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이퍼2023 봄호(250호)

뉴 노멀 시대 학생의
삶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진로교육 발전 방향 탐색 :
덴마크 진로교육 사례를 중심으로

박누리(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연구교사) 류윤식(서울염리초등학교, 교사)

이 글은 서울교육 이슈페이퍼 2022년 제7호(통권 42호)를 재구성한 것이다.

Ⅰ. 서론

진로교육은 현명한 진로 선택과 진로 발달을 통해 생산적 사회구성원이자 행복한 개인으로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성장을 돕는 교육의 과정(한국진로교육학회, 2011)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진로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바탕으로 교육부를 중심으로 2011년부터 다양한 진로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단위학교에 진로전담교사를 배치하였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진로교육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고 성장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얼마나 지원하고 있는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는 한 개인이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분야에서 일할 수도 있으며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모습으로 직업 환경이 재편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예상치 못한 변화와 위기가 찾아왔다. 뉴 노멀 시대를 맞이하며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존재를 위협받는 직업군도 있고, 새롭게 생기거나 가치가 급부상하는 직업군도 생겨났다. 그러나 2021 교육부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학생들의 희망 직업 상위권에 교사, 의사, 간호사 등이 포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 사회는 뉴 노멀 시대로 진입하였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기성세대의 선호가 반영된 직업군을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지금의 진로교육이 특정 직업에 대한 고착화된 선호를 대변하거나 다변화하는 직업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또한, 다양한 흥미와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진로체험의 부족으로 일부 직업에 대한 제한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직업을 탐색하는 것도 현 진로교육의 한계점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진로교육은 평생교육 관점에서 개인의 삶 전반을 다루어야 하고, 생애주기 단계별로 전환과 위기가 있을 때마다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진로를 관리하고 유연하게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하지만 현 진로교육은 뉴 노멀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진로교육의 경향은 미래 사회의 변화를 대비할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삶과 성장을 지원한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본고에서는 변화와 위기 속에서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선택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진로교육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덴마크의 진로교육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덴마크는 매년 행복지수 세계 1~2위를 차지하는 국가로, 뉴 노멀 시대가 도래한 현재까지도 행복지수 조사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덴마크에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사회가 든든하게 지원해줌으로써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진로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덴마크 진로교육의 사례를 통해 뉴 노멀 시대 학생의 삶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진로교육의 발전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덴마크 진로교육 사례1

덴마크 교육의 목표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찰하고 계몽하여 민주시민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는 삶 그 자체여야 한다.’라고 주장한 덴마크의 철학자 그룬트비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덴마크 교육은 삶을 배우는 교육, 즉 삶과 교육의 일치를 목표로 삼고 있다. 덴마크 교육은 국가, 사회적 지원을 바탕으로 학생 스스로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덴마크 진로교육 또한 ‘삶을 위한 교육’이라는 큰 틀에서 이루어진다. 덴마크 교육부(2022)에 따르면, 진로교육은 학생들이 미래의 직업과 일반적인 삶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하고 역량을 기르도록 한다. 또한, 변화하는 사회의 특징은 무엇인지 그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교육 내용에 반영한다. 덴마크는 진로교육을 평생교육의 관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지속적인 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덴마크의 학생들은 교사, 학부모, 상담가와 진로 관련 상담과 대화를 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학업과 진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할 수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진로교육을 시작하고 7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진로·진학지도를 진행함으로써 개별 맞춤형 진로교육이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업 및 진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진로교육은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실시되며 학교와 진로지도센터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와 같은 덴마크 진로교육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1. 진로교육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진로교육 목표체계

