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2019 가을호 (236호)

자유는 마음을 켜는게 아니라
끄는 데에서 시작할 수 있다

정수진 (서울대도초등학교, 교사)

무더운 여름을 견디기 위한 학생들의 재충전 시기가 지나면 어느덧 1년이 훌쩍 지나간 느낌이다. 개성이 뚜렷한 개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다 보면 몸과 마음의 치유가 필요하다. 독서만으로 마음을 치유하고 행복의 방법을 탐구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신경끄기의 기술’

『신경끄기의 기술(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Ck)』은 출간 후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는데, 이 책은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파워블로거가 쓴 책이다. 처음부터 성공의 반열에 오르기보다 시행착오 끝에 자리를 잡게 된 저자의 생생한 스토리를 읽다 보면 ‘내가 겪고 있는 시련도 언젠가 끝이 있겠지.’라고 느낀다. 이 책은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 많은 선택지와 기회비용 앞에서 인생의 목적을 잃어버린 채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깨달음을 준다.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가는 실수를 두려워하거나 체면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인생에서 별 게 아니라는 위안과 독자에게 마음의 자유로움을 준다. 실제 요즘의 TV, SNS 등 매체를 접하면 새로 나온 상품을 소유하고, 남들보다 더 멋진 휴가를 보내고, ‘내가 너보다 멋지게 살아!’ 라고 외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우리는 최고 중의 최고, 최악 중의 최악, 가장 충격적인 뉴스 등 자극적인 뉴스들에 둘러싸여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함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들처럼 살아야 하는데…….’ 라는 불안이나 ‘그들만큼 행복하지 않으면 어쩌지…….’ 라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작가가 제안하는 신경끄기는 인생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이 아닌 친구, 가족, 목표, 취미 생활 등 진짜 중요한 것에 쓰기 위한 신경을 따로 남겨놓는 것이다. 이런 단순화 과정을 통해 지속적이고 참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참된 행복을 위해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하는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자기 인식을 위한 첫 번째 단계로는 ‘난 이럴 때 행복해, 슬프지.’ 등 자기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내면의 상처나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수년 동안의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자기 인식을 위한 방법은 우리가 어떤 감정을 ‘왜’ 느끼는지를 묻는 것이다. 주로 심리 치료 과정에서 직면하는 물음들로 ‘나는 왜 화가 날까?’, ‘왜 무기력한 기분이 들까?’ 등을 물어볼 수 있으며 원인을 이해하면 즉시 변화시키는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 세 번째 자기 인식은 개인의 가치관으로 ‘나는 자신과 주변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걸까?’,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나름의 기준은 무엇일까?’ 등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답하기가 꺼려지고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들이지만 인생을 수박 겉 핥기식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보다 삶의 기준을 확립한다는 점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질문이다.

완전히 무시해도 좋은 엉터리 가치들

작가는 인생에서 완전히 무시해도 좋은 네 가지 가치들을 제시했다. 첫째는 ‘쾌락’이다. 어떻게 보면 요즘 세대들이 가장 추구하는 가치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는 순간의 즐거움일 뿐 만족감 가운데 가장 얄팍한 형식으로 얻기도 잃기도 쉽다고 경고한다. 둘째는 ‘물질적 성공’인데 어느 순간 보면 삶의 목적이 되어버린 돈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의식주 같은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면 물질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게 된다. 셋째는 ‘나는 다 안다는 태도’이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으며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하고 틀릴 수 있는데, 독선적인 태도로는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 넷째는 ‘무한 긍정’이다.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저자는 한결같은 긍정은 일종의 회피로 보며, 부정적 감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문제를 풀지 않고 영원히 남겨 놓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니 부정적 감정을 받아들임으로써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회를 놓치지 말고 무한 긍정을 극복하자는 것이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다섯 가지 가치

그렇다면 수많은 가치들 중에 우선 순위로 두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우선, ‘강한 책임감’이다. 작가는 ‘당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때로 억울하고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외치고 싶은 순간에도 당신의 삶에서 일어난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둘째, ‘맹신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경험이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 그 순간에는 모른다. 이 가치를 소개하며 작가가 소개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참가자들이 방 안에 한 명씩 앉아 있는데 특정 행동을 하면 점수를 얻었음을 알리는 불이 들어온다. 참가자들은 그게 어떤 행동이었는지 알아내야 하고, 30분 동안 점수를 얼마나 올릴 수 있는지 보겠다고 공지했다. 참가자들은 점수를 10~15분 안에 알아내는데 보통은 한 다리로 서 있기, 점프 후 버튼 누르기 등으로 이상한 행동들로 착각한다. 사실 점수는 무작위로 주어지는데 말이다. 실험의 핵심은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빨리 거짓말을 믿는지를 보여준다. 이 실험을 보자 많은 인과관계에 대한 믿음들이 오류일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두 행동이나 사건 사이의 상관관계가 착각일 수도 있으니 맹신은 금물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셋째, ‘실패’이다. 사람들은 병상, 사고 등 최악의 순간이나 실존적 위기가 왔을 때 객관적인 눈으로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인생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사례가 많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법은 ‘뭐라도 하는 것’이다. 행동은 동기의 결과일 뿐만 아니라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즉 동기가 부족할 경우 행동을 먼저 하면 그 행동이 정신적 반응과 자극을 일으키고, 뒤이어 다른 행동의 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70편이 넘는 소설을 쓴 소설가가 하루에 단어 200개를 쓰면서 그 행위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 집필의 영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결과가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뭐라도 하다보면 실패가 하찮게 느껴질 것이다. 할까말까 망설여질 때에는 일단 ‘하는 것’이 좋다.
넷째, ‘건강한 거절’이다. 이 장에서 언급된 거절은 수많은 선택지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 결과 한 가지에 몰입하게 되고 선택의 고민 과정에서 자유를 얻게 된다. 작가가 말하는 거절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며, 솔직하게 살아가기 위해 ‘아니오’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해야 오히려 건강한 관계를 맺는다고 한다. 현대 소비 문화는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여행하고, 더 많이 경험하길 부추긴다. 하지만 기회와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을 때 우리는 ‘선택의 역설’에 시달리게 된다. 만족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회비용의 선택지에 계속 신경 쓰면서 불안과 불행을 맛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한 가지 선택지를 택하고 그것에 몰입하는 것인데, 그 까닭은 지금 내게 있는 것이 충분히 좋다는 것을 알고 만족하
기 때문이다.
마지막 가치는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숙고하는 것’이다. 어떤 것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어차피 언젠가 죽을 것이라면 두려움이나 민망함, 수치심 따위에 굴복할 이유가 없다. 사람들은 죽음을 생각하거나 말하기를 꺼려하지만, 죽음은 인생의 의미를 측정하게 해준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삶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하는데 삶을 충실히 사는 사람은 언제든 죽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의 한계성을 정면으로 마주하면 덧없고 피상적인 가치를 삶에서 없애줄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고민해보자.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 책은 어떻게 보면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문체로 쓰여 있으며, 상세한 주석이나 문
헌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비교와 다다익선의 가치에 사로잡혀 타인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이 책을 통해 마음의 짐을 내려두고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보탬이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