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2020 여름호 (239호)

코티칭과 전문적 협력 2.0

정바울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미국 버클리 대학의 리틀(Little, J. W., 1990)은 ‘교사협력’에는 이야기 나누기(storytelling), 아이디어 공유(sharing ideas)로부터 공동 작업(joint work)에 이르기까지 연장선상에 펼쳐 놓을 수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많은 교사협력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협력의 형태가 조심스러움과 불간섭주의와 같은 교직 사회의 지배적인 규범 때문에 여전히 이야기 하기와 아이디어 공유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 하기와 아이디어 공유 수준의 협력은 개인주의적인 교직문화를 극복하고 학생들의 학습의 향상, 교사들의 전문성을 신장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기여하였지만, 진정한 변화와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 형태의 협력이 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협력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함께 일하는’ 공동 작업(joint work) 수준에서 실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같은 고차원적인 협력에 가장 근접한 형태이면서 전형적인 협력 형태는 코티칭(co-teaching)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코티칭과 전문적 협력 2.0

그런데 최근 학교혁신과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교사협력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작 코티칭에 대해서는 연구와 실천이 그다지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향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사례를 하나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가 가끔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학교와 학급경영 과목에서 교사의 전문성 신장 주제를 가르치면서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곤 합니다. “여러분들, 전문적학습공동체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고 하면 전문적학습공동체에 참여하겠어요, 안 하겠어요?” 이 질문에 대해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참여하겠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다음 학생들에게 “그러면 여러분들 중에 희망자에 한해서 전통적인 솔로(solo) 담임 옵션과 한 교실에서 두 명이 가르치는 코티칭 옵션(예를 들어, 1 수업 2교사제)이 있다면 둘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겠나요?” 라고 물으면 어떤 응답이 나올 것 같으세요? 전문적학습공동체에 비해 코티칭 옵션을 선택하겠다는 학생들의 비율은 절반 이하(때로는 삼분의 일 이하)로 급격하게 감소합니다. 전문적학습공동체 활동을 통해 교실 밖에서 협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의 협력은 괜찮지만, 교실에서 실제로 같이 일하는 방식의 협력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 까닭으로 학생들은 수업과 학급경영에 있어 교사 간의 이견이나 갈등이 있을 수 있어, 같이 하기에는 너무 위험 부담이 크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코티칭을 실제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안다고 확신하는 걸까?’ 저는 이와 같은 학생들의 전문적학습공동체와 코티칭에 대한 응답 사례가 현재 협력을 둘러싼 인식과 실천의 현 주소를 잘 형상화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하버드대학과 스탠포드대학의 저명한 조직 및 경영 혁신 분야의 학자인 페퍼(Pfeffer)와 서튼(Sutton)(2006)은 이와 같은 협력을 둘러싼 모순적인 현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통찰을 제공해 줍니 다. 그들은 ‘지행격차(Knowing-Doing Gap)’라는 그들의 저서에서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현상’ 에 대해 연구를 하였는데, 실행을 방해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애물 중 하나로 ‘말하기’를 실제로 ‘실행하는 것’과 동일시하는 경향을 들고 있습니다. 끝없이 계속되는 회의, 쉴 새 없이 만들어지는 문서, 공문, 각종 기획안 들에도 불구하고 실천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무수히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교사협력 분야 석학인 하그리브스(Hargreaves, 2019)는 진정한 협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업무 과중, 시간 부족과 같은 외적 요인 못지않게 ‘협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마치 함께 협력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관행’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코티칭 접근은 코티칭을 통해 실제로 같이 일함으로써 단순히 코티칭을 실천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교사협력 을 보다 의미 있는 형태로 견인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 코티칭 접근은 ‘공동 작업’으로서의 협력을 형상화하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교사협력 2.0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코티칭이 갖는 교사협력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코티칭의 다양한 스펙트럼 : 소울메이트? 복제인간과의 협력?

