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1 여름호 (243호)

생태전환, 학교교육으로 시작합니다

정지숙(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혁신과, 장학관)

Ⅰ. 어쩌다 기후 위기?

왜 1.5℃인가?

2020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해이다. 2016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가장 더운 해, 우리나라 중부 지역 장마 지속 기간이 우리나라 평균인 32일을 훌쩍 너머 54일로 기록된 해, 호주·미국·아마존 열대우림까지 산불이 극심했던 해. ‘일상(日常)이 된 이상(異常) 기후’는 대체 앞으로 얼마나 자주, 언제까지 지속되고, 어느 정도까지 가속화될까?

인간 활동은 산업화 이전 대비 현재 약 1℃(0.8~1.2℃)1 온난화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례 없는 전 지구적 기상이변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2) 총회에서 승인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1.5℃일 경우 극한 고온, 호우, 가뭄 등 자연재해가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지구온난화 2℃는 1.5℃에 비해 기후영향·빈곤 취약 인구가 최대 수억 명 증가하고, 육상 생태계 피해는 2배 이상 증대되며, 해수면은 10㎝ 더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구 온난화 1.5℃로 제한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2020년 12월 10일 「더 늦기 전에,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3 선언」 화면에 제시된 환경위기시계4 는 9시 4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미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후 변화의 징후들은 환경위기시계 바늘이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한국 환경위기시각은 몇 시 몇 분일까? 2020 한국 환경위기시각은 세계 환경위기시각 9시 47분보다 9분이나 빠른 9시 56분이다. 따라서 환경위기시각을 늦추기 위한 노력은 대한민국이 4대 기후 악당 국가5 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노력만큼이나 절실하다. 우리에게는 더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다. 더 늦기 전에 지구온난화 1.5℃ 상승 제한을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선언 (2020. 12. 10.)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우리 모두의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지구를 살리고 나와 이웃, 우리 아이들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
[대한민국정책브리핑]

Ⅱ. 어떻게 우리에게 감히? 당차게 질책하다!

청소년들의 요구

2019년 8월, 자신을 ‘멸종위기종’이라 칭하는 청소년기후소송단은 서울특별시교육감과의 간담회에서 “기후 위기에 맞게 교육시스템을 전환해야 하며, 특정 교육분야가 아닌 전체 교육영역에서 기후 변화를 다루고 책임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라며,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교육시설의 에너지 절감과 효율화 방안과 채식 선택권 등을 포함한 교육청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선언할 것, 학교에서 실질적인 기후 위기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교육 자료 개발과 배포 및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교내 활동이 확산될 수 있도록 기후활동지원금을 편성할 것, 청소년기후행동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할 것이다.


‘멸종위기종’ 청소년들의 요구

요구1. 교육청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선언
요구2. 실질적인 기후 위기교육 요구
요구3. 청소년기후행동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학생 참여 보장

청소년기후소송단-교육감 간담회(2019. 8. 14.)


전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 변화 대응 행동을 촉구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FFF)’을 이끌어 낸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 위기를 맞은 지금 시점을 ‘생태계가 무너져 내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표현하였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도 돈과 경제성장에 대해 논하고 있는 어른들을 향해 외쳤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습니까? 모든 미래 세대의 눈이 여러분을 향해 있습니다.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킨다면, 우리는 결코 여러분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책임을 피해서 빠져나가도록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그에 기반한 과학기술의 성과는 인간에게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지구 입장에서는 어떨까? 과거 우리가 환경오염이 인간에게 주는 심각성에 대하여 고민하고 그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면 지금 우리는 온난화 속도를 제한하는 방안에 대하여 고민해야 하고, 고민하고 있다.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기후 변화로 인한 환경재난은 점점 증가할 것이고, 이러한 변화는 온난화 속도와 규모에 따라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가 과학기술의 성과로 얻은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마음껏 누린 결과이다. 호프 자런은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에서 우리가 그동안 누렸던 풍요로움과 편리함이 어떤 사람들에 고통을 주고 있는지, 또 줄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카트린 하르트만은 『위장 환경주의』에서 “우리는 극단적으로 변해야 하지만 기존의 조건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바뀌려하므로 아무것도 실제로 변할 수 없다.”라고도 한다. 우리는 풍요로움만 누리던 관성으로부터 벗어나 조금 더 과감히, 그리고 확실하게 지구 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Ⅲ. 그래서 생태전환교육으로 답하다!

