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19 가을호 (236호)

학교급별사례4 – 꿈타래학교
청소년 교육의 마지막 경계선

김소영 명예기자 (덕성여자고등학교, 교사)

불안한 시대 속, 희망을 품어야 할 아이들이 상처받고 있다. 복잡한 사회의 모습만큼 아이들은 저마다의 복잡한 사연으로 학교를 등지고 있다. 공교육은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 어떤 모습을 취해야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최근 각광 받는 것이 ‘회복적 생활교육’이다. 하지만 공교육의 견고함에 지친 아이들은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움을 선택하곤 한다. 이런 아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공교육의 마지막 노력을 ‘꿈타래학교’에서 찾아본다.

꿈타래학교는 어떤 곳

꿈타래학교는 2003년 교사 3명으로 시작한 고등학교 과정 공립 대안교육 위탁학교이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학교’라는 공교육기관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그럼에도 교육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와도 같은 곳이다. 꿈타래학교를 다녀도 원적교 신분은 유지하기 때문에 이곳을 수료하면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꿈타래 학교를 거쳐 간 학생들을 유형화하면 강제적으로 이 학교에 오게 된 아이들,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 정석대로 움직이는 학교 시스템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아이들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정신병력을 갖고 있는 아이들의 추세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하였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같은 곳을 볼 수 있는 곳, 꿈타래

분명 교무실인데 일반 학교의 교무실이 풍기는 분위기와 달랐다. 교무실의 문턱이 아이들에게 굉장히 낮았다. 일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안중에도 없는 듯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학생도 있었다. 큰 목소리로 웃고 떠드는 학생의 모습도 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런 모습을 낯설어하고 난감해하는 사람은 유일하게 취재하는 기자뿐이었다는 것이다. 최연화 부장교사는 교무실은 아이들에게 열린 공간임을 강조했다. 학생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학생들의 곁에 늘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선생님을 대할 때 두려움과 어려움이 없었다. 쉽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었고, 그 덕에 혼자 꽁꽁 싸매고 있는 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꿈타래학교가 성공하고 있는 생활교육의 방법이 여기에 있구나 싶었다.

꿈타래학교 교사들은 아이들의 변화에 예민하게 대응한다. 굳어 있는 얼굴을 보면 무슨 걱정이 있냐고 교무실 안 모든 교사들이 아이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교사 자신의 모든 시간을 고민 가득한 아이의 상담 활동과 지도에 헌신하고 투자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아이들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공교육 시스템에 정착하게 된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상담 횟수와 이 학교만의 상담 전략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질문이 어리석었다. 회복적 생활교육은 상담 전략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과 교사 간의 인간적 관계 회복에 따라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지속할 때 진정한 의미의 회복적 생활교육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학생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운영

