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2 여름호(247호)

[사회현안 프로젝트 수업]
함께 만들어가는 나비 효과,
사회현안 프로젝트를 통해
멋진 지구인 되기

박윤경(길음중학교, 교사)

1. 일상 속 언행불일치

평소 수업 시간에 사용하는 학습지 좌측 머리말에 ‘생각하고 실천하는 도덕 수업’이라고 적어놓는다. 다른 교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도덕 교과는 ‘지행합일(知行合一)’, 알고 있는 지식을 실천으로 이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구야 미안해’라고 하면서도 종이를 낭비하고 점심시간에 잔반을 양껏 남기는 학생들을 보며 도덕 교사로서 일상 속 언행불일치에 대한 씁쓸함을 마음속 한편에 늘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가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면서도 왜 그걸 해결하려 노력하지 않을까. 그렇게 새 학기가 시작되고 학생들과 의미 있는 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같은 뜻을 가진 과학과 공진주, 임달님 선생님과 사회현안 프로젝트 학습에 참여하게 되었다. 사회현안 프로젝트에서 다룰 도덕 교과 단원은 ‘세계시민 윤리’로 정했다. 해당 단원 성취기준을 달성하면 언행불일치에 대한 씁쓸함이 해소될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현안을 중심으로 지구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도덕 문제를 인식하기 위한 인지적 영역의 수업, 문제 해결 방법을 직접 실천할 수 있는 행동적 영역의 수업을 각각 설계했다. 돌이켜보니 수업 시간에 도덕적 지식을 전달했어도 그 지식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연습 기회를 제공하진 않았다. 다른 교과에 ‘연습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번 프로젝트 수업이 부디 학생들에게 알고 있는 지식을 잘 실천할 수 있는 ‘연습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랐다.

2. 주제 및 사회현안 선정 이유

‘세계시민 윤리’라는 큰 틀을 정했으니 중심 주제를 정해야 했다. 학생들과 함께 다루어보고 싶은 다양한 사회현안 가운데 ‘기후환경 문제’를 중심 주제로 선정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녹고 있는 빙하 위에 위태로워 보이는 북극곰, 코에 빨대가 꽂힌 거북이의 사진을 보고 측은지심을 느끼는 것도 잠시,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일상을 살아간다. 환경오염이 심각하고 기후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 공익 광고에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광고해도 그때뿐, 창밖을 보면 어제와 다를 것 없는 똑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어쩌면 환경오염, 기후변화가 당장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이 문제를 안일하게 생각하고,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지금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히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키리바시라는 작은 섬나라는 해수면이 높아져 침몰될 위기에 놓여있고 이에 키리바시 정부는 국민들의 대규모 이주 정책을 내놓고 있다.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이 낮아져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손을 씻을 물조차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각하지 못하지만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의 영향권 안에 있다. 주로 여름 태풍이 오는 우리나라에 때 아닌 가을 태풍이 자주 찾아오는 것 역시 기후변화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방치한다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기후환경 문제 해결은 ‘전 세계인이 함께하는 팀 플레이(Team Play)’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기후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선 개개인이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세계시민의식과 더불어 일상생활에서 능동적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실천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에 학생들이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지구촌의 일원이 될 수 있길 기대하며 기후환경 문제를 중심 주제로 선정했다.

3. 길음 그린 리더십 프로젝트(GGLP) 차시별 수업 계획

기후환경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설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진 길음인이 되어보자는 목표를 설정하고 프로젝트 이름을 ‘길음 그린 리더십 프로젝트(GGLP)’라고 정했다. 기후환경 문제라는 하나의 주제로 도덕·과학과의 융합 수업을 설계했는데, 융합 지점을 찾기 위해 선생님들과 여러 번의 협의를 거쳐 방향을 잡았다. 과학 교과에서는 기후변화로 비롯된 문제인 지구 온난화, 물 부족 문제 등의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는 수업을 설계했다. 뒤이어 도덕 교과에서는 우리가 왜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성과 문제 해결 방법을 모색하고 직접 실천하는 방향으로 수업을 설계했다.

[프로젝트 수업의 도덕과 전체 계획]

1차시는 프로젝트 안내 시간으로 계획했다. 프로젝트의 전체 흐름을 안내하고 기후환경 문제를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2차시에는 교과서 내용을 토대로 세계시민이 직면한 도덕 문제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다졌다. 우리가 왜 바람직한 세계시민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왜 사회현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학생들과 함께 고민했다. 프로젝트 중심 주제인 기후환경 문제 외에 절대빈곤, 전쟁, 미세먼지, 전염병, 아동노동 등도 세계시민들의 관심을 기다리는 사회현안임을 분명히 했다.

<1~2차시 학생 활동지>

세계시민으로서 기후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활용한 도서는 『오늘부터 나는 세계시민입니다』(공윤희·윤예림, 2019)이다. 도덕과 연수 모임에서 추천받은 책인데, 세계시민으로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다양한 주제들이 담겨있다. 특히 3월 8일 여성의 날, 3월 22일 세계 물의 날, 4월 22일 지구의 날 등 UN에서 공식 지정한 국제 기념일 순서대로 목차가 나열된 부분이 인상적이다. 꼭 기후환경 문제와 관련된 주제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이 있는 선생님들께 추천해드리고 싶다.

