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2020 봄호 (238호)

참학력의 시선으로 보는 기초학력

최지윤 (전라북도교육청 교육혁신과, 장학관)

Ⅰ. 들어가는 말

한국 사람들은 유달리 평가와 성적(혹은 등수)에 민감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도 평가는 여전히 민감한 사항이고 평가 결과가 마치 자기 존재나 인격인 것처럼 느낄 때마저 있다.
한국인이 평가를 대하는 태도가 유별 나다는 판단은 외국인들과 함께 공부한 경험에 비추어 보면 더 분명해진다. 외국 대학에서 잠깐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 학생들은 하나 같이 성적이 우수 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에 예민했다. 서로의 성적을 의식 했고, 최고가 아니면 성적이 ‘좋지 않다’고 실망하고 때론 수치스러워 했고 때론 자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국 학생들은 B+만 되어도 열심히 노력한 자신에게 만족한 듯 했고, 굳이 타인과 비교하거나, 최고가 아니어서 ‘못했다’고 실망하지도 않았다. 나쁜 성적은 그렇게 부끄러울 일도 화날 일도 억울할 일도 아니라는 듯 시종일관 낙천적이고 당당했던 그들의 태도가 낯설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었다.
우리는 유달리 성적과 등수에 민감하기 때문에 기초학력 문제도 풀어내기가 더욱 어려운 것 같다. 성적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평가에 따른 우월감과 열패감을 어린 나이부터 체득하는 문화에서 기초학력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할 수 있을까? 해결의 실마리는 우리 내면에 완고하게 굳어있는 전통적인 학력관을 돌아보는 일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학력관에 대한 질문은 우리 마음속에 깊이 똬리를 틀고 있는 성적으로 인한 우월감 혹은 열패감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기초학력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첫 문장1처럼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들은 대개 비슷하지만, 학교에서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은 모두 제각각의 다른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초학력 문제야말로 하나도 같지 않고 해결방법도 모두 달라야 한다. 전라북도는 사회적배려대상 학생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기초학력 문제는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해결이 절실한 문제이다.
이를 위해 ‘모든 학생의 배울 권리를 보장’하고 ‘한 명의 아이도 포기 하지 않는’ 교육을 천명하며 혁신학교를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고. 혁신학교의 실천경험과성과는참학력으로정리되었다.‘진짜공부’와 ‘참학력’에 대한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초학력을 둘러싼 문제를 깊게 이해하고 교육의 공공성 실현을 위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글을 시작한다.

Ⅱ. 전라북도교육청의 ‘참학력’

1. 참학력의 배경과 개념

참학력은 전라북도교육청에서 추구하는 새로운 학력관으로 기존의 입시를 위한 성적 중심의 학력관을 극복하고 인성, 사회성, 지성을 조화롭게 발달시키는 역량 중심의 학력관이다. 전라북도교육청은 기존의 학력과 구분 짓기 위한 대안으로 ‘참학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참학력의 “참”이라는 용어는 실제적인, 자발적인, 자기주도적인, 독창적인 배움을 내포하고 있다. 기존의 학력을 잘못된 학력으로 배제한다는 뜻이 아니다. 학력의 영역이 단순지식을 넘어 고등사고력까지 깊어지고, 동시에 비인지적인 영역까지 넓어진다는 의미이다. 또한 ‘미래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안다’뿐 만 아니라 ‘할 수 있다’로 평가 될 수 있는 학력을 의미한다.

참학력은 전라북도 혁신교육의 철학과 실천 경험을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전라북도교육청은 민선교육감 당선 이후 2011년부터 혁신학교를 시작하였고 2013년을 넘어서면서 ‘혁신학교를 넘어 학교 혁신으로’를 구호로 모든 학교의 혁신을 추진하였다. 전북 혁신학교는 학교문화와 학교운영시스템을 바꾸고 교육과정-수업-평가를 혁신하며 학생 모두의 존엄한 배움과 성장을 구현하는데 성공했고 그 성과는 일반학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왔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있는 입시중심의 학력관 때문에 혁신학교는 그 성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학생들의 학력을 저하 시킨다는 공격과 비난에 직면하게 되었다.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인지적 능력뿐 아니라 인성, 사회성 등을 균형 있게 발달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는 도의회나 언론 등 외부로 부터의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에 시달려야 했다. 또한 교육청 내에서도 부서 간 정책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학교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였다. 기존의 학력관이 빚어내는 갈등과 오해를 피하고 혁신학교의 배움과 성장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학력관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전라북도교육청은 2012년 하반기에 학력전문가, 혁신자문단, 장학관 토론회 등을 거쳐 새로운 전북형 학력관을 정립하고 이를 참학력으로 명명하였다. 새로운 학력관은 ‘모든 학생을 소중히 여기고 학생 개인의 잠재 능력과 소질을 계발하는 교육’을 강조하였다. 이후 참학력은 혁신학교 실천사례가 집적되고 전북핵심역량 등 새로운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몇 차례 개정작업을 거친다새로운 학력 논의에는 혁신학교 교사 협의회, 전라북도교육감 면담, 지역의 교·사대 교수들 협의회, 참학력 포럼, 참학력 지원단 협의회 등이 광범위하게 참여했는데, 주요 쟁점들은 다음과 같다.

