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2018 겨울호 (233호)

평균의 종말: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김수윤 서울마장초등학교 교사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평균적인 신체 치수 따위는 없듯
평균적인 재능, 평균적인 지능, 평균적인 성격 같은 것도 없다. (pp. 30-31)”

‘직장인 평균 연봉’, ‘한국인 평균 수명’, ‘평균 결혼 나이’ 등의 기사 제목에 은연중 내 위치를 가늠해 보게 된다. 내가 평균이상에 속할 때는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지다가도 평균 이하에 속하는 항목에서는 사회적으로 뒤처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렇게 무의식중에 평균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습관이 바로 평균주의적 사고에 젖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적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보니 저 기사의 제목들이 평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나의 삶과 사람들의 제각각 다른 삶의 모습들을 그냥 뭉뚱그린 어찌 보면 다소 폭력적인 문구로 느껴졌다.

‘평균의 종말’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내가 그동안 평균이라는 개념에 현혹되어 있었던 만큼 거부감이 이는 극단적인 표현이었다.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라는 부제는 교육자로서의 나를 더욱 자극했다. 아니 그럼 내가 그동안 평균에 속아왔다는 건가. 평균이 뭐가 그렇게 문제란 말인가. 저자는 평균이라는 개념이 그 편리함 때문에 쓰이지 말아야 할 곳에 남용되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사람 또는 그 사람의 삶을 판단하는 데 있어 그 개념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경고한다. 평균은 사람을 각각의 개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군상으로 파악하는 방법이며 그러한 과정을 통해 개개인의 특성과 독특함은 너무나 쉽게 무시되고 폄하되기 때문이다.

평균의 허상을 보여주는 개인차 (출처:‘평균의 종말’)

그동안 학교에서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아이들을 똑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그 과정에서 그 평가의 내용과 방법에 적합하지 않은 아이들은 ‘학습부진아’가 되었고 그 아이들이 가진 각자의 재능과 적성은 무시되었다. ‘공부는 못하지만’ 손재주가 좋아 글씨를 예쁘게 잘 쓰고 꾸미기를 잘하며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은 아이, 보드게임 룰을 쉽게 이해해서 친구들에게 차근차근 잘 설명해 주는 아이, 다른 사람의 장점을 잘 발견해 칭찬을 잘해주며 누구에게나 밝게 인사를 잘하는 아이등등. 과연 이 아이들이 ‘남들처럼’ 공부를 잘 하지 못한다고 그 삶도 평균 이하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학교에서 점수로 측정되지 않기 때문에 무시되어 버리는 능력에 대한 ‘공정성’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저자는 평균주의의 극복에서 진짜 어려운 일은 “재능을 구별할 새로운 방법 찾기가 아니라, 알아보지 못하게 시야를 방해하는 일차원적 눈가리개를 제거하는 일(p.143)”이라고 강조한다. 표준화된 학교 시스템, 개개인의 특성보다 점수화된 성적만을 고려하는 풍조, 대학이라는 평균적인 경로를 거치지 않고서는 좋은 직업을 갖기 어려운 사회의 구조 등 우리에게 너무 당연하게 느껴져서 바꿔야 할 문제의식조차 발견하기 어려운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 눈을 가리고 있는 눈가리개가 아닐까? 한날한시에 똑같은 문제지로 학생들의 몇 년 동안의 노력을 평가 받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며칠 앞두고 생각이 많아진다.

이 책은 교사로서 나의 교육관과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해주었다. 늘 남과 비교하며 더 나은 내가 되고자 애쓰는 우리 아이들에게 너는 이미 너 자체로 아름답다는 것을 발견해 줄 수 있는 교사가 되어보자 다짐해본다. 법정 스님 말씀처럼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민들레는 민들레답게” 피어 아름다운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