기후환경과 관련 있는 목차들을 1차 선정했고, 그중 학생들이 읽고 싶어 하는 목차 3개를 정해 발췌독 했다. 학생들은 3~4차시 동안 해당 부분을 읽고 독서기록장을 작성했다. 물론 독서기록장을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좀 더 의욕적으로 지식을 습득하며 책을 읽고 모둠별로 협동심을 다졌으면 하는 마음에 오·나·세(『오늘부터 나는 세계시민입니다』) 독서 골든벨 수업을 설계했다. 별다른 우승 상품을 제시한 것도 아닌데 학생들이 생각보다 더 진심으로 참가해주어서 준비한 보람이 컸다. 책을 읽고 모둠원들과 함께 골든벨 문제를 풀며 기후환경 문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새로 알게 된 학생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과 함께 성취감을 느꼈다.

<3~4차시 학생 활동지>

<5차시 오·나·세 골든벨 활동>

그동안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세계시민임을 알고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곧 세계시민이 직면한 문제임을 자각하며 전 지구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 해결에 대한 필요성을 알게 되었으니 이젠 지행합일(知行合一), 행동으로 보여줄 차례다. 6~9차시 수업은 ‘모둠별 소프로젝트’라고 이름 짓고 학생들이 직접 모둠별로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했다. 모둠별 소프로젝트 진행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둠별로 기후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 방법을 선정하여 프로젝트 기획안을 작성한다. 둘째, 7일 동안 그 방법을 일상생활 속에서 직접 실천한다. 셋째, 실천 기간 중 ‘중간 점검 시간’에 프로젝트의 보완점을 생각해보고 각 모둠에서 실시 중인 프로젝트를 간단하게 소개한다. 넷째, 실천 기간 동안 어떤 실천 방법을 일상생활 속에서 적용했는지에 대한 실천 일지를 작성한다. 마지막으로, 실천 기간 7일이 지나면 반 전체 학생들과 5분 내외로 각 모둠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하고 상호 피드백 시간을 가진다.

<6~9차시 학생 활동지>

기후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 방법은 학생이 이미 알고 있는 방법, 『오늘부터 나는 세계시민입니다』에 제시되어 있는 방법, 정보 수집을 통해 알게 된 방법 등 중학생 수준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자유롭게 선정하도록 안내했다.

세계시민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는 만큼 학생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활동이 학교 밖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그러자 학생들은 유튜브에 캠페인 영상을 올리기도 하고, 실제로 인기 있는 유튜버에게 자신들이 만든 자료를 전달하기도 했으며, SNS를 개설하여 기후환경 문제 해결 방법을 담은 카드 뉴스를 올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했다. 조건을 제시하면서도 우리 학교 학생들이 정말 이것을 해낼 수 있을지 걱정했던 순간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걱정은 기우였다.

<모둠별 소프로젝트 학생 결과물>

<모둠별 소프로젝트 결과 발표 안내>

<모둠별 소프로젝트 결과 발표>

학생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도덕적 측면, 과학적 측면에서 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길 바라며 과학·도덕 교과가 공동 수행평가를 설계했다. 과학 시간에 먼저 수행평가를 위한 자료 조사 및 초안 작성을 시작했고, 최종 기사 작성은 과학·도덕 시간 상관없이 해당 차시의 교과 시간에 작성했다.

지구 온난화, 일본 오염수 방류, 환경 보호, 생물권 등의 주제를 학생들에게 보기로 제시하고 학생들은 해당 주제와 관련 있는 과학적·도덕적 요소에 대한 기사를 작성했다. 예를 들어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 선택했다면, 학생들은 지구 온난화가 어떻게 발생하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인 근거를 들어 과학적 측면에서 작성한다. 도덕적 측면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인권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세계시민으로서 우리가 지구 온난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작성한다.

수행 결과, 학생들은 과학적인 문제와 도덕적인 문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기후변화 및 환경문제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소감을 남겨주었다.

<학생들이 제작한 ‘세계시민 신문’>

4. 나비 효과를 기대하며

사회현안 프로젝트 수업은 세계시민교육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사실 처음 수업을 설계할 땐 막막했지만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니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자료 수집은 어렵지 않았다. 이미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고 도덕 교과 외 다른 교과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세계시민교육이 진행 중이었다. 특히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회현안 프로젝트 수업을 함께 준비했던 공진주, 임달님 선생님께 많은 도움을 받아 약 두 달 간 긴 호흡의 수업을 체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다.

학생 소감 중 ‘전부터 다양한 매체에서 환경오염의 심각성, 환경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었지만 실제로 그 심각성을 느끼고 모둠별 소프로젝트와 같이 직접 환경 보호를 실천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수업을 준비하며 했던 필자의 고민을 헛되지 않게 해주는 한 마디였다.

수업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며 우리의 프로젝트가 무의미하지 않음을 강조하기 위해 나비 효과를 소개했다. 학생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했던 고민과 실천들이 전 지구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작은 나비의 날갯짓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작은 행동들이 모이면 언젠가 태풍과 같은 가시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길음중학교 학생들이 사회현안 프로젝트 수업을 하며 느꼈던 생각과 문제 해결을 위해 했던 행동들을 잊지 않고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실현하는 멋진 지구인으로 살아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