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2 겨울호(249호)

수업친구 맺기 하실래요?

오현지(서울동의초등학교, 교사)

수업하는 선생님, 선생님의 전문성

요즘은 어디서나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심심치 않게 쓴다. 우리 사회에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흔해짐과 동시에, 선생님이라는 직업적 전문성이나 특이성, 고유의 정체성은 많이 희석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이는 비단 호칭의 남용에 의해서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한때는 학교가 지식의 요람이었고 선생님이 배움을 위한 유일한 통로였으나, 이제는 인터넷에 접속하면 원하는 정보와 지식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유튜브 채널의 크리에이터나 지역 사회의 전문가들 역시 가르침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선생님의 역할이 분산되고 대중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두가 선생님일 수 있는 시대, 누구나 가르치고 어디서나 배울 수 있는 시대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예견된 일이고, 전문 지식의 대중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공교육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현장 ‘선생님’들의 역할은 고유해야 하며, 사회에서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갖고 가르침을 수행하는 다른 선생님들로 대체되지 않는 정체성과 특별함이 필요하다.

나는 그 특별함이 선생님들의 ‘수업’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지식과 정보뿐만 아니라, 그것을 배워가는 체계와 태도, 친구들과의 관계 등을 통합적으로 학습하게 된다. 선생님은 그런 수업을 위해 교육과정을 토대로 ‘설계’하고, 학생들의 관계 조율과 생활지도, 학급경영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학습 환경 조성을 겸하며, 계획한 수업을 매일 ‘실행’하고 ‘조정’하는 전문가다. 선생님을 선생님답게 하는 것, 즉 선생님의 전문성은 ‘수업’인 것이다.

하지만 내게 ‘수업’은 여전히 어렵고, 좀처럼 능숙해지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같은 일을 여러 해 반복하면서 생활의 달인과 같은 전문성을 갖는 일은, 그 일을 둘러싼 주변 환경과 조건이 일정하게 유지될 때 가능하다. 하지만 수업을 진행하는 교육 현장은 변화무쌍하며 통제 불가능하다. 매일 마주하는 학생이 다르고, 교육 정책이 바뀌고 교육과정과 교과서, 교육 매체도 바뀐다. 역동적인 환경 속에 매번 새롭게 적응하고 변화에 발맞추어 수업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하니, 교육경력이 쌓인다 해도 기존에 연마한 특정 기술이나 특정 교육 자료를 반복적으로 적용하며 지낼 수는 없다. 그렇기에 경력이 쌓여도 수업은 꾸준히 어렵다.

이처럼 잘 해내기 어려운 것이 수업인지라 어떻게 해야 좋은 수업이고, 수업을 잘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면 되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신규 때 이후로는 누군가에게 내 수업을 공개하고 객관적으로 진단 받을 기회가 많지 않고, 설령 그런 기회가 온다 해도 다른 누군가에게 수업을 ‘평가’받는다는 두려움이 커서 주저하게 된다. 수업 기량이 뛰어난 교사의 시범 수업을 보는 것은, 그 수업 차시의 교수학습 과정을 보면서 해당 교사의 우수성에 탄복하고 부러워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당장의 내 수업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선보여진 ‘결과’로서의 수업보다, 그 수업이 되기까지의 ‘오랜 과정’과 그중 나의 특성과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가 궁금한데, 시범 수업에서 그것까지 배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부족하다고 느낀 분야의 연수를 듣거나 책을 찾아 읽는 것도 도움은 되지만 한계가 있다. 수업은 지식의 이해와 이론적 준비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실행과 실천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실행 중에 찾아오는 변수와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한 질문이 생겼을 때 수시로 상호작용적 피드백을 구할 수가 없다. 멘토 선생님이나 수석교사를 통한 컨설팅의 방법도 있으나, 이는 능숙한 어느 한쪽에서 미숙한 다른 한쪽을 향한 일방향 시혜적 성격을 지니므로 지속적인 피드백을 요청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수업의 전문성을 가지고 능숙하게 잘 운영하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떤 방법이 나에게 맞는지 고민하던 차에 2022년 새롭게 시작한 ‘수업친구’라는 프로그램을 만났다. 내 고민의 시기와 맞아떨어진 새로운 프로그램의 등장은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

수업친구란?