덴마크 교육부는 의무교육 기간(초등학교, 중학교)의 모든 학생을 위한 진로교육 필수 주제를 ‘교육과 직업(Education and Work)’으로 정하고 진로교육 목표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진로교육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덴마크의 진로교육 목표체계는 ‘개인적인 선택’, ‘교육에서 직업으로의 전환’, ‘직업생활’ 3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개인적인 선택’ 영역은 개인적인 목표 수립, 개인적인 목표와 관련된 교육과 직업에 대한 정보 탐색, 진로 결정 등의 목표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에서 직업으로의 전환’ 영역은 교육과 직업의 이해, 교육과 직업 사이의 관계 이해 및 분석 등의 목표로 구성되어 있다. ‘직업생활’ 영역은 직업별 구체적 업무 파악, 직업-직업생활-여가시간의 관계 이해, 개인적인 선택과 진로, 근무 조건 간의 상호관계 분석 등의 목표로 구성되어 있다. 

2. 개별 맞춤형 진로 설계를 지원하는 교육계획서와 진로상담

덴마크 학교에서는 모든 6~9학년 학생들이 교육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교육계획서는 학생 스스로 자신의 학업과 진로에 관련된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 학습 활동 등을 작성하는 포트폴리오이다. 교육계획서 작성은 법적인 의무이며 학생, 교사, 학부모, 청소년 진로지도센터의 전문 상담가가 함께 참여한다. 6~7학년 때는 학생, 교사, 학부모, 상담가와 대화 및 협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학업 및 진로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수정, 보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연 2회 정도 상담가와 인터뷰를 진행한다.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경우 진로전담교사에게 진로상담을 거의 받지 못하는 반면, 덴마크는 교사, 학부모, 전문상담가가 체계적인 진로상담을 제공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계획서는 지속적으로 재평가 과정을 통해 수정 및 보완을 거치며 학생, 담임교사, 학부모, 상담가가 이 과정에 주로 참여한다. 교육계획서에는 학생 스스로 나의 특징과 역량, 목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포함하여 교육계획을 세운다. 교육계획서 작성은 단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 기록, 학생 역량 서술, 교육 프로그램 등과 함께 이루어진다. 학생 역량 서술은 학생의 적성, 흥미, 능력, 가치관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담임교사가 작성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협의하는 과정을 최종적으로 진행한다. 교육 프로그램은 학생이 작성한 교육계획서가 구체화된 형태로 해당 학생이 이수해야 할 교과목 및 교육 프로그램을 포함한다(김나라, 2014). ‘개인적인 선택’, ‘교육에서 직업으로의 전환’, ‘직업생활’은 교육 프로그램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주제이다. 6학년부터 9학년(10학년)까지의 학생들이 개별 맞춤형 교육계획서를 작성함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여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도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을 수 있고 후기 중등교육 과정의 선택과도 연결된다(Danish Ministry of Children and Education, 2022). 

자료: ‘김나라(2014). 덴마크 진로교육 시스템 운영의 실제와 시사점. 서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 European Agency(2009). Education Plans and Programmes in Lower Secondary Education of the Danish Foleskole. 재구성.

덴마크는 의무교육 기간 동안 학생들의 교육계획서 작성을 의무화함으로써 학업과 진로의 연계성, 전 생애적 관점에서 진로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계획서 작성의 의무화는 학생, 교사, 학부모, 상담가 등이 함께 학생의 진로계획에 대해 지속적, 체계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궁극적으로 학생 스스로 개별 맞춤형 진로를 설계하도록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덴마크 교육부는 2021년 10월 29일 학생의 교육계획, 역량, 진로와 관련된 상담을 활성화하고 현재 활용되고 있는 교육계획서를 보완하기 위한 메시지 북(Message book)을 발표하였다. 메시지 북은 학부모와 학교 간의 대화와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로서 학생에 대한 이해를 돕고 학생의 학업 성취 수준과 역량이 미래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탐색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학부모, 교사와 함께 진로에 관한 활발한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스스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다.  

