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1 봄호 (242호)

[진로]N잡러의 시대,
진로탄력성으로 미래를 준비하다

류윤식(서울연희초등학교, 교사)

✽2020 진로교육실천사례연구발표대회 1등급 수상작을 바탕으로 재구성

“수업 시작합니다. 카메라 켜세요.”
코로나가 덮친 교실, 이제는 텅 빈 교실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나누는 아이들과의 인사가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 불리던 우리 아이들은 급기야 원격으로 학교를 만나기 시작했다. 미래 사회는 예상치 못한 역경이 닥칠 것이라는 장황한 예언이 무색할 만큼, 2020년 세계적인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 우리는 겪어보지 않은 세상으로 뛰어들 준비를 서둘러야만 했다.
얼마 전까지도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니 이에 대비하자는 말이 유행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와 시작된 언택트 시대는 이미 우리를 새로운 사회의 한복판으로 등 떠밀고 있다.
먼저 온 미래, 학교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1. 한 우물만 파는 시대의 종말

한국의 학생들은 미래에 사라질 직업을 위해 너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

1910년 초, 포드 자동차의 등장으로 마부는 일자리를 잃었지만, 운전기사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다. 향후 20년 내로, 현재 직업의 절반이 기술로 대체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통계처럼,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직업 세계는 예측할 시간도 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간은 기술을 활용하는 주체였다면, 앞으로 인간과 기술의 경쟁 시대가 도래하면서 직업 세계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개인이 가지는 기술적, 학문적 능력은 얼마든지 기술로 대체될 수 있으며, 현재 고부가 가치의 직업군이 미래에도 존재하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러한 맥락에서, 앞으로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은 경쟁력이 없을 것이고, ‘평생 직장’ 이란 말은 과거의 유물로 사라질 것이다. 다시 말해, 특정 분야의 공부만 잘하면 좋은 직업을 가지는 시대가 종말을 앞두고 있다는 말이다.
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변화는 매우 광범위하며, 인류 역사상 그 어떤 시기도 지금보다 더 엄청난 가능성과 잠재적 위험성을 동반한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또한 슈밥(Schwab,2016)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가장 빠르게 시스템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로 교육을 지목하였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로 인해 다양한 비대면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사회 전반의 변화는 속도를 내고 있고, 미처 준비하지 못한 미래가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공포감마저 든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 아이들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온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첫 주자로서, 겪어보지 않은 세상으로 뛰어들기 직전이다. 구 시대의 본체에 새 시대의 옷을 입어야 하는 지금의 학교는 고민에 빠졌다.

2. 약속할 수 없는 미래

변화하기 위해 마음을 열라, 그 변화를 환영하라, 그리고 그것을 추구하라.

데일리 카네기

아나운서, 선생님, 운동 선수…
아이들에게 꿈꾸는 미래를 질문하면, 언제나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다. 아이들은 자신에 대한 이해나 미래에 대한 탐색보다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정하는 데 급급해 보인다. 물론 훌륭한 직업인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하나의 직업을 선택하고 추구하는 것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
N잡러란 복수를 뜻하는 N과, 직업을 뜻하는 job, 사람 을 뜻하는 ~러(er)가 합해진 신조어로서, 평생 6~8개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게 될 미래의 직업 환경의 변화를 칭하는 말이다. 미래의 N잡러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은,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고 전혀 낯선 분야에서 일할 것이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직업을 만들게 될 수도 있다. 변화의 소용돌이는 예고 없이 닥칠 것이고,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현재 꿈꾸고 있는 미래는 약속받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땅한 직업, 자신에게 어울리는 직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를 스스로 관리하며, 변화에 적응하고 실패를 극복하는 능력이다.
지금까지의 진로교육은 훌륭한 직업인이 될 수 있도록 조력해왔다. 그러나 앞서 논한 바와 같이, 우리 아이들이 직업을 가지게 될 세상은 인공지능이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로봇 하나가 수만 명의 일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앞으로의 진로교육은 ‘무엇으로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아이들은 선생님이 살아온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꿈을 크게 가지라’는 말보다 ‘다양한 꿈을 꾸라’는 말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겪어보지 않은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한, 새로운 진로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3. 다시 일어서는 힘, 진로탄력성

실패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한 번도 새로운 일을 도전해보지 않은 사람이다.

