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2 봄호(246호)

성장과 관계, 협력을 통해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디자인하는 미술 수업

임필효 (노원중학교, 교사)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제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었고, 미래교실, 스마트교육이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세상은 교사들에게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교육 플랫폼들과 스마트 기기 등을 연구하여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워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수업 매체만 바뀐다고 학생들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갖출 수 있을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학생들을 관찰해 보면 자존감이 떨어진 모습, 소통과 공감 능력이 결여된 모습, 나만 편하면 된다는 자기중심적인 태도 등 학교 교육에서 해결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보인다. 세상이 급속하게 바뀌어도 변하는 부분과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정보화 사회로 전환되면서 급속히 변화하는 시스템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빠르게 변화하여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어떤 곳이 되어야 할까?

미래 사회로 갈수록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본인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융합하고, 타인과 조화롭게 살며, 함께 협력하여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 가는 능력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배움이 이루어지는 곳임과 동시에 학창 시절에 맺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곳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학생 개인의 ‘성장’, 타인과의 ‘관계’와 ‘소통’, 함께 사는 공동체에 대한 ‘열린 마음’ 등의 가치를 2021년의 수업 내용으로 다루었다. 학생들이 삶 속에서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서로 존중하며, 협력하여 해결하는 수업 방법을 통하여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능력을 길러주고자 하였다.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상황에서도 프로젝트 기반 협동학습, 융합수업, 디자인씽킹, 토의와 발표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을 적용함으로써 학생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였다.

진로와 미술 융합수업을 통한 ‘나: 성장하기’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성장해야 한다. 긍정적 자아가 먼저 형성되고,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진로탐색, 자기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진로수업 내용을 학생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내면화시킬 수 있도록 미술교과와 융합수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진로교육(3월) 시간에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학습하였고, 미술 시간에는 나의 강점과 비전을 찾아보고, <다섯 손가락으로 표현하기> 활동을 하였다. 6명의 친구와 서로 학습지를 교환하여 친구의 장점을 구체적인 문장으로 써 주도록 하였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고, 예상치 못한 칭찬에 학생들은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 존경하는 인물을 통해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찾아보고, 키워드를 추출하여 비전 세우기 활동을 하였다. 손바닥에 비전 선언문을 세우고, 내가 노력해야 할 부분을 손가락에 표현해 보는 ‘다섯 손가락으로 표현하는 나’ 활동을 하였다.

진로탐색활동(5월) 시간에 흥미검사, 홀랜드 마을 만들기 활동을 하였다. 진로활동 결과물을 바탕으로 미술시간에 <나의 미래를 담은 문자도> 활동을 하였다. 원격수업 시간에 서민들의 소망을 표현했던 조선 시대 문자도를 감상해 보고, 자신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보도록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장래 희망 또는 흥미 분야를 이미지로 단순화한 후, 문자와 배치하여 문자도로 완성하는 작업을 하였다. 커피 물을 들인 종이에 물감으로 자신의 미래를 표현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진지했다. 감상 시간에는 친구들의 발표를 듣고, 응원 문구를 서로 써 주는 시간을 가졌다. 커피 향기로 힐링하고, 친구의 응원에 힘이 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토의와 발표, 친구 인터뷰를 통한 ‘타인: 소통하기, 공감하기’

1. 육각 만화로 세상 그리기

신문 기사를 읽고, 나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는 <육각 만화로 세상 그리기> 활동은 토의, 발표가 핵심인 수업이다. 친구들과 온라인상에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고,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름을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에 대해 타당성을 가지고 설명을 해 보면서 소통하는 능력을 기르고자 하였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토의, 발표 수업을 온라인 수업에서 어떻게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였다.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관심이 가는 단어를 멘티미터 워드 클라우드로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하였다. 해당 주제에 대한 신문기사 중 결론이 나지 않은 10개의 기사를 선정하여 학생들에게 선택하도록 하였다.

