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18 가을호 (232호)

우리 학교에는 ‘영포자’가 없어요

송형호 천호중학교 교사

1. 들어가며

학습부진은 보통 또는 그 이상의 지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기초 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로, 지적 장애 학생 등은 학습부진학생에 포함하지 않는다. 2018 서울 기초학력 향상 기본 계획에 따르면 학습부진 요인별 다각적 지원으로 교육격차 해소 및 책임교육 실현을 위해 단위학교 여건에 맞는 기초학력 책임 지도제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본교는 지역사회전문가(이하 지전가)인 사회복지사가 근무하는 학교로 전교생의 14~15% 정도가 복지 대상 학생이다, 그런데 본교 2학년 복지 대상 학생 31명 중 14명(45.2%)이 학습부진 학생으로 전체 학생 비율의 세 배에 육박한다. 이전 근무교인 면목고의 경우 전교생의 25%가 복지 대상이었던데 비해 학습부진학생의 60% 가량이 복지 대상이었다. 여타의 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가난 혹은 결식 등이 학습부진에 직간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점에 착안해 복지와 연계한 학습부진학생 지도 방법을 모색하였다.

 

2. 학습부진 지도의 실제
가) 실력향상반 모닝북카페 운영
본교 2학년 영어과에서 실력향상반(기초학습 부진학생지도)과 특별보충반을 운영하였다. 실력향상반은 자체평가 자료에 의해 1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실력향상반 10명 중 8명이 복지 대상 학생이고 특별보충수업을 힘겨워 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모닝북카페’를 운영하였다. 주2회 영어공부(화, 목), 주2회 책읽기(월, 수) 활동을 통해 학습 습관을 형성하고, 간편식을 제공하고 결식을 방지하여 교육복지대상 학생들에 대한 사례 관리를 함께 하고자 하였다. 영어전용교실에서는 보충 수업을 진행하고 교육복지실에서는 사회복지사가 아침조회시간 전 매주 월/수 책읽기, 화/목 기초영어학습을 진행하였다. 2학년 영어 수준별 수업 하반을 맡고 있어서 해당 학생들을 정규 수업 시간에 관찰한 결과, 만화 그리기나 글쓰기에 소질이 있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에 ‘학습 자료 제작단’으로 이름을 지어, 재능 기부의 형태로 각자의 소질을 살리도록 했다. 공부 못하는 집단이라는 낙인감을 없애고, 각자의 재능으로 작품활동을 하도록 운영하였다.

실력향상반 운영 후, 학생들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성적을 비교한 결과, 열 명 중 세 명은 이미 중간고사 이후 중반으로 발전해 갔고 하반에 남은 일곱 명 중 다섯명의 성적이 향상되었다. 2학년 전체 194명 중에서 지필평가 성적이 1점이라도 오른 학생이 18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학생들이 대단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생각되어, 내신성적 향상상이라는 교사 명의의 상장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한편 모닝북카페에 쓰인 복지 예산은 다음과 같다. 모닝북카페 예산으로 구입한 간식은 작품의 저작권료 명목으로 제공하여 복지 대상 학생이라는 낙인감이 들지 않도록 하였다.

나) 사이버 특별보충 “학습자료제작단” 운영
2학년 수준별 수업 하반 학생 중 학습자료 제작 능력이 있는 23명을 선발하고, SNS 단체 채팅방을 활용하여 수시 보충수업 체제를 운영하였다. 23명 중 8명이 복지 대상이어서 모닝북카페의 간식 일부를 작품 제작비 명목으로 제공하였다. 정규 수업만으로도 벅찬 아이들에게 사이버 학습자료제작단은 학습의 중요한 소통 도구가 되었으며, 교생 선생님, 교육기부 선생님들과 멘토링을 함께하기도 하였다.

다) 학습 부진 지도의 실제
3월에 2천여 명의 영어교사가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단체 채팅방을 통해 교직과정 이수 중이거나 임용 대기 중인 교사 중 천호중에 교육 기부 가능한 분을 공모하였다. 학습 활동 온라인 게임 제작(https://quizlet.com/class/6223654/)을 돕거나 주 1회 수업 관찰 및 지원을 하여 수준별 수업의 내실화를 기하고, SNS를 활용한 학력향상반 멘토링으로 복지 대상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지원해 달라는 목표였다. 사대 졸업생, 임용 대기 교사, 교육 실습생 총 세 명이 교육기부에 참여하였다. 활동 후 아래 내용으로 학교장 명의의 교육 기부 확인서를 교부했다.

교육기부로 제작된 온라인 학습활동 게임은 게임 세대인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학습의 가장 인기 있는 고정 코너로 자리를 잡았다. 학력향상반 단톡방을 통해 이 퀴즈 주소를 보내주면 학생들이 일정 시간 내에 풀어서 인증샷을 보내는 등 학습이 언제 어디서나 이루어질 수 있었다. 주 1회 수업 관찰 및 수업 지원은 학생들이 학습지를 풀 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선생님과 아이들과 래포 형성이 되어 혹시 못 오시는 주에는 아이들이 궁금해 하기도 했다. 두 분은 화요일, 한 분은 수요일에 오셨는데 공교롭게도 2학년 1반과 2반 수준별 수업할 때 오셨다. 그래서인지 1, 2반 중에 성적이 향상된 학생이 가장 많았다.

3. 자료제작단 운영의 의미

가. 이론적 배경
1) 교육과정
2015 개정 중학교 영어교육과정의 목표 중 첫 번째가 다음과 같다.

