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칼럼2022 겨울호(249호)

미래를 주도하는 생각의 힘

이양순(서울특별시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지난 7월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Fields medal)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는 수상 비결을 알려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깊이 생각하며 답을 찾는 노력을 한 것’이 그 비결이라고 말하였다. 즉 성과의 차이를 가져오는 핵심 키워드로 질문과 생각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체로 생각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고민 없이 빨리 결정하려고 하는 인지적 구두쇠의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을 열어가는 것은 바로 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다.

지식 정보화 시대를 거치며 어떻게 하면 질문과 생각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알고 있는 지식을 늘리는 손쉬운 길을 택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스스로 반문해 볼 일이다.

미래를 여는 미래 교육

사회의 변화는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20세기 중반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으로 촉발된 3차 산업혁명은 1990년에 등장한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을 계기로 가속화되었고, 우리나라도 ‘5·31 교육 개혁안(1995)’을 통해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고자 하였다.

당시에 문명사적 전환을 가져온 사건으로 ‘정보화와 세계화’를 규정한 점은 오늘날 미래 교육을 논의할 때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을 내세우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2021년 4월 교육부가 발표한 ‘국민과 함께하는 미래형 교육과정 추진 계획’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 기술의 발전 및 미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변화 대응력을 갖춘 인재 확보가 더욱 긴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바꾸어 나갈 세상은 무서울 정도로 크고 변화무쌍하여 예측 자체가 무척 어렵다. 인공지능은 어디선가 본 듯한 글이나 그림, 노래 등을 사람보다 1,000배 이상 더 잘 만들 수 있고, 수많은 데이터를 순식간에 검토해서 의사보다 빠르게 최적의 치료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제 인간이 인공지능의 정보 재생 능력을 따라가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방식대로 더 많이 더 열심히 공부해서 인공지능을 이기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게 되었다.

결국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육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산업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그에 대한 대응책을 교육에서 찾았던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이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이 변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미래를 주도하는 생각 교육

서울특별시교육청은 ‘다양성이 꽃피는 공존의 혁신미래교육’을 위해 3기 서울교육지표를 ‘생각이 자라는 교실, 함께 성장하는 학교, 미래를 여는 교육’으로 새롭게 명명하였다. 이는 1, 2기의 지표인 ‘질문 있는 교실, 우정이 있는 학교, 삶을 가꾸는 교육’을 미래 교육의 연장선 상에서 발전적 방향으로 보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이 자라는 교실’은 학습자의 주도성에 기반하여 배움과 삶을 일치시켜 나가며, 학생 중심 교육을 실천하는 교실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결국 ‘생각이 자라는 교실’은 ‘질문이 있는 교실’의 연장선 상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함께 성장하는 학교’는 더불어 학습하고 함께 성장하는 교육공동체와 학교를 둘러싼 교육생태계를 의미한다.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하는 미래 사회는 ‘혼자 생각하는 힘’보다 ‘함께 생각하는 힘’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함께 성장하는 교육’도 ‘우정이 있는 학교’와 마찬가지로 협력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미래를 여는 교육’은 아이들이 창의력과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모든 가능성을 열고,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힘쓰는 교육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래를 여는 교육’도 ‘삶을 가꾸는 교육’을 보다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연과 문명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문명은 인간이 생존의 양과 질을 증가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이다. 결국 문명은 질문과 생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결과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명은 질문과 생각의 결과임에도 우리 교육은 여전히 입력된 지식을 원래의 형태에 가깝게 대답해내기를 요구하는 정답 교육에 머물러 있다. 지금의 교육 현실은 인간이 이미 만들어놓은 지식을 끊임없이 암기하고 평가하여 이를 토대로 인간을 서열화하고 있다.

입력된 지식을 그대로 뱉어내는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정해진 대답을 요구하는 정답 교육이 아닌 질문 교육, 생각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산업혁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변화하는 미래에 대비하지 않으면 인류는 문명을 발전시키기는커녕 지금까지 쌓아왔던 문명을 유지하기도 힘들 것이다.

자연·문명·인간의 공존

2020년 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2030년의 세계’가 마주하게 될 가장 시급한 도전으로 기후 변화와 생물의 다양성 손실을 꼽았다. 앞으로 인류가 혁신적인 문명 발전을 이루더라도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인류사에 질적인 문명의 발전을 도모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어쩌면 미래를 대비하라는 자연의 마지막 신호일지 모른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은 인류의 삶과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과 문명 그리고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교육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의 일상을 파고든 코로나19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우리의 변화를 촉구하며, 교육의 혁신을 앞당기는 변곡점 역할을 하고 있다.

기후 위기와 신종 감염병의 등장 등, 복합적인 재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제도와 관행, 생활방식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교육도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하고, 학생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로 인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자연을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면서도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존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문명이 발전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우수한 바보와 대체 불가능한 인간

모든 사람이 정답이 정해진 문제에 몰두하고 같은 방식으로만 생각한다면, 우리가 미래 사회를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람마다 고유의 장점이 있고, 저마다 다양한 빛깔의 열정이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해 공동의 문제와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을 때 독자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인간, 미래를 주도하는 인간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답만을 찾는 우수한 바보로는 미래 사회를 주도해 나갈 수 없다. 똑같은 질문에 누가 먼저 대답하는지, 누가 많이 대답하는지, 누가더 실수하지 않고 대답하는지를 겨루는 경쟁방식의 평가로는 결코 미래 사회를 주도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를 맞닥뜨려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도전적이고 주체적이며 변혁적 인재가 미래 사회를 주도해 나갈 수 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인간을 만들어야 한다. 대체 불가능한 인간이란 다른 사람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결국 미래를 여는 인재는 대답하는 인재가 아니라 질문하고 생각하는 인재이다. 대체 불가능한 인간,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 시대가 요구하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미래교육이 지향하는 인간상일 것이다.

참고문헌
• 최진석(2018), 탁월한 사유의 시선, 21세기북스.
• 정은식 외(2021), 교사를 위한 미래교육 안내서, 우리학교.
• 서울교육중기발전계획위원회 최종보고서: 서울미래교육 2030, 서울특별시교육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