3. 진로교육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진로지도센터(Guidance Center)2

덴마크는 2004년 진로교육 혁신을 통해 단위학교에서 담당하던 진로교육 상담 업무를 전문 상담 인력을 갖추고 있는 진로지도센터로 이관하였다. 진로지도센터는 청소년 진로지도센터, 지역 진로지도센터, 온라인 진로지도센터로 나누어져 있다. 2022년 1월 기준 덴마크 전역 98개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진로지도센터와 덴마크 학업·진로지도 기관에서 운영하는 7개의 지역 진로지도센터가 있다. 2018년 8월 1일 덴마크 고등교육과학부에 의해 덴마크 학업·진로지도 기관이 설립됨으로써 분리되어 운영 중이던 7개의 지역 진로지도센터를 국가가 유기적,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진로지도센터는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진로정보, 진로체험활동, 진로상담을 제공한다. 진로지도센터는 일관성 있게 질 높은 진로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지자체 및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가. 청소년 진로지도센터(Youth Guidance Units)

덴마크 전역 98개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진로지도센터는 초등교육 및 전기 중등교육 과정 중 특히 6~9학년 학생(15~17세)들의 후기 중등교육 과정으로 전환을 돕기 위해 진로상담, 진로정보, 진로체험활동을 제공한다. 상담은 개인 또는 집단 형태로 이루어지고 학생들이 센터를 방문하거나 진로지도센터 소속의 전문 상담가가 단위학교로 찾아가 이루어진다. 청소년 진로지도센터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그룹별로 진로지도를 지원하지만, 후기 중등교육 과정을 선택할 준비가 되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는 개별적으로 지원을 해준다. 또한,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 또는 취업 관련 정보를 얻고 싶거나 상담을 원하는 19~25세 사이의 학생들 역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 지역 진로지도센터(Study and Career Guidance Denmark- Regional Guidance Center)

덴마크 학업·진로지도 기관(Study and Career Guidance Denmark)에서 운영하는 7개의 지역 진로지도센터는 학생들이 후기 중등교육에서 고등교육 과정으로 전환을 돕는 곳으로 일반 고등학교 혹은 직업교육 및 훈련의 선택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역 진로지도센터는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고등교육과정 이후의 진로 선택을 위한 직업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진로·직업 관련 워크숍, 세미나, 박람회 등을 운영하며 단위학교와 연계하여 진로교육 활동을 진행한다.

다. 온라인 진로지도센터(eGuidance)

온라인 진로지도센터(eGuidance)는 SNS, E-mail, 채팅 등과 같은 온라인 통신 매체를 활용한 진로지도센터이다. 덴마크 국민이면 누구나 진로·직업 교육 및 훈련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온라인 진로지도센터는 2011년 1월부터 운영되었으며, 2018년부터 성인을 위한 진로지도 서비스가 추가되었다. 초등교육 및 전기 중등교육에서 후기 중등교육 과정으로 전환하는 학생, 후기 중등교육 과정에서 고등교육 과정으로 전환하는 학생 모두 온라인 진로지도센터에서 제공되는 정보 및 서비스를 연중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평생교육으로서의 진로교육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교육 및 훈련에 관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재교육을 희망하는 성인도 이용할 수 있다. 덴마크의 온라인 진로지도센터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2개의 국가안내포털과 연결되어 있다. 온라인 통신 매체를 활용하여 누구나 진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국가안내포털(https://www.ug.dk)과 더불어 평생교육 및 일반 성인들의 재교육을 위한 국가안내포털(https://www.voksenuddannelse.dk)이 별도로 마련되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부에서 운영 및 지원하는 꿈길(https://www.ggoomgil.go.kr), 커리어넷(https://www.career.go.kr)이 주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체험, 진로 관련 정보 및 자료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덴마크 국가안내포털의 경우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성인까지 이용할 수 있다.

4. 현장 중심의 진로체험을 위한 지역 연계형 Bridge Building & Internship

진로체험은 학생이 직업 현장을 방문하여 직업인과의 대화, 견학 및 체험을 하는 직업체험과 진로캠프, 진로특강 등 학교 내외의 진로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활동(「진로교육법」 제2조)을 말한다. 진로체험의 유형에는 현장직업체험형, 직업실무체험형, 현장견학형, 학과체험형, 진로캠프형, 강연형·대화형이 있다.

