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0 가을호(240호)

블렌디드 러닝 수업과 평가의 변화

김현섭 (수업디자인연구소, 소장)

1. 코로나가 우리 교육계에 미친 영향

2019년 5월 현직 교사 유튜버 참여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1 당시 교육 공무원의 겸직 위반이라는 입장과 개인의 자유라는 입장이 충돌되어 논의되다가 나중에 교육부에서 관련 복무 지침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온라인 수업으로 인하여 모든 교사들이 유튜버화(?)가 된 현상이 나타났다. 2019년만 하더라도 2020년 모든 학교가 온라인 수업과 블렌디드 러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2020년 4월 9일부터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이루어졌다. 등교 수업은 5월 20일 고3부터 순차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그 과정에서 학교들은 학사 일정을 조정하고 학교 방역을 실시했고,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느라 부산했다. 교사들은 짧은 시간 안에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학생들은 홈스쿨링 경험을 하게 되었고, 부모들은 가정에서 자녀들의 학습 지도에 대하여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다.
많은 학교들이 온라인 수업을 임시 방편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주로 ebs 콘텐츠 활용형 수업이나 과제제시형 수업으로 진행하였으나, 코로나19 문제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러한 온라인 수업 유형의 문제점들이 대두되었다. 학교마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다양한 운영과 교사의 수업 격차, 학생들의 학습 격차가 발생하였다. 어떤 교사는 밤 늦게까지 수업콘텐츠를 제작하거나 학생들에 대한 피드백을 하느라 소진되기도 했지만 어떤 경우는 ebs 동영상 링크를 걸고 수강 여부만 확인하여 출석 체크 정도로 진행하였다. 예컨대, 어떤 학교는 3월부터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을 했고, 블렌디드 러닝 상황에서 한 반을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구분하여 플립 러닝을 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어떤 학교는 ebs 콘텐츠 활용형 수업과 과제제시형 수업으로만 운영하고 학생들에 대한 개별적인 피드백이 충분하지 않아 학부모들로부터 불만을 사기도 했다. 온라인 수업 환경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격차가 커지기 쉬운데, 상위권 학생에 비해 피드백이 필요한 중하위권 학생에게 불리한 구조이다.
지금까지 교육청의 혁신교육 정책도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수업에서는 수업자와 평가자의 분리로 인하여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가 잘 진행되기 힘들다.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모둠 활동 등 학생 참여 수업이 쉽지 않고, 일제학습과 개별학습으로만 수업을 할 수밖에 없기에 ‘질문이 있는 교실’이나 ‘배움중심수업’이 교실에서 구현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특히 온라인 수업에서는 과정중심평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근 교육청에서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 사업을 정비하고 온라인 수업과 블렌디드 러닝 체제 전환을 위한 지원 정책으로 전환하였다.2

