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0 겨울호(241호)

[학급 운영]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며

 김용만 (서울삼정초등학교, 교사)

우리들의 첫 번째 이야기 <가을과 사춘기>

가을이 깊어간다. 자연의 이치와 섭리는 흐름을 어기는 법이 없다. 항상 때가 되면 꽃이 피고, 그 꽃이 핀 자리에 열매가 맺히고, 열매가 맺히면 꽃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열매에게 기꺼이 자신의 자리를 내어준다. 깊어가는 가을만큼 우리 인생에서 사춘기 시절은 아름답고 아픈 기억들이 많다. 청춘은 아프다. 그 청춘 중에 사춘기 시절은 더 아프다. 서서히 변화해가는 것은 내 겉모습만은 아니리라.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들도 달라진다. 그러므로써 세상에 대한 반항도 생기는 법이고, 세상에 대한 도전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해진다. 이 시기에는 세상의 질서에 참여하는 것이 참 힘든 일이다. 겨울을 준비하는 가을 나무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어른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준비하면서 좌충우돌하며 사춘기 시절을 보낸다. 코로나19 상황에 치열하게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서울삼정초등학교 6학년 마니샘반 학생들 17명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2020년 10월 15일 쌍방향 화상수업이 있는 날
우리는 오늘도 쌍방향 화상 수업 플랫폼인 웹엑스로 서울삼정초등학교 6학년 1반 마니샘 수업방으로 등교를 한다. 스마트폰, 데스크탑 컴퓨터, 노트북, 태블릿pc 등 기기는 달라도 열심히 하고자 하는 마음만은 한 가지이다. 오늘 수업은 화상으로 하는 동아리 시간. 우리반 동아리는 <주제 글쓰기>이다. 매주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실타래처럼 풀어놓고 다양한 형태로 뜨개질하여 나만의 멋진 작품을 완성해 보는 시간이다. 우리는 이 시간을 통해 풀리지 않은 나만의 고민을 공유하기도 한다. 잠시 아름다운 청춘의 시절, 사춘기 소년, 소녀가 생각하는 가을과 사춘기에 대한 생각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 시간은 선생님이 미리 글감을 안내하면 학생들은 패들렛(Padlet)에 자신의 글을 올리고, 같은 반 친구들이 그 글을 함께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반 두 학생의 글을 통해서 코로나19 상황 속 학생들의 고민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심민재(가명) 학생을 떠올리면 어린 왕자가 떠오른다. 코로나19로 등교 수업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지난 4 월부터 10월 등교수업 전까지 웹엑스로 화상수업을 할 때에도 민재는 한결같이 상대를 배려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민재와 화상 상담을 하면서 민재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민재에게는 몸이 불편한 누나가 있는데, 그 때문에 어려서부터 양보와 배려를 강요받아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교사로서 민재에게 해줄 수 있는 말들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민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면서 민재가 하고 싶은 것들을 먼저 할 수 있게 기회를 더 주었다.
문지영(가명) 학생은 4학년 때에도 가르쳤던 학생이다. 화상수업에서 선생님의 질문에 항상 적극적으로 대답하는 학생이다. 그림도 잘 그리고, 시도 잘 짓는다. 이러한 지영이에게도 고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진로에 대한 고민이다. 지영이의 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앞으로 어떤 길로 가야 할지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고 있었다. 중학교에 진학해서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많다. 지영이의 꿈은 의상 디자이너이며, 의상 디자이너로서 충분한 소양이 있는 학생이다. 내가 한 조언은 습작을 많이 하라는 것이었다. 습작을 통해서 아이디어가 모이면 좋은 작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두 번째 이야기 <가보지 않은 길을 가다>

“두 갈래 길이 숲속으로 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라고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가 쓴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다. 가을날 숲속을 걷다가 마주한 두 갈래 길. 그 길 위에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시인은 다른 사람이 적게 지나간 길을 택하였고, 그러한 선택으로 인하여 이후의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올해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공감이 되었다.

