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20 겨울호(241호)

코로나 시대의 소아•청소년을 위한 마음방역

김붕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1

코로나19 감염확산은 우리나라 소아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거의 1년 정도 유치원과 학교가 부분적 또는 완전히 문을 닫는 일을 반복하면서, 신체활동과 또래놀이 활동이 축소되었고, 다양한 돌봄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유치원과 학교에서의 또래 학습과 놀이가 줄어듦에 따라 아이들의 활동 반경은 가정으로 국한되고 동시에 부모님들도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양육 부담이 늘었고, 맞벌이 부모님인 경우는 아이들을 혼자 집에 두는 시간이 대폭 증가되었습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방역조치는 경제적 상태를 악화시켜, 부모의 정신적 스트레스 및 우울·불안문제를 경험하는 비율이 증가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도 코로나로 인한 감염공포, 가짜뉴스로 인한 불안증 폭, 외부활동의 제한과 친밀한 사회적 교류 중단으로 인한 고립감 과 소외감으로 힘든 상태입니다. 이러한 부모님의 정신건강문제는 자녀의 정서-행동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거기 에 더해, 부부 갈등이 증가되고, 언어-정서 폭력 노출 위험성이 커지면서, 아동 학대 위험성도 증가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부터 발달장애, 우 울/불안, ADHD 등 정신적인 어려움이나, 정서-행동문제를 갖고 있는 고위험 소아 청소년의 경우에는 증상이 악화되고, 적응 기능이 떨어지며, 추가적인 스트레스성 질환(틱/수면장애)이 발병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올해 여름 전세계의 소아청소년정신건강 전문의와 전문가 천여명이 온라인 으로 모여,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아이들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와 같은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남미, 아프리카에서도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ADHD클리닉에 내원하는 초·중·고등 학생 13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치료 내용에 특별한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와 등교 제한 이후, 약 65% 정도의 학생들에서 우울·불안, 공격성, 부모-자녀 갈등의 증가가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악화된 요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신체활동 감소, 게임시간 증가, 수면시간 감소, 생활리듬의 변화, 가정 폭력/긴장 증가, 치료 연계 지연 등과 관련됨을 확인했습니다. 그 외에도 청소년 설문과 통계를 통해서도 자살 사고와 자해의 증가 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 에서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 해서 학교와 가정에서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코로나19 시대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및 가족 건강을 위해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7가지 실천지침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일상의 루틴을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생활의 리듬을 잃지 마세요.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게 되면 일상 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경우 수 면주기가 지연되고, 늦게까지 게임이나 유튜브를 보는 등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므로 일어나는 시간, 활동 하는 시간, 학습하는 시간 등 일상적 리듬을 잘 유지해주십시오.

2) 우리 아이 눈높이에 맞게 코로나에 대한 정보와 마스크 등 위생관리에 대해서 잘 알려주시고, 불필요한 불안을 느끼 지 않게 도와주세요.

어리지만 코로나에 대한 관심이 많고, 정확한 정보를 갖지 못할 경우, 막연한 불안이 증폭됩니다. 특히 유튜브를 통한 가짜뉴스 노출이 많아지면 더욱 불안해지므로, 부모님께서 코로나와 관련된 정보를 정확하게 주시고,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게 중요합니다.

3) 5분 동안 호흡/이완 연습을 부모님과 아이가 같이 하세요.

불안은 사실 “위험을 미리 예방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불안을 느끼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지요. 그러나 지나친 것은 문제가 됩니다. 신체적인 이완 연습과 복식호흡을 연습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며,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 하면 더 좋습니다.

4) 현재를 즐길 수 있도록 Eat -Play-Love를 실천하세요.

실내에서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놀이가 있으면 불안 조절과 스트레스 관리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보드게임이나 퍼즐 맞추기 같은 게임도 좋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만들고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정서적 만족감을 나누는 좋은 방법입니다. 즉, 아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 과 즐거운 놀이를 함께 하세요.

5) 우리 아이에게 함께라는 느낌을 주세요.

