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2 여름호(247호)

[인권교육] 차별 없는 행복한
삶을 꿈꾸며, 함께 배우고 연구하다!

김수기(동마중학교, 교사)

서울특별시 성동구에 위치한 동마중학교(교장 주석표)는 인권 친화적인 학교문화 조성과 교육공동체의 인권 감수성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인권 관련 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 인권교육 필요성 및 활성화를 위해 수업과 연계한 인권교육, 전문성 신장을 위한 교원학습공동체를 조직·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특색있는 인권 존중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또한, 학생자치회를 중심으로 타인과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 및 모두가 행복한 건전한 청소년 문화 조성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민주시민 육성을 위한 인권 존중 프로그램 연구 활동]

인권, ‘나’와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위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인권은 차별과 편견이 없는, 그래서 누구나 존중·배려받는 사회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는 차별과 편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본교는 2021년 기준 학생 440명 중에 다문화 학생 10명, 특수교육대상학생 12명이 재학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교육대상자를 제외한 다문화 학생 중에는 자신의 부모님이 외국인이고, 자신이 다문화 가정임을 친구들은 물론, 담임교사에게까지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 자신이 다문화 학생임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에게 쏟아질 불편한 시선들 때문이다. 특수교육대상학생들도 일반 학생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불편한 대상으로 취급받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차별과 편견의 시각을 ‘다름의 인정과 존중’의 시각으로 전환하기 위해 먼저 교과 수업에서부터 접근해 보았다.

교과 수업 – 그림책을 통해 차별과 편견이 없는 ‘달콤한 세상’을 꿈꾸다

중학교 1학년 사회 교과서(지학사, 이진석 외)의 ‘7-3 사회 집단과 사회 갈등’ 단원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에게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차별과 편견을 인식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차별과 편견 의식을 스스로 찾고 수정해 가는 성장 과정을 통해 다양성을 인정하고 나와 다름을 포용하는 자세를 길러주고 싶었다. 그래서 세계 인권 운동과 미국 흑인 운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로자 파크스’ 사건을 모티프로 한 그림책 『초코곰과 젤리곰』(얀 케비, 2015)을 활용한 수업을 설계하였다.

‘로자 파크스’ 사건은 1995년 흑인 여성인 로자 파크스가 백인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버스 운전사의 지시를 거부하였고, 결국 이것 때문에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다. 그림책에서 로자 파크스는 버스에 나란히 앉을 수 없는 초코곰과 젤리곰으로 표현되어 있고, ‘서로 같은 맛끼리만 어울리고 놀아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편견과 수군거림을 넘어서서 모든 맛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가장 맛있는 나라’ 를 찾기 위한 용감한 여정을 떠난다.

우선 학생들에게 책을 한 권씩 배부하여 읽게 한 뒤, 책을 스캔한 화면을 함께 보며 페이지별로 편견과 차별의 모습들을 찾아보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발언과 유도 질문은 최대한 자제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게 하였다. 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차별과 편견의 장면을 찾아내었고, 자신들이 차별과 편견이라고 느낀 이유를 솔직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하였다.

<책 읽는 모습>

<수업 모습>

<학생 발표 모습>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작성한 수업 후기에서는 다음과 같이 학생들의 의식이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학급 활동 – 친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존중과 배려의 학급 문화’를 키워요

2021년 1학년 ○반은 학급 정원 23명 중 특수교육대상학생 3명, 다문화 학생 1명, 그리고 출신 초등학교가 10개 이상 다른 다양한 학생들로 구성된 집단이었다. 게다가 개성이 강한 구성원이 많아, 3월 초에 학급 문화를 조성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평소 학급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급 분위기 조성’이었고, 이는 학기 초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어서 이를 위한 학급 활동 프로그램 구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상대방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나와 다름을 인정해야 하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나와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나와 상대방에 대한 이해는 나와 상대방의 감정을 알고 공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나의 감정 알기→친구 감정 공감하기→감정 조절하기→강점 나누기/약점 비우기→친구 칭찬하기 활동으로 이어지는 학급 활동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자신을 이해하는 것을 돕고, ‘나 중심’에서 벗어나 내가 속한 집단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워주고, 편견을 벗어나 ‘존중과 배려의 학급 문화’를 조성하는 데 유익한 활동이다.

<초콜릿 만들기>

<강점 나누기/약점 비우기 활동지>

<감정 조절하기 활동지>

‘나의 감정 알기’와 ‘친구 감정 공감하기’ 활동에서는 우선 지난 1주일 동안 자신이 느꼈던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주어진 감정 단어표에서 찾아 적어보고,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그 감정으로 인해 자신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생각해 본다. 다음으로 이러한 내용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그리고 친구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친구의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공감 활동을 통해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키울 수 있었다.

