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2016 봄호 (222호)

학생들의 진로희망을 중심으로 한
일반고 발전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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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정빈 /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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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가 위기라고 한다. ‘잠자는 학생들’이 많아서 정상적인 수업이 어렵다고 한다. 실제로 일반고 교사들(서울지역 52개 학교, 1,200명)에게 ‘일반고가 위기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어보니 90% 이상이 ‘그렇다’라고 대답하였고 ‘매우 그렇다’라고 대답한 교사들이 60%나 되었다. 그렇다면 일반고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반고 위기의 원인은 크게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으로 나눠볼 수 있다. 조사1) 결과, 대다수 일반고 교장과 교사들이 일반고 위기의 원인으로써 ‘불평등한 고교체제’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특히 특목고, 자사고에게 학생 우선선발권 등 특혜를 주고 있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것은 일반고 위기의 ‘외적’ 요인에 해당한다. 그 다음으로 꼽은 것 중엔 ‘인문·자연계에 편중된 교육과정’이 두드러진다. 일반고의 학교교육과정이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희망’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일반고 위기의 ‘내적’ 요인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많은 분들이 일반고 위기의 ‘외적’ 요인에 주목하여 ‘고교체제’를 평등하게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특목고와 자사고를 폐지하면 일반고 문제도 해결된다고 한다. 최소한 특목고와 자사고가 갖고 있는 ‘우선선발권’을 회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동의한다. 그러나 이는 일반고 위기의 ‘외적’요인을 해결하는 논의이지 ‘내적’ 요인까지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 일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위기의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 모두를 동시에 해결해 나가야 한다. 즉 ‘불평등한 고교체제’를 개편하는 것과 동시에 일반고 내의 ‘인문·자연계에 편중된 교육과정’ 운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잠자는 학생들’로 상징되는 일반고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학업동기’를 갖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따라서 일반고의 다양한 학생 구성을 고려할 때,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희망’을 반영하는 다양한 학교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교체제’ 개편과 관련된 논의는 다른 연구에서 진행되고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학생들의 ‘진로희망’을 중심으로 한 일반고 교육과정 운영 재구조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논의 과정에서 ‘문·이과 통합’을 지향하는 2015개정교육과정 하에서 일반고 교육과정이 어떻게 편성·운영되어야 하는가 하는 점도 탐색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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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문제는 1974년 고교평준화 정책 시행에서 시작된다. 고교평준화 정책 시행 이후 일단 인문계 고등학교 간에 서열은 없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고교평준화정책에 의해 성적 최상위권에서부터 최하위권에 이르기까지 학업역량 수준뿐만 아니라 진로희망이 다양한 학생들이 한 학교, 한 교실에서 공부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다양한 학생들을 지도할 ‘학교교육과정’의 편성·운영에 있어서는 특별한 변화나 개선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이 당시 고교체제는 기본적으로 인문계고와 실업계고, ‘양자구도’였다. 기본적으로 실업계고 학생은 취업이, 인문계고 학생은 대학 진학이 진로였다. 고교 재학 중에 진로가 바뀌었을 경우에 대해서는 일부 인문계고 내에 직업반을 두는 정도 외엔 특별한 대책이 없었다.
1995년 5.31교육개혁을 전후해서 고교체제는 기존의 양자구도에서 ‘다자구도’로 바뀌게 되었다. 즉, 기존의 인문계고와 실업계고 외에 과학고, 외국어고, 예·체고 등 특수목적고와 특성화학교, 자율학교 등 새로운 형태의 학교가 등장하였다. 이들 학교엔 ‘우선선발권’이 주어졌기 때문에 특히 과학고와 외국어고는 성적 최상위권 학생들을 대거 선발하여 새로운 ‘입시명문고’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에 고교평준화 제도의 사실상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높아졌지만, 이때만 해도 ‘일반고 위기’론이 나오진 않았다.
