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2 겨울호(249호)

[종암중] 꿈꾸던 내일이
오늘이 되는 색깔 있는 교육과정

오현정 명예기자

「초·중등교육법」 제23조 1항에는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교육과정은 과연 무엇일까? 현재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교과 및 총론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있으므로 이전 교육과정인 2015 교육과정에서 살펴보자면, 교육과정이란 학생이 경험하는 총체 또는 학교가 제공하는 경험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학생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교육자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는 ‘어떠한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조벽 교수는 ‘교육은 결국 학생과 교사, 두 소중한 존재의 만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렇다.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에 이루어지는 총체적인 사건과 교류가 결국에는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생생한 만남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다.

색깔 있는 교육과정의 운영을 통해 교사와 학생 간 생생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는 종암중학교(이하 종암중, 교장 류장경)를 찾아 취재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소통과 배려의 문화를 가진 교육공동체

종암중은 2019년 9월 혁신미래학교로 선정되었다. 학교 전반의 변화를 위해 기획단을 조직하고자 지원자를 받았더니 교직원 40명 중 무려 17명이 지원했다. 함께 모여 공동체가 품어야 할 비전으로 ‘내일을 꿈꾸며 행복한 우리, 꿈꾸던 내일이 오늘인 학교’라고 마음을 모으고 소통하고 협의하여 만들어진 교육과정이 바로 종암중의 ‘색깔 있는 교육과정’이다.

색깔 있는 교육과정은 학년별로 나누어져 있다. 1학년은 생태 연계 교과 과정인 초록색 교육과정, 2학년은 문화예술 연계 교과 과정인 주황색 교육과정, 3학년은 진로 연계 교과 과정인 하늘색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생태가 초록색인 것은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고, 진로는 미래와 꿈을 뜻하니 하늘색인 것도 알겠는데 문화예술이 왜 주황빛이냐고 물었더니 주황색은 ‘열정’을 뜻한다고 했다.

색깔 있는 교육과정을 위한 준비

색깔 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교육과정 계획, 교과 융합 수업 구성을 위한 교원학습공동체 구성, 교과 및 교원학습공동체 예산 편성 및 실행이다.

2월 중 인사 발령 등을 통해 학교 구성원과 학년이 정해지면 신학년 집중준비 기간 연수를 통해 종암중 구성원이 정한 가치와 방향을 공유한다. 또한, 교과협의회와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중심이 되는 학년별 중점 주제를 정하고, 학년별 주제에 따라 교과별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계획하고 결정한다. 교과별 수업이 정해지고 나면, 서로 다른 교과를 융합한 주제별 수업을 계획하고 이를 함께 할 교사가 모여 교원학습공동체를 구성하여 1년간 함께 공유하고 협력하여 색깔 있는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실행한다.

<2022학년도 색깔 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신학년 집중 준비기간 연수 안내>

색깔 있는 교육과정 관련 교과 및 프로젝트 수업 공유는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한다. 각 교사가 가르치는 교과 속 색깔 있는 교육과정 반영 요소를 찾아 주제별 프로젝트 수업내용을 공유한다. 이때 다른 과목의 활동 내용을 확인하여 학생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중복된 내용을 삭제하고 교과별로 융합할 수 있는 것은 재구성하여 합친다.

[1학년 색깔 있는 교육과정 ‘생태’ 주제 수업 계획 및 공유]

색깔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수업 계획을 공유하고 교과 간 연계를 위해 교원학습공동체의 구성은 필수 불가결이다. 종암중 교사는 평균 2.5개의 교원학습공동체에 속하여 활동하고 있다.

[교원학습공동체 현황]

교육과정 실행을 위한 예산 분배 원칙도 구성원 간의 협의를 통해 정했다. 교과별·공동체별 균등 분배, 교원학습공동체별 인원수를 고려한 분배, 70%는 균등 분배 후 30%는 교원학습공동체 특성을 반영한 추가 분배 등의 의견이 있었으나, 결국 균등 분배를 배제하고 신청하는 교과 및 공동체에 정해진 예산 범위 안에서 지원하고, 신청자가 예산을 책임지고 사용하는 예산 신청 책임제를 협의를 통해 결정하여 예산을 분배했다. 연간 교육과정 활동 계획을 진행하기 위한 예산을 신청하고 이를 구성원 간 투명하게 공유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 또한, 원하는 활동을 하기 위한 충분한 예산이 지원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연간 지속해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색깔 있는 교육과정의 실제