아이들에게 온 마음과 정성을 쏟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꿈타래학교의 운영 모습에서 의외의 모습이 하나 있었다. 규정의 엄격함을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한다는 점이다. 특히 출결에 관한 문제는 처음 방문한 순간 상당히 강조하였다. 때문에 학교에서 제시한 규정을 어길 경우, 벌점을 받게 되고 일정 기준 이상으로 벌점을 받게 되면 Red 수준에 놓여 퇴학 조치에 처해진다. 물론 Red에 놓이기 전 경고를 하기 위한 Yellow 수준이 있으며, Yellow 학생들은 사제동행 등산 체험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반면 상점을 많이 받은 Green 학생들은 Yellow 학생들이 등산할 동안 자신들이 하고 싶어 하는 체험 활동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다. 이렇듯 GYR 캠프를 통해 학생들은 시스템에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이 설명을 들으며 꿈타래 학교의 생활지도 규정을 함께 보았다. 놀라운 점은 벌점의 기준은 엄격하지만 상점의 기준은 다소 융통성이 있어 조금만 도전하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상점을 받을 수 있는 유형도 많은데, 가령 금연 성공일수에 따라 상점을 받을 수도 있었다. 분명한 규정 속에서도 아이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상점 획득을 통해 성공의 경험을 얻을 수 있게 하였다. 학교에서 상처 입은 아이들에게 작은 성취감이 쌓이고 쌓여 스스로의 상처를 회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꿈타래학교는 오전은 일반 교과 공부를, 오후는 진로 교양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일반 교과 수업이 대안 교육기관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이 학교의 성격에 맞는 교육과정 축소와 학생들의 학업 부담감을 낮추기 위한 교수-학습 수준 적정화를 꾀하고 있다. 즉 교육과정 속에서 학교를 찾는 아이들의 성향을 적극 반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표 편제에서 오후 수업은 제과제빵, 네일미용, 천연공예, 건축도장 수업 등이 꽉 차 있었다. 교과명만 보았을 뿐인데 수업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진로 교양 수업을 계획할 때에는 학생들의 희망 교과를 최대한 반영하여 개설하기 위해 노력한다. 실패의 경험이 많아 배움에 두려움이 많은 학생들에게 자격증 교육을 진행하여 성공의 경험을 쌓아 나갈 수 있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 결과 합격하기 어려운 제과제빵 필기시험에 이미 1명이 합격했고, 건축도장 기능사 자격시험에 작년에만 10명, 올해 전반기에 3명이 합격했다. 아이들은 이런 과정 속에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세상에 오롯이 설 수 있는 힘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취재 중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복도 한쪽을 가득 메운 전지에는 삐뚤삐뚤한, 그러나 순수한 글씨들로 자신의 진로를 연구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한 학기 동안 아이들이 고민한 프로젝트 결과물이었다. 학교에 진학하기 전, 학생에게 ‘스스로 질문하고 조사하기’ 활동을 안내하고, 아이들은 프로젝트 수업 시간을 통해 자신의 관심 분야는 무엇인지, 어디에서 흥미를 느끼는지, 왜 조사하고 싶은지 등을 고민한다. 아이들의 고민을 돕기 위해 홀랜드 검사, MBTI 검사 등을 실시하여 자신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은 저마다 흥미가 가는 직업을 정하고 해당 직업군의 인물을 인터뷰하거나 해당 직업 인턴십에 참여한다. 그리고 일련의 연구 결과를 보고서와 PPT로 준비하여 학생들 앞에서 발표회를 연다. 이렇듯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수업인 만큼 힘든 면도 있지만, 막상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학생들은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

꿈타래학교 학생들의 이야기

교양 수업 종료 후 남은 시간을 이용해 꿈타래학교 학생들 중 1학년 상희(가명), 2학년 현주(가명), 유나(가명) 이렇게 3명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기자: 개인적인 질문이라 답하기 어려우면 하지 않아도 됩니다. 꿈타래 학교를 찾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상희:아뇨, 어렵지 않아요. (꿈타래학교를 찾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는 거예요. 담임선생님이 대입에 대한 압박을 어마어마하게 줬어요. 학업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학우들 사이에서 견디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대안 학교를) 알아보다가 꿈타래학교가 대안 학교 중 제대로 된 학교라 판단하게 되었어요. 홈페이지 구성을 보면 느껴지시겠지만 굉장히 구체 적으로 안내를 하고 있거든요. 지금은, 오전에 교과 수업, 오후에 진로 체험 수업을 하면서 자유로움을 느껴요.
현주: 저는 중학교 때 동아리 부장 역할을 하다가 문제가 발생했는데, 부원들이 힘들어 하는 것이 제 탓 같았어요. 그게 문제가 된 것인지 우울증 진단을 받았거든요. 고등학교 진학해도 학교 다닐 힘이 없고, 그래서 출석도 안 좋았어요. 고등학교는 모둠 수행평가가 많 잖아요? 제가 출석을 하지 않으니까 모둠 친구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곤란함을 주는 것 같아서 자퇴를 결정했어요. 그런데 의사 선생님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고 고등학교 졸업장은 필요하다고 조언을 주셔서 꿈타래학교를 오게 되었어요.