  • 현재의 국가교육과정 체제하에서 지역 학력관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능한가?
  • 전북교육청의 역량은 미국의 역량중심교육과정(corecurriculum)이나 교육부의 핵심역량과 어떻게 다른가?
  • (기존의 성적 프레임에 다시 갇히지 않기 위한) 새로운 기준점과 목표는 무엇인가?
  • 새로운 학력은 학습역량인가? 이보다 더 폭넓은 살아갈 힘인가?

지역 학력관 정립의 타당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학력은 학생이 처한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지역에서 실천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롭게 의미를 규정하고자신있게사용하자’로결론지어졌고,치열한논의 끝에 참학력은 전북교육핵심역량, 교과핵심개념(지식), 전북교육의 가치와 지향점을 모두 수렴하여 최종적으로 ‘스스로 배우고 새롭게 생각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힘’으로 정의되었다.

2. 참학력의 특징

가. 참학력은 무엇을 위한 학력인가?

참학력은 배움과 삶이 하나 되는 학력 즉 배움이 삶을 가꾸고 또한 삶의 실천으로 연결되는 학력이다. 구체적으로 참학력은 지식, 가치 및 태도, 실천이 균형을 이루어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힘을 의미한다.


나. 참학력은 누구를 위한 학력인가?

참학력은 ‘모든 학생의 배울 권리를 보장’하는 평등교육과 ‘한 명의 아이도 포기 하지 않는 책임교육’을 바탕으로 모든 학생들이 통합적 지식, 성숙한 가치와 태도, 적극적인 실천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가꾸어 나가고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 참학력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능력(역량)은 무엇인가?

참학력은 구체적으로 ‘스스로 배우고, 새롭게 생각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Ⅲ. 참학력의 시선으로 기초학력

바라보기1. 참학력과 기초학력

전북교육청에서 기초학력은 참학력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추진되었다. 혁신교육이 ‘한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는 교육’을 천명하며 교육의 공공성을 가장 큰 가치로 세웠기 때문에, 혁신교육의 집약물인 참학력이 기초학력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기초학력은 ‘스스로 배움에 도전하고 몰입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역량’과 관련이 깊다. 참학력 논의 중 학력이란 ‘지금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무엇인가를 새롭게 배우고자 할 때 배울 수 있는 힘’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기초학력은 바로 이런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학력을 포함한 참학력 담론과 교육과정-수업-
평가 실천사례는 주로 참학력지원센터의 교육전문직원, 학습연구년제 교사, 참학력 지원단 등을 통해 논의되고 확산되었다. 참학력 지원단은 학습공동체 리더 및 교육과정-수업-평가 전문가 양성을 위해 운영되는 초, 중, 고 교사들의 네트워크이며 이 네트워크에서 2~3명이 팀을 이루어 일년 단위로 참학력학교 학습공동체를 지원하였다. 참학력지원단은 참학력학교 컨설팅에 필요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매월 1회 금요일 저녁에 강의, 토론을 이어왔고 실천 사례를 공유하였다. 참학력지원단에서 논의된 기초학력과 관련된 학교 사례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2. 학교 사례

가. 삼우초등학교(2015)