우디 앨런(영화감독)

미래의 N잡러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은,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고 전혀 낯선 분야에서 일할 것이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직업을 만들게 될 수도 있다. 변화의 소용돌이는 예고 없이 닥칠 것이고,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현재 꿈꾸고 있는 미래는 약속받지 못할 수도 있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은 새로움을 즐겨야 하며,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실패를 과정의 일부로 여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 삶이라는 넓은 터전에서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고 적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자기 긍정과 타인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의사소통 능력, 필요한 정보를 분별하고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 상황에 맞게 목표를 수정하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며 자신의 진로를 관리하는 능력 등을 키워주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진로교육의 역할이 된 것이다.
변화의 연속선 상에 놓인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가면서 역경이나 실패를 만나더라도, 타인과 더불어 어려움을 이겨내고, 유연하게 상황에 적응해 나가며 스스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마음 근력’을 길러주기 위해 ‘진로탄력성’이 주목받고 있다.

1) 진로탄력성(Career Resilience)의 개념

진로탄력성이란 진로 문제와 관련하여 주변의 여건이나 환경 등으로 인한 위기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세운 진로 목표를 상황에 맞게 다시 수정하여 추구하는 능력과 태도를 말한다(서울특별시교육청,2019). 특히 지속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미래 사회는 새로운 문명에 단순 대응보다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진로탄력성이 필요하다. 자신의 진로를 개척해 나가면서 만나는 다양한 변화와 그에 대한 적응의 과정을 ‘역경’의 극복으로 본다면, 4차 산업혁명과 같은 불확실한 사회를 헤쳐나갈 수 있는 역량은 진로 탄력성이다. 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전인적 성장을 바탕으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의 진로와 삶을 개척하는 자주적인 사람’과 일맥상통한다(이지연, 2017).

2) 진로탄력성의 구성요소

3) 실패와 진로탄력성

난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다만 999번의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 뿐이다.

토마스 에디슨

초기에 진로탄력성은 진학 및 사회 적응과 관련되어 중·고등학생 및 성인에게 필요한 진로 역량으로 분류 되었지만, 최근에는 변화하는 미래 사회를 대비하여 진로 장벽에 대한 적응성을 키워야 한다는 관점에서 진로 인식 단계인 초등학교 시기부터 진로탄력성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시기는 생애 처음, 학교라는 집단 속에서 다양한 역할과 관계를 통해 사회성을 키워나가는 진로 발달 단계이다. 또한 지속적인 신체적, 심리적 발달과 함께 다양한 진로 장벽에 부딪히며 복잡한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시기적으로 많은 변화 상황에 놓이고, 여러 요인들로 인한 역경이 많은 아동기에는 진로탄력성이 필요하다.

<6학년 학생들의 실패에 대한 생각(패들렛)>

진로탄력성이 높은 아이는 자기효능감이 높아 자신의 능력을 높게 인식하며 어려움에 부딪힐 때 보다 도전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뿐 아니라, 성패와 상관없이 높은 자존감을 유지 한다. 언제나 긍정성을 유지하며 변화와 새로움을 반기고, 유연하게 사고하며 상황에 대한 융통성을 가진다. 또한, 타인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아이들에게 진로탄력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먼저 실패의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는,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게 해주고, 어려움을 통해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며 보다 유연한 사고를 길러준다. 아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교사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인정해주고, 성패와 상관없는 칭찬과 격려를 일삼아야 하며,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서 행동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실패에 익숙해지고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아이는, 미래에 만나게 될 수많은 역경과 장벽에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진로를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4. AI와 경쟁하는 N잡러의 시대

우리는 인류가 경험한 적 없는, 두 번째의 지능형 종(種)을 개발하고 있다. 그것은 인간보다 훨씬 능력 있고 비용은 적게 들 것이다.