동일한 기사를 선택한 학생들을 4-5명씩 모둠을 구성하여 신문기사를 분석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나만의 결론을 글로 쓴 후 줌(ZOOM) 소회의실에서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도록 하였다. 친구들의 의견도 들어보며 나의 결론을 수정, 보완하여 육각형 만화 제작을 위한 작품 계획서를 완성하였다.

토의 수업은 초반에 어려움이 많았다. 줌(ZOOM)에서 토의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수시로 체크하였는데, 소회의실에서 모둠별로 이루어지다 보니 학생들의 모습이 한눈에 파악되지 않았고, 서로 어색한 침묵 속에 모여 있는 모둠도 많았다. 그래서 좋은 발문에 대해 먼저 충분히 설명을 하고, 샘플을 몇 가지 제시하여 자유롭게 토의가 진행되도록 하였다. 토의 진행이 힘든 모둠은 교사가 참여하여 직접 토의에 참여하고, 발문을 몇 가지 제시해 주니 토의가 조금씩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만화로 표현하기는 요즘 웹툰 문화에 익숙한 세대답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성 있게 표현한 작품들이 많았다. 친구들의 작품을 교환하여 읽어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음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2. 마음약방 프로젝트

중학생들은 학업, 진로, 외모, 성격 등과 같이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힘든 상황을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에게 친구의 공감과 위로는 큰 힘이 된다. <마음약방>은 친구의 지친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해 주는 프로젝트이다. 도덕 교과와 융합수업으로 진행하였는데, 도덕 시간에 우정 윤리 단원에서 친구의 소중함, 정서적 유대감의 중요성을 알고 실천하기에 대해 학습하였다. 미술 수업에서는 친구를 인터뷰하여 주제를 정하고, 친구에게 줄 선물을 만들어 서로 교환하였다.

이 수업에서는 1:1 무작위 매칭으로 만난 친구의 말을 경청해 주고, 공감해 주는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원격수업 시간에 소회의실에서 어떤 자세로 친구를 인터뷰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등교수업 시 작품을 진행하면서도 수시로 친구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프로젝트 수업은 잘못하면 길을 잃기 쉬운데, 서로에게 줄 선물이라는 목적이 분명했고, 서로 교환할 작품이었기 때문에 정성껏 작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친구의 취향을 고려하여 재료와 기법을 직접 정하도록 하여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였다. 너무 막연해 하는 학생에게는 여러 가지 샘플을 제공하여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감상 시간에는 서로 선물을 교환하며 친구 작품에 대한 감상과 소감문을 작성하였다. 어설프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친구의 마음을 먼저 볼 줄 알고, 친구의 정성에 감동하는 학생들의 순수함을 확인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프로젝트 수업을 통한 ‘공동체: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만들기’

1. 유니버설 의자 모형 디자인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노인 소외 문제, 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학생들이 나중에 자신도 겪게 될 상황으로 인식하고, 노인의 입장에서 공감해 보고, 배려하려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수업의 목표였다. 도덕 시간에 세대 간의 갈등에 대해 이해하고, 정년 연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논쟁 수업을 진행하였다. 미술 수업에서는 배려의 마음을 담아 노인을 위한 유니버설 의자 디자인 모형을 제작하였다.

수업 모형은 융합수업 외에도 디자인씽킹2 절차를 적용하였다.

첫 단계가 공감하기이다. 누구나 미래에 노인이 됨을 강조하였고, 눈 모형(저시력 시각장애), 선글라스(전맹 시각장애), 귀마개(청력 저하), 모래주머니(근피로도 증가) 등을 활용하여 노인 역할극을 수행해 보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앞이 안 보이고,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아 답답했다고 하였다.

두 번째 단계는 문제의 정의 및 해결 방안 찾기이다. 노화 체험 후, 내가 정년 이후에 하고 싶은 일, 불편한 점,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였다. 해결 방안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의자 만들기로 한정지었다. 의자는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잘 나타내주는 가구이다. 다른 용도의 가구로 변신이 가능하고, 물건의 보관, 이동 수단으로의 확장까지 가능하여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소재이다. 노인이 되어 겪을 수 있는 불편에 대해 몸소 체험해 보고, 이를 해소해 줄 수 있는 의자를 창의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수업의 주제였다.

