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2 여름호(247호)

[서울문성초] 나를 열어 배우며
너를 담아 채워 함께 가다

오현정 명예기자

‘우분투(Ubuntu)’란 남아프리카 줄루족의 인사말로 ‘당신이 있으니 내가 있습니다.’라는 뜻이다. 우분투 정신은 경쟁이나 승자독식이 아닌 나눔과 협력, 연대를 중요시한다. 전 인류가 하나의 공동체로 살아가는 이 시대에 필요한 마음가짐이 바로 우분투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세계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상과 다른 사람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죠. 복잡하게 연결된 세상과 그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문제를 보며 갈등과 모순, 책임 있는 행동에 따르는 불편함을 느끼게 되죠.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이 개인의 소비생활에서부터 생산과 경영, 국가 정책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이 불편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더 정의롭고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것이 바로 모든 사람이 세계시민교육을 알아야 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죠.”1

서울문성초등학교(이하 문성초, 교장 이춘희)의 학생 구성을 살펴보면, 학생 수 389명 중 국제 결혼 가정 자녀 58명, 외국인 가정 자녀 86명으로 다문화 가정 학생 재학 비율이 37%에 이른다. 다문화 가정 학생 144명 중 135명 학생 부모의 출신국이 중국이며, 그 외에도 베트남, 필리핀, 몽골, 이탈리아, 일본으로 다양하다. 이러한 학교 구성원의 특성으로 인해 처음에는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를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하며 다문화 정책학교를 운영했다. 그러다 범위를 넓혀 유네스코학교 네트워크에 가입하여 유네스코학교로 운영한 지 올해로 3년을 맞이했다. ‘나를 열어 배우며 너를 담아 채워 함께 가는 우리’의 교육 목표를 가지고 이해와 공감, 행동하는 세계시민을 양성하고 있는 문성초의 모습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세계시민교육의 중심이 되는 도서관

문성초는 지속가능발전목표 임무 수행 활동을 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는 2015년 세계 유엔 회원국들이 모여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합의한 17가지 주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를 의미한다.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재구성한 17가지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임무 수행지를 나누어 주고 이를 수행하면 SDGs 붙임딱지를 붙여주고, 17개 임무를 모두 수행하면 상장도 수여한다.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가지에 따른 임무 수행지>

임여진 선생님(문화인성부장, 사서)은 지속가능발전목표 임무 수행지 활동을 주관하고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관련한 독서 수업과 행사를 많이 진행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맞아 진행한 ‘500원의 행복, 한 권의 기부’이다. 학생들이 기부한 책을 그것이 필요한 학생에게 500원에 팔아 생긴 수익금 20만 원 이상의 금액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기부했다. 이 기부금은 아시아나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에서 교육 사업을 하는 유네스코 브릿지 사업에 사용된다. 기부에 참여한 학생들은 유네스코 브릿지 사업에 대한 영상을 함께 보며 작은 실천이 따뜻한 바람이 되어 다른 나라 학생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 행사: 500원의 행복, 한 권의 기부 독서 행사>

전 학년에서 10차시에 걸쳐 지속가능발전목표 주제 독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인 ‘14 수생태계 보전’과 ‘15 육상생태계 보전’에 대한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마리모2를 키울 수 있는 마리모 어항 만들기를 통해 생명 다양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멸종위기 동물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자 멸종위기 동물 에코백 그리기, 샌드아트 꾸미기로 독후활동을 진행하였고, ‘13 기후 행동’에 대한 책을 읽고 업사이클링 제품을 활용하여 환경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 보았다. 또한, 매월 발간되는 ‘문성통신’에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관련된 그림책을 소개하며 다양한 독후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세계 환경의 날 행사: ‘평화를 읽다’ 독서 캠페인>

<‘문성통신’에 소개된 지속가능발전목표 그림책>

<지속가능발전목표 관련 독후활동>

다문화 학생을 위한 교육지원

이은석 선생님(교무기획부장)은 다문화 특별학급의 담임이다. 다문화 특별학급의 이름은 ‘좋은 일이 머무는 터’라는 뜻을 가진 ‘다온반’이다. 다온반은 다문화 학생이 한국 문화에 적응하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다온반 학생들은 일반학급에 속해 있으면서 국어, 사회,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주 6∼10시간 다온반에서 한국어 수업을 받는다. 다온반 학생에게는 모국어 수업을 위한 강사도 지원한다. 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일반학급에서 수업할 때 다문화 언어 강사가 옆에서 통역을 해 주며 학습을 지원하기도 한다. 담임교사뿐 아니라 상담사, 지역사회 전문가, 다문화 언어 강사, 다문화 특별학급 담당교사가 상담 협의체를 구성하여 다문화 가정의 학생을 지원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 있다면 다문화 언어 강사가 가정통신문 번역을 해서 전달하기도 한다.