2. 온라인 수업을 성찰하다

가. 온라인 수업의 장단점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 학생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문제처럼 비대면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안전하게 수업할 수 있다.
둘째, 언제 어디서나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학습자가 원하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고, 일정의 조절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스마트 디바이스를 가지고 있으면 가정이나 야외에서도 학습할 수 있고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
셋째, 교실 벽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학급이나 학교와도 함께 학습할 수 있다. 지구 반대편 교실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협동 학습을 할 수 있다.
넷째, 상시 공개 수업이 이루어지기에 교사들의 수업 기획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교사 입장에서는 상시 공개 수업이라서 부담은 되지만 그러기에 어느 정도 긴장감을 가지고 수업에 임할 수 있다.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수업 준비할 것이 많고, 그에 따라 수업 기획력이 향상될 수 있다.
다섯째, 온라인 수업 준비를 위해 자연스럽게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생겼다. 오프라인 수업을 하다가 갑자기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동료 교사들끼리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여섯째, 고교 학점제 수업 시 재수강 보충수업이 필요한 경우, 방과 후나 방학 중에 수업 수강이 가능해질 수 있다. 소인수 과목 의 경우, 온라인 과목으로 개설이 가능하다. 온라인 과목 운영은 작은 학교나 시골 학교 등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일곱째, 학교 밖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외부 전문 강사를 일부 초빙하여 운영할 수 있고, 한번 제작하면 나중에 다시 활용하기 쉬우므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여덟째, 에듀테크(Edu-Tech)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ICT 수업이나 스마트 수업 등 새로운 형태의 수업이 학교 현장에 자리잡게 되었다. 예전부터 ICT 수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하여 일반 학교에 전면적으로 확산되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코로나 문제로 인한 온라인 수업 도입은 보조 수단이 아니라 대체 수업 형태로 자리 잡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의 문제점들도 있다.
첫째, 인성 및 사회성 교육을 하는 데 있어서 한계가 있다. 온라인 수업은 인지적 영역, 지식과 이해 등 저차원적 사고 개발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치와 덕목을 다루기 힘들고, 정서적 영역과 실천적 영역에는 접근이 어렵다.
둘째, 생활 지도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 온라인 상의 상호 작용만으로는 여러 가지 학생 생활 지도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스마트기기과 의존 현상과 게임 중독 문제 등 새로운 온라인 문제가 더해지고 있다.
셋째, 온라인 수업이 학습 효과를 거두려면 개별 맞춤형 지도와 피드백 구축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사가 다수의 학생 들을 온라인 상 개별 지도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넷째, 음·미·체 과목이나 전문 교과 등 실습이 중심인 과목인 경우, 보여주기는 가능하지만 실습은 불가능하기에 교과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 보는 것과 실제 해보는 것은 많이 다르다.
다섯째,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경우, 온라인 수업 으로 접근하기 힘들다. 한글을 모르고, 스마트 디바이스를 다루기 힘든 어린 학생들의 경우, 부모의 도움없이 혼자서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기 힘들다.
여섯째, 온라인 수업 체제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예산 문제와 기술적인 문제들이 있다. 온라인 수업 체제 구축과 유지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보안이나 초상권 문제, 저작권 문제 등이 있다.

나. 온라인 수업 유형 분석

온라인 수업은 실시간 쌍방향형, 콘텐츠 활용형, 과제제시형으로 유형화 할 수 있으며, 콘텐츠 활용형은 교사가 직접 수업 동영상을 제작하는 교사 콘텐츠 활용형과 ebs등의 외부 전문 콘텐츠 활용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각각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온라인 수업 유형은 무엇인가?

학생들의 학습 효과가 높은 온라인 수업 유형을 파악하려면 먼저 3가지 요소를 이해해야 한다. 교사의 실재감과 학생 참여, 그리고 피드백이 살아있어야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교사의 실재감
대면 수업과 달리 온라인 수업은 매체 특성상 교사의 실재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교사의 실재감이란 ‘학생이 선생님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느끼고, 학생이 그 속에 속해 있다고 느껴서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즉, 수업 속 교사의 존재감을 말한다. 수업과 성장연구소에서는 교사의 실재감을 교사와 학생 간의 연결되는 관계 만들기, 존재감 나타내기, 수업의 흐름을 이끌어가기, 피드백하기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3 온라인 수업에서도 오프라인 수업처럼 교사와 학생 간에 의미있게 연결되는 인격적인 관계가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의 존재감은 수업을 준비하고 설계하고 촉진하는 교육적 의도를 가진 존재로 교사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수업의 기획자와 진행자로서 온라인 수업에서도 교사가 수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실재감이 높을수록 학습 효과가 뛰어날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과제 수행 정도에 따라 맞춤형 피드백이 수시로 이루어져야 한다.

