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3 봄호(250호)

우리 반 학생들 올해 한 번 믿어볼까?

양명우(숭의여자고등학교, 교사)

성공적인 학급경영을 위하여

2월 말이 되면 교사들은 고민이 많아진다. 새로 가르쳐야 하는 과목과 수업 준비에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담임 발표가 나면서 자신이 맡게 되는 새로운 학급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1년간 어떻게 학급을 운영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하루 종일 머릿속이 복잡할 것이다. 일관성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제시할 학급의 규칙도 만들어 볼 것이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학급을 운영할 1년의 계획도 세워볼 것이다. 물론 교사가 미리 준비하고 계획을 짜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고 그래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학급의 모든 일을 교사 혼자서 계획하고 운영하려고 한다면 교사는 쉽게 지치고 처음에 세웠던 계획을 달성하기는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때로는 학생들을 믿고 그들을 학급 경영에 직접 참여시킬 때 효율뿐만 아니라 효과 면에서도 더욱 성공적인 학급경영을 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운영에 직접 참여한다는 것은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체크리스트로 실천해 가는 1인 1역할

학생들을 학급경영에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는 1인 1역할이다. 이미 많은 교사들이 하고 있는 방식이겠지만 1인 1역할이 형식적으로만 진행되거나 역할 표에 학생 이름만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1인 1역할을 통해 민주적 학급 경영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약간의 운용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1인 1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작성하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학생들이 체크리스트를 작성할 때 구글 스프레드시트와 같이 협업 문서 작성이 가능한 방식을 사용한다면, 다른 학생들이 반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자신은 과연 성실하게 임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체크리스트를 만들 때에는 1인 1역할 표 옆에 ‘자신이 한 일’, ‘잘한 점’, ‘부족한 점과 다짐’, ‘건의 사항’ 칸을 만들어 매주 작성하게 한다. 이렇게 체크리스트를 만들면 학생들이 실제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또한 증거 자료가 남는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역할에 임하게 된다. 학생들의 잘한 점과 반성한 점이 매주 적힌 소중한 자료는 나중에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할 때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체크리스트에 적힌 역할별 건의 사항들을 학급회의에서 의제로 다룬다면, 형식적으로 어쩔 수 없이 하는 회의에서 벗어나 학급의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학급회의를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1인 1역할 체크리스트>

 

학급의 일정을 공유하는 공유 캘린더

민주적 학급경영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좋은 방법은 학급 공유 캘린더를 만드는 것이다. 담임교사 역할은 매우 중요하지만 중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실제로 담임교사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조·종례 시간이대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담임교사이지만 오늘 조·종례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에 우리 반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른 과목 시간에는 무슨 과제가 있었는지 알기가 힘들다. 이때 우리 학급만의 공유 캘린더를 작성하면 우리 반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각 과목마다 부장을 정해서 그날의 과제와 마감일을 작성하게 하고 1인 1역할에 필요한 내용들도 캘린더에 기록하는 것이다. 학급 공유 캘린더를 작성하면 생각보다 많은 효과들을 경험할 수 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담임교사도 각종 수행평가와 과제 마감 일자들을 쉽게 파악하여 조·종례 시간에 학생들에게 간단히 확인시킬 수 있어 학생들의 과제 수행도도 확실히 좋아진다. 학생들이 공유 캘린더에 쉽게 친해지게 하는 방법은 자신의 생일을 입력하라고 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자기 생일을 캘린더에 입력할 경우 선생님이 생일을 챙겨준다고 공지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기 생일을 입력한다. 그리고 생일날에 교사 캘린더에 알림 설정을 하여 12시에 직접 챙겨주거나 예약톡을 보내어 챙겨주면 학생들과의 관계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당일 아침에 반 학생들과 함께 축하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또한 공유 캘린더 기능을 잘 활용하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굳이 공강 시간을 물어보며 교사와 전화나 문자를 할 필요 없이 교사와 상담 일정을 조율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상담 신청은 익명으로도 가능하다. 그리고 공유 캘린더의 내용들을 반 학생들이 스마트폰이나 PC로 쉽게 접근하거나 검색할 수 있기 때문에 검색어 하나로 행사 날짜와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URL 링크로 사진, 파일, 동영상 같은 많은 정보들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캘린더와 연동하여 지필평가 시험범위, 시험 정답, 소풍 장소, 급식 메뉴, 참고 영상 등의 각종 자료들을 날짜별로 정리할 수 있는 저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캘린더 공유는 네이버와 구글 등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캘린더에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계정을 만들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 만드는 것이 좋다.