부모와의 애착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스트레스에 대한 저 항력을 키우고, 재난 상황에서 오히려 성장 할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부모와 함께 한 과거의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가족여행사진과 가족동영상을 보면서 웃고 얘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세요. 이는 부모와의 애착과 가족간의 응집력을 느끼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부모님 자신이 어려웠던 시기를 극복해 본 경험을 아이와 함께 나누어 보세요. 아이들은 지금 이 힘든 시간이 보편적이고, 과거에 부모님도 그런 경험을 잘 극복하고, 이제는 별것 아닌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며, 성장욕구가 자극됩니다. 이러한 과정은 극복의 힘이 가족내 협력에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6) 부모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꼭 가지세요.

하루에 한 시간 만이라도, 어렵다면 며칠에 한 번 잠시라도 부모님 본인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세요. 특히 번아웃되지 않도록 마음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좋아하는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어보세요. 그리고 운동을 꾸준히 하셔서 웬만한 강도의 스트레스도 이겨내는 체력을 키우세요.

7) 변화에 대비하세요.

세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고, 끝이 안 날 수도 있으며, 끝난다 해도 필연적인 변화가 수반될 것 입니다.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길러두는게 중요합니다. 부모님 자신이 먼저 그 변화를 준비하고, 아이들에게도 알려 주십시오.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점도 있습니다. 학교 에서 도울 수 있는 일들 중에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입니다.

1) 학습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신체적 활동을 늘려주십시오.

그동안 온라인 비대면 학습으로 진행된 부분에 대해서 학습효과 가 좋지 않다는 보고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대면수업으로 전환되면 적극적으로 학습시간을 늘리거나 강화하여 학습성 취를 원래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 선생님이나 학교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상황으로 학생들의 불안한 마음에 공감하고, 그동안 못한 대면 활동을 통한 신체적 활 동 증진을 통해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불안을 감소시키며, 내적 긴장을 줄이고, 학교에서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상황에서의 불안문제 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학습을 강조하는 것은 자칫 정신건강 문제로 악화될 수 있습 니다. 아직 감염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상태이니, 방역을 철저히 챙기면서 신체활동 을 늘려가고 즐거운 놀이 시간을 늘리도록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2) 정신건강 위기 학생들에 대한 관심 을 더 가져주시고,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은 가능한 빨리 전문가의 상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코로나19 이후의 가정-학교-사회의 위 기상황 속에서 기존에 정신건강의 어려움이 있던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평소에 건강했더라도 새롭게 심리정서상 어려움 을 경험하는 아이들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족들이 충분히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는 경우에는 빠르고 적절한 대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가족기능이 위축되거나 와해된 경우에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돌봄은 방치될 수 밖에 없습니다. 증가된 정신건강 문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우울/불안의 증가와 청소년기 자살사고, 자해행동의 증가 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대한 방어막 또는 안전망 역할은 학교에서도 같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담임선생님뿐만 아니라, 학교장이 앞장서서 학생들의 심리사회적 건강을 돌보는데 더욱 각별히 힘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아 및 청소년을 위한 온라인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teenstress.co.kr)>

서울대학교병원의 연구팀은 언택트 시대에 가정과 학교에서 활용 가능한 ‘소아 및 청소년을 위한 온라인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teenstress.co.kr)’을 개발하였습니다. 첫 번째 버전은 2014년에 개발되었고, 2019년 현재의 버전을 개발하여 프로 그램의 구조와 내용을 좀 더 학생들이 손 쉽게 체계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단계적 으로 활성화시키고 있습니다. 올해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지역사회와 교육현장에서의 요구가 늘고 있어, 서울시에 위치한 몇몇 학교와 효과성을 평가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스트레스 관리 프로 그램은 ▲인지 행동치료법 ▲긍정 심리 ▲마음 챙김과 이완법을 활용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한 가족의 위기와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지금보다 코로나19가 끝난 후 닥칠 갑작스런 사회적 시스템 변화와 경제 위기, 그리고 이어지는 가족 기능의 위기와 맞물려 더욱 크게 증폭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와 준 비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 갖고 있는 회복 탄력성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 아이들은 유연하게 성장하며 발달하는 과정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재난과 외상을 딛고 더욱 성숙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더욱 도와야 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1. 보건복지부 발달장애 중앙지원단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정신건강지원단장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