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3 봄호(250호)

지구야 미안해 프로젝트

김민주(서울여자중학교, 교사)

지미 프로젝트 시작!

환경문제는 우리에게 닥친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필환경 시대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기후 위기에 대한 민감성을 갖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지속가능성을 체험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프로젝트의 세부 사항을 고민하던 가운데 설거지를 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수세미가 과연 친환경적인지 고민해 보았다. 그 즉시 검색해보니 내가 사용하던 수세미는 아크릴 수세미로 주성분이 폴리아크릴로니트릴이라는 미세플라스틱이었다. 설거지를 하면서 생긴 마찰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발생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졌다. 설거지를 하면서 미세플라스틱을 발생시키고 있었다니,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이 식물 수세미의 사용이었고 실제 사용해보니 너무 좋았다. 무엇보다 일상에서의 삶에서 환경을 살리는 일에 한 가지라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학생들에게도 이 느낌을 알려주고 싶어 프로젝트를 ‘지미(지구야 미안해) 프로젝트’라 이름 짓고 지구에게 미안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활동으로 선정했다.

지미 프로젝트 교과융합 과목 선정 과정

1학년 기술가정 교육과정 분석을 통해 ‘재료와 이용’ 단원에서 플라스틱의 위험성과 연관을 지어 식물 수세미를 직접 재배하여 제작해보는 프로젝트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교장선생님께 찾아가 수세미를 심기 위한 교내 부지를 확보했다. 하지만 고민이 생겼다. 학교 교육과정상 1학년은 1학기만 기술 수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환경수업 후 수세미를 심는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수세미를 수확하는 10월경에는 1학년 수업을 하고 있지 않아 수세미를 제작하는 마무리를 할 수 없었다. 교과융합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교과서를 살펴보며 어떤 과목과 함께할지 고민을 했다. 고민을 하던 중 제일 연관성이 깊어 보이는 과학 교과서를 분석했고 ‘생물의 다양성’과 ‘과학과 나의 미래’ 단원에서 적용 가능할 것이라 분석했다. 이에 대해 교과 선생님의 자문을 구하고자 과학선생님이 속한 교내 교원학습공동체 시간에 선생님들과 이야기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고민이 단번에 해결되었다.

교과 선생님들의 자문을 통해 지미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내용 요소와 활동들이 정해졌다. 과학선생님께서 활동이 재미있겠다며 1학년 과학시간과 연계하여 수세미를 제작해 주기로 하셨고, 수학선생님께서는 수세미가 설거지에 사용되었던 것은 수학적인 이유가 있다며 프랙탈 도형과 맹거스펀지 수업을 할 때 과학 시간에제작한 수세미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하셨다. 또한 영어선생님께서도 영어 교과서에 있는 환경단원수업 후 수세미 영어 홍보 자료를 제작하는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해주셨고, 생태전환 먹거리교육을 계획중이셨던 영양선생님께서는 환경수업에 맞춰 기후먹거리, 텀블러 데이를 진행해주기로 하셨다.

교과융합 수업 구성 방법

프로젝트 수업은 단일 교과에서 진행하는 것보다 교과융합으로 진행하게 되면 장점이 더 많다. 실생활 연관성이 높아지고 학생의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할 수 있어 학생들의 미래핵심역량을 효과적으로 키워줄 수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교과융합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 여러 교과의 상황이 얽혀 준비부터 실행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등 현실적인 제한점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각 교과의 수업 진행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교과융합 수업이 진행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 아래의 세 가지 교과융합 방법을 생각했고, 지미 프로젝트에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을 적용하였다.

교과융합 지미 프로젝트 설계

지미 프로젝트에 적용할 융합 과목을 파악하고 교육 시기를 확인 후 세부 내용을 결정해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지미 프로젝트 살펴보기 

1) 기술 시간

먼저 기술 시간에는 지미 프로젝트 교과융합 프로젝트 설명을 시작으로 ‘재료의 이용’ 단원에서 플라스틱의 성질과 이용을 시작으로 플라스틱에 대해 알아보는 수업을 진행하고 플라스틱의 유해성과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는 활동을 하였다. 수세미 심는 활동과 연계를 하기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자세하게 정했고 모든 반에서 주방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에 식물 수세미를 써야 한다고 작성했다.