 

 

학생들의 작품은 그 날 중으로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카페 등으로 공개하고 학급별 영어 단체 채팅방에도 소개한다. 학생들이 종례 때 담임선생님께 맡겨둔 휴대폰을 받자마자 페이스북에 올린 작품을 확인하고 즐거워한다. 학습이 흥미와 관심으로 놀이가 되는 순간이다. 한편 학생들이 영어에 자신감을 갖도록 영어 생활기록부 예시를 다음과 같이 사전에 안내하고 실제로 생활기록부에 기록해 주었다.

2) 강점 강화 복지 이론
강점 강화 복지 이론은 복지 대상자의 증상이나 행동문제를 강조하기보다는 강점과 자원을 강조하는 이론으로, 학생의 타고난 잠재력, 능력 그리고 강점을 인정한다. 전문가가 병리, 결점, 증상, 실패와 같은 관점에 주로 초점을 둘 경우, 문제를 해결하여 성장이나 변화를 촉진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문제를 유지하거나 강화시키는 모순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보며 강점, 장점을 키우는 게 더 많은 효과가 있다고 본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인생의 진정한 비극은 우리가 충분한 강점을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갖고 있는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말한 것도 이 이론과 맥이 닿아있다고 할 수 있다.
만화 잘 그리는 사람은 만화로, 방송 잘하는 사람은 방송으로, 춤 잘 추는 사람은 춤으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4년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타이포셔너리를 시작할 때, 그야말로 전교 꼴찌들의 반란이었다. 전따, 은따 당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기획한 활동이 소위 말해 대박이 났다. 아이들 작품을 명예의 전당처럼 칠판에 이름과 함께 붙였더니, 학생들이 문제 행동을 중지하고 오히려 수업진행을 도와주었다. 자신들이 창작하느라 애쓴 단어여서인지 답을 척척 맞추어 내기도 했다.

 

3) 학습 스타일 이론
강점강화론과 더불어 학습과 관련해 시사할 점이 많은 이론이 학습 스타일 이론이다. 학생들은 단어를 외우는 스타일이 다르다. 만화로 그려가며 외우는 학생, 소리 내어 중얼거리며 외우는 학생, 손짓 발짓 해가면서 돌아다니며 외우는 학생 등 그 스타일이 다양하다. 이처럼 시각적 학습 스타일, 청각적 학습 스타일, 신체 학습 스타일 등 학생들은 각자 다양한 학습 스타일을 갖고 있다.

신체 감각적 학습 스타일의 아이들은 몸을 움직일 때 학습 효과가 가장 크다. 이런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서 수업 듣는 것을 지루하게 느끼기 때문에 수업 중 힘이 들어 나대기 일쑤다. 따라서 프린트 수업을 할 때도 듣기 뿐만 아니라 빈칸을 채워넣도록 하는 등 몸의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교과서를 소리내어 읽도록 하는 것도 좋아한다. 한편 학습 스타일은 발달 단계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일부 중학생, 특히 실력향상반 학생들 중에는 촉각학습자가 많다. 쓰고, 그리고, 몸짓이나 손짓을 할 때 학습이 일어나는 학생들이다. 이런 학습 스타일을 알게 된 것은 실력향상반 학생 중 두 명이 교과실에 있던 알파벳 스티커를 달라고 하더니 집중해서 단어장을 만드는 것을 보면서다. 학습 스타일을 존중해주면 아이들은 수업에 집중을 한다. 작품을 제작하며 본인도 학습을 한다.

나. 학습 스타일별 작품 유형
1) 촉각학습자가 제작한 학습 자료

2) 신체학습자가 제작한 학습 자료
실력향상반 중에 활발한 학생들은 노래나 율동을 즐긴다. 이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 노래부르기, 문법이나 교과서 내용을 요약한 패러디 송 부르기, 립싱크 등이 있다. 특히 Sing aloud는 Read aloud(소리내어 읽기) 대신 선택할 수 있는 과제로 음악 지능이 높은 학생이나 신체 지능이 높은 학생, 인성검사 결과 정열성이 높다고 평가된 학생들, 학교의 보컬반, 힙합반 등에서 활동하는 학생이 적극 참여하는 과제다. 학급 내에서 거의 대화가 없으면서 팝송을 아주 선호하는 학생들은 이 과제를 통해 다른 학생들과 소통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페이스북에 탑재된 패러디 송 영상은 조회수가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에 이른다. 학생들은 교사의 페이스북에 작품이 탑재되면 ‘페북스타’가 된다고 말한다.

3) 시각학습자가 제작한 학습 자료
단어나 문장 수준을 만화로 표현하면 바로 학습자료로 활용하기에 용이하다.

4. 나가면서

학습스타일을 배려한 학습부진 학생 지도를 하면서 학생 중에 “영어 시간은 이상하게 빨리 간다.”든지 어느 학생이 운동부 학생을 가리키며 “선생님, 쟤는 학교 와서 영어 시간만 공부해요.”라는 말을 들으며 아이들의 소속감과 자존감이 향상되는 것을 느꼈다. 교사의 역할은 학생들이 자기 스스로 흥미와 자신감을 갖고 평생 공부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다.
또 한 가지는 학습부진 학생 중 복지 대상 학생의 비율을 파악하여 교육청 단위에서 체계적으로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2018 서울 기초학력 향상 기본 계획에 복지라는 단어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