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2 겨울호(249호)

[당곡고] 학생과 교사가
수업으로 함께 성장하는 학교

박거성 명예기자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에서는 온기가 느껴진다. 곳곳에 소중하게 전시된 학생들의 소중한 열정과 재능, 학교와 학생들에게 애정과 자부심을 가진 교사, 수업에 대한 치밀한 고민이 녹아들어 있는 교실,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온기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준다.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제공하는 것을 이 모든 것의 원동력 중 하나로 꼽는 당곡고등학교(이하 당곡고, 교장 김세엽)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로 지정되어 학생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수업 내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교사 교육과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교사 교육과정을 위한 당곡고의 노력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교사 교육과정을 위한 노력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교수-학습 환경 구축

중앙정원을 품고 미음(ㅁ)자 구조로 되어 있는 본관 건물이 도서관 건물과 체육관 건물로 이어진 당곡고에서는 코너를 돌면, 계단을 오르면, 그리고 문을 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수업나눔실’, ‘협업실’, ‘창의실’, ‘라이프러리(도서관)’, ‘설렘ON실’, ‘AI LAB실’, ‘cafe 수리탐방’, ‘음악실’, ‘미술실’ 등의 공간들을 통해 어떠한 수업 형태라도 실현할 수 있는 특별실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학교 규모에 비해 넉넉하다고 볼 수 있는 5개나 되는 과학 교실에 전문 기자재를 갖추고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도서관>

<AI Lab실>

자율형 공립 고등학교 시절 교과교실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을 계기로 ‘꿈을 담은 교실 사업’, ‘SW교과 중점교육’,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도서관 현대화 사업’ 등 꾸준하게 공간 혁신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교실에서 1인 1스마트기기를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교실도 3개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공간들과 완비된 수업기자재들은 교사들에게 교사가 상상하는 수업이라면 어떤 방식이든지 학생들과 함께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이러한 확신이 교사의 자율성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교과 선택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학생들과 교사가 같은 목적을 공유하는 것이 수업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중 하나일 것이다. 한 학급의 학생들이 해당 과목을 선택한 이유와 목적이 다를수록, 그리고 학습자 수준 차이가 심할수록 교사가 수업을 재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선택형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는 고등학교에는 과목명만으로는 수업에서 어떤 것을 배울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 것들도 존재하며, 과목에 따라서는 교사가 교육 여건에 맞추어 교육 내용을 선정하여 가르쳐야 하는 과목들도 존재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교과를 선택한 후 자신이 해당 교과의 학습 방향을 잘못 생각하였거나 수업에서 제공되는 학습 내용에 불만족하여 심한 경우 학년초 선택과목 변경에 대한 민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학생들이 수업의 정체성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수강 신청을 하거나, 학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수업 내용과 학생이 기대하는 내용에 괴리가 크다면 교사와 학생이 수업에서 협력적으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결국 학생들이 사전에 자신이 선택하는 교과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 명확한 목적성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교사가 수월하게 수업 계획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당곡고에서는 학생들이 선택 교과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을 갖고,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진로정보실을 운영하며, 과목 선택을 앞둔 5~6월에는 진로교사와 진로 코디네이터가 학생과 개인별 상담을 진행하며 필요한 선택교과에 대한 고민과 해당 교과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당곡고 복도나 로비 등에 설치된 다양한 게시판과 전시 공간에 원하는 선생님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수업 결과물을 게시하고 공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이는 해당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수업 결과물을 게시함으로써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게 하는 동시에 그 수업을 수강하지 않는 학생들이 해당 수업의 내용과 방식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해당 선택 교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런 상시적인 수업 결과물 게시는 학생들의 교과 선택을 앞둔 학기말에는 ‘교과발표회’의 형태로 정형화되어 있으며 특히 신설되는 교과목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대대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과학 생태전환교육 결과물 전시>

