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0 겨울호(241호)

코로나發 정의로운 출발을 위한 제언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

원격수업 장기화로 수면 위에 오른 교육격차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교육격차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원 격수업이 시작되면서 가정에서 학생의 학습을 도울 수 있는지, 어떻게 도와주는지에 따라 학습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꼭 언론보도가 아니더라도 자녀의 원격 수업을 지켜보는 학부모들은 학습격차는 벌어지고 학력은 저하되 는 상황을 체험하고 있다. 그간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수업 내용을 잘 따라가는지 직접 보지 못하다 ‘e-학습터’에 접속하여 원 격수업을 진행하는 아이의 모니터를 통해 교과 내용과 진도는 물 론이고 학습태도와 성취 정도를 눈으로 확인하는 상황이 벌어졌 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면 수업이라도 제대로 들을 텐데, 아이가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선생님의 손길이 닿기라도 할텐데 하는 불안은 학부모 10명 중 7명의 ‘원격수업으로 교육격차가 커 질 것’이라는 응답1에 묻어 있다.

교육부가 8월 11일 전국 초·중·고 교사(5만1,021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2에 의하면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원격수업 이후 학습격차가 커졌다(커졌다 46.3%, 매우 커졌다 32.7%)고 답했다. 학습격차가 심화된 이유(중복 응답)에 대해서는 ‘학 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차이(64.9%)와 학부모의 학습 보조 여부(13.9%)를 꼽았 다. 8월 21일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도 유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4,010 명의 교사가 참여한 설문에서 83%가 대면 수업에 비해 원격수업의 교육적 효과가 낮 다고 평가했다. 원격수업 진행 시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문제점으로 61.8%가 학습 격차 심화를 꼽았다. 학습격차의 원인(중 복 응답)으로 1순위는 ‘가정환경의 차이 (72.3%)’였다.
학습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55.8%)’, ‘대면수업 확대(48.5%)’가 각각 1,2순위로 조사되었다.3 학급당 인원수를 줄이고, 방역의 안전성을 확보한 후 등교일수를 확대하여 대면수업이 더 늘어난다면 분명 원격수업만 진행되는 상황보다 학습격차는 줄어들 것 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등교일수만 늘어나 면 학습격차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학습격차, 좀 더 나아가서 교육격 차 문제, 특히 계층과 부모의 경제력에 의한 교육격차 문제는 코로나 이전에도 심각하게 제기되어왔던 사회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인 배경 요인