◇ 학생 참여 정도
학생들이 흥미있게 수업에 참여하도록 해야 학습 효과가 높다. 그런데 강의식 수업 방식에 근거한 ‘인강’ 스타일의 수업은 상위권 학생, 청각형, 시각형 학습자들에게는 유리한 수업 방식이다. 하지만 중하위권 학생, 체험형 학습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수업 방식이다. 모든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재미와 흥미를 추구한 수업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예컨대,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 시 실시간 댓글을 올린다든지, 다양한 질의 응답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 콘텐츠 활용형 수업의 경우, 학생들이 재미있게 집중할 수 있도록 ppt, 동영상 등 다양한 학습 자료를 활용하여 제작하면 좋을 것이다. 과제제시형 수업의 경우, 학생들의 관심사와 연결된 주제로 과제를 구성하여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 학생 개별 맞춤형 피드백
학생들의 학습 수행 결과에 따라 적절한 학생 개별 맞춤형 피드백이 있어야 학습 효과가 좋다. 지금까지 온라인 수업은 주로 ‘인강’ 스타일로 지식 전달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온라인 수업 수강 여부를 확인하고 평가하며 그에 맞는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대면 수업의 보완재 역할 정도로만 여겼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이나 블렌디드 러닝 체제에서는 피드백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된다. 그런데 현재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피드백 현실은 교사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교사는 모든 과제를 일일이 확인하고 그에 따라 세심하게 피드백을 하여 밤늦게까지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교사는 과제 수행 여부만 확인하고, 과제 내용 확인과 피드백 없이 대충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교사가 피드백을 세밀하게 하면 업무 부담으로 인하여 소진될 수 있고, 피드백 없이 진행되면 학습 효과가 떨어진다. 그러므로 교사는 세밀하고 꼼꼼한 피드백과 피드백 없이 진행되는 두 양극단 사이에서 교과 특성이나 학생 수준과 특성에 맞는 적절한 피드백 방식을 찾아야 한다. 용두사미형 피드백 방식은 별로 좋은 피드백 방식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의미있는 피드백 방식을 창의적으로 개발하여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온라인 수업에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면 교사의 피드백에 대한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학습효과 문제와 현실적인 대안
교사의 실재감을 기준으로 온라인 수업 유형을 평가해 보면 실 시간 쌍방향형 > 교사 콘텐츠 활용형 > ebs 콘텐츠 활용형 > 과제 제시형 수업이 될 것이다. 학생 참여 정도에 따라 온라인 수업 유형을 평가하면 실시간 쌍방향형, 과제제시형 > 교사 콘텐츠 활용 형, ebs 콘텐츠 활용형이다. 피드백 관점에서 평가하면 실시간 쌍 방향형, 과제제시형 > 교사 콘텐츠 활용형, ebs 콘텐츠 활용형이다. 그러므로 가장 이상적인 온라인 수업 유형은 교사의 실재감이 높은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간단하게 평가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데, 어떤 모델보다 해당 모델을 어떻게 교사가 활용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이라고 해도 교사가 강의식 설명법으로만 진행된다면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 측면에서 차선적인 방안을 모색한다면 ‘교사 콘텐츠 활용형 수업 + 과제제시형 수업 + 피드백’이다.

교사 콘텐츠 활용형 수업 + 과제제시형 수업 + 피드백

즉, 한 가지 수업 유형이라기보다 여러 가지 수업 모델의 장점을 결합한 복합형 유형이 좋다는 것이다.

라. 창의적인 온라인 수업 모형 탐색

이제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온라인 수업모형을 개발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한데, 첫째는 대면 수업에서 검증된 수업 모형을 온라인 수업에서도 구현하는 것이고, 둘째는 온라인 수업만 가능한 수업 모형을 새롭게 개발하는 것이다.

◇ 대면 수업에서 검증된 모형을 온라인 수업으로 구현하기
학생 참여 수업이자 미래형 수업으로 제시할 수 있는 수업 모형은 협동학습, 하브루타 수업, 토의토론 수업, 문제중심(PBL, problem-based learning) 수업, 프로젝트 기반(PBL, project based learning) 수업 등이 있다. 이러한 수업 모형은 온라인 수업에서도 구현이 가능하다.
예컨대, 하브루타 수업의 경우, 온라인 수업 도입 단계에서 질문 중심 하브루타 모형에 따라 학습 주제에 대하여 학생들의 자유 질문을 작성하여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 시 채팅창에 올릴 수 있다. 수업 이후 학습 내용을 토대로 학생들이 직접 퀴즈 문제를 작성하여 다른 학생들이 만든 퀴즈를 풀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또한 학습한 내용에 대하여 자유 질문 3가지를 쓰고, 대표 질문 1가지를 선택하고 그 질문에 대한 자기 생각을 기록하여 과제제시형 수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
토의토론 수업의 경우, 교사가 온라인 학습플랫폼에 토의토론 주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올려놓고 다른 학생들의 의견에 댓글 형태로 반론을 제시할 수 있다.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의 경우, 실제 토의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 이때, ZOOM의 소회의실 기능을 활용하면 모둠별 토의도 가능하다.