<미술 수업 결과물 전시>

예를 들어 인공지능(AI)교육 선도학교로도 지정되어 있는 당곡고는 내년도 1학기에는 ‘빅데이터 프로그래밍’, 2학기에는 ‘인공지능과 피지컬 컴퓨팅’을 선택 교과로 새롭게 개설하게 된다. ‘빅데이터 프로그래밍’과 ‘인공지능과 피지컬 컴퓨팅’에 대해서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과 실제 수업 내용의 괴리를 줄이고, 해당 교과에 대한 학생들과 학교 구성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올해 정보 교과를 지도하며 앱 구동이나 개설될 교과와 관련된 학생들의 산출물들을 만들어 11월에 예정된 교과 특성화 행사인 ‘소프트웨어의 날’ 행사와 상시 전시 등을 통해 산출물들을 전시하고, 실제 앱이 구현되는 동작들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런 과정은 교과 담당 교사가 내년도 실제 수업에 적용할 적정 학습량이나 방법을 고민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상설/비상설 교과발표회는 선택 교과 수업의 내용들을 끊임없이 학생들에게 노출시킬 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타교과 교사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환류시키는 효과를 얻기도 한다. 그리고 담당 교과 교사에게도 내년도 수업을 계획하고 학습자들의 능력과 흥미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교사 간 협력적인 의사소통을 장려하는 분위기

당곡고는 평소 자연스런 소통의 분위기 속에서 협력적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학교 구성원의 물품, 재능 기부를 근거로 운영되는 ‘마마방(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방-학부모&교직원 카페)’은 비조직적이고 상시적으로 학교 구성원들 간의 마음을 나누는 활동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당곡고 사랑방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비구조적이고 산발적이지만 서로가 쉽게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장치를 통해 다져진 소속감은 자발적인 수업나눔 등 협력적인 의사소통의 문화로 이어지게 된다.

<마마방>

<수업사례 발표회>

교사 교육과정의 실천

학교 행사로 완성되는 교과 수업

당곡고에는 방과후 프로그램이나 특별 프로그램 수준의 수업을 최대한 교과 수업으로 끌어안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학 전문 지식과 관련한 실험을 수행하며 심화 학습을 실현하던 방과후 프로그램인 ‘수학 실험반’을 ‘수학과제탐구’ 라는 이름의 선택 교과로 제시하고, 교과 수업에서 해당 수업을 진행하여 학생들이 교과 수업 시간 내에 학습이 그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정보를 비롯한 다른 교과와 연계하는 활동을 포함한 ‘수학융합체험전’이라는 학교 행사를 통해 수업 결과물을 발표하도록 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처럼 교과 교사가 수업 차시에 얽매이지 않고 학교 행사라는 보다 지속적이고 개방적인 활동까지 염두에 두고 수업을 재구성할 수 있다.

또한 생명과학 시간에 주제 탐구가 이루어지면 수업 중에 발표를 진행하고 우수 결과물을 주제 탐구 프로젝트 발표회라는 공식 행사에서 시연하는 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학 교과에서도 ‘파이데이’나 ‘컨퍼런스’ 등 교과 활동과 연관된 학교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음악연주, 매체미술, 미술창작, 평면도형 등 다양한 예술 교과에서는 전시회나 대회, 창체 한마당 등의 학교 행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교과 수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얻고 있다. 이처럼 한정된 교실과 교과 수업 내의 자원들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전체 공간과 자원을 활용할 수 있기에 학생들이 교과 수업의 목표를 보다 명확하게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수학융합체험전>