교사협력이 그렇듯, 코티칭 접근도 개념적으로 비정형적(amorphous)이고, 이념적으로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것으로 채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Hargreaves, 2019). 하지만 코티칭 접근은 실제로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효과 또한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다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티칭의 다양한 유형과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살펴보기 위해 코티칭의 유형을 어디까지나 개념적 차원에서 추상적으로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구안한 후, 이에 대한 생각을 학생들과 나눠 보았습니다(정바울 외, 2018, 김고은 & 정바울, 2018). 우선 코티칭 유형은 교사간의 협력 양상에 따라 양자 상호간의 협력이 모두 긍적적이고 효과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는 소울메이트형, 양자 상호간에 협력 관계가 모두 부정적이고 협력 효과도 그리 높지 않는 대결 또는 결투형, 양자 상호간의 협력이 마지못한 협력이나 인위적인 협력으로 흐르는 인위적 협력형으로 크게 구분하여 보았습니다. 추가적으로, 둘 상호간의 관계는 소울메이트라고 할 수 있으나 협력의 효과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덤앤더머 유형 , 그리고 서로가 너무 똑같아서 차이가 거의 없는 복제인간 유형도 가능한 형태로 구안해 보았습니다. 이러한 유형들을 두고 학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코티칭 파트너의 모습을 선택해 보라고 했습니다.

소울메이트형·대결 또는 결투형·인위적 협력형· 덤앤더머 유형·복제인간 유형

학생들은 코티칭 파트너로 누구를 선택했을까요? 예상하기 어렵지 않게, 학생들은 대부분 소울메이트 유형을 코티칭의 파트너로 선택합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학생들은 협력에 대해서 꽤 이상적이고 낙천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협력은 언제나 화기애애하고, 서로 이견이나 차이가 없는 조화로운 모습을 상정하곤 합니다. 이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협력에 대한 태도 속에는 강한 평등주의적 입장을 고수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기도 합니다. 오랜 노력과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베테랑 교사들의 전문성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려는 완고한 모습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소울메이트 형태의 코티칭 파트너는 정말 이상적일까요? 일단 소울메이트는 협력하기 쉬운 길이지만, 언제나 효과적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그리브스(2019)는 교사들과 동료들과의 감정적 지형에 대한 연구를 통해 교사들간의 사이가 지나치게 친밀해질수록 오히려 전문적 협력의 관계는 감소되는 양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합니다. 스타트업(창업)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한 하버드대학의 와서만(Wasserman, 2012)은 ‘창업자의 딜레마’라는 책에서 이와 관련한 통찰력 있는 조언을 합니다. 창업 파트너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나 소위 ‘절친’을 선택하여 ‘공동 창업’을 한다면 결과적으로 비즈니스도 잃고, 우정도 함께 잃게 될 것이라는 것을 경험적 연구를 통해 밝히며, 사적 관계와 전문적 관계를 분리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합니다. 소위 소울메이트라고 불리는 절친과는 ‘우리는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깊고 또 도전적인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협력을 둘러싼 이견이 표면화되고 형상화되는 것은 바로 함께 작업을 할 때(joint work), 즉 같이 코티칭을 할 때입니다. 이견과 갈등을 공개적이고 솔직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갈등들이 우회되거나 잠복된 상태로 남아있어서 추후 더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자기와 다른 사람을 파트너로 선택하면 비록 ‘정은 더 적지만 팀은 더 오래갈 수 있다.’고 합니다 (Murawski, 2010).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민감한 논의를 할 수 있는 플랫폼과 갈등이 범람할 때 이를 방 지할 방화벽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코티칭도 하나의 창업이라는 메타포로 접근한다면 코티칭 파트너를 정할 때 귀 기울여 볼만한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견이나 갈등이 없거나 생기지 않을 것만 같은 자기를 꼭 닮은 마치 복제인간과도 같은 코티칭 파트너는 어떤가요? 복제인간과 같이 나와 똑같은 또 다른 나와 협력을 한다는 것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입니까? 협력의 효용에는 분업의 의미도 물론 있겠지만(복제인간이 이 분업은 아마도 가장 효과적으로 잘 해 줄 수 있겠지만), 진정한 협력의 의미는 서로 다른 이질성으로부터 상호 학습하는 데에서 생겨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메타포는 보다 근본적인 협력에 대한 질문을 이끌어 내는 것 같습니다:협력은 왜 하는 것입니까? 협력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동료 선생님들이나 코티칭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눠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코티칭을 위한 4B 전략

하그리브스(2019)는 최근 교사협력 2.0 접근을 활성화하는 4가지 B(four Bs) 전략을 제안하였습니다. 이 전략은 코티칭 접근에도 유용하리라고 생각됩니다.