◇ 온라인 수업만 가능한 창의적인 수업 모형 개발하기
대표적인 온라인 수업 모형은 가상체험 학습, 디지털위성지도 활용수업, 온라인 협동학습, 코딩수업 등이 있다.
이러한 기존 온라인 수업 모형 외에 최근 학교 현장에서 창의적인 온라인 수업 모형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최근 현직 교사가 개발하여 많은 선생님들에게 인기가 있는 수업 모형이 구글 설문지를 활용한 ‘온라인 방탈출 게임’이다.4많은 교사들이 구글 설문지를 활용하여 학습지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학생들의 반응에 대하여 엑셀 파일 형태로 자동 관리해 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면 놀이 활동인 온라인 방탈출 게임에서 힌트를 얻어 구글 설문지 항목별 링크 기능을 활용하여 복습 활동으로서 방탈출 게임을 구현했다. 예컨대, 복습 퀴즈 문제가 5문제라면 대개 순차적으로 문제를 풀고, 틀리면 다시 재도전하거나 그냥 넘어가는데, 온라인 방탈출 게임에서는 4번 문제를 틀리면 다시 4번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맨처음 1번 문제를 풀도록 하였다. 그래서 문제를 1개라도 틀리면 빠져나올 수 없도록 고안한 퀴즈 게임이다. 게임 요소가 있고, 반복 학습을 유도하는 완전학습 요소가 있기에 재미와 학습을 동시에 추구하는 수업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3. 블렌디드 러닝으로 교육과정의 상상 날개를 달 수 있을까?

가. 블렌디드 러닝의 이해

블렌디드 러닝이란 혼합형 학습으로 두 가지 이상의 학습 방법을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학습을 말한다. 대개 대면 수업(등교 수 업)과 온라인 수업을 결합한 수업 형태를 말한다. 즉, 칵테일처럼 온라인 수업과 면대면 수업을 혼합한 수업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수업은 대면 수업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면 수업의 장점을 온전히 온라인 수업이 구현할 수 없다. 그래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된 것이다. 블렌디드 러닝의 유형에는 순환 모델, 플렉스 모델, 알라카르테 모델, 가상학습 강화 모델 등이 있다.5

◇ 순환 모델
순환 모델은 교사의 통제에 따라 면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정해진 시간에 따라 운영하는 방식으로서 기존 대면 수업 입장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구현하기 좋은 것을 수용한 형태이다. 순환 모델 중 대표적인 것이 가정에서 온라인 학습을 하고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통해 지식을 익히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거꾸로 교실)’이다.

◇ 플렉스 모델
플렉스 모델은 방송통신고등학교처럼 기본적으로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지만 온라인 방식으로 하기 힘든 체육대회, 입학식, 각종 행사, 시험 등을 대면 활동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 알라카르테 모델
원래 알라카르테는 일종의 일품요리를 말하는 것으로 알라카르테 모델은 학생이 일반 학교를 다니면서 대면 수업에 참여하지만 선택 과목 등 일부 과목은 온라인 과목으로만 개설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 가상학습 강화 모델
가상학습 강화 모델은 필수 과목 등 일부 수업시간만 대면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것으로서 주 2-3회 출석 수업을 하거나 오전이나 오후만 나와 출석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비중이 플렉스 모델과 알라카르테 모델의 중간적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나. 블렌디드 러닝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들

현재 블렌디드 러닝 체제는 방역 차원에서 도입되다 보니 원래 블렌디드 러닝 방식대로 운영하기 힘들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학생 간 상호 접촉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블렌디드 러닝은 한계가 있다. 예컨대, 플립러닝(거꾸로 교실)의 경우, 방역 원칙을 지키면서 학생 상호 간 대면 활동을 시도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학교 출석 상황에서 대면 수업은 수행평가나 복습 활동을 요점 정리 수준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 시간, 그리고 사교육에서 대면 활동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학교 수업에서만 비대면 활동을 강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는가 하는 질문이 생긴다. 방역 차원에서 블렌디드 러닝이 도입되다 보니 불가피하게 진행되고 있는 파행적인 교육과정과 수업 운영의 현실을 그럴듯한 용어로 포장한 느낌이 강하다. 제대로 된 블렌디드 러닝을 하려고 한다면 온라인 수업에서 할 수 없는 실기, 실습, 고차원적 사고 활동, 개별 피드백 및 평가 등을 대면 수업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습과 방역 사이의 딜레마 속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 현재 우리 교육의 과제이다. 코로나19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다 해도 이미 도입된 온라인 수업이나 블렌디드 러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온라인 수업과 블렌디드 러닝이 우리 교육을 한층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 블렌디드 러닝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키우기