<창체 한마당>

2학년 음악 연주 – 1인 1기를 통한 실제 연주 활동 활성화

당곡고는 1학년 때 집중이수제로 음악 수업을 하고, 2학년에서는 선택 과목으로 ‘음악 연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음악 수업을 통하여 학생들은 다양한 음악 세계를 경험하고 생활 속에서 접하는 음악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배우게 된다. 나아가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향유하는 음악의 생활화를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음악 연주’ 과목에는 악기 연주, 성악, 감상 및 비평의 학습 내용이 포함되는데, 학생들의 수준과 흥미를 고려하여 수업 내용을 선정하고 맞춤형 교재를 제작하여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이 키보드, 기타, 칼림바 등의 악기로 실기 활동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기자재를 확보하고 있다. 수업 과정에서 학생들의 적성을 발견하여 향상 음악회나 창체 한마당, 합창 발표회 등 다양한 학교 행사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렇듯 수업 맞춤형 교재 제작, 각종 기자재 확보와 활용 등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하여 음악 교육과정의 재구성이 가능하다.

<1인 1기 음악 연주>

3학년 정보과학 – 개별 과제 부여를 통한 맞춤형 교육

당곡고는 1학년 때 정보 교과를 공통으로 수강하고 2학년 1학기에는 프로그래밍, 2학기에는 자료구조, 3학년에는 정보과학 수업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보 과목의 특성상 대학교 학부 수준의 전문적인 지식까지 다룰 수 있어 학생들의 수준과 교과 수업 시수를 고려하여 수업을 재구성할 필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프로그래밍 수업에서는 수업이 시작되는 3월은 미세먼지가 이슈가 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아침마다 확인하는 미세먼지 농도 정보를 수집하고 단계별로 분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공통주제로 하여 모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했다. 학습자별 능력과 흥미의 개인차가 존재하기에 중간고사 이후에는 개별 과제를 부과하여 주당 3시간의 수업 중 1시간씩은 개인 과제물을 수행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과제물을 산출하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상대평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진로 선택과목들에서는 개별 과제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맞춤형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공통 과제를 선정할 때에는 학습자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과제물을 설정하는 것이 학생의 만족도와 수업의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2학년 심화 국어 –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유의미한 학습 경험, 수업-평가 실행

수업이 성공하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학생들이 성취 기준을 달성했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교과의 목표, 그리고 수업의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수업-평가를 설계하는 것이 수업의 기본이다. ‘심화 국어’와 같은 진로 선택 과목들은 수업-평가를 설계하는 데 교사의 더욱더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당곡고의 ‘심화 국어’ 수업은 학문 분야에서 학습과 연구를 하는 데 필요한 고급 수준의 국어 사용 능력을 기르기 위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한 수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비판적 읽기와 쓰기, 인권 보고서 쓰기, 토론하기, 독서 기반 인터뷰 보고서 쓰기, 생태전환 프로젝트, 시·노래 분류하여 평론하기 등 학생 수준과 수업 현실을 고려하여 학습 내용과 분량을 덜고 더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성취기준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

모든 수업은 서로의 생각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기회를 갖는 수업, 참여와 협력을 통한 배움이 중심이 되는 수업, 삶의 다양한 맥락과 연결시키는 수업으로 디자인되어 있으며, 수업 전체 과정에서 평가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그리고 수행과제별 구체적인 평가 요소와 평가 기준을 포함한 채점기준표를 제시하여 학생들이 수업 활동의 위계성이나 자신에게 기대되는 수행 수준들을 파악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있다. 채점기준표에 학생들이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구체적인 수행 내용과 수행 수준이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의 수행을 스스로 점검해 보면서 결과적으로는 완성도 높은 수행과제를 달성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심화 국어 생태전환 프로젝트>

<심화 국어 독서기반 인터뷰 보고서 쓰기 >

실질적으로 신학기 교과 지도 및 평가를 계획하는 2월과 실제로 학생들을 만나 학습자 요인을 파악하는 데에 존재하는 시차는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수업을 준비하는 데 큰 장애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당곡고는 언제든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분위기와 교사가 생각하는 어떠한 형태의 수업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교육환경과 기자재, 그리고 한정된 교실 안의 자원이 아니라 학교 전체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는 학교이다. 이를 밑바탕으로 교사들은 학교와 학생 여건에 맞도록 전문성을 발휘하여 교육과정을 수정·개발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