수업친구는 매일 먹는 집밥 같은 수업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초등교사 기준, 연간 1088시간 정도의 수업을 하는데, 매일 반복되는 수업을 매번 공개수업이나 시범 수업처럼 ‘특식’으로 차려서 할 수는 없다. 이에 수업친구 프로그램은 교사 한 사람의 강점에 주목하고, 한 교사의 일상 속 평범한 수업을 나누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망한 수업도 나누면서 그 안에서 배우고, 나의 수업을 평가하고 관리·감독하는 차원이 아닌 지지하고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모토로 한다. 누군가가 제시해 놓은 표준과 기준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딱 맞는 수업의 형태와 운영 방식을 찾아가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은 마음이 맞는 동료 교사들로부터 제공된다. 누가 누구를 평가하고 가르친다기보다 허심탄회하게 수업과 관련된 자신의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호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기에 수업친구는 수평적 관계와 자발적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수업친구의 팀 구성 조건으로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이 섞여 있어야 한다는 항목이 있어서, 근무처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과 뜻이 맞는 선생님들이 함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업친구 팀장 회의에 참석해보니 서울 각지에서 근무 중인 대학 시절 같은 과 친구들과 팀을 꾸린 경우도 있었고, 특정 주제에 관심을 가진 선생님들이 온라인에서 만나 의기투합하여 팀을 꾸린 경우도 있었다.

수업친구 프로그램이 시작된 첫 해임에도 150팀이 넘게 결성되었고 600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참여하신다. 수업친구 연수나 회의에 열정적으로 참여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상적 수업의 운영 방향과 방법을 고민하고 오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는 방증인 것 같아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 같아서 반갑고 또 든든했다.

내가 속한 수업친구 팀에는 네 명의 교사가 있다. 우리는 한때 같은 학교에 근무하였으나 일부는 남고 일부는 정기전보로 타 교육지원청 소속 학교로 이동하면서 헤어지게 되었는데, 수업친구 프로그램 덕분에 다시 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학기 초 각자 주력하고 싶은 수업 통합 주제와 운영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결과 아이들의 생태감수성과 협력적 인성을 길러주면서 학생 주도적 운영 방식을 수업에 적용하는 것으로 올해 수업의 큰 방향성을 정해 보았다.

공개수업 주간도 아닌데 수업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고 다소 경직되어 부자연스럽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각자가 매일 접하는 일상적 상황에 대한 공유이고, 실제 삶과 맞닿아 있는 문제이다 보니 진지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중요하지만 너무 심각하지 않은 수준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나눌 수 있었다. 게다가 수업친구 프로그램에서는 실질적으로 일상적인 수업을 지원하기 위해 팀장의 계좌로 예산을 입금하여 별도의 기안 없이 필요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쓸 수 있게끔 되어 있고, 협의회비도 넉넉하게 지원되어 그야말로 친구끼리 수업을 논하는 친교의 장을 마련하기도 좋았다.

즐겁고 유쾌하면서도 편안한 협의회를 거쳐 논의된 사안들을 각자의 교실로 돌아가 적용해보고, 나누고 싶은 자기 수업은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온라인에서 공유한 다음, 서로에게 진솔한 피드백을 해주었다. 댓글로 수업의 특정 부분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좋았던 점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비슷한 상황에서의 고민들이 있었다면 함께 해결책을 제안해보기도 하였다. 누구에게 자랑할 만큼 화려하게 잘 차려놓은 구첩반상 같은 수업은 아닐지라도 필수영양소로 내실 있게 채워진 소박한 집밥 같은 수업을 나누면서 서로의 고단함도 나누고, 그 안에서의 애씀을 인정하고 격려하며,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발견하는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수업친구는 일상적 수업을 계획, 실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인지적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나의 좌절이나 실망을 토닥여주고 앞으로 잘 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심어주는 정서적 연대도 가능하게 한다.

수업친구와 함께 꾸려가는 수업

내가 속한 수업친구 팀 이름은 ‘사교성’이다. “생각을 나누고(÷), 걱정을 덜어내고( -), 배움을 더하고(+), 관계를 곱하는(×) 칙연산 수업 연구로 사의 장을 도모하자”는 우리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여 팀 이름을 정했다. 그리고 함께 꾸려갈 수업의 큰 방향을 정하기에 앞서 서로의 수업에 대한 가치관, 교사상, 학생상 등을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교육적 지향점을 가진 교사들인지를 확인하는 대화를 나누어보았다. 보통 3월에 새로운 학급을 맡아 학급경영계획을 세울 때 연수를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혼자 하던 작업을 여럿이 함께 하고 나누니, 더 다양한 관점에서 수업에 대해 생각해 볼 수있어 좋았다.

수업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나니 올해 우리의 출발점이 어디쯤인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출발하여 어느 방향으로 함께 걸어 나갈지를 정하기 위해 각자가 관심 있는 교육 분야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이야기 끝에 올해 우리는 학생들의 생태감수성과 협력적 인성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두고, 이를 학생 중심적 교육 방법을 통해 실천해 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수업 운영의 커다란 방향과 통합 주제를 정하고 나서는 우리의 집밥 같은 수업을 일상적으로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수업친구 프로그램의 오리엔테이션에서는 두 가지 형태의 수업 나눔을 제안하였는데, 하나는 공동 수업 나눔이고, 다른 하나는 일상적 수업 나눔이었다. 우리는 제안된 두 가지 형태의 수업 나눔을 모두 실천해 보기로 하였다.