2020년 3월. 전국의 학교는 개학을 기다리고 있었다
2020년 1월은 대한민국을 넘어서 전 세계가 대혼란에 빠졌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020학년도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큰 장애물이 되었다. 결국 2020년 3월 2일 개학일은 연기되었다.
여러 차례 거듭되는 개학 연기로 인해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 걱정이 커져갔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하면서 더 이상 개학을 연기할 수 없다는 여론에 따라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을 서두르게 되었다. 이후 학교는 분주해졌다. 선생님들은 처음 맞는 원격수업 상황에 당황하게 되었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새 학기를 시작해야 하는 우리반 학생들이 떠올랐다. 먼저 e학습터를 개설하고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어 갔다. 마이크도 시원찮았지만 정해져 있는 기기에 만족해야 했다. 온종일 수업 콘텐츠를 만들어 편집하고 e학습터에 올리기를 반복하였다. 전국의 초등학생들이 아침 시간에 동시에 접속하는 바람에 e학습터의 접속량은 폭주하여 급기야 서버가 멈추는 일까지 발생하였다. 대혼란이었다. 학생들은 얼마나 불편하고 불안할까 걱정이 들었다.
이렇게 혼란 속에 3월이 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e학습터를 잘 따라가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전화를 해도 e학습터의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이 생겼다.
교사로서 고민에 빠졌다. 이렇게 계속 가야 하는 것인가. 고민 끝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그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길은 바로 쌍방향 화상수업을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와 학생들의 불안한 심리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쌍방향 화상수업을 시도하고자 할 때 주변에서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하지만 쌍방향 화상수업은 눈에 보이는 교육 효과가 있었다. 4월부터 10월 등교수업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대부분 모든 과목을, 하루에 거의 4시간 이상 쌍방향 화상수업을 했다. 학생들이 원했고, 눈에 보이는 학생들의 안정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쌍방향 화상수업이 힘들지라도 지속해야 했다.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
쌍방향 화상수업을 하고 난 후 이루어진 평가 결과에서도 학생들의 학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학생들은 6 학년 교육과정을 잘 따라와 주고 있었다. 이것은 학생들의 꾸준한 노력이 함께 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입 초기 한두 달은 학생들이 쌍방향 화상수업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시기이다. 또한 이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쌍방향 화상수업에서 교사와 학생은 쌍방향 화상수업에 대한 규칙을 함께 만들어 가고, 약속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의 일방적인 안내보다 학생들이 참여하여 지켜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은 우리 반 학생들과의 약속이다.

1. 쌍방향 화상수업 시간 잘 지키기

쌍방향 화상수업을 하다 보면 약속된 시간에 들어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처음 한두 달은 이 학생들에게 전화를 해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했지만 지금은 모든 학생이 쌍방향 화상수업 시간을 잘 지킨다.

2. 쌍방향 화상수업 시간에 화면(영상) 켜 두기

쌍방향 화상수업을 시작한 4월 초에는 학생들이 화면을 꺼 두려고 했다. 그래서 화면을 꺼 두었을 때 상대방이 어떤 느낌이 드는지 각자 그 상황이 되어서 느낌을 말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혼자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싫었어요.” 등 학생들은 스스로 쌍방향 화상수업에 화면(영상)을 켜 두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후 우리 학급에서는 쌍방향 화상수업 시간에 화면 (영상)을 꺼 두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학생들과 어떤 문제에 대해 진솔하게 함께 경험해보고, 학생들의 생각을 공유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고, 그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데 익숙하다.

3. 쌍방향 화상수업 시간에 발표(참여) 잘하기

쌍방향 화상수업 시간에 발표력을 기르기 위해 질문대장놀이를 하였다. 질문대장놀이는 질문대장이 되어 다른 학생들로부터 궁금한 점을 질문받아 대답을 한다. 질문대장은 모두가 한 번씩 돌아가면서 경험하고, 이를 통해 발표와 참여하는 자세가 길러진다.

우리들의 세 번째 이야기<원격수업과 등교수업, 블렌디드 수업>

2020년 6월 9일 첫 등교수업일. 드디어 학교의 문이 열렸다. 올해 처음으로 등교한 학생들은 일주일에 두세 번 학교에 나왔다. 쌍방향 화상수업과 등교수업이 함께 이루어졌다. 쌍방향 화상수업만 할 때와는 다르게 수업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했다. 학생들이 나오는 날에는 연극수업, 미술수업, 체육수업 등 활동 위주의 수업을 계획하였고, 쌍방향 화상수업에서는 대부분 진도를 나가거나 발표 수업 등을 하였다.