이 학교는 혁신학교로서 학습공동체를 중심으로‘참 학습과 학력’을 깊이 있게 탐구하였다. ‘삼우초에서 생각하는 학력’은 ‘지식을 탐구하는 과정’ + ‘ 지식(앎)을 탐구하는 능력’ + ‘지식(앎)을 탐구한 결과’이 다. 학생의 참 배움은 ‘질적진단 → 일상 수업 공개와 맞춤형 개별 지도 → 평가와 배움 이력철’을 통해 실천했다. 특히 맞춤형 개별지도는 아이의 학습 부진에
집중하고 있는데, 학습 부진을 보이는 학생들의 유형을 다음 <그림 2>와 같이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대상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시선과 세심한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삼우초의 성적 통지표는 학생 개개인의 배움과 성장이 꼼꼼하게 기록되고 있었고 교사, 학생, 학부모의 느낌과 의견이 자세히 제시되어 있다.
제로 기초학력의 문제가 극복되었고 많은 아이들이 눈부신 성장을 보였다. 삼우초 사례는 학교 스스로 학력의 의미를 묻고 학생의 배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 모두의 성장을 이끌었던 훌륭한 성과이다. 특히 기초학습부진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시선과 태도에 대한 성찰은 주목할 만하다.

나. 군산제일중학교/ 전주상업정보고등학교

군산제일중학교와 전주상업정보고등학교는 참학력 학교를 신청하고 학습공동체를 처음 시작했던 학교로서 짧은 시간 내에 교사 학습공동체를 구축하고 기초 학력 문제를 직면하여 성공적인 해법을 찾아낸 사례를 보여 준다.
군산제일중학교는 독서 토론과 학교단위 공동연수를 통해 교사 공동체를 시작했고, 다음 해에 수업 나눔과 교과통합수업까지 진행하면서 기초학력반 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선생님들은 중학생인데도 아직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학년마다 몇 명씩 숨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학생들을 위해 기존의 방과후 국·영·수 기초학력반 수업을 중단하고, 희망교사를 중심으로 무학년으로 수업을 개설하여 아이들이 원하는 시간에 그림책 읽기부터 시작했다. 교사 전체의 관심과 노력 덕분에 이 아이들은 눈에 띄게 밝아지고 읽기·쓰기 역량도 많이 향상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지원단 워크숍에서 들을 수 있었다.

다. 완주교육지원청 <책임교육지원단>

완주군은 전주와 인접해 있는 비교적 규모가 큰 군인데, 이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은 중학생이 되면 대부분 전주로 진학하기 때문에 지역 내 중·고등학교는 기초학력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완주교육청은 지역의 학력 문제 해결을 위해 학부모·학생·지역주민·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원탁토론을 개최하여 책임교육지원단을 구상하였다.
완주교육청은 책임교육지원단을 모집하고, 정기적인 수업사례 협의회 (월 2회~4회)와 연수를 지원하였고, 책임교육지원단과 해당 학생들 대상의 자존감 향상캠프를지원하였다.책임교육지원단은희망하는학교를 방문하여 담임교사, 학생과 협의하여 연간 주당 4시간 이내에서 수업시간 중에 별도로 기초학력반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은 국어·영어·수학 중 한 과목을 선택하여 학교 내의 별도 장소에서 1:1 혹은 1:2 지도를 받았다.
현재 책임교육지원단은 지역의 기초학력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으며, 지원단 중에는 5년 이상 활동하면서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다. 완주교육청이 시도한 방식인 ‘수업시간에 별도로 아이들을 불러서 개별지도하는 방식(pull out)’은 무기력 등 정서장애와 기초학력 부진을 함께 겪고 있는 중학교 학생들에게 매우 효과적인방식임을보여주었고교사들이수업으로해결할수 없는 상황에서는 외부 전문가 도움이 필수적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교육지원청은 지역 내에서 전문가 그룹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음은 책임교육지원단의 결과 보고서 일부이다.
“저희와 함께 한 바로 그 한 명의 아이가 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앞으로인생을살아가면서스스로에게자신감이붙고, 삶의 방식 또한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당연히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전라북도교육청의 정책 사례

가. 학력관의 공유

교육청의 모든 사업은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학력신장을 향한다. 따라서 기초학력뿐 아니라 교육과정-수업-평가와 관련된 모든 사업들은 참학력의 시선으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전북교육청은 학력관련 사업 전반에 걸쳐 참학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중 하나는 학력신장 총괄업무를 실무 부서들과 별도로 교육혁신과 혁신팀에서 담당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교육혁신과 혁신팀이 공식적 정책 조정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타부서 사업을 총괄하다 보니, 실무 부서들의 반발이 거셌고, 조직 내에서 많은 갈등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 부서들은 한 번 더 사업의 방향성과 적합성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교육부 지침이 전북교육청 철학과 충돌하여 어려움을 겪을 때 참학력은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참학력은 인지적 역량뿐 아니라 사회적, 정서적, 신체적 역량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학력 협의회 참석대상은 교육과정-수업-평가의 범위를 넘어 인성과인권, 민주시민, 예술과 체육까지 넓어졌다. 타 부서 담당자들은협의회를통해교육국에펼쳐진다양한사업들을 참학력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관련 사업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통합할 수 있는 시각도 얻게 되었다. 현재 전북교육청 교육감 3기 공약 중 하나인<참학력으로 기초는 튼튼하게,미래는든든하게>는참학력을 기반으로 기초학력부터 미래역량까지 모든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실현한다는 정책 비전으로 모든 학력신장 정책을 참학력의 관점에서 추진할 수 있는 든든한 근거를 마련하였다.

