 받으며 유아교육진흥원이 설립된 지 어느덧 15년이 지났다. 세월만큼 유아, 학부모, 교사를 위해 다양한 교육사업을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사업의 방향이 보이지 않을 때, 중요한 결정이 필요할 때, 우리의 방법은 늘 유아와 현장의 입장을 앞에 두고 답을 찾는 것이었다. 이 방법이 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앞으로도 유아와 학부모, 선생님들이 행복한 서울 유아교육의 지원군으로 아름다운 이곳, 서촌에서 여러분을 기다릴 것이다. 유아교육이 궁금할 때, 유치원 현장을 더 멋지게 운영하고 싶을 때, 자녀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느껴질 때 유아교육진흥원의 문은 여러분께 항상 열려 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유아교육진흥원에 한 번도 안 와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와본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