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정보Vol.223.여름호

소통과 협동으로 ‘여고생들의 뻔~한 체육수업을 Fun한 체육수업’으로 만들기

c_04_1_03

글 : 조종철 / 창동고등학교 교사

c_04_1_06  현재 근무하는 학교에 부임해 와서 처음 느꼈던 것이 ‘학생들이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 다른 학교에 비해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에 학생회 임원 학생들과 상의하여 점심시간에 운동기구를 대여하고, 요일별로 종목을 정하여 학생들이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학교는 점차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운동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운동하는 학생들 사이로 여학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왜 여학생들은 움직이려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여학생 체육활동 활성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한 자연스럽게 내 자신의 수업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여학생들을 위한 체육수업이 아닌, 남학생 학급에서 하던 수업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내 수업을 발견하게 되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몇 가지 현장연구를 실시하였고 ‘여학생은 특별하다’라는 결론과 ‘여학생의 특성 에 맞는 체육수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c_04_1_08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인식하는 신체활동 비(非)참가 이유를 조사한 연구에 서 4개의 범주(인지/심리적 요인, 사회/문화적 요인, 신체적 요인, 물리/환경적 요인)에서 인지/심리적 요인이 34.6%로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냈다. 인지/심리적요인 중 움직임에 대한 부정(귀찮아서, 하기 싫어서, 움직이기 싫어서, 운동 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 나가기 싫어서)이 가장 많았으며 전체 반응 중 17.6%에 해당되었다. 즉 100명 중 17명에 해당하는 여고생이 단지 움직이는 것이 귀찮아서 신체활동 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기의 결여로 볼 수 있다.(한국 체육학회지, 2013, 제17권 제4호)
여학생 체육수업의 생명은 ‘동기유발’이다. 동기유발을 위해서는 여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필자는 아래와 같은 전략을 사용하였다.
첫째, 첫 수업시간에 여학생들만의 체육수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며, 수업내용은 어떻게 꾸밀 것이지 자세히 설명해서 동기를 부여한다.(이 부분에서 남학생과 여학생은 많이 다르다.)
둘째, 여학생들의 특성을 이해한 체육수업 규칙을 만들고 적용한다. 토론을 통해서 체육수업 규칙을 스스로 만들게 하고, 자신들의 건강을 위한 체육수업 규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무조건 편하거나 놀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특성을 반영한 수업 규칙임을 강조하는 것이다.(예 : 옷 갈아입는 것이 불편해 하는 여학생들을 위해 남학생보다 집합 시간 3분 늦춰주기, 운동장 뛰지 않고 스트레칭 위주의 준비운동하기 등)
셋째, 운동의 가치, 체육의 필요성 등을 여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갖는 ‘다이어트’, ‘몸무게 조절’과 관련시켜 설명해 주고, 매번 첫 단원에서 운동 종목과 여학생들의 삶을 연관시켜 동기를 부여한다.
넷째, 학기 초 교실 오리엔테이션 수업 이후 체육관(운동장) 첫 수업을 하게 되는데 이때 교 실 첫 수업만큼 중요하다. 학생들은 정말 교사가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약속했던 것을 지킬 것 인지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는 시간이다. 이 첫 시간이야말로 여학생을 앞으로 체육수업에 참 여자로 만들지 방관자로 만들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시간은 학생들이 서로 친숙해지고 친해질 수 있도록 접촉중심 체육수업(레크리에이션), 스킨십을 유발하는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가벼운 터치가 있을 수 있는 게임들(안마 게임, 가위바위보 게임 등)과 협동 게임(등 마주대고 일어나기 게임, 꼬리잡기 등), 친화력 유도 게 임(혈액형이나 생일별로 모이기 게임, 이름 외우기 빙고 등)을 진행하면 첫 운동장(체육관) 수업이 매우 즐겁고 흥미롭게 진행된다.