나. 교육청의 통합적 접근

교육청에서는 기초학력 관련부서의 협의회를 운영하면서, 유사 사업들이 서로 다른 부서에서 각각 따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기초학력과 관련되어 교육혁신과에서는 참학력,혁신학교팀,교육복지팀사업들이있었고, 학교교육과에서는초등학교 기초학력, 학업성취도 평가, 유아교육 사업 등이 진행되었으며, 미래인재과에서도 특성화고 수업지원 사업이진행되었다.이밖에도 인성건강과에서는학생의심리·정서 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사업은 각각 다르게 진행되지만 학교 입장에서 보면 이 사업들의 대상은 같은 학생인 경우가 많았다. 즉 교육복지팀
사업 대상자가 기초학력 미달사업의 대상자이고 심리·정서 지원 대상자이기도 했다. 특히 농어촌 소규모학교의 경우는 학생 숫자가 적어서 이 사업들의 대상자가 중복이 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 학생들도 주말까지도 바쁜 일정을 보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했다.
기초학력 협의회를 통해 사업 담당자들은 현재의 사업 방식이 학교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인가를 돌아보게 되었다. 더욱이 기초학력 문제는 학교 안에서의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일인데, 교육청의 사업 담당자들이 오히려 학교에 개별적인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현실이었고, 이는 개선이 필요했다. 관련 부서들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사업들을 연계하고 통합할 필요를 느꼈지만 구조적으로 너무 어려운 일임을 절감했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관련 사업을 통합할 때 가능할 것이다.

4. 기초학력을 위한 제언

가. 교육행정의 전문성: 교육적 시선, 진정성 있는 노력

기초학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행정의 독자성과 전문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일반행정과 구분되는 교육행정의 전문성은 교육적 시선과 진정성 있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학생의 배움과 성장은 학생 개인의 삶의 맥락에서, 또한 학교의 맥락에서만 계획과 실천이 가능하다. 기초학력 역시 그렇다. 기초학력 문제는 중층적으로 형성된 결과물이며 전문적인 진단과 해결 방법이 필요한데 여기에 필요한 것이 교육적 시선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행정의 전문성이다.
교육적 시선이란 공교육의 역할, 학생의 배움과 성장, 학력의 의미, 교육행정의 의미와 역할 등에 대한 교육적 성찰과 배움의 과정과 성취를 알아보는 교육적 시선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학력관과 교육철학을 공유하는 일이다. 우리 교육청의 교육비전이 교육행정의 실질적인 원칙으로 작동하려면 모든 구성원들에게 그 비전이 공유되고 의미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교육행정의 행·재정적 지원은 계획-실행-평가단계에서 일반행정과 다른 교육적 시선이 있는지, 또는 언론이나 정치권 또는 시민들도 교육에 대해서는 이러한 교육적 시선을 허용하고 있는지 진지한 성찰과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 교사의 전문성: 내적 동기, 성찰, 소통

교육청은 문제해결의 중심을 학교에 두고, 학교 현장에 묻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위해서교사의관심과의지가중요하기때문이다. 현재 교육부, 교육청의 계획서는 매우 자세하고완벽한 대안들로 가득하지만 이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인식하는 교사는 많지 않다. 교사와 학교를 문제 해결의 주체로 세우고, 학교와 교사가 이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제공하면 좋겠다.
그렇다면어디에서부터시작해야할까?출발점은교사들의 시선이 자신의 수업과 모든 학생들의 배움에 머물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참학력지원단의 연수는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에 있어서 기술적인 부분 즉 사례 공유나 기법 제시에 앞서 교사가 스스로 수업을 성찰하고 수업 철학을 세우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었다. 더불어 공감과 격려를 통해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자존감을 세우는 등 교사의 내적 동기를 끌어올리는 노력을 지속했었다. 예를 들면 수업 우수사례를 공유하는 대신에, 어려움, 실패를 통한 성장을 공유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수업한마당의 공감토크, 지역별-과목별 수업나눔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전북교육청의 수업한마당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수업한마당은 평범한 교사가 주인공이 되는 날, 잠시 멈춰 서서 나와 동료들을 바라봅니다.”