덴마크에는 인턴십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실제 직업 현장에서 개별 맞춤형 진로체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덴마크 학생들은 7~9학년에 1~2주간 자신이 선택한 현장 직업 일터에 나가 직업을 체험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여 학교에 공유한다. 또한 학생들이 원하는 경우 현장 직업 일터뿐만 아니라 대학, 전문대학 등에서 이루어지는 1주간의 예비 교육 참여도 가능하다. 선택 과정인 10학년에는 인턴십 프로그램과 더불어 ‘Bridge Building’ 프로그램이 있는데, 1~4주 동안 학생들이 10학년 과정 교육기관에서 기초학력을 포함한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키고 현장 중심의 진로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Bridge Building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학생들은 멘토를 배정받는데, 멘토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까지 학생의 학업과 진로에 관한 다양한 지원을 담당한다. 현장 중심의 진로체험은 학생들이 실제 현장 직업 일터에서 직업을 경험함으로써 앞으로의 학업과 진로를 선택하는 기반이 되고 사회 속에서 일과 직업의 가치를 깨닫고 진로를 개척하기 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자치구별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에서 학생들에게 진로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 기반의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고, 여러 유관 기관과 연계하여 지역 내 청소년들이 맞춤형 진로체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주로 일회성이나 단기형 프로그램이 많고 직업실무체험형이나 강연형·대화형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실제 일터에서 직접적인 체험이 이루어지는 ‘현장직업체험형’ 진로체험의 기회는 학생들의 수요 대비 부족한 실정이다. 

5. 10학년 과정과 에프터스콜레

가. 10학년 과정3

덴마크 학생들은 9학년을 마친 후 후기 중등교육 과정을 선택하기 전에 1년간의 유예기간인 10학년 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 10학년 과정은 보통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10학년 센터에서 이루어지지만 10학년 과정이 있는 중학교, 직업학교, 에프터스콜레에서도 참여할 수 있다. 10학년 과정에는 덴마크어, 영어, 수학과같은 필수 교과와 함께 체육, 과학, 사회, 진로체험활동 등과 같은 선택 교과 수업이 있다. 학생들은 10학년과정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의 교육과정을 보충하거나 진로를 선택하기 위해 다양한 진로탐색 및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10학년 교육과정에는 다음에 제시되는 12개의 교과 중 최소 3개의 교과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12개 교과에는 체육, 윤리, 기독교/종교, 과학, 금속/엔진 작업 분야 현장 체험, 건설 작업 분야 현장 체험, 기술 분야 현장 체험, 서비스 분야 현장 체험, 제품 개발 및 디자인, 기업가 정신, 건강 및 사회적 조건, 기술 및 의사소통이 있다. 10학년 교육과정에서 선택 교과는 학생, 학부모, 학교가 함께 결정하고 학교의 특색교육에 따라 선택 교과의 종류가 다르다. 10학년 학생들은 개별 교육계획서와 자신이 참여한 교육활동(Bridge Building 포함)을 기반으로 필수적으로 자체 선택 과제(OSO, Mandatory Self-selected Assignment)를 제출해야 한다. 자체 선택 과제는 학생 자신, 학업과 직업에 대한 고찰에 관한 것이다. 10학년 과정에서 학생들은 진로를 탐색하고 체험하기 위해 ‘Bridge Building’과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Bridge Building’은 단기간 동안 학교에서 하는 활동으로 1주일간의 의무 참여 기간이 있고 학생들이 원하면 추가로 4주까지 참여할 수 있다. 10학년 교육기관에서는 미래의 학업과 진로를 위한 선택을 위해 학생들에게 진로·진학지도를 실시하고 학생들의 개별 교육계획서 작성에 함께 참여한다. 

