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칼럼2018 겨울호 (233호)

통일교육 패러다임 전환 키워드: #평화

백준기 통일교육원장

 

1. 평화•통일문제가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통일교육원이 실시한 「통일리더캠프」에 참여한 한 대학생이 “남북협력이 가능한 상황이 되면 개마고원에서 트래킹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로부터 시작된 남북관계의 전환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남북은 어떤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30세대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 속에서 거대한 정치담론이 아닌 우리의 일상 속에서 평화와 통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2. 화해•공존의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통일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합니다

통일교육은 ‘반공교육’, ‘통일안보교육’의 시기를 지나 지금의 평화·통일교육으로 변천되어 왔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통일교육의 방향을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2017년 통일교육원이 실시한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 통일교육 담당 교사 45%는 통일교육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로 ‘이념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꼽았습니다. 남북관계의 부침에 따라 통일교육의 강조점이 변하고, 안보교육의 강화 분위기 속에서 통일교육의 편향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의 비핵화, 평화수역 설정과 JSA 비무장화 등으로 논의가 확장되면서 평화로운 남북 공존 모색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어 통일교육도 체제·이념 중심에서 탈피하여 통일미래에 추구해 나갈 가치를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절차상으로도 교육일선에 계신 교사, 전문가, 시민단체 등 통일교육의 주체와 소통하면서 통일교육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가야 합니다. 특히, 청소년은 통일미래를 직접 이끌어 나갈 주역인 만큼, 미래세대의 평화감수성과 통일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3.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해 통일교육은 평화교육과 함께해야 합니다

통일교육은 한반도의 새로운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평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평화’는 남과 북의 공존과 공동번영을 이끄는 동시에 미래세대와 통일을 연결시켜주는 키워드이기 때문입니다.

평화교육은 1950년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네스코의 ‘국제이해교육’에서 출발하였습니다. ‘평화’는 1970년대 이후부터 전쟁의 반대라는 소극적 테두리를 벗어나 핵·인종차별·생태계 파괴 문제의 해결 등 적극적 개념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의 평화교육은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적 통일을 달성하는 것과 맞닿아 있어야 합니다. 남과 북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제반 갈등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평화감수성을 키우고 평화의 가치를 확산시켜 나간다면 이는 분단의 극복과 평화통일에 기여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통일교육은 평화를 위한 교육이자, 통일을 이루기 위한 과정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남과 북은 대화와 협력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서로에 대한 적대 의식을 줄여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갈등과 대립의 평화적 해결이 우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필요함을 교육해야 합니다. 남북 간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기법, 북한주민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태도 등을 길러주는 것이 평화교육입니다.

평화교육은 자칫 ‘안보’의 경시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남북 간 장기간 대치가 지속되어 온 현실 속에서 굳건한 안보는 필수불가결합니다. 평화의 씨를 뿌리고 이를 튼실하게 성장시키려는 노력은 안보를 강화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군사적 의미의 안보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위험요소로부터 사회구성원을 보호하는 ‘융합적 안보’로 개념을 확장해야 합니다. 안보의 범위를 외교·사회·민간 안보로 넓히면 남북 간 공동 안보 등으로 논의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통일교육은 자유·평등·인권 등의 가치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시민교육이기도 합니다. 공정한 사고, 소수자에 대한 배려 등을 통해 대립과 경쟁에서 오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지원을 확대할 때 통일 이전에는 ‘공존’, 통일 이후에는 ‘세계 시민주의’를 지향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4.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통일교육을 추진하겠습니다

통일문제는 우리 사회 내 갈등이 심한 쟁점 중의 하나입니다. 갈등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최소한의 공통점이라도 도출하여 그것을 토대로 점점 확산해 나가는 노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통일교육원은 이러한 견지에서 통일교육의 여러 담당 주체들과 함께 교육의 방향과 원칙을 논의하여 합의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합의를 기반으로 할 때 통일교육의 균형성과 일관성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8월에 개편·발간한 『평화·통일교육: 방향과 관점』1) 도 그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독일이 1978년 서독 11개 주 문교부장관 회의에서 채택한 「독일문제에 대한 서독 문교부의 교육지침」을 참고하여 약 일 년여 기간동안 교사, 시민단체, 전문가 등 많은 관계자가 수차례의 토의를 거쳐 통일교육의 중점 방향 15개항을 도출하였습니다. 통일교육 거버넌스 수립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적 디자인도 설계해 나가고 있습니다.

5. 미래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평화•통일교육이 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젊은 세대는 통일에 관심이 없다고 걱정합니다. 그러나 우리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미래세대에게는 민족공동체 회복이라는 집단적 사고가 아니라, ‘나의 직업’, ‘평화로운 삶의 터전’ 등 일상 속에서 구현되는 평화·통일 메시지가 더욱 설득력 있습니다. 그들의 희망과 꿈이 반영되는 통일교육으로 다가가겠습니다.

통일은 사람의 만남과 공존입니다. 분단에 갇힌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평화의 시대에 나아갈 수 있도록 미래세대에 대한 통일교육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남과 북의 공존과 번영을 실현할 수 있도록 평화교육과 연계하여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평화는 통일과 번영의 전제입니다. 통일은 평화의 지평선 너머에 있습니다.


1) 통일교육 시 참고할 수 있도록 통일교육의 목표 및 원칙 등을 제시하는 자료로, 2000년부터 『통일교육 지침서』로 발간되어 왔으며, 2018년에 『평화·통일교육 : 방향과 관점』으로 명칭을 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