[ 원격 – 등교수업을 병행한 프로젝트 활동 계획 ]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면수업(교실수업)과 비대면수업(쌍방향 화상수업)을 혼합한 경우 교육 효과는 대면수업 또는 비대면수업만 했을 때보다 더 좋았다. 대면수업과 비대면수업의 장점을 활용하여 상호 보완적인 수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 함께 지구를 지켜요> 프로젝트 수업에서 『푸른 사자 와니니』 온책 읽기를 진행하고, 생태환경 낭독극 대본 만들기 활동은 쌍방향 화상수업으로 진행하였다. 등교 수업 때 학생들과 『푸른 사자 와니니』 등장인물 가면 만들기 활동과 낭독극 배경 화면 제작하기 활동을 하였다. 등교 수업 때 낭독극을 위해 모둠별로 낭독극 리딩 연습을 하고, 최종 리허설을 거쳐 연극실에 모여 낭독극 발표회를 가졌다.
모둠별로 학생들이 준비한 파워포인트와 함께 낭독극을 무대에 처음 올려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였다. 학생들은 무대에서 연기자가 된 것처럼 낭독극에 몰입하여 연기하였다. 연극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친구들의 연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들의 네 번째 이야기<생태환경 프로젝트 수업- 시인이 되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심상치 않은 상태에서 올 초에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예산을 받은 <생태전환학교>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망설여졌지만, 우리 학급은 쌍방향 화상수업을 일찍 시작하였기 때문에 모든 활동을 알차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모든 것들을 대면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마을전문가에게 연락을 하여 비대면인 쌍방향 화상수업을 진행해 주실 수 있는지 의사를 확인하는 일이 필요했다. 마을전문가분들은 쌍방향 화상수업을 해본 경험이 없어 당황하기도 했지만, 쌍방향 화상수업 과정을 상세히 안내받고 사전 협의를 거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마을전문가분들은 사전 리허설을 하면서 최종 점검을 한 후 학생들과 화상수업으로 만날 수 있었다. 학생들이 집에서 실습할 수 있는 키트는 마을전문가분들이 학교로 보내주셨다. 이것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꾸러미로 배부하여 쌍방향 수업 때 활용하였다. 학생들은 학교 뒷산인 개화산을 무대로 생태탐사활동에 참여하였다.
개화산 활동을 다녀온 후 생물 자석 만들기와 생태 시화집 제작을 하였다. 생태 시화집에는 총 10편의 학생 작품을 실었다. 한 면에는 시를 짓고, 다른 면에는 시와 연관된 시화를 그렸다. 시가 완성되면 친구들과 돌려 읽으며 소감을 나눌 수 있도록 하였다. 쌍방향 수업에서 시 낭송회 수업도 하였다. 패들렛(Padlet)에 시 낭송회 수업 소감을 함께 나누기도 하였다.

`11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 우리반 학생들은 생태환경 시화집을 모아 시화전을 가졌다. 코로나19로 전시장에 못 오시는 학부모님을 위하여 온라인 생태시화전도 함께 하였다. 이 시화전의 주인공은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시화전에 찾아오는 후배나 친구들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직접 설명하기도 하고, 친구의 작품에 대한 감상평도 남기면서 추억을 나누었다. 학생들이 완성한 생태환경 시화집은 2021년 2월 9일 졸업식날 선물로 줄 예정이다.
코로나19로 혼란스러웠던 지난 2020년을 되돌아보면 우리반 학생들은 어떤 기억들을 떠올릴까 생각해 본다. 어려움이 있을 때 안 된다고 주저앉는 것보다 무엇인가 도전해 보고, 시도해 보는 소중한 경험이 우리반 학생 17명에게는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신 앞에 놓인 장애물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뛰어 넘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적극적인 자세로 삶에 임할 것이라 기대한다.

