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3 봄호(250호)

나를 브랜딩하라!
아이-브랜딩(I-BR&ING)으로
미래를 살아가는 힘을 기르다

남미선(서울북가좌초등학교, 교사)

Ⅰ. 아이-브랜딩(I-BR&ING)의 미션

알파(α) 세대는 미래를 살아갈 힘이 필요하다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21세기를 시작하는 첫 번째 세대라는 뜻을 가진 알파(α) 세대라고 불린다. α-세대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 코로나19 등 각종 전염병 발생, 세계 전쟁의 위험, 저출산으로 인한 고령화, 세계 경제 침체, 제4차 산업 혁명, AI 로봇 개발 등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렵고 불안한 미래를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α-세대 아이들은 미래에 직업을 선택하고, 생계를 꾸리며, 사회를 주도하는 어른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 혼란스러운 미래를 살아가기 위해 α-세대에게는 무엇보다 사회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지속적으로 진로를 개척해나갈 수 있는 능력, 즉 진로탄력성이 필요하다.

아이-브랜딩(I-BR&ING) 프로젝트란

아이-브랜딩(I-BR&ING) 프로젝트는 α-세대 아이들에게 진로탄력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의 진로 교육이 필요할까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아무리 주변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유연하게 대응하려면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확립해야 한다. 나에 대한 이해가 분명하다면 미래 사회의 변화에 맞게 나의 특성과 재능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아이-브랜딩(I-BR&ING)이란 ‘나를 브랜딩한다’라는 뜻을 가지면서 동시에 Identify, Build up, Relate, &ING의 네 단계의 약자를 의미한다. 아이-브랜딩(I-BR&ING) 프로젝트는 나에 대한 이해(Identify)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진로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쌓고(Build up),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며 자신의 삶과 연결짓는 과정(Relate)을 반복함으로써 다시 나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여 궁극적으로는 나를 브랜드로 만들어 성장을 지속하는 것(ING)을 목표로 한다.

아이-브랜딩(I-BR&ING)을 이해하다

“브랜딩 뜻이 뭐예요?”
“나를 어떻게 브랜드로 만들어요?”

아이-브랜딩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처음 마주한 난관은 ‘아이-브랜딩’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브랜드라는 용어는 자주 들어봤지만 ‘브랜드를 만든다’는 뜻의 브랜딩이라는 개념은 낯설게 느꼈다. 특히 자기 자신을 구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나를 브랜드로 만든다는 것에 굉장히 막막함을 느끼는 듯했다.

“‘애플’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스마트폰이요.”
“‘나이키’ 하면?”
“운동화요.”
“그럼 ○○이,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태권도요! ○○이는 태권도를 잘해요!”
“네, 이렇게 ○○이 이름을 들으면 태권도를 잘한다는 것이 떠오르지요. 이렇게 나의 이름만 듣고도 나의 특징을 떠올릴수 있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 바로 브랜딩이에요.”
“앞으로 |년 동안 우리는 나를 브랜딩하는 아이-브랜딩 프로젝트를 계속할 거예요. |년 뒤에 여러분은 누구나 여러분의 이름만 들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브랜드를 갖게 될 거랍니다.”

아이들은 구체적인 브랜드의 사례를 통해 아이-브랜딩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은 내세울 만한 특징이 없었던 아이들도 1년 뒤에는 내 이름만 들어도 나를 알 수 있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 설레는 얼굴이었다.

Ⅱ. 아이-브랜딩(I-BR&ING)의 스토리

여기에서는 Identify, Build up, Relate, &ING의 네 단계 중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이자 아이-브랜딩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인 ‘나를 브랜딩하고 성장을 지속하기(ING)’ 활동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ING 프로젝트는 ING-1 지속하는 힘 키우기, ING-2 나를 브랜딩하기, ING-3 브랜딩으로 성장하기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ING-1 지속하는 힘을 키워요