1학년은 생태 연계 교과 수업인 초록빛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국어과 외 8개 교과의 생태 연계 교과 수업을 진행하고 생태 환경을 주제로 자유학기제 주제 선택 프로그램을 개설, 운영하였다. 교과융합 프로젝트 수업인 종암인의 슬기로운 지구 사용법 캠페인 실천하기 수업을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과가 융합하여 진행하고 있다. 국어과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에서 『환경과 생태 쫌 아는 10대』(최원형)라는 책을 함께 읽고 배경 지식을 쌓은 후, 사회과의 탐구와 실천, 수학과의 통계 분석, 과학과의 생태 다양성 조사, 음악과의 캠페인 음악극 등을 연속적으로 진행하며, 2학기 전 기간 동안 생태 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교과별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에게 마일리지를 부여하고, 프로젝트를 마감한 후 마일리지가 높은 학생들에게는 학년부 차원에서 상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2학년은 문화예술 연계 교과 수업인 주황빛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국어과 외 9개 교과의 문화예술 연계 교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별히 국어과와 미술과, 음악과의 융합 수업인 협력종합예술활동을 진행하였다. 종암중 협력종합예술활동은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를 감상하는 영화제이다. 자신의 모둠이 제작한 영화를 감상할 관중에게 홍보해야 한다는 실제적 맥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협력종합예술활동과 미술 수업 간의 연계가 잘 이루어졌다. 또한, 학생들이 영화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레크리에이션 활동, 장기자랑 등을 함으로써 협력종합예술활동을 하나의 축제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학년은 진로 연계 교과 수업인 하늘빛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국어과 외 9개 교과의 진로 연계 교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3학년 특성에 맞게 진로·진학 지도와 자기개발시기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운영한다. 국어과, 영어과와 미술과는 ‘자기소개’라는 큰 주제로 융합을 진행했다. 각 교과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국어과에서는 자기소개서 쓰기, 미술과에서는 자화상 그리기, 영어과에서는 미술과에서 그린 자화성을 바탕으로 자기소개 대본 작성하고 발표하기 활동을 진행하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또한,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고교 탐방하기, 특성화고 진학설명회, 인근 대학교와 연계한 학과 설명회 등 다양한 진로진학 관련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여, 자신의 진로에 대해 더욱 심도 있게 탐색하고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학년별 색깔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종암중만의 교육과정을 구현하고,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을 구성할 때는 학교 전체의 지향점을 반영하여 학년별 교육과정으로 실현해내는 모습이 의미 있었다.

코로나19도 막지 못한 ‘가을 어울빛’에 담은 색깔 있는 교육과정

코로나19로 제약이 많았던 2021학년도에 ‘가을 어울빛’이라는 이름으로 종암중만의 색깔 있는 교육과정 융합 체험활동을 진행했다. 1학년은 마을 안에서 배우고 실천하는 생태전환교육과 업사이클링 체험활동을 했고, 2학년은 VR 교육 여행, 관광지 안내문 만들기를 했다. 3학년은 진로 로드맵 작성, 20년 후 나의 직장에서의 일상 4컷 만화 그리기, 가죽공예, 힐링 도자기 제작 등 각 학년의 빛깔을 담아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에서 병행하여 진행했다. 2022학년도에 이루어질 ‘어울빛’은 학교에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할 수 있어 학생들이 더욱 기대하고 있다.

소통과 배려를 기본으로 한 시스템 구축

종암중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배려하고 소통하는 문화이고, 두 번째는 서로 보고 배우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공동체는 공통의 정신을 충분히 나누고, 관리자는 누구라도 원하는 것을 시도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하고 지원하여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돕는다.

만약 잘 가르치고자 한다면 자신의 내면적인 지형을 탐험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서 길을 잃고 자기기만을 일삼거나 아니면 조금도 전진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동그라미를 그리며 빙빙돌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동료들의 커뮤니티가 마련해 주는 안내가 필요하다. 또 그 커뮤니티는 우리에게 교직의 시련을 이겨 낼 힘을 준다. 교사들의 모임에서는 교직에 대한 중층적이고 집단적인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1

취재하는 동안 소통과 배려의 문화를 기저로 한 교육 활동 지원 시스템을 가진 종암중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와 학생의 그 소중한 존재의 만남이 교육’이라고 정의한다면 교사가 느끼는 행복한 감정이 학생들에게 흘러갈 것은 자명한 일이다.

 

  1. 파커 J. 파머(2000), 『가르칠 수 있는 용기』, 한문화, 2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