공동 수업 나눔은 한 차시 수업의 계획, 실행, 평가를 SNS, 온라인 사이트 등을 통해 공유하는 형태로 실천했다. 수업의 계획은 교수·학습지도안을 작성하여 파일을 올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수업을 준비하면서 고민되거나 함께 나누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을 경우 채팅앱을 통하여 수시로 질의·응답하였다. 그리고 40분 수업을 실행하면서 동영상을 촬영한 다음, 해당 파일을 업로드하여 수업친구끼리 시청하고, 우리가 함께 논의한 사안들이 수업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확인해보았다. 수업자는 동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자신의 수업 의도와 실천 과정 중에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을 간략하게 작성하고, 수업을 시청한 다른 수업 친구들은 시청한 수업에서 좋았던 점, 궁금했던 점,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 등을 자유롭게 댓글로 제시하였다. 우리 팀의 경우, 수업친구 네 명 중에 두 명은 5학년 담임, 다른 두 명은 2학년 담임이어서 수업 내용을 공유하기에 좋았다. 같은 주제와 지도안을 각기 다른 반에 적용했을 때 어떻게 다른 수업이 펼쳐지는지 비교하며 수업 운영의 다채로움을 느껴볼 수 있었다.

<네이버 밴드에 수업 계획, 실행 관련 자료 올리는 양식>

<공유한 수업에 대한 피드백>

일상적 수업 나눔은 한 차시의 수업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 전반에 해당하는 소소한 팁들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일종의 수업 루틴을 나누는 셈인데,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정착하게 된 학습지도, 생활지도 방법을 나누는 것이다. 팀 안에서 제안하여 각자 교실에서 적용해 본 수업 루틴은, 수학 시간의 능동적 참여 및 협동 학습을 촉진하는 ‘수학 박사 제도’와 학생 중심적 수업 운영을 실천하는 ‘독서 퀴즈’ 활동이었다. 공유한 방법들은 수업친구 각자의 학급 특색에 맞게 이름이 바뀌기도 하였고, 운영 방식도 약간씩 변형하여 적용했다. 아이들도 조금씩 변화하는 수업 방법을 감지하여 즐겁게 참여하였고, 그 수업을 꾸려가는 수업친구 선생님 역시 변화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수학 박사 제도 : ‘수학 수업에서 학생들 개인차를 보완해주면서, 학생 중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나누던 끝에 공유하게 됨. 새롭게 개발한 것은 아니고, 선배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것임.

수업친구를 통해 찾아온 변화들

나의 수업을 나눌 사람들이 있으니, 평소에 무심히 지나쳐왔던 수업의 고민들을 의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밀려드는 일과와 활동에 떠밀려 흘려보냈던 고민들을 이제는 짧게나마 메모하여 나의 수업친구들에게 물어보게 된다. 소소하게 좋았던 것들, 수업 운영이나 학급경영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는 중에 비교적 효과적이었다고 느꼈던 나만의 루틴을 나누고 각자의 교실에 적용해보면서 작은 변화들을 시도하는 동안, 조금씩 내 수업 전문성을 넓혀가는 기쁨을 느끼게 되었다.

여차하면 정해진 학사 일정과 진도표에 따라 하루하루 급급하게 흘러가기 바쁜 수업들로 채워질 수 있는 1년이지만, 수업친구와 연대한 수업의 커다란 방향성을 고려하며 필요할 때마다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니, 수업 준비 및 실행차원에서 커다란 구심점이 생겨 일관성 있는 교육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한때 출산과 육아로 인한 잦은 휴직으로 2~3년간 교과 교사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교과 교사로 지내면서 좋았던 점 중에 하나는, 여러 교실에 들어가다 보니 같은 내용을 가르치더라도 각기 다르게 반응하고 이해하는 아이들과 다양한 수업 분위기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각 교실마다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데, 그것은 담임 선생님의 교육 신념과 태도를 많이 닮아있다. 각 교실마다 흡수하고 싶은 멋지고 훌륭한 점들이 있으면 나중에 그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비결을 여쭤보고 배워보곤 했었는데, 수업친구 프로그램이 그런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의 각 교실에서 선생님들이 수업하는 면면을 전개도처럼 펼쳐서 볼 수 있고, 선생님들의 내공과 노하우를 부담 없이 주고받으며 공동 성장과 집단 지성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림같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수업이 매일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매일이 정신없고 무언가를 끊임없이 조율하고 조정하며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치우기 바쁘다. 이런 와중에 서로의 장점을 십분 살리고, 그 장점들을 나누어 각자의 수업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많은 선생님들이 수업친구를 맺고 서로의 수업 전문성 신장을 위해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