‘감정 조절하기’ 활동에서는 부정적 감정을 완화하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감정 조절법을 익히고, ‘강점 나누기/약점 비우기’ 활동에서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찾고 친구와 공유하며 서로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지지를 통해 자신 및 타인에 대한 존중감을 키웠다.

이어서 과학 교과의 〈상태변화〉 관련 단원을 ‘초콜릿 만들기 + 학급 친구를 칭찬하는 편지쓰기’ 프로그램으로 재구성하여, 평소 관찰한 친구들의 모습에서 칭찬 내용을 찾고 친구를 칭찬하는 편지와 함께 손수 제작한 초콜릿을 선물하는 활동을 진행하였다.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서로 읽어주는 활동에서 매우 쑥스러워했으나, 친구의 정성스런 편지와 함께 초콜릿을 받는 학생들의 모습은 행복한 웃음으로 가득했다.

총 5회기로 구성된 위 학급 활동은 3월 새학기가 시작되고 약 2주~4주 후에 진행하기를 권장한다. 새학기 시작 후, 1~2주 동안은 학생들도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서먹하며 새로운 환경으로 인해 매우 긴장된 상태이다. 친구들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는 시점, 친구들에게 조금씩 자신을 드러내는 시점, 그래서 한편으로는 친구에 대해 작은 오해나 편견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점에 위 활동을 진행하면 친구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편견 없이, 존중하는 자세의 민주시민 역량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다.

인권교육 교사들에게도! – 교사 인권교육을 통한 인권 존중 교육체제 구축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인권 존중 교육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본교에서는 2021년부터 인권 존중 교원학습공동체 ‘어울림 세상’과 ‘공감하는 세상 동우회’를 조직하여 월 1회 이상 인권 친화적인 교육환경 조성과 교육활동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적용하는 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 또한 학생 인권 및 교권, 편견과 차별 없는 교육활동 및 학생 지도, 상담 등에 관한 다양한 독서, 토론, 강연, 연수 등에 함께 참여하며 전문성을 신장시키고 있다. 2021년 6월에는 노동법 전문가(노무사)를 초청하여 청소년 아르바이트 관련 노동법 교육을 통해 노동자와 고용자 간의 인간적인 관계 형성의 필요성과 노동 현장에서 학생 인권 보호 방안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교사들의 노동인권 감수성을 신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2022년 2월 신학년 집중 준비 기간에는 전교사를 대상으로 교권 및 학생 인권에 대한 외부전문가 초청 연수를 실시하여 교사들의 인권 의식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권 존중 교육환경을 조성하여 교사와 학생 모두가 행복한 학교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였다.

<교원 인권교육>

<공감하는 세상 동우회>

모두가 행복한 ‘달콤한 세상’, 교복 입은 시민이 만든다

본교 학생자치회 이름은 「라온하제」이다. ‘즐거운 내일’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우리 학생들 모두가 즐거운 내일을 맞이할 수 있으려면 개개인의 다름이 인정되고 존중받는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받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본교 「라온하제」는 주체적으로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받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 2021년에는 인스타그램 활용, 행운의 등굣길 행사, 내 귀의 캔디, 점심 리그, 퀴즈대회, 코로나19 극복 응원 메시지 행사, 사과 데이 등 각종 캠페인 활동을 진행하였으며, 2022년에도 공동체 의식 함양 프로그램, 마인드 스포츠 대회, 프리챌린지 캠페인, 행운이 함께하는 등굣길, 마음 방역(Edu-백신), 너에게 듣고 싶은 말 한마디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라온하제」의 모든 활동은 학생들의 구상과 계획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의 여론을 수렴하여 학생들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촉진제 활동을 준비하기도 하고, 코로나19, 기후 위기, 장애인 복지 문제 등의 사회적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학생들의 인식을 개선시키고 문제를 해결에 참여시키는 행동하는 민주시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21 「라온하제」 사업계획서>

<「라온하제」 인스타그램>

<장애 공감 문화주간 캠페인>

<장애 공감 문화주간 퀴즈대회>

<타인 존중 퀴즈대회>

이처럼 동마중학교에서는 사랑과 즐거움이 가득한 학교 문화 형성,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청소년 문화의 정착, 자치와 참여를 통한 민주시민 육성을 위해 교과, 학급, 자치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인권교육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공동체인 교사와 학생들의 자발적인 변화의 노력이 학교 구성원 개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는 인권 친화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