기자: 어려운 이야기일텐데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럼 꿈타래학교의 좋은 점은 뭐가 있어요?

상희: 선생님과 학생 관계가 정말 좋아요. 원적교에는 모르는 선생님이 무척 많고, 그래서 말 걸기도 어려웠는데 여기는 선생님 얼굴 도 다 알고 저희들을 세세하게 챙겨주세요. 저 염색한 것도 바로 알아채시고 말씀해주시고…….
현주: 맞아요. 학생 수가 적어서 선생님들이 정말 많이 챙겨주세요.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요.
유나: 원적교에서 당연한 일들이 여기서는 칭찬받는 일이에요. 출석해도 상점 주고, 아이스크림 주고. 담배 피는 애들은 한 달만 금연 해도 상점을 줘요.
상희: 그리고 등교 시간도 작년에는 8시 30분이었는데 올해는 8시 50분이 되었어요. 멀리서 오는 학생이 입학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데 이것도 좋아요.

기자: 학교 선생님들이랑 상담이 많은 것도 좋은 점인 것 같은데 어때요?

유나: 깊이 있는 진로 상담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좀 아쉽긴 해요. 이미 알고 있는 답변을 들어 상담에 대한 만족감이 좀 떨어졌어요.
현주: 제 생각에 상담에 대한 만족도는 개인 차이인 것 같아요. 함부로 말해서 상처받지 않게 하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느껴져요. 그 리고 제가 어떤 말을 하는지 경청하는 모습도 보이고요.
상희: 여기 왔을 때 1학년 여자가 저 혼자였거든요. 그런 상태에서 매달 새로 들어오는 1학년 학생들이 합류하는데 그 분위기에 매번 적응하는 것도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다 상담해주셨거든요. 그때 강요가 아닌 조언을 해주셔서 좋았어요. “~해 라!”가 아니라 “~해볼래?” 이렇게요.

기자: 그럼 혹시 꿈타래학교를 다니며 느낀 아쉬움이 있을까요?

상희: 초반에는 학교가 차분한 분위기였는데 한 달마다 새로운 아이들이 들어오니까 좀 어수선해지긴 해요.
현주: 중간에 들어오면 학생수가 적으니 친구관계가 좀 어려울 수 있고 내신성적은 잘 안나와요.
유나: 저는 1학년 때 오디세이 학교를 다녔는데요. 오디세이 학교보다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분위기가 있어요.

기자: 마지막으로 고등학교 자퇴를 생각하는 친구들이나 주변 어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현주
: 자퇴를 고민했던 사람으로서 다른 교육 기관에 대한 경험 없이 바로 자퇴를 결정하는 친구는 말리고 싶어요. 자퇴한 다음 고등 학교로 복귀하는 것은 어렵대요. 하지만 꿈타래학교처럼 다른 교육 기관을 찾아서 다른 경험을 최대한 해보고 자퇴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거예요. 시간이 약이란 어른들의 말을 믿지는 못하겠죠? 하지만 진짜 사실이에요. 힘들어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에요. 지나고 보니 회복했고, 그때의 고통으로 제가 성장했다는 것을 느껴요.
상희: 힘든 상황이 지나가고 하나를 배우게 되면 또 다른 고통을 겪게 되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어요. 조금만 힘내세요!

최연화 부장교사와의 인터뷰 말미에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을 물었다. 꿈타래학교에 부임하고 첫 담임 시절, 모든 사람에게 벽을 쌓는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자기는 친구가 필요 없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그 아이를 위해 계속 불러 대화를 나누고, 학부모와의 상담을 통해 소통방식을 변화시켰다. 지속적인 노력 덕분에 아이는 변했다. 사람들 앞에서 말 한마디 꺼내기가 무섭게 울던 아이는 1년의 시간이 흐른 후 프로젝트 대표 발표자가 되었고 플롯 공연까지 하였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배웠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생활교육은 눈을 마주친 대화 속에서 인정과 칭찬을 끊임없이 표현하는 것, 그리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격려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