<한글 친화적 환경으로 다가가는 다온반>

다온반 교실 문을 열면 한글 교육 자료가 많이 보인다. 앞쪽 칠판에는 대형 한글 자석이 붙어 있다. 운동장 쪽 창문 앞의 전면 책장에는 이야기책도 있지만 『즐거운 이사 놀이』(안노 미쓰마사, 2001), 『따라 하면 덧셈 뺄셈이 저절로 100』(유선영, 2012) 같은 수학 관련 그림책도 보인다. 교실 중간에는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공간 분리형 문을 두어 개인이나 소수 수업을 할 때 분리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더 작은 단위의 수업이 필요할 때에는 다온반 옆에 있는 교사 회의실인 채움터를 활용하기도 한다. 복도 쪽 창문에는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장영실, 유관순, 신사임당, 허준 등 우리나라 주요 역사 인물을 가랜드로 걸어 놓았다. 복도 쪽 창가에는 다문화 학생들이 공부하는 한국어 교재가 꽂혀 있다. 한국어 교재는 어휘책, 받아쓰기책, 의사소통을 위한 초등학생용 한국어 회화책까지 개별 수준에 맞게 준비되어 있었다. 책을 펼쳤을 때 연필 흔적보다 많은 빨간 색연필의 흔적이 선생님들이 가르치며 쏟는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다온반 뒤쪽 게시판>

교실 뒤쪽의 게시판은 말에 대한 글을 한 글자씩 꾸며 모아 놓았다. 마지막 줄에는 한국 국기와 중국 국기를 함께 그리고, 양쪽에 하트를 그린 다음 그사이에 다온반이라고 적어 놓았다. 서로 조화를 이루고 사이좋게 지냈으면 하는 문성초 학생들의 바람일 것이다. 문성초 전교 학생 임원들은 다문화 학생들을 저학년 때부터 모든 것을 함께한 그저 ‘친구’라고 했다.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운다면 학생들은 다문화 학생들의 언어인 중국어를 배우며 다문화 학생들의 행동 양식과 생각을 알아가려고 노력한다. 이은석 선생님은 다문화 학생들이 하루 1∼2시간씩 다온반에 와서 한글도 배우지만, 일반 교실에서 가졌던 긴장된 마음을 녹이는 곳이 된다고 했다. 같은 곳에서 온 친구들과 모국어로 대화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곳이 바로 다온반인 것이다.

교실 속 세계시민교육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감수성 교육

문성초 전교 학생회 임원에게 교실 내에서 다양한 배경을 지닌 학생들과 지내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물었다.

학급 단위 세계 문화 1열 콘서트

코로나19로 학교 현장의 교육 활동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성초에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는 활동도 있었다. 바로 학년 단위로 진행하기로 한 공연을 반 단위로 진행함으로써 관객인 학생들에게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 1인 1악기 수업으로 3~4학년은 칼림바 수업을, 5~6학년은 우쿨렐레 수업을 진행하여 수업이 마무리되는 12월에 3~4학년은 마림바 공연을, 5~6학년은 클래식 기타 공연을 반 단위로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었다.

<학급 단위 세계 문화 1열 콘서트>

평화로운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한 학년 교육 활동

문성초는 학교 특색사업을 ‘다문화를 넘어 세계시민을 기르는 문성교육’으로 정하고 평화로운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한 학년별 교육 활동을 지속해서 실시하고 있다. 3학년과 5학년은 금천구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와 연계하여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집단 상담을 학급당 6차시 실시하고 있으며, 4학년은 회복적 생활교육을 10차시에 걸쳐 운영한다.

6학년은 ‘보니따 세계시민교육’을 10차시에 걸쳐 진행한다. ‘보니따’란 ‘좋은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자(Bon Idea To Action)’라는 뜻이다. 인권 존중, 빈곤과 아동, 난민, 물 분쟁, 아동 노동 반대 등을 주제로 이루어지는 토론 수업을 통해 문성초 학생들은 전 지구적인 문제를 깊이 고민하며 논의하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이어지는 상담 교육, 회복적 생활교육, 보니따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평화로운 학교 문화가 조성되어 학급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은 실천으로 시작하는 세계시민교육

결국, 세계시민교육이라는 것은 거대하고 위대한 어떤 것이 아닌 내가 있는 곳을 소중히 여기고, 내 옆에 있는 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내 옆에 피어 있는 민들레에게, 환하게 웃고 있는 내 짝에게,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모두에게 ‘우분투’ 라고 인사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우분투! 당신이 있으니 내가 있습니다.”

 

  1. 세계시민교육연구소(2020), 『선생님, 세계시민이 뭐예요?』, 살림터.
  2. 담수성 녹조류로 공 모양의 집합체를 형성한다. 최근 반려 식물로 주목받고 있으며 광합성을 하면 기포가 발생하여 물 위로 떠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