수업코칭 연구소에 따르면 교사의 수업 전문성은 수업설계능력, 수업실행, 수업성찰, 수업소통 등으로 이루어진다. 수업은 기술이 아닌 실천이며 수업 맥락에 따라 전문적인 판단과 선택이 이루어지는 극히 전문적인 일이기 때문에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업 기술이 아닌 전문가로서의 성찰과 소통이다. 따라서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고 싶다면 교사의 시선이 학생 하나 하나의 배움에 닿을 수 있도록 수업을 성찰하고 동료 교사와 나누는 과정을 허용하고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 교육청의 지원

교육부, 교육청은 일괄적인 정책 시행과 지침 제시보다는 정책, 방향성, 원칙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해법은 개별 학교가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지원청은 단위 학교가 학습공동체를중심으로스스로문제해결력을키우도록지원하고, 학교가 풀지 못하는 문제들을 지역 협치의 힘으로 풀어 줄 수 있어야 한다. 학습공동체 리더 양성을 위한 연수나 워크숍, 학교 단위로 참여하는 교육과정세우기 연수 등이 그 예이다. 더불어 완주교육지원청의 사례처럼 지역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실질적인 기초학력 지원사업을 기획하여 학교와 전문가를 연결해주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기초지방자치단체와 함께 하는 교육협력사업, 혁신교육특구 등의 사업을 진행하는 지역에서는 지자체, 지역민과 함께 하는 협의체를 통해 기초학력문제를 풀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라. 학교: 교육과정 중심의 통합적 접근

학교도 기초학력 문제를 개별 사업이나 프로그램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기초학력은 성취수준 설정, 정서적 배려, 학습력 강화 등 복합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학교의 모든 교육과정, 역량, 자원이 집중되어야 하고, 업무 담당자만이 아닌 모든 교사가 함께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학교 전체가 교육과정과 수업에서 담아내는 통합적 접근과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적 실천이 아닌 학습공동체 중심의 집단적인 고민과 실천이 전제되어야 한다.

Ⅳ. 맺는 말

전라북도의 학력관인 참학력 개념 정립과정과 주요 논점들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참학력의 관점으로 학력과 기초학력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했는지를 몇 가지 사례와 함께 소개하며 제언을 더 했다.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기초학습능력 문제와 수업안에서 해결 가능한 기초학습능력 부족을 구분하지 않고 ‘기초학력 문제’로 통칭 하였고 주로 교실에서 교사가 해결 가능한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더불어 소개된 사례들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참학력 지원단 보고서 및 수업한마당 사례집을 참고하고 인용하였음을 밝혀둔다.
우리 지역에서 참학력을 설명할 때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 “공부는 뿌리에 힘쓰는 일입니다. 잎, 꽃, 열매는 그 다음입니다.” 를 자주 언급 했었다. 참학력은 잎과 꽃만이 아니라 뿌리부터 전체를 보는 것이고 기초학력은 그 뿌리가 약하거나 상하지 않았는지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참학력을 향해 현장에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고군분투 하시는 선생님들과 수많은 규정과 제약을 뚫고 학교를 지원해온 교육청의 담당자들에게 감사드리며, 지지와 연대의 힘을 전하고 싶다.

참고문헌
김용(2016). 핵심 역량 교육의 가능성과 한계, 전국교육정책연구소네트워크 워크숍 자료집.
성열관(2016). 새로운 학력 개념 정립 및 구현 방안, 새로운 학력을 위한 호남권 포럼 자료집, 1-82.
완주교육지원청(2019). 2019 로컬에듀 <모든 아이의 성장을 지원하는 책임교육 결과 보고서.
이가영(2015). 전북 교육의 핵심역량 체계 개발 연구. 전북교육정책연구소.
전라북도교육청(2017) 배움과 삶이 하나되는 참학력 신장 프로젝트,
2016 전라북도교육청 특색사업보고서. 전라북도교육청.
전라북도교육청(2014). 배움과 성장의 수업축제 자료집.
전라북도교육청. 전라북도교육청(2015). 배움과 성장의 수업축제 자료집. 전라북도교육청. 전라북도교육청(2016). 배움과 성장의 수업한마당 자료집. 전라북도교육청.
전라북도교육청(2015). 전라북도 학력관 <참학력>개정안

  1.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지만,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은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