세 번째 모형제작 단계에서는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원격수업 시간에 발상 연습을 하였고, 의자에 다른 기능을 연결해 보는 마인드맵을 작성하였다. 등교수업 시간에 모형을 만들었고, 네 번째 평가 시간에는 실제 심사위원이 되어 동료의 작품을 노인의 입장에서 평가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이 실제 체험을 해 보고, 작품 제작을 해서인지 기능을 충분히 표현하려고 노력하였고, 다양한 재료를 탐색하는 자기 주도적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2. 도시재생 프로젝트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우리가 사는 도시를 인간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도시로 계획해 보는 수업이었다. 의사소통, 협업 능력, 공동체의식을 기르기 위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모둠별로 협력하여 플랩북 한 권씩 완성하도록 하는 프로젝트 기반 협동학습으로 진행되었다.

수업 준비과정에서도 많은 고민을 하였다. 모둠 수행에 대한 평가 기준 마련, 무임승차 없이 모든 학생이 협동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온라인 협동학습 도구 선정, 플랩북 제작 방법 연구 등 수업의 단계마다 많은 시행착오를 하였다.

모둠을 구성하고 역할을 분담하여 모든 구성원이 원격수업 시간에 돌아가며 줌(ZOOM) 회의를 이끌어가도록 하였다. 평가와도 직결되는 부분으로 차시마다 관찰하여 체크 리스트를 작성하였고, 마지막 차시에 동료평가의 기회를 마련하여 최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협동학습 도구는 여러 명이 동시 작업이 가능한 구글 드라이브와 구글 프레젠테이션을 활용하였다. 개인이 작업한 기록이 남도록 학교 G – Suite 계정으로 학생 계정을 발급하여 사용하도록 하였다.

개인 작품인 공간디자인은 창의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플랩북 형식으로 계획하였다.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주어진 시간 내에 완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건축물 사진의 일부분을 칼로 오려 내부 공간을 표현하는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작은 영역이라 학생들에게 부담이 없었고, 평면 사진에서 반 입체로 펼쳐지는 세상은 학생들의 환경에 대한 생각을 담는 창의적인 공간이 되었다. 마지막 시간에 모둠별로 디자인해서 제출한 표지와 내지를 출력하여 나누어 주고, 북 아트 담당자가 모둠원들의 작품들을 모아 책으로 바인딩을 하였다. 완성을 한 후, 모둠원들이 모여 책장을 넘겨보며 매우 뿌듯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감상 수업은 아쉽게도 원격수업 주간에 이루어졌다. 개별 작품 이미지와 모둠 작품 동영상을 패들렛에 업로드하였고, 모둠별로 작품에 대해 발표하였다. 그리고 앞, 뒷 번호 친구의 작품 아래에 댓글로 감상평을 남기도록 하였고, 잘 했다고 생각하는 친구의 작품에 ‘좋아요’를 누르도록 하였다. 수업 소감문에서는 협동학습에 대한 어려움과 보람, 환경에 대한 생각, 플랩북 기법에 대한 신기함과 뿌듯함이 드러나 있어서 정말 큰 보람을 느꼈다. 다음에는 기술교과의 적정기술 단원으로 확장하여 생태 문제를 더욱 깊이 있게 다루어 보고 싶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동료 선생님들과 나누다.

2021년은 수업에 많은 내용을 담고 싶었고, 온·오프라인을 병행해야 하는 수업 상황에서 학생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수업을 하고픈 의욕이 앞섰던 한 해였다. 굵직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며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있었고, 도중에 동료 교사들의 자문과 검증이 필요했다. 교과교육연구회와 수업·평가 나눔 교사단, 교외 교원학습공동체 모임에서 부지런히 수업 나눔 발표를 했고, 피드백을 받아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학생들이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 좇지 않고, 열린 마음을 지니고 살면 좋겠다. 지금 사회에서도 혼자서 잘난 영리한 사람이 아닌 조화롭게 함께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 학생들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상황에서도 자기중심을 잡고, 공동체와 더불어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미래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