블렌디드 러닝은 단순한 수업 방법의 혁신 차원이 아니라 교육과정 재구성을 넘어 교육과정을 디자인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다.
S고교의 경우, 알라카르테 모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작은 규모의 학교이다보니 선택과목 중 소인수 과목의 경우, 학생들이 온라인 강좌(주로 EBS 콘텐츠)를 수강하고 해당 과목 교사가 학습코칭 방식으로 학습 상태를 점검하고 피드백 후 평가를 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대면 수업과 비교하여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학습 효과도 좋았다. 적은 수의 교사로 다양한 학생들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M고교의 경우, 전체 교육과정의 1/3은 전통적인 대면 과목, 1/3은 프로젝트 기반 (PBL) 수업, 1/3은 온라인 강좌(교사 자체 제작 콘텐츠와 EBS 콘텐츠)와 학습코칭 수업으로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즉, 1/3 정도의 과목은 학생들이 자기 희망 과목을 온라인 과목으로 수강하고 해당 교과 교사는 피드백과 평가를 하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방식을 채택했기에 전체 학생수가 100명이 되지 않지만 250개가 넘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여 고교학점제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었다.
블렌디드 러닝 체제는 일반 학교에서도 교육과정과 수업 운영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온라인 수업은 대면 수업을 전제로 한 기존 수업 시수를 줄일 수 있고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에서 다루는 학습 주제와 방식이 각기 달라야 의미가 있으므로 이에 따른 교육과정 디자인이 이루어져야 한다. 온라인 수업에서 지식과 이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대면 수업에서는 프로젝트 기반(PBL) 수업 등 다양한 대면 활동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 다. 고교학점제 수업 시 재수강 과목의 경우 보충수업이 가능하고, 소인수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 있다. 블렌디드 러닝 방식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과감하게 운영 한다면 주 1-2회는 등교 수업 대신 가정에서 오전에 온라인 학습, 오후에는 현장 체험 활동을 하고 이를 학점으로 인정할 수 있다. 즉, 창의적이고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해질 수 있다.
미래 교육 담론에서 학습공원과 학습 조직 네트워크 개념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블렌디드 러닝은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6우리가 블렌디드 러닝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학교 교육과정 운영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4. 온라인 수업과 블렌디드 러닝에서의 평가 문제

가. 현재 온라인 수업과 블렌디드 러닝에서 평가의 실태와 문제점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관점에서 평가의 기본 접근은 교육과정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수업한 것을 그대로 평가하면 된다. 즉, 대면 수업을 했다면 대면 수업에 맞는 기존 평가 방식으로 진행하면 되고, 온라인 수업을 했다면 온라인 수업에 맞는 평가를 하면 된다.
그런데 2020년 1학기 경우, 체계적인 준비없이 갑자기 온라인 수업이 전격 도입되었고, 처음에는 온라인 수업을 임시방편적 수업이라고 여겼기에 학교에서도 온라인 수업에서 평가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교육부에서도 평가의 신뢰성, 객관성, 안전성이 확보되기 어려운 상태에서 온라인 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즉, 현재 상황에서는 부정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들도 사이버 강의 형태로 진행하였고, 많은 대학들이 온라인 평가를 실시했는데, 실제 일부 대학생들이 부정 행위를 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기도 했다.
생활 방역 단계로 전환되면서 블렌디드 러닝 체제가 되었다. 블렌디드 중 대면 수업 시 그동안 미루어왔던 수행평가나 지필고사를 치렀다. 일부 학교들은 중간고사를 보지 않고, 수행평가와 기말고사를 진행하였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등교 수업 시 복습이나 수행평가, 지필고사를 진행하다보니 학교생활이 예전보다 즐겁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중하위권 학생 입장에서는 배운 것은 별로 없는데, 시험만 보게 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일부 학교들의 중간고사 성적을 분석한 결과 많은 중위권 학생들이 하향화되어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들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7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는 과정 중심 평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교사가 학습의 과정을 교실에서 확인하고 피드백을 할 수 있어야 과정 중심 평가가 가능하지만 현재의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는 학습의 과정을 확인하고 피드백하기가 힘들다. 그러다보니 2020년 1학기 평가는 결국 결과 중심 평가로 진행되었다.
온라인 수업 특성상 지식과 이해를 주로 다루다보니 적용, 분석, 종합, 평가, 실기, 실습 평가는 현실적으로 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만약 지식과 이해에 초점을 둔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고 나서 적용, 분석, 종합, 평가, 실기, 실습 평가를 한다면 평가의 신뢰성, 객관성 등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 기말고사나 모의 고사 평가에서는 이러한 영역의 문제들이 출제되었다. 그러다보니 자기주도성이 있고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위권 학생들은 유리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나. 미래형 평가 방안 관점에서 블렌디드 평가의 개선 방안