🙂 끈기 있게, 로그(Log, 기록) 활동

학생들은 매일 아침 등교 후 자신을 위한 시간 10분을 보내는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 활동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하루에 10분씩 1년을 투자하면 한 가지의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림 그리기, 일기 쓰기, 책 읽기, 종이접기, 부족한 과목 공부 등 자신에게 필요하거나 하고 싶은 활동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 활동 결과를 북로그(Book-Log), 블로그(Web-Log), 브이로그(Video-Log) 중 한 가지 형태로 기록하고, 같은 활동을 하는 친구들끼리 미라클 모닝 크루(Crew)를 결성해서 서로의 활동 결과를 공유하고 격려하도록 했다. 미라클 모닝은 일반적인 아침 활동과 비슷하지만, 그 결과를 1년 동안 꾸준히 기록하여, 이후에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마음 챙김

아이들은 생각보다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인 감정 단어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그래서 감정 카드를 이용하여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감정을 구체적인 단어로 이해하고, 그중 몇 가지 감정을 골라 ‘감정 이모티콘’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아무리 힘든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변화하며, 내 감정을 살펴보고 보살피면 부정적인 감정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감정을 인지한 다음에는 언제 어디에서든 감정 조절이 필요한 순간에 꺼내 볼 수 있도록 마음 챙김 기술을 카드로 만들었다. 심호흡하기, 음악 듣기, 명상하기, 일기 쓰기, 산책하기 등 다양한 마음 챙김 기술을 담은 카드를 필통 안에 넣어두고 활용했다. 실제로 아이들이 마음 챙김 기술 카드를 사용할까 싶었는데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면 ‘아, 지금 마음 챙김 카드가 필요해!’라며 혼잣말을 하며 카드를 꺼내기도 했다.

ING-2 나를 브랜딩해요

🙂 브랜드 세우기

브랜드 세우기의 첫 날, 아이들은 브랜드 이름을 짓고, 브랜드 로고를 디자인했다. ‘끈기’, ‘도전’, ‘행복’, ‘노력’ 등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 슬로건을 정하고, 브랜드의 이름과 로고를 만들어냈다. 아이들은 창작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진땀을 흘렸지만 브랜드 이름과 로고를 만들고 난 뒤에는 성취감과 만족감으로 뿌듯해했다. 브랜딩의 두 번째 활동으로는 국어 시간에 광고 영상을 제작하는 활동을 이용하여 나를 광고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개별활동으로 하다 보니 영상 편집 실력에 따라 속도 차이가 컸지만 아이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영상 광고를 만들어냈다. 아이들은 나만의 브랜드 이름을 만들고, 브랜드 로고와 브랜드 광고 영상을 만들면서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기 시작했다. 활동지에 이름을 쓸 때에도 브랜드 이름을 붙이기 시작하고, 브랜드 로고도 더 멋지게 업그레이드하겠다며 자기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었다.

🙂 브랜딩 재능 장터

브랜딩 재능 나눔 장터는 도덕 시간과 연계하여 그동안 찾아낸 나의 재능을 서비스나 제품으로 개발하여 판매하는 활동이었다. 각자의 브랜드 이름을 활용해서 가게의 이름을 정하고, 판매할 재능의 가격을 쿠폰으로 책정했다. 재능 장터를 준비하면서 친구들은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필요성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판매하는 체험을 통해 경제적으로 이윤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았다. 2021년에 재능을 무료로 기부하는 방식으로 나눔 장터를 열었는데 2022년에는 재능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장터를 열었더니 아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상품으로 개발하고, 홍보하고, 판매하는 데 훨씬 더 적극적이었다. 판매를 통해 얻은 이윤이 돈이 아니라 봉사 쿠폰이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봉사 쿠폰을 사용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경험도 추가할 수 있었다.

ING-3 브랜딩으로 성장해요

🙂 브랜딩 오픈 클래스

브랜딩 오픈 클래스는 학생들이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으로 10분 동안 강좌를 열어 수업을 진행하는 활동이다. 먼저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여 강좌를 개설하고, 강좌에 대한 안내문을 만들어 수강 신청을 받았다. 태권도, 무에타이, 그림 그리기, 종이접기, 헤어 관리, 친구 사귀는 방법 등 각양각색의 수업이 개설되었고, 강좌 홍보물에 붙임 쪽지를 붙이는 방식으로 수강 신청을 했다. 수강 신청자가 1명 이상인 강좌만 개설이 되기 때문에 비슷한 강좌가 많을 때에는 내 브랜드의 특성을 강조해서 다른 강좌와 차별화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강의가 개설되지 않은 학생들이 처음에는 서운해하기도 했지만 수강생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더 즐거워하기도 했다. 최종 개설된 강의에서 오프라인 강좌들은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을 개설한 강사들은 줌(Zoom)으로 소회의실을 열어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붙임 쪽지에 적어 붙여주며 수업을 마무리했는데 강사로 활동한 아이들도 수강생으로 참여한 아이들도 각자가 가진 재능을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그 재능을 더 발전시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브랜딩 모의 채용