c_04_1_09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극대화하고 과제의 내적 동기나 몰입수준을 높일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체육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 결되어야 할 과제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어떻게 학생들을 신나게 뛰게 하고 체육시간에 몰입시킬 수 있을까?
협동학습은 단순히 학생들을 몇 개의 작은 집단으로 묶어 놓고 공통의 과제를 던져주는 단순한 학습모형이 아니다. 협동학습에서 협동의 목적은 집단구성원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공동으로 과제를 해결하는 데 두고 있다. 학습자들은 집단 속에서 경쟁하거나, 개인주의적으로 학습하는 것보다 협동적으로 활동할 때 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는 것 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학습 형태면에서는 개인별 학습이나 일제식 학습방법과는 달리 소집 단 학습형태를 채택하고 있다. 여러 학자들은 소집단 구성 시 능력이나 성, 인종 등에서 이질 적이 되도록 하며, 소집단 구성원들 간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도록 팀을 구조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협동학습이란, 성, 능력, 인종 등에서 이질적인 학생들이 소집단을 구성하여 공통과제를 서로 돕고 책임을 공유하면서 다 같이 학습목표에 달성하도록 하 는 방법으로, 학급 내에 존재하는 집단 역동성을 중심으로 전개해 나가는 교수-학습 전략이 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여학생들에게는 적절한 수업방법의 한 형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체육교사들이 현장에서 쉽게 적용하고, 수행평가 종목에서 쉽게 사 용할 수 있는 협동학습 모형들이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 의 수행평가 종목을 중심으로 어떤 협동학습 모형을 적용하여 수업을 진행하고, 어떻게 평가 하게 되었는지 간단하게 서술하고자 한다.

수행평가 계획(○○고)
c_04_1_13
협동학습 모형
학습능력이 각기 다른 학생들이 동일한 학습목표를 향하여 소집단 내에서 함께 활동하는 수업 모형은 다음과 같다.
1) 성취과제 분담학습 <STAD(Student Team-Achievement Division) 협동학습 모형>: 학업 성취, 성별 등을 고려하여 이질적인 집단으로 모둠을 구성한 후 교사가 제시한 학습과제 에 대해서 수업을 통해서 공부하고 협동학습을 통해서 집단 구성원들이 충분히 익힌다. 그 후 모든 학습자는 개별적인 형성평가를 치른다. 학습자의 형성평가 점수는 과거 점수 와 비교하여 향상점수로 계산되고 이 향상점수를 더하여 집단 점수가 주어진다. 필자는 축구 종목에 이 수업모형을 적용하며, 형성평가와 평가 사이에 팀별 콘 축구 리그전을 통 해 팀 점수를 부여한다.
c_04_1_15

축구(콘 축구)
•팀의 인원을 최소화한다(3~4명).
•공사장이나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길을 유도하기 위한 고깔 모양의 ‘콘’을 축구수업에 활용한다.
•콘을 놓고 주위에 반지름 1m원을 그리고 그 원 안에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공격수가 원 안에서 슛을 했다면 골로 인정하지 않고 공격권이 상대팀에 넘어가게 되고, 수비수가 원 안에서 수비를 하게 되면 페널티킥이 주어진다.
•아웃라인이 없으며 360° 어느 방향에서든지 슛이 가능하다. 즉 드로인이 없으며, 공으로 콘을 맞추면 골인이 된다.
•규칙이 단순하므로 여학생들이 쉽게 적응하고, 콘과 콘 사이가 좁아서 작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인원이 작기 때문에 1명이라도 쉴 수 없고 짧은 시간에 많은 운동량을 확보할 수 있다.
•’STAD 협동학습 모형’을 적용하여 팀 구성 후 개인평가를 하여 그 결과를 개인점수에 반영한다. 단원이 끝날 무렵에 한 번 더 개인평가를 실시하여 개인평가에 반영하고, 발전한 만큼 팀점수에 합산한다. 또한 리그전 게임을 실시하고 팀 점수에 반영한다. 이렇게 되면 초기의 개인평가는 자신의 점수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고, 후반부 의 개인평가는 자신은 물론 팀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팀원들 또한 각 개인이 많은 성 취를 이룰 수 있도록 도우며 응원하게 된다.

2) 팀 경쟁학습 모형<TGT(Team Game Tournament) 협동학습> :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질적인 집단을 편성한 후 서로 협동하여 과제를 수행한다. 그 후 다른 그룹에서 동일한 수준의 학생들이 서로 모여서 수준별 게임을 통해 개인 점수를 부여받고, 그 개 인 점수를 누적하여 팀별로 보상하는 학습방법이다. 필자는 농구종목에 이 수업모형 을 적용하며, 수준별 게임은 농구자유투, 골밑슛을 실시하고, 팀별로 농구경기 리그전 을 통해 팀 점수를 부여한다.