나. 에프터스콜레4

에프터스콜레는 기숙학교로 14~18세 사이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8~10학년 과정을 포함한다. 덴마크 전역에 약 240개의 에프터스콜레에서는 교육과 개인의 삶 사이의 연계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학생, 교사가 함께 살면서 학교생활을 한다. 에프터스콜레는 학생 개인의 성장과 더불어 관계 형성, 의사소통을 통한 협력, 공존을 교육의 가치로 보고 교과 교육과 더불어 삶을 살아가기 위한 능력과 태도를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교에서는 전일제 교육활동과 더불어 다양한 여가활동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학생들은 주중, 주말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주말의 경우,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학교에서 주말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집에 돌아가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에프터스콜레의 평균 학생 수는 약 100명으로 1~3명의 학생들이 함께 방을 쓰고 교사, 학생이 같이 모여 식사를 한다. 또한 모든 학생들은 활발한 의사소통을 위한 소그룹에 배정되어 담당 교사, 친구들과 함께 자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에프터스콜레 학생들은 함께 생활하고 다양한 교육활동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협력하는 자세와 자기주도적인 태도를 기를 수 있다. 에프터스콜레의 학생들은 필수 교과뿐만 아니라 학교의 특색교육에 따라 음악, 체육, 사회, 미술 등과 같이 다양한 특별 교과에 참여할 수 있다. 학습 장애, 자폐증, 지적 장애 등을 갖고 있는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에프터스콜레도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학업과 진로를 위해 소규모 학급을 편성하고 이론 교육과 실습 교육을 병행한다. 난독증을 갖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에프터스콜레의 경우, 소규모 학급을 편성하고 보조인력과 장비를 활용한 교육활동을 운영한다.