유아 단계에서 교육 출발선이 붕괴되는 것을 시작으로 사립초, 국제중, 영재학 교·특목고·자사고, 명문대로 이어지는 소위 특권 트랙에는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크게 작용한다. 대학서열이 생애 임금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 4에서 이를 차지 하기 위한 ‘군비경쟁’의 승자는 고소득층이 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 2년, 사립초 6년, 총 8년간 학비만 1억 8천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5 고교서열이라는 피라미드의 정점에 위치한 영재 학교 신입생의 출신지역을 분석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서울과 경 기, 절반 이상이 사교육과열지구 10개 지역 출신이었다.6
이런 상황은 전국단위 자사고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인 예로 민족사관고등학교의 경우 10명 중 6명이 강남, 서초, 양천, 송파, 노원 등 서울과 경기의 대표적인 사교육과열지구 8개 지역 출신이 었다7`.
영재학교 입학을 희망하는 중3 학생의 경우 10명 중 4명이 월평 균 300만원 이상, 전국단위 자사고는 10명 중 7명이 월평균 100 만원 이상의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했다고 한다. 8 소위 특정 고교 에 진학하기 위한 기회비용은 고소득층이 아니면 감당하기 어려 운 실정이다. 코로나로 인해 국민 대부분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돌아본다면 부모의 사회경제적인 배경에 의한 격 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로 드러난 교육격차 해소 방안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교육격차를 논할 때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 하나는 코로나19 속 장기화된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격차를 해소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력, 거주지역, 학벌 등 부모의 배경에 의해 발생되는 교육격차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방역 차원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등교일수를 늘려 학습에 대한 피드백을 강화하면서도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 전자에 해당된다. 후자는 부모의 배경이 교육제도를 통해 대물림되는 교육 불평등 대물림 문제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원격수업으로 인해 벌어진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완화하기 위해서는등교를 더 늘려야 한다. 다행히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됨에 따라 학교 등교일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등교일수를 충분히 확보해야 돌봄·학습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돌봄·학습 공백 의 문제는 저학년일수록 치명적이다. 더불어 장기화된 원격수업 으로 이미 공백이 생긴 교육의 출발선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초등 1·2학년의 학습공백은 학습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학력 지원을 위한 전담교사의 배치가 필요하다.
둘째,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을 고려한 교육과정이 개발·보급되어야 한다. 1학기 원격수업 상황에서 교육과정을 제대로 운영하기에는 주어진 수업 시간이 매우 부족하였고, 교수-학습을 구현할 수 있는 온라인이라는 공간의 활용에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국가교육과정으로 정해진 성취기준의 양은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으니, 교사는 진도를 나갈 수밖에 없고 학생에게 제공되는 콘텐츠의 양은 과도한 경우가 있었다. 따 라서 재난 상황 시 유연하게 교수학습 및 평가를 구성할 수 있도록 국가수준에서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에 대한 지침을 보급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진도 나가기에 급급한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에 서 벗어날 수 있고, 학생 개개인의 상황과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수업과 피드백이 가 능하게 될 것이다.
셋째,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위기학생에 대한 ‘돌봄 지원 및 정서 안전망’의 구축이 시급하다.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많은 아이들이 우울감과 소외감, 고립감과 무기력 등 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으며, 다양한 이유로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학대받는 아이들이 많다. 얼마 전 부모가 부재한 상황에서 라면을 끓여먹 다가 화마를 입은 인천 형제 사건은 복지 사각지대 어린이들이 처한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비극이 재발되지 않으려 면 위기학생에 대한 교내·외 돌봄 지원 및 정서적 안전을 위한 심리상담 전담지원 체제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동시에 마을자원을 활용한 마을 돌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넷째, 코로나19 상황에서 학교 정규교육 시간부터 학원으로 등원시키는 비정상적인 사교육 영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야 한다. 지난 4월 9일 학교 현장이 온라인 개학을 시작하자 일부 학원들은 학교 일과 시간부터 학원에 등원하는 ‘온라인학습 관리반’을 만들었다. 방학 기간에나 등장했던 이른바 ‘텐투텐(오전10시〜오후10시) ’ 사교육이 학기 중에도 버젓이 등장하여 등교하지 않는 날 학원으로 등교하는 기형적 인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방치된다면 학부모의 불안은 물론이고 교 육격차 또한 커질 것이다.
다섯째, 교육의 출발선을 맞추고 아동· 청소년의 삶의 질을 가장 우선시하는 사회적 인식 개선과 실천이 필요하다. 학벌만 능주의와 입시경쟁이 교육의 본질을 훼손 하고 있는 상황이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 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교육의 양극화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되고 각자도 생의 사회에서 아동·청소년의 삶은 학습 노동의 쳇바퀴를 돌리는 고통의 연속이 될 것이다. 이 고통을 멈추기 위해서는 공동 체의 결단이 필요하다. ‘선행학습이 필요 없는 학교’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초1 교실에는 한글과 사칙연산을 배우고 오지 않은 아이가 손에 꼽힌다. 모든 아이가 학 교의 교육과정을 처음 배운다는, 즉 학습 의 출발 시기를 동일하게 만드는 교육 문 화가 현실에서 정착되어야 한다.
또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아동 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교육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채택한 지 30년이 넘었다. 그런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줄곧 듣는 권고가 입시 경쟁에 매몰된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특히 작년 9월 18~19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 대한민국의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제5·6차 국가보고서 심의현장에서 대한민국 심의 코디네이터를 맡은 아말 알도세리 위원은 정부에 “한국의 공교육 제도의 최종 목표는 오직 명문대 입학인 것으로 보인다. 아동의 잠재력을 십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고 발달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만이 목표인 것 같다. 이는 아동권리협약의 내용과 거리가 멀다.”고 꼬집으며 과도한 학습시간으로 여가활동을 즐기지 못하는 대한민국 아동의 현실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이 촉구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정부, 교사, 학부모 등 교육 주체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코로나로 인해 더욱 드러난 다양한 문제들 속에서도 원격수업 및 돌봄의 공백으로 인한 격차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지원하기 위해 학교와 마을, 지자체가 같이 공조하여 한 아이도 사 각지대에 서 있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출발선에서부터 정의로운 출발이 될 수 있도록 더 큰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1. [경향신문·공공의창·피앰아이 공동기획] 학부모 10명 중 7명 “온라인수업으로 교육 격차 커질 것”, 경향신문, 2020.5.20.
  2. [단독] 교사 80% ‘학습격차 커졌다’…놀란 교육청 2학기 전면 등교 준비, 한국일보, 2020.8.12.
  3. 「코로나19 상황, 2020년 1학기 교육실태와 교사 요구조사 보고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2020.8.21.
  4. 이지영·고영선, 「대학서열과 생애임금격차」, 한국노동연구원, 2019.
  5. 「‘유아 영어학원+사립초’’, 8년간 학비만 1.4억, 출발부터 심각한 교육 양극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보도자료, 2020.10.14.
  6. 「서울·경기에서만 영재나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보도자료, 2020.9.29.
  7. 「외대부고, 민사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 심각한 수도권 쏠림현상, 사교육 걱정없는세상 보도자료, 2020.10.20.
  8. 「2019 희망고교 유형별 사교육 실태 조사」, 신경민 국회의원·사교육걱정 없는 세상 공동조사, 20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