학생들은 검색을 통해 수세미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는 사실에 놀랐고 집에 가서 부모님께 꼭 말씀드려야겠다며 설거지를 무엇으로 해야 하냐고 질문했다. 식물 수세미를 알려주며 우리가 직접 심고 키워서 식물 수세미를 만들 것이라고 하니 학생들이 흥미로워했다.

2) 과학 시간

기술 시간에 시작된 지미 프로젝트는 과학 시간으로 연결되어 진행되었다. 과학 시간에 학생들은 수세미가 커가는 모습을 통해 식물의 성장을 관찰했고 바짝 건조될 때까지 기다린 후 껍질을 벗겨 식물 수세미를 제작했다. 제작과정은 간단하여 학생들도 “수세미 만들기가 굉장히 어려울 줄 알았는데 껍질만 벗기면 되네요?”, “이거 그냥 집에 가져가서 쓰면 돼요?” 하면서 적극적으로 제작에 임했다. 또한 학생들은 디벗을 이용해 식물 수세미 제작과정과 사용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3) 수학 시간

과학 시간에 완성된 수세미는 수학 시간에 전달되어 수세미 구조를 관찰하는 수업으로 연결되었다. 프랙탈 도형의 닮음과 무한반복의 성질을 배우고 시어핀스키 삼각형과 맹거스펀지로 도형의 둘레와 길이, 넓이를 구하는 활동을 통해 프랙탈 도형을 이해한 후 수세미의 구조적 생김새를 관찰하며 프랙탈 도형과 연결지어 설거지를 잘 되게 하는 수세미의 구조적 특징을 관찰하는 활동이 진행되었다.

4) 영어 시간

수학 시간과 같은 시기, 영어 시간에는 환경 관련 영어 단원 수업이 진행되었고 영어 표현을 사용해 수세미 홍보 자료를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작성하는 활동이 진행되어 지미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였다.

5) 급식 시간: 다양한 캠페인

이와 동시에 영양선생님의 주최로 급식시간에 지미 프로젝트와 관련된 텀블러 캠페인, 잔반제로 캠페인 등 다양한 환경 캠페인이 진행되어 지미 프로젝트의 효과를 높였다. 텀블러 데이는 수세미를 제작할 때까지 5번 정도 진행되었는데 점점 텀블러를 가지고 오는 학생들이 많아졌고 급식에 음료가 나오기만 하면 학생들이 텀블러를 챙겨 오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미 프로젝트 후기

지미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었다. 물과 비료를 많이 주어 정성껏 키운 수세미는 정말 무럭무럭 커가고 있었다. 하지만 수세미가 하나 둘씩 없어지기 시작했다. 안내문을 부착하고 수세미에 번호를 붙여도 산책나온 주민들이 자꾸 가져가는 바람에 부족분을 농장에서 주문해서 제작해야 했다. 수세미를 제작할 때 한 가지 팁은 꼭 안내문을 초기부터 부착하여 안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미 프로젝트는 진행 과정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학생들은 아래와 같이 지미 프로젝트에 만족했고 뿌듯함을 느꼈다.

같이의 가치!

2022년 교과융합 프로젝트인 지미 프로젝트를 돌아보면서 ‘같이의 가치!’ 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다. 교과융합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알차게 수행할 수 있었고, 프로젝트 중에도 시간 압박을 받지 않았으며, 실생활 연관성도 높일 수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의 미래핵심역량이 골고루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해 준 동료 선생님들 덕분이다. 모두가 같이 해서 가능했고, 같이 했기 때문에 교육적 효과가 극대화되었다. 교육공동체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한 해였다.

같이의 가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