<학급 공유 캘린더 예시 – 네이버 캘린더>

<교사만 보이는 익명 상담 신청 예시 – 구글 캘린더>

정보공유의 장, 학급 공유 폴더

또 하나의 민주적 학급경영 방법은 우리 반만의 공유 폴더를 만드는 것이다. 교사가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힘이 빠질 때는 다른 반 교사와 비교되며 ‘우리 담임선생님은 정보를 잘 공유해 주지 않아요’라는 말을 들을 때인 것 같다. 학급 공유 폴더를 만들면 이런 불만을 쉽게 잠재울 수 있다. 학급 공유 폴더는 클라우드 상에서 학생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폴더이다. 중등학교 교사라면 학년부에서 매년 매우 많은 입시자료를 보내주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그 많은 자료 중 학생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자료들을 학급 공유 폴더에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학생들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자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공유 폴더를 만들 때에 ‘학급 공유 폴더’와 ‘개인 공유 폴더’를 별도로 만들면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학급 공유 폴더’에는 우리 반 학생 모두가 보아도 되는 공개된 자료(각종 입시 및 학습 자료, 권장도서 목록, 결석계, 가족체험학습 관련 양식 등)들을 올리고 ‘개인 공유 폴더’에는 개인 정보가 포함된 개인 자료(개인 상담 일지, 증명 및 졸업 사진, 성적표, 진로 지도, 자기 소개서 등)를 올리는 곳으로 한 학생과만 공유하도록 설정하면 된다. 특히 ‘학급 공유 폴더’에 각종 행사 및 소규모 테마형 교육여행 사진 등을 함께 올리면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고 학급 앨범을 인쇄할 때에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고 ‘개인 공유 폴더’에는 평소에 학생이 잘한 점을 사진 찍어서 올리면 나중에 생활기록부 작성 자료로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물론 공유 폴더이기 때문에 학생들도 자신이 잘한 점을 사진이나 파일로 올릴 수 있다. 단지 학생들과 함께 자료를 올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만으로 학생들과 함께 민주적으로 학급을 경영하는 데에 있어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네이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교사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클라우드 공간을 대여해 주는 기관들이 많기 때문에 해당 학교에서 접근하기 편한 것을 사용하면 좋고 특히 공유 캘린더와 같이 활용하면 자료 정리를 더욱 체계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업체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학급 공유 폴더 예시>

<개인 공유 폴더 내 자료 예시 – 1년간 잘한 점 사진 자료>

쉽고 공정한 학급 자리배치

학급 경영을 할 때 필수적인 사항은 학급 자리배치이다. 교사들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리배치를 하고 있겠지만 자리배치의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요즘 자리배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교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간편하게 자리배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겠지만 학생들이 자리배치 프로그램을 신뢰하지 못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배치표까지 자동으로 만들며 편리하게 자리를 배치하였다 하더라도,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신뢰하지 못하여 임의로 자리를 바꾸게 된다면 편의성보다는 부작용이 크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학급의 자리배치 방법은 학급 회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본인의 경험상 가장 문제가 없었던 방법은 학생들이 직접 제비를 뽑아 자리를 배치하는 방법이었다. 학생들이 제비를 뽑아 자리를 정하면 비록 자신이 원하지 않는 자리에 앉는다 하더라도 자신이 뽑았기 때문에 그 결과를 수긍하는 경향이 높았다. 그리고 시력이나 기타 이유로 자리배치에 배려를 받아야 하는 경우에도 담임 재량으로 이를 결정하기보다는 학급 회의를 통해 예외 사항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남을 배려하는 것을 배운다는 교육적인 면뿐만 아니라 자리 배치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제비뽑기를 하면 제비를 만들어 뽑고 자리배치표도 일일이 만들어야 하는 등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보완하면서 나름 간편하게 제비를 뽑는 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단 제비를 매번 만드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 재사용이 가능한 제비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에는 재사용이 가능한 제비뽑기 용품을 팔기도 하고, 작은 플라스틱 숟가락에 번호를 적어 통에 넣어 적기만 해도 손쉽게 재사용이 가능한 제비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학생들이 제비를 뽑을 때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제비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서 뽑은 즉시 제비 번호를 명렬표에 기록하고,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서 뽑은 제비는 바로 수거한다. 이런 일도 1인 1역할을 잘 활용하면 쉽고 정확하게 진행할 수 있고 생활기록부에 적을 내용도 생겨서 좋다. 그리고 제비뽑기가 끝나면 좌석 번호가 적혀 있는 자리배치표를 담임이 칠판에 붙인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중요한데, 제비를 뽑기 전 자리배치표를 미리 인쇄하여 담임이 가지고 있다가 제비뽑기 직후 칠판에 붙이면 담임이 제비뽑기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학생들은 믿을 수 있고 특히 자리배치표를 아무 의미 없는 번호 순서대로 적어 놓으면 그 제비뽑기는 모두가 참여하였으나 아무도 개입하지 않은 공정한 제비뽑기가 된다. 자리배치표를 번호 순서대로 만들었을 때 또 다른 좋은 점은 명렬표에 적혀 있는 학생들의 제비 번호를 엑셀에 옮겨 적은 후 이를 번호 순서대로 정렬만 하면 굳이 학생 이름을 배치표에 일일이 적을 필요 없이 간단하게 자리배치표를 바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자리배치처럼 보이겠지만, 학생들이 회의로 그 방법을 결정하고 직접 배치 과정에 참여하여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교육적 의미가 큰 활동이라고 하겠다.

<제비뽑기 번호 정렬로 쉽게 만드는 자리배치표>

학생들을 믿고 함께하는 민주적 학급 운영!

‘학생들과 함께하는 학급 경영’이라고 하면 말은 매우 좋아 보이지만 정작 많은 교사들은 이를 생각만 해도 걱정이 앞설 것이다. 혼자 모든 것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하고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교사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담임이 모든 것을 혼자 하다가 지치게 되면 그 마음을 알아줄 사람도 없을 뿐더러 일관성 없는 운영으로 학급 경영을 실패할 가능성도 많다. 가장 바람직한 수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모델이 학생 참여형 수업이다. 수업과 마찬가지로 학급 경영도 학생들이 참여할 때 학생에게 가장 즐겁고 의미 있는 배움이 된다. 물론 학생과 같이 학급 경영을 하다 보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학생들로 인하여 갈등이 생기거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 운영해 본 결과, 자신이 맡은 역할 이상으로 훌륭히 역할을 수행하는 학생들을 보게 되면 그들의 잠재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교사로서 충분히 보람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들이 보여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부터 교사로서 배울 수 있는 점도 많았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의 결과를 떠나 잘하든 못하든 학생들에게 그룹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경험하게 하고 또한 자신의 잠재력을 펼치고 발전할 기회를 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학생을 믿고 민주적 학급 운영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