[생태전환교육] 기후 위기 비상시대,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개인의 생각과 행동 양식뿐만 아니라 조직문화 및 시스템까지 총체적인 전환을 추구하는 교육

왜 생태전환교육인가?

<글로벌 생태발자국 네트워크(Global Footprint Network, GFN)>

『2050 거주불능 지구』에서 데이비드 월러스 웰스는 “지구온난화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깊이 생각할 시간, 깊이 생각할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대가는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 치를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뉴욕 ‘기후의 주간’ 회의에서 “우리에게는 차선책으로 택할 행성(Planet B)이 없기 때문에 두번째 계획(Plan B)도 있을 수 없다.”며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했다. 글로벌 생태발자국 네트워크(GlobalFootprint Network, GFN)에서는 매년 지구생태용량초과의 날6을 발표하고 있는데, 해마다 그 날짜가 빨라지고 있다. 2020년 생태용량초과의 날은 8월 22일이었으며, 우리나라 생태용량초과의 날은 4월 9일이었다. 2020년 4월 9일 이후 우리가 쓰는 자원은 미래 세대에게 빌려 쓰는 부채인 셈이다. 기후 변화 결과로부터 약하고 상처 입기 쉬운 존재인 인간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 해결 방법인 ‘지구온난화 1.5℃ 상승 제한’을 위해서는 개인의 생각과 행동 양식뿐만 아니라 조직문화 및 시스템까지 총체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바로 이것이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생태전환교육을 추진하는 이유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 실제

기후 위기와 환경재난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기후 변화 교육, 인간 중심 환경교육이 아닌 생태 중심 환경교육, 미래 세대의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발전교육 등 교육을 통해 기후 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생태전환교육 중장기(2020~2024) 발전 계획(서울특별시교육청, 2020.1.)을 수립하였고 2021 생태전환교육 기본 계획이 수립되어 현재 시행 중이다. 이러한 계획은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환경교육 진흥 조례(제6795호) (2018.1.4.), 환경교육진흥법7(제17326호, 2020.5.26.) 등 관련 법령과 조례에 근거하여 수립되었다.

생태문명8. 생태시민9. 생태행동10
필환경시대11

    SOS! 그린(GREEN)

  • SOS!는 지구 살리기의 시동을 걸다(Start Of Saving the Earth), 지구 살리기를 위한 채식 선택제의 첫발을 내딛다(Symbol Of Seoul Metropolitan Office of Education)를 의미함

  • ‘그린(GREEN)’이란 먹거리 교육을 통해 몸과 마음의 성장(Growth)을 이루고 바른 식생활 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책임감(Responsiblity)과 예절(Etiquette)을 갖춤과 동시에 친환경(Ecofriendly)적인 삶의 태도를 내면화하여 미래 사회에서 꼭 필요한 생태시민(Needer)이 되는 것을 지향함을 의미함

Ⅳ. 아무튼 학교에서 시작!

기후 위기를 가져온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은 인간 활동, 특히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때문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1985년 세계기상기구(WMO)와 국제연합환경계획(UNEP)도 이산화탄소가 온난화의 주범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 위기는 누구의 책임일까?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한, 2100년까지 전 지구 평균온도 1.5℃ 상승 제한을 위한 노력은 누구의 몫일까? 무엇보다 기후 위기를 가져온 어른들의 책임과 노력이 절실하다. 교사로서 생태전환교육을 하는 것은 우리 위치에서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다. 책임 있는 어른으로서 본분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은 카트린 하르트만이 말한 ‘실제로 변하는 것’의 시작이다. 이를 시작으로 한 명의 책임 있는 어른으로서 자신의 생활 전반을 생태적 삶으로 변화시키고자 노력할 때 우리가 속한 조직과 문화도 함께 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살아갈 미래 세대의 노력도 중요하다. 자칭 ‘멸종위기종’으로 생존을 위한 노력과 함께 건강한 미래 세대로서 기후 위기를 유발하는 사회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변화를 위한 실천을 촉구하는 힘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 세대의 눈이 ‘감시’의 눈이 아니라 ‘감사’의 눈이 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어른과 현명한 미래 세대가 함께 생태전환교육을 이끌어가기를 바란다. 조동화 시인이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리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라던 것처럼 ‘나 하나 교육으로 지구온난화가 늦춰지겠냐고 말하지 말자. 너도 하고 나도 한다면 결국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나 하나 실천으로 지구가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자. 너도 하고 나도 한다면 결국 지구도 달라지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하고 싶다. 생태전환, 우리가 교육으로 시작해야 한다.