Ⅲ. 결론 및 시사점

뉴 노멀 시대의 학생들은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로문제와 관련하여 주변의 여건이나 환경 등으로 인한 위기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세운 진로목표를 상황에 맞게 다시 수정하여 추구하는 능력과 태도인 진로탄력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진로교육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위기를 극복하여 기회로 삼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축적하고 개인이 어떠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본고에서는 덴마크 진로교육 사례를 살펴보았고, 이를 바탕으로 뉴 노멀 시대 학생의 삶과 성장을 지원하는 진로교육의 발전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학생 개인의 학업과 진로에 관한 구체적인 목표, 계획, 성취 정도를 관리하는 전 생애적 관점의 개별 맞춤형 진로교육 종합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진로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학생, 교사, 학부모,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진로상담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덴마크 진로교육에서 지속적인 진로상담을 통해 교육계획서를 수정, 보완하며 학생 스스로 자신의 발달과정을 이해하고 변화하는 환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여 진로를 개척하는 것처럼 진로 포트폴리오, 진로상담을 포함한 전 생애적 관점의 개별 맞춤형 진로교육 종합지원을 통해 우리나라 학생들은 변화와 위기에 적응하고 역경을 스스로 헤쳐나가며 유연하게 진로를 관리할 수 있다.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시행되는 진로연계학기, 고교학점제는 학교에서의 학습과 학생의 삶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진로교육 제도이다. 특히,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는 미래 사회에 대응하고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른 맞춤형 교육과정을 구현하기 위한 것(정윤경 외, 2021)으로 학생 스스로 흥미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졸업학점을 이수하는 제도이다. 초· 중학교에서부터 진로상담을 통해 작성된 맞춤형 진로 포트폴리오가 축적된다면 이를 바탕으로 고등학교 시기에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고, 고교학점제를 활용하여 진로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현장 중심의 진로·직업 체험을 확대하여 직무 관련 경험을 충분히 제공하고 현장 전문가의 멘토링을 함께 지원할 필요가 있다. 2021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등학생은 ‘진로체험’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으나 실제 참여 현황은 부족한 편이었다. 또한 진로체험 중 ‘현장직업체험형’이 가장 도움이 많이 된다고 응답하였으나 현장직업체험에 참여한 학생은 중학생 34.1%, 고등학생 15%에 그쳤다. 한편, 진로체험 편성·운영 시 ‘학생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교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조사한 결과 ‘체험처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 규모를 초과해서’, ‘희망조사 수요를 충족하는 체험처를 확보하지 못해서’라고 답했다. PISA(OECD, 2018)에 따르면 15세 학생 기준으로 현장 체험을 할 수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 비율이 한국의 경우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면, 덴마크의 경우 약 60%를 차지하였다. 진로교육이 학생의 삶과 연계되고 성장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와 연계하여 다양한 현장 중심의 진로·직업체험을 확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역 기반의 대학 및 기업과 협력하여 학생들을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지역 사회 공공시설을 진로체험 공간으로 개방하고 현장 전문가의 재능 기부를 통해 멘토링을 진행할 수 있다. IBM 최고경영자인 버지니아 로메티에 따르면, 뉴 노멀 시대에는 변화 적응력, 문제해결능력, 창의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역량 및 기술로 무장한 뉴 칼라(New Collar) 인재가 필요하고, 뉴 칼라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역량과 경험이 중요하다. 따라서, 뉴 노멀 시대의 진로교육은 현장 중심의 진로·직업 체험을 확대하여 학생들에게 직무 관련 경험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학교-교육청-지역 사회가 함께하는 진로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학교 안팎에서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협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2021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서 학교 관리자는 ‘학교 진로교육 활성화를 위한 필요 요소’로 ‘전문성 있는 진로교육 인력 확보 및 역량 제고’와 ‘외부 자원(기관, 기업 등)의 협조’를 꼽았다. 이러한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여, 진로교육 활성화를 위해 단위학교 중심의 진로교육에서 벗어나 학교-교육청-지역 사회가 함께하는 진로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교의 부담을 줄이고, 학교 안팎의 진로교육 관련 풍부한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협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한, 전문성 있는 진로교육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교사, 상담가 이외의 진로 관련 전문가를 활용해야 한다. 덴마크는 2004년 진로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학교 안팎의 전문가를 확보하고 진로교육의 주요 책임을 단위학교에서 진로지도센터로 이양하였다. 전문 인력이 진로교육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진로지도센터와 단위학교가 협업함으로써 학생들은 체계적, 효율적인 진로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진로지도센터는 지자체 및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활발히 교류하기 때문에 덴마크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데 관련된 경험과 정보를 지원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부에서 운영및 지원하는 온라인 진로교육 포털을 기반으로 단위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진로체험, 진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진로교육에 대한 책임이 학교에 집중되어 있다. 앞으로는 학교, 교육청, 지역 사회가 함께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진로교육의 주체를 다원화하고, 학교 안팎에서 전문 인력을 활용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협력적으로 운영하여 체계적, 효율적인 진로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1. Ⅱ. 덴마크 진로교육 사례는 “김나라(2014). 덴마크 진로교육 시스템 운영의 실제와 시사점. 한국교육개발원.”의 내용을 재구성하고 덴마크 교육부(Danish Ministry of Children and Education), 고등교육과학부(Danish Ministry of Higher Education and Science) 및 덴마크 교육기관의 최신 자료를 반영하여 제시하였다.
  2. 진로교육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진로지도센터는 ‘Euroguidance Denmark, The Danish Agency for Science and Higher Education(2020).Guidance in Education-the educational system in Denmark. [On Line] Available: https://ufm.dk/publikationer/2020/guidance-in-education’ 내용을 재구성하였다.
  3. 가. 10학년 과정은 “Danish Ministry of Children and Education(2022). 10th grade/ The Education Guide. [On Line]. Available: https://www.ug.dk/uddannelser/grundskoleundervisning/grundskolemv/10-klasse ”의 내용을 재구성하였다.
  4. 나. 에프터스콜레는 “Danish Ministry of Children and Education(2022). 10th grade/ The Education Guide. [On Line]. Available: https://www.ug.dk/uddannelser/grundskoleundervisning/grundskolemv/efterskoler”의 내용을 재구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