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1 여름호 (243호)

[초록미래학교]초록 미래로 물드는 학교

김성훈(서울묘곡초등학교, 교사)

지난 봄 우리 학교 김정주 교장선생님께서 지인으로부터 얻은 방앗잎을 본관 앞 화단에 심었다. 방앗잎이 무성하게 자라고 보랏빛 꽃들이 피어나 향기가 나비와 벌들을 불러들일 즈음, 몇몇 학생들이 방앗잎에 관심을 보이며 무슨 꽃인지, 무엇에 쓰는 것인지 궁금해 하며 한참을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았다. 또 한 번은, 텃논상자에 모내기를 하고 우렁이를 넣어 놓았는데 우렁이가 신기했는지 학생들이 점심시간이면 텃논상자에 모여 들어 한바탕 소동을 피우기도 하였다. 학생들이 이렇게 학교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배움의 순간을 만나는 것으로부터 묘곡초 생태전환교육은 시작된다.

이게 농장이야 학교야? – 상자텃밭

상자텃밭 활동은 3년 전 6학년 실과교육과정 중의 프로젝트로 상자 100여개에 식용작물을 심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상자와 모종을 강동구청의 생태환경 교육사업에서 지원을 받았고, 이후 발생하는 비용은 꿈꾸는 교실 예산으로 운영하였다. 상자 수가 해마다 늘어 올해는 3~6학년에서 총 200여개의 상자텃밭을 학년별로 경작하고 있다. 학교에서 햇빛이 잘드는 곳은 어김없이 상자텃밭이 있고 식물이 자라고 있다. 과장을 한다면, 여기가 학교인지 농장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허브를 기르고 잎을 차로 마신 것이 신기했어요. 2학년 동생들에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같이 해 본 것도 보람 있었어요.

학생 소감

상자텃밭 운영 TIP
• 학년의 과학, 실과 교육과정 프로젝트 활동으로 학년 전체가 함께 계획하여 상자텃밭 운영을 하면 동기부여, 교실 수업과의 연계 면에서 좀 더 내실있게 진행되고 관리도 수월하다.
• 예산은 학교 생태환경교육 관련 예산, 학년 교육과정 운영 예산 혹은 우리가 꿈꾸는 교실(자연감성 분야)을 신청해 확보할 수 있다.
• 학년별로 미리 협의하여 다양한 식물을 재배하면 학생들의 관찰거리가 많아지고 교육적 효과가 높다.
• 수확하여 가정 선물, 급식 시 쌈 재료로 이용, 허브비누만들기 활동 재료로 이용하는 등 다른 체험활동과 연계하면 풍성한 생태 체험이 될 수 있다.
• ‘텃밭등교’ 활동은 아침달리기처럼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텃밭에서 작물을 관찰하고 돌보며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

심고 가꾸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온삶체험 – 논농사(텃논)

4학년 과학과 생물 단원에서는 식물의 한살이를 공 부한다. 외떡잎식물인 벼와 쌍떡잎식물인 강낭콩이 대표적인 학습 재료이다. 보통 강낭콩은 교실기르기나 가정과 연계한 기르기를 할 수 있지만 벼는 동영상 자료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학교 4학년에서는 자칫 수업시간에 국한될 수 있는 식물 이야기를 생태 교육과 연계하여 컴퓨터 속 생태교육이 아닌 체험으로 배우는 생태교육을 계획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작은 떡잎 하나도 소중하게 여기는 생명존중 과 농촌의 문화와 환경도 존중하는 생태감수성을 함양하게 되었다.

텃논 추수행사에서
떡메를 치는 모습을 직접 본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나눠먹은 떡과 쌀과자도 정말 건강한 맛이었어요.

학생소감

논농사 활용 TIP
• 서천군 친환경 농업법인과 결연을 맺고 4학년 반당 5개씩 총 50개의 소형 상자텃논을 운영하였다.
• 벼의 생장환경을 고려하여 볕이 잘 들고 물을 대기 가까운 곳에 텃논을 위치시킨다.
• 텃논은 학교 구성원 모두의 도움과 손길이 필요하다.
• 수작은 농사지만 절기교육, 추수행사 등의 농경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진행하면 학생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크다.

매일의 삶이 생태환경 공부의 재료로 – 미세먼지 측정기

학교 정문에 미세먼지 측정기가 설치된 후, 학생들의 등교 모습이 바뀌었다. 등하굣길에 학생들 스스로 현재의 대기질을 확인하는 모습이 생활화된 것이다. 체육시간을 기대하는 학생도 쉬는 시간마다 미세먼지 측정기로 나와 대기질을 확인한다. 혹시나 그사이 대기질이 바뀌어 체육수업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다.

학생들 스스로 대기질을 체크하고 하루 생활을 계획할 수 있게 되면서 자기관리역량이 높아진다. 미세먼지 측정기는 이 밖에도 학습자료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회과 조사학습, 과학과 탐구학습에서 우리 지역의 대기질을 조사하고 그 원인과 해결 방안을 찾아보는 활동도 이 미세먼지 측정기 덕에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미세먼지 측정기에서 매일매일 공기의 좋고 나쁨을 바로 알 수 있어서 좋아요.

학생소감
<미세먼지 측정기>

백마디 말보다 실천으로 보여주는- 태양광 패널

우리 학교는 학교 옥상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하여 얻은 전기를 통해 난방과 온수에 사용하고 있다. 학교 옥상에 늘어선 태양광 패널은 그 자체로 학교가 친환경 에너지 사용에 앞장서고 있음을 말해준다. 또 친환경 에너지를 주제로 하는 수업이나 태양광 에너지 수업 시간의 좋은 학습 소재가 된다. 실제적인 경험은 에너지를 친환경적으로 전환해야한다는 백마디 당위적인 말보다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매일 학교 옥상에 보이는 태양광 패널을 볼 때마다 우리 학교가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해요. 에너지를 더 절약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학생의견
<태양광 패널>

시나브로 물드는 생태감수성

“선생님 저희 오늘 물주러 학교 가도 돼요?” 6학년 7반 OO에게 또 문자가 왔다. 학교에 와서 상자 텃밭에 심은 방울토마토에 물을 주고 싶다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매일 학교에 오지 못하고 정해진 날에만 나오니 원격수업을 다 들은 후에 친구와 학교에 와서 상자텃밭 가꾸는 활동을 한다. 방울토마토가 코로나19를 뚫고 학교와 학생들을 끈끈하게 연결해주고 있다.

식물을 심고 가꾸어본 이는 알겠지만, 작은 생명에 한 번 마음을 빼앗기면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학생들은 어른들보다 초록 생명체에게 더 마음을 잘 준다. 마음을 주니, 식물과 관련된 자연현상과 시간의 흐름에 저절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주변 생태에 관심을 가지고 아끼고 사랑하며 서로 통하는 마음, 오늘도 생태감수성이 학생들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초록 미래도 시나브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