c_04_1_17
농구
•농구는 여학생이 상당히 어려워하는 종목 중에 하나이다. 공의 크기도 크고 자칫 다 치기 쉬운 종목이라 여학생들이 두려워한다. 하지만 발보다는 손이 발달되어 있는 인간의 특성상 공을 다루는 일이 더 쉽기 때문에 접근하기에는 용이하다. 본 연구에서 는 ‘TGT 협동학습 모형’을 이용하여 여학생들의 슛(자유투, 골밑슛)을 학습시키고, 규칙을 변형한 리그전을 통해 열심히 뛰고 땀 흘리는 농구수업을 만들어 보았다.
•이질적인 집단으로 팀을 구성한다. 즉 운동 잘하는 학생과 운동에 자신이 없는 학생 들이 골고루 퍼지도록 팀을 구성한다.
•팀별로 자유투와 골밑슛을 연습한다. 또한 다음시간에 실시될 팀 대표 토너먼트에 어떤 식으로 선수를 구성하여 내보낼지를 토의한다. 각 팀의 대표들이 자신의 레벨에 맞게 모여지면 팀별로 경쟁을 하게 되는데, ‘자유투 5개 중 성공 횟수’와 ’30초간 골밑 슛 횟수’를 측정하게 된다. 각 개인은 그 경기에서 자신의 점수를 획득해 오고, 각 개 인의 점수를 합산하여 팀점수를 부여한다.
•팀별 리그전에서는 여학생들이 농구 규칙(더블드리블, 워킹바이얼레이션 등)을 어려워하므로, 단순한 워킹바이얼레이션과 푸싱, 차징 등만 규칙에 넣고, 더블드리블 등 은 반칙으로 하지 않는다.
3) 역할분담 협동학습 모형 : 게임에 대한 경기 전술적 지식이나 기술 그리고 능력이 완벽하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특정 스포츠 종목을 쉽게 학습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여학생들이 구기 종목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끼므로 역할분담을 통해 서로 협동할 수 있다.
c_04_1_19

배드민턴
•기초기능을 연습하고 연습 경기를 통해서 경기규칙을 익힌다.
•한 학급을 4팀으로 나누고, 운동기능의 수준이 골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단체전 연습과 개인 기초기능 연습을 통해 리그전에 대비한다.
•단체전 규칙을 변형하여 일명 ‘버리는 카드’를 만들지 않도록 한다.
•전체 경기의 승패로 승패를 결정하지 않고, 총 득실차로 승패를 결정하면 ‘버리는 카드’, 경기 막판에 ‘포기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즉 한 포인트라도 더 얻어서 팀 에 도움이 되려고 노력하며, 마지막 경기까지 집중하게 된다.
•경기자 외에 각자의 역할을 주어서 전체 경기 운영을 학생 스스로가 운영할 수 있도록 조직한다. 즉 주심, 선심, 랠리, 랠리심판, 기록 등의 역할을 순환적으로 맡게 된다.
•’랠리포인트’라는 규칙을 두어서 경기하는 동안 랠리하는 사람들은 같은 팀끼리 랠리를 실시한다. 랠리의 최고 기록만 기록하게 되고 총 합산된 랠리는 총 득실차에 영향 을 미치게 된다. 이런 규칙을 만든 이유는 학생들이 경쟁에만 치우쳐 상대방이 치기 어렵게만 주려는 공격성을 없애고, 상대에게 잘 주려는 배려심을 기르기 위한 것이 다. 또한 랠리를 오랫동안 지속시키려는 욕구 때문에 배드민턴 실력이 향상된다.
c_04_1_21

c_04_1_10‘말을 물가에는 끌고 갈 수 있지만 강제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속담이 있듯이 아무리 운동이 좋다고 운동을 강제로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여학생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스스로 뛰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방법을 소통과 협동에서 찾고자 했다. 여학생의 특성상 ‘결과’ 보다는 ‘관계’에 더 많은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드민턴 경기가 시작되어도 처음에 여학생들은 상대방이 받기 좋게 셔틀콕을 보내준다. 잘못해서 공격이라도 하 게 되면 곧바로 “미안해”라며 사과를 한다. 스포츠 경기를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 보면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여학생의 심리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결국 뻔 ~한 체육수업이 되고 만다. Fun한 체육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여학생들만의 특성을 파악 하고 현장에 있는 체육교사가 다양한 수업방법을 적용하고 이를 공유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각 종목별 협동학습 모형을 달리하여 적용하여 보았지만 역시 현장에서는 각 교사들이 수정·보완하여 그 수업에 맞게 재구성하여 사용해야 한다. 앞으로도 변형 발전된 수업모형이 여학생들을 위해서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