첫째, ‘Before’입니다. 코티칭을 적용하거나 실천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중요한 요인은 협력을 둘러싼 학교의 선행 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협력을 둘러싼 경험, 이미 존재하는 학교 내 신뢰 관계 여부가 실은 코티칭 접근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티칭 접근을 새롭게 모색한다고 할 때 항상 지금 당장 여기서 뭔가를 해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학교의 기존의 문화, 역사, 관계들에 대해 섬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Besides’입니다. 코티칭 접근의 성패를 좌우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코티칭 그 자체 요인 외에 코티칭을 둘러싼 제반 여건들입니다. 학교의 행정 업무 처리 절차, 전보 규정, 교장의 리더십, 교사 리더십과 같은 변인 정책들이 코티칭 접근에 현저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코티칭 접근은 진공상태에서 코티칭 그 자체에만 주목해서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접근이 아닙니다.

셋째, ‘Beyond’입니다. 한 학교의 코티칭 실천이 성공할 것인가, 아닌가의 관건은 학교를 넘어선 여건으로서 교육지원청, 교육청, 정부 정책, 또는 학교 간 네트워크, 지역사회와의 관계와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Betwixt’입니다. 코티칭 접근은 코티칭을 위 해 고안된 프로그램 표면에만 집중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코티칭 접근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작은 일상들, 예를 들어 생일 챙겨주기, 같이 식사하기, 함께 영화나 공연 관람하기, 같이 산책하기나 운동하기와 같은 것들이 수반될 때 보다 생기있고 활력있는 코티칭의 실천이 창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코티칭은 오래 전부터 실천되어온 교수 전략이지만, 1990년대에 미국에서 아동낙오방지법(NCLB)이 생기면서 대안적인 교수전략으로 부상했습니다(Murawski & Lochner, 2017). 이와 유사하게 우리나라에서도 코티칭은 최근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기초 학력보장 정책의 강조와 함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의 이질성, 다양성이 증가됨에 따라 개별적인 지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동시에 학교의 기초학력 보장에 대한 책임과 요구가 높아질수록 코티칭 접근은 향후 효과적인 정책 대안으로 호출될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 코티칭의 효과적 실행과 정착을 위해서는 앞에서 제시한 교직 문화 차원의 전략도 중요하지만, 학교행정가의 관심과 지원적 역할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행정가는 코티칭을 위한 실제적인 연수 기회 제공에서부터, 코티칭 시간표와 시수 배치, 적합한 코티칭 파트너의 매칭, 코티칭 컨설팅과 평가, 코티칭 실천을 개선하고 확산하기 위한 제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Murawski & Bernhardt, 2015). 이와 병행하여 교사교육기관에서도 지금까지의 개인주의적인 교사문화와 솔로 티칭에서 탈피해야합니다. 협력적 교사 전문성의 확산과 특히 코티칭의 정착을 위해 예비교사 단계의 교사교육과 실습에서부터 코티칭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병행될 때 보다 성공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참고 문헌
정바울 외(2018). 1수업 2교사제 운영 방안 연구. 2018 위탁연구 보고서.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김고은, 정바울(2018). 대결 또는 이중주?: 코티칭의 정치학. 교육정치학연구 25(3), 215-236.
Bacharach, N., Heck, T. W., & Dahlberg, K. (2010). Changing the face of student teaching through coteaching. Action in Teacher Education, 32(1), 3-14.
Hargreaves, A. (2019). Teacher collaboration: 30 years of research on its nature, forms, limitations and effects. Teachers and Teaching, 25(5), 603-621.
Little, J. W. (1990). The persistence of privacy: Autonomy and initiative in teachers’ professional relations. Teachers College Record, 91(4), 509-536.
Murawski, W. W. (2010). Collaborative teaching in elementary schools: Making the co-teaching marriage work! Corwin Press.
Murawski, W. W., & Lochner, W. W. (2017). Beyond co-teaching basics: A data-driven, no-fail model for continuous improvement ASCD.
Murawski, W. W., & Bernhardt, P. (2015). An administrator’s guide to coteaching. Educational Leadership, 73(4), 30-34.
Wasserman, N. (2012). The founder’s dilemmas: Anticipating and avoiding the pitfalls that can sink a startup. Princeton University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