우리들의 다섯 번째 이야기 <관계 맺기>

마르틴 부버(Martin Buber, 1878~1965)는 그의 저서 『나와 너』에서 “나는 너로 인해 내가 된다. 내가 되면서 나는 너라고 말한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하여 2020학년 우리반 학생들과 비대면 만남으로 시작하였지만 우리들의 만남은 진솔했고,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나는 비로소 너와의 만남에서 내가 되었다. 나와 너의 만남 중에 이해 못할 것도 없었으며 이해를 넘어서는 그 어떤 것들도 없었기에 우리는 함께 이 어려운 시간들을 서로 토닥이며 함께 이겨낼 수 있었다.
학생들은 서로 자라온 환경과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학교라는 환경 속에서 만나 생활하면서 서로 부딪히고 다투기도 하고, 오해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때 서로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상대를 받아들이는 노력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흔들리면서 우리는 성장하기 때문이다.
은주(가명)는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작년에 한국으로 왔다.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탈북민) 사이에서 태어난 은주는 중국에서 수학을 포함하여 학업성취가 높은 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 온 이후 한국어 말하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말하기를 꺼려했다.
처음 쌍방향 화상수업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발표를 하였지만 은주는 말문을 쉽게 열지 않았다. 수업 시간 이후 잠깐 동안 이루어지는 쌍방향 상담을 통해 은주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은주의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은주는 스스로 중국에서 무엇이든 잘 해낸 아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실수하면 친구들에게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걱정되어 말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은주 어머님과 이루어졌던 상담에서도 이런 어려움은 나타났다. 은주는 한국에 적응을 못 하고 중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했다. 담임 교사로서 은주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였다. 언젠가 중국으로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지금 은주는 한국의 생활에 적응하고 한국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서 은주에게 지금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다소 서툴지만 친구들에게 말을 먼저 건네보고, 완전하지 않지만 발표도 자주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해 주었다.

<시화집 사진>

시간이 지날수록 은주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짧은 문장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특히 은주는 등교수업 중 체육 시간에 활기차게 수업에 참여하였다. 은주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체육 기능이 뛰어났고, 잘할 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도 은주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네면서 함께 칭찬해 주었다.
우리 학급에서 생태환경시화집을 만들 때 은주는 “선생님 저는 한국어를 잘 못해서 시를 못 써요. 그래서 시화집을 못 만들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한국어가 서툰 은주는 시화집 만들기에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은주에게도 친구들과 함께 좋은 경험을 함께 하면서 시화집을 만들면 좋을 것 같은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함께 고민을 하다가 불현듯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은주야, 너는 중국어를 잘 구사하니 한시를 써보면 어떻겠니? 은주는 한시를 쓰고, 그 옆에 한국어 번역은 언니에게 부탁하면 어떨까? 그리고 언니가 번역해 오면 선생님이 다시 한 번 봐줄게.” 은주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은주는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생태환경 시화집을 만들어 완성하였다. 생태환경 시화집을 만드는 과정은 은주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이야기<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 우리>

코로나19 라는 전염병으로 인하여 2020년도 전세계가 혼란 속에 빠졌을 때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서 각자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배움을 실천하였다.
처음 시작은 서툴렀지만 서로 격려하고, 이야기하면서 우리 앞에 놓인 여러 가지 장애물들을 걷어내고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아이들을 불러 모아 쌍방향 화상수업을 하고 연극수업, 찬반토론수업, 시낭송회와 같은 수업도 진행하면서 교실수업만큼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제한된 조건 안에서 만족스러운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6학년 새 학년이 되었지만 비대면으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반 친구끼리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온책읽기 활동, 연극 대본 리딩, 질문대장 놀이 등을 하며 친구들과 소통을 통해 상호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길어지는 원격수업으로 인하여 학생들의 피로감이 커져갈 때 학생 한 명 한 명을 대상으로 화상 상담을 실시하여 학생의 고민을 들어 주고, 마음을 토닥여주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이 갈수록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태도도 좋아졌고, 밝은 표정으로 수업에 참여하였다.
코로나19 속에서 이루어진 비대면 수업을 잘 견디면서 헤쳐나올 수 있었던 것은 교사인 나에게 늘 믿음을 주었던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별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다.’라는 어느 시인의 싯구처럼 우리가 서로 의지하며 기꺼이 서로에게 별과 어둠이 되어준다면 모두가 함께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