「유엔미래보고서 2050」
<‘명사 100인이 뽑은 미래역량’ 중앙일보(2018.1.14.)>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인간은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하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고, 미래의 직업 환경은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범위로 변화할 것이다. 선생님이 살아온 시대와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미래 지도는 없다. 이제는 나침반을 들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서도 도태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은 무엇일까?
포스트 코로나와 함께 앞당겨진 언택트 사회로의 진입은 괄목할만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표준(new normal)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최근 사회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 휴먼터치(Human touch)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휴먼터치란 기술적 발전도 의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영역이 불가피함을 시사하는 키워드이다. 기술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고, 인간은 결코 그 효율성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을 활용하고 융합하는 일, 문제 해결을 위해 선택하고 적용하는 일 또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소통과 교류를 통해 조합, 그 이상의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만드는 일은 결단코 인간의 영역이고 몫이다. 미래 사회에서 기술과 공생하고 경쟁하며 살아갈 현재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진로 관련 역량을 몇 가지 추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뉴노멀 시대가 시작된 만큼, 교육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역량 역시 제고할 필요가 있으며,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교사의 역량 역시 매우 중요하다. 교육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오래된 문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과거에 머물러 있는 교사는 결코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5. 진로탄력성을 높이는 수업

넓은 의미에서 학교에서 하는 모든 교육활동은 학생들의 진로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 부터,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 친구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일,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고 실패를 맛보는 것 또한 진로 탄력성을 높이는 활동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진로탄력성을 주제로 학생들과 함께한 수업 몇 장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6. 코로나 시대의 진로교육

친구를 사귈 수가 없어요.

마스크를 쓴 코로나 외톨이 M(Mask, 마스크)세대

최근 원격수업을 위한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고 기술적 역량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이나, 의사소통 및 협업의 어려움, 직접 체험의 부재 등 온라인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유의미한 진로교육의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의 배움과 오프라인의 수행을 혼합한 블렌디드 러닝 형태로 진로교육의 범위를 확장하고, 학생들이 학습자를 넘어 생산자로서 자신의 진로를 위해, 스스로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진로교육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진로교육은 한 아이의 성장을 이끌어내어 행복한 삶을 위한 전반적인 설계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와 무궁무진한 다양성, 그에 따른 적응성을 높이기 위해 교원 전문성 확보, 학부모 인식 교육, 민관학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개별 학생의 진로탄력성을 신장할 수 있는 맞춤형 진로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What do yo want to be?”만을 외치던 진로교육은 자기 이해를 시작으로 변화와 역경에 대한 적응성을 주제로 하고 있다.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 진로탄력성을 길러야 함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초등학교 단계의 진로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진로 탄력성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자신의 진로 목표를 상황에 맞게 수정하고, 유연하게 적응해 나가는 능력을 키워준다면,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더 넒은 세상에 나가서도 단단한 ‘마음 근력’을 가지고 도전하며, 행복한 삶의 여행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서울시교육청(2021). 2021학년도 서울 진로교육 활성화 계획.
서울시교육청(2020). 초등 진로중심 교육과정 편성 운영 지원자료(ver. 4).
서울시교육청(2019). 진로 교육의 이해 및 교육과정 편성·운영 자료.
교육부(2020). 진로탄력성 프로그램 효과성 분석도구 개발보고서.
교육부(2019). 학생 진로탄력성 프로그램 『진로탄탄』.
류윤식(2020). HIGH×DRONE 타고 진로탄력성으로 꿈파일럿의 me래날기.
김석호(2019). 미술수업을 통한 진로교육 프로그램 개발.
이지연(2017).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청소년 진로교육의 방향.
커리어넷 https://www.career.go.kr
서울특별시교육청(2020). 똑똑. 권리와 인사해요.
서울특별시교육청(2020). 2020 서울인성교육시행계획.
서울특별시교육청(2020). 2020 초3~6 협력적 창의지성‧감성 교육과정 운영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