내 브랜드 활용하기 두 번째 활동으로 모의 채용 수업을 실시했다. 아이들은 실제 취업이라도 하는 것처럼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가진 역량을 발휘하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먼저 각자의 브랜드를 소개하기 위해 브랜드 이름, 슬로건, 로고, 로그 활동 결과, 멘토링 경험, 내가 추구하는 삶 등을 포트폴리오로 작성했다. 누군가는 목록을 가득 적기도 하고, 누군가는 적을 것이 없어서 고민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내가 꾸준히 노력하고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고 나에게 부족한 게 많다면 더 채우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포트폴리오 작성을 마친 후에는 각자 원하는 진로 분야의 팀을 구성해서 헤드헌터와 지원자로 역할을 바꾸며 모의 면접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헤드헌터 역할도 경험하면서 어떤 역량이나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뽑고 싶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고, 세상에서 꼭 필요로 하는 사람, 꼭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고 한다.

🙂 브랜딩 성장 계획

브랜딩 프로젝트의 마지막 활동은 학부모 공개 수업일에 이루어졌다. 공개 수업의 주제는 그동안 개발한 브랜드를 이용하여 앞으로 진로를 어떻게 성장시켜 나갈지 계획을 세우고 발표하는 브랜딩 성장 계획 활동이다. 진로 계획을 세우기 전, 20년 후 나에게 하는 ‘스스로 인터뷰’ 활동으로 진로 계획의 방향을 잡고, ‘스스로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만다라트 형식으로 진로 목표 달성을 위해 해야 할 일을 구체화했다. 마지막 학부모 공개수업 시간에는 브랜딩 성장 계획을 세우고 각자의 진로 계획을 학부모님들 앞에서 발표했다. 아이들은 부모님 앞에서 진로 계획을 발표하려니 긴장된 모습이었지만, 한편으로 그동안 성장해온 자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컸던지 평소보다 더 적극적이고 자신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담아 진로 계획을 발표하면서 현재보다는 나은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가득찬 모습이었다.

Ⅲ. 아이-브랜딩(I-BR&ING)의 가치와 성장

아이-브랜딩을 통해 α-진로 탄력성을 기르다

아이들은 나를 브랜딩하는 아이-브랜딩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 원하는 진로를 위해서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노력하는 실천력을 갖게 되었다. 특히 사전 검사에서 가장 낮은 진로 탄력성을 보였던 세 명의 골드키즈 학생들은 각자에게 부족했던 진로탄력성 영역이 크게 성장하는 변화를 보였다.

아이-브랜딩을 통해 학부모, 교사도 함께 성장하다

아이-브랜딩 프로젝트는 부모님의 직업 인터뷰, 학급 진로 소식지 발간, 진로 계획을 발표하는 학부모 공개 수업, 학부모 진로 상담 등을 실시하여 가족과 함께하는 진로교육이 되도록 했다. 그 결과 학부모는 자녀와 함께 하는 과제를 수행하며 자녀의 진로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대화하는 기회가 늘어났고, 자녀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부모님도 보다 적극적으로 자녀의 진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아이-브랜딩 프로젝트를 지켜보고 함께 실시해 본 동료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할 가치와, 아이들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길러야 할 능력이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수업을 개선해 보려는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아이-브랜딩은 계속된다

나를 브랜드로 만드는 아이-브랜딩 프로젝트는 평생에 걸쳐서 계속된다. 아이들은 어른이 된 이후에도 자신만의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미래에 다가올 역경을 극복하고 진로를 개척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미래를 이끌어나갈 α-세대 아이들 모두가 자신만의 소중한 가치를 담은 브랜드를 만들어가며 멋진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어둡고 혼란스러운 미래를 밝고 희망적인 미래로 바꾸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