온라인 수업이나 블렌디드 수업 상황에서도 평가 혁신의 원칙을 지켜가야 한다. 미래형 수업의 평가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자기가 선택한 대안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평가 혁신의 방향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 객관식 평가에서 수행평가 중심으로!
  •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분리에서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로!
  • 단답형 지필 평가(기존 지식 습득 여부 확인)에서 논서술형 평가 (자기 생각 표현하기)로!
  • 지식 중심 평가(아는 것)에서 역량 중심 평가(할 수 있는 것)로!
  • 결과 중심 평가에서 과정 중심 평가로!
  • 경쟁학습 평가에서 협동학습 평가로!
  • 선발 중심 평가에서 성장 중심 평가로!
  • 교사 개인 중심 평가에서 집단 지성 중심 평가로!
  • 논·서술형 평가와 수행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평가 신뢰성, 전문성 확보하기)

온전한 블렌디드 평가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평가 혁신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먼저 온라인 수업 활동에 따른 평가 방안을 개발하여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평가는 대면 수업에 맞게 개발된 평가 방법들이다. 그러므로 온라인 수업의 특성을 반영한 평가 방안이 새롭게 개발될 필요가 있다. 즉, 과정적 지식으로써 온라인 도구 활용 역량이 평가에 일부 반영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특성을 반영한 평가 방안이 병행 실시되어야 한다.
둘째,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측면에서 온라인 수업 활동의 결과물을 일부 수행 평가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의 경우, 학생들의 의견을 댓글로 달게 하고 이를 수행평가 수업 태도 점수에 반영할 수 있으면 좋다. 온라인 토의·토론 시 과정 중심 평가를 실시하여 토의·토론 의 참여 내용이나 횟수를 기록하여 수행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 하브루타 온라인 수업 시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자유 질문들을 만들고 대표 질문을 정해 자기 생각을 기록하도록 하고 이를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 즉, 부정행위가 일어날 수 없는 수행 평가 방안을 개발하여 운영하면 좋다는 것이다. 주로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했는데, 평가는 대면 수업 내용이나 온라인 수업과 상관없는 평가를 실시한다면 문제가 있다.
셋째, 현행 지필고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온라인 수업의 평가를 금지하는 이유는 부정행위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하나의 정답이 있는 지필고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양한 해답을 모색하는 논·서술형 평가 문항을 제시한다면 부정행위의 가능성이 사라지게 된다. 다음의 평가 문항을 살펴보자.

  • 중앙일보. 2019.5.29. 달지쌤, 우동쌤, 몽당분필 등 현직 교사 중 인기 유튜버가 두각을 드러냈다.
  •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소규모 조직개편을 통해 원격교육을 신설하였다.
  • 신을진, ‘온라인수업과 교사 실재감’, “코로나19가 우리교육에 남긴 것”, 좋은교사운동 토론회 자료집
  • 김정식 수석교사가 개발한 수업 모형이다. 세부적인 것은 개인 블로그(https:// sciencelove.com)를 살펴보면 좋다.
  • 마이클 혼 외, 정혁 외 역(2017), “블렌디드”, 에듀니티
  • 학습공원이란 벨기에의 ‘Learning and Redesign Lab’에서 소개한 미래 학교의 형태로 지역 사회와 통합되어 연령과 관계없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에게 배우는 학교를 말한다. 학습 조직 네트워크란 학습 소모임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유연하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김현섭·장슬기(2019), “미래형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수업디자인연구소
  • 중앙일보, 2020.7.21
  • 김나윤, 강유경(2020), “국제 바칼로레아, IB가 정답이다”, 라온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