참고문헌
– 서울특별시교육청(2020). 생태전환교육 중장기(’20~’24) 발전 계획. 교육혁신과-1451(2020. 2. 3.)
– 서울특별시교육청(2021). 2021 생태전환교육 기본 계획. 교육혁신과-2653(2021. 2. 23.)
– 서울특별시교육청(2021). 2021 SOS! 그린(GREEN) 급식 활성화 기본 계획. 체육건강문화예술과-5561(2021. 3. 30.)
– David Wallace-Wells(2020). 2050 거주불능지구(김재경 옮김). 서울: 추수밭. (원서출판 2019).
– Kathrin Hartmann(2018). 위장 환경주의(이미옥 옮김). 서울: 에코리브르. (원서출판 2018).
– Hope Jahren(2020).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김은영 옮김). 파주: 김영사. (원서출판 2020).
– IPCC(2018/2018). 지구온난화 1.5℃(대한민국 기상청 번역). IPCC.
– William J.R. et al.(2020). World Scientists’ Warning of a Climate Emergency. Bioscience, 70(1), 8~12
– Global Footprint Network(2020). Country Overshoot Days 2020. GFN. https://www.overshootday.org/about/
– 대한민국정부. 「대한민국정책브리핑」. 2050 탄소중립. 2020. 12. 21. https://www.korea.kr/special/policyCurationView.do?newsId=148881562 (재)환경재단(2020).
– 2020 환경위기시계. 그린아시아/글로벌환경캠페인/환경위기시계. http://www.greenfund.org/m63_4.php

  1. IPCC에서 온난화가 현재 속도로 계속된다는 가정하에 2017년을 중심으로 한 30년 평균값으로 정의
  2.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3.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산림 등), 제거(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활용 기술)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0(Zero)가 되는 개념. 대한민국정책브리핑
  4. 환경파괴에 대한 위기감을 시각으로 표현하며, 0~3시까지는 ‘좋음’, 3~6시는 ‘보통’, 6~9시는 ‘나쁨’, 9~12시는 ‘위험’을 나타냄. 환경재단
  5. 2016년 영국 기후 변화 NGO <기후행동추적>에서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의 가파른 증가,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대한 재정 지원,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폐기 등’을 근거로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 대한민국을 4대 기후 악당 국가로 지명함
  6. (생태용량/생태발자국) x 365 =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 지구가 그 해에 생산할 수 있는 생태적 자원(생태용량)보다 인류가 소비하는 모든 자원을 생산하고 폐기하는데 드는 생태적 비용(생태발자국)이 초과하는 시점. GFN
  7. 환경교육진흥법(제17326)은 환경교육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환경교육법, 제17854, 2022. 1. 6.)로 전부 개정되었으나 제4조(책무) ② 학교의 장에게 요구하는 내용은 같음
  8. 지구의 자원과 에너지 소비를 지구의 생태용량 이하로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지속 가능하며 지금보다 더 좋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문명을 말함. 생태전환교육 중장기(’20~’24) 발전 계획
  9. 전 지구적 기후 위기 상황에 대한 민감성과 책임감을 가지고, 생태환경의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민. 생태전환교육 중장기(’20~’24) 발전 계획
  10. 대체 가능한 1회용품 사용 제로화,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생활 습관화 등 개인 및 조직이 실천할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 행동을 총체적으로 말함. 2021생태전환교육 기본 계획
  11. 과거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행동이 개인의 선택 문제이거나 실천하면 ‘좋은’ 친(親)환경 시대였다면 현재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필(必)환경 시대라고 함. 트렌드 코리아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