한편, 특목고 외에도 2002년엔 전국 단위 모집의 자립형사립고가 새로 생기고, 2010년엔 자율형사립고, 자율형공립고, 마이스터고, 과학·예체 중점학교(일반고) 등이 새로 생겼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고등학교 유형을 특수목적고, 자율고, 특성화고, 일반고 등 4가지로 정리하였다. 여기서 핵심적인 문제는, 특목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선선발권을 가진 자율형사립고가 서울에서만 27개(전국 51개) 학교가 지정되었다는 사실이다. 2015년 현재 서울지역의 경우 일반고(자공고 포함)가 203개인 점을 고려할 때, 기존의 외국어고 6개, 국제고 1개, 과학고 2개에 자사고 25개(2015년 현재)를 더하여 우선선발권을 가진 학교가 총 34개나 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의 고교체제는 단순한 다자구도가 아니라 ‘위계적(서열적) 4자구도’라 할 수 있고, 그 위계의 맨 밑에 일반고가 위치하는 모양새이다. 결국 일반고 위기론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2013년 이후에 발표된 교육부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일반고 강화 정책의 기조는 공통적으로 2가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70%가 넘는 학생이 다니는 일반고가 특목고나 자사고에 비해 학생선발권, 교육과정 자율성 등에서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로 일반고 교육과정이 인문·자연 과정에 편중되어 있어 예·체능, 직업진로 교육 등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 진로에 맞는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두 기관은 일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3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일반고 차별요인 해소 방안 및 자사고와 특목고 운영 정상화 방안, 둘째로 학생 각자의 적성과 능력에 따른 다양한 진로과정 편성 방안을 강조하면서 예체능과정과 직업과정을 활성화하는 방안, 셋째로 다양하고 특성 있는 교육과정을 제공하기 위해 ‘거점학교’와 같은 학교간 협력 교육과정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이러한 ‘공통적인’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은 이 글이 탐색하는 일반고 교육과정 재구조화 방안 탐색의 토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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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고교체제 및 일반고의 역사, 교육부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최근 일반고 정책 등을 검토한 결과, 현행 고교체제에서 일반고는 ‘학생구성’에 있어서는 이미 ‘종합고’가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 일반고의 학교교육과정은 아직 종합고가 아니지만, 일반고 학생들의 진로희망 구성이 다양하고 이질적이라는 점에서, 일반고는 1974년 고교평준화 정책 시행 이래 이미 ‘종합고’이어야 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일반고 학생들의 ‘진로희망’은 전통적인 인문·자연계 진학 외에 예체능계, 직업계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는 차별적인 고교체제 때문에 비로소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고교평준화 시행 이래 계속 그래왔던 것이다. 그런데 일반고 학교교육과정은 여전히 인문·자연계 진학과정 위주로 편성·운영되어 왔다.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일반고 학생들의 진로희망과 학교교육과정 간의 ‘불일치(mismatch)’라 할 수 있다. 결국 일반고 위기의 내적 요인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바로 이러한 불일치를 ‘일치’로 바꿔내는 것, 다시 말해서 학생들의 진로희망에 맞추어 학교교육과정의 다양한 ‘내적 분화’를 이뤄내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불일치를 해소하는 방안으로는 학생들의 진로희망대로 학교를 분화시키는 ‘학교선택형(학교분리형)’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희망에 따라 특정 ‘학교’를 선택하도록 하고, 재학 중 진로가 바뀌면 전과 또는 전학을 하도록 하며, 또 전체적인 진로희망 수요의 변동은 해당 진로의 학교와 학급 수를 증감시키도록 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의 ‘진로희망’의 다양성 문제를 학교의 ‘분리’라는 ‘외적 분화’에 의해 해결하자는 주장이다. 문제는, 현행 고교체제의 기본 구상이 이미 일종의 ‘학교분리형’ 체제라는 점이다. 즉, 우리 고교체제는 실업계고와 인문계고, 양자구도에서부터 현행 특목고, 자율고, 특성화고, 일반고 등 4자구도에 이르기까지 일종의 ‘학교분리형’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결과 ‘고교서열화’가 문제되고, ‘일반고 위기’가 초래되었다. 핵심은, 특목고와 자사고에게 주어진 ‘우선선발권’이다. 만약 일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학교분리형’ 구상을 그대로 확대하고자 한다면, 특목고, 자사고 등의 ‘우선선발권’ 폐지부터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할 때, 여기서는 서열화의 우려가 있는 ‘학교선택형(학교분리형)’보다는, ‘내적 분화’방식으로서 ‘과정선택형’2)이나 ‘과목선택형’3)구상을 적극 고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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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점에서 2000년 이후 추진되고 있는 홍콩의 교육개혁이 주목된다. 세계가 급격히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은 일부 엘리트 중심의 기존 영국식 학제로는 21세기의 새로운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결국 오랜 기간 유지되었던 6-5-2-3 학제를 버리고 6-3-3-4 신학제를 채택했다. 학제 개편은 중국 등 주요국 학제와 보조를 맞추려는 동기도 있었으나, 핵심은 후기중등교육(고등학교) 개혁이었다. 그 동안 구학제에서 일부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외엔 2/3의 학생들은 제대로 된 후기중등교육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복선적 후기중등교육 체제에 의해서는, 학생 개인 차원에서는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제대로 키워서 발휘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는 세계의 변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키울 수 없었다. 그래서 홍콩은 복선적 후기중등교육 체제를 단선제로 바꾸었다. 고정된 계열을 없앴다. 모든 학생이 핵심교과를 필수로 이수하면서, 자신의 진로희망에 따라 선택교과, 직업교과, 비교과 학습체험 등 다양한 선택을 통해 스스로 진로과정을 만들도록 했다. 학교는 학생들 각자가 선택한 교과과정을 최소 2개 이상 보장하는 것으로 했다.
이렇게 홍콩이 후기중등교육에서 ‘고정된’ 계열을 없애고, ‘과목선택’에 의해 자신의 진로과정을 만들도록 한 점은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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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자공고 포함) 교장 대상 델파이조사, 교사 및 학생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우선, 그동안 일반고 강화방안으로 시행된 중점학교, 자율형공립고, 혁신학교, 거점학교 등은 각각 나름의 강점과 성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계와 문제점도 있어서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많았다.
각각의 성과를 살펴보면, 중점학교는 과학, 예술, 체육 등 특정 분야에 적성과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전문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한 점, 자공고는 다양하고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학생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었다는 점, 혁신학교는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추구하면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하고자 한 점, 그리고 거점학교는 개별 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다양한 교과를 제공함으로써 학생 선택권을 확대시켜 주고 학생의 진로에 맞춘 다양한 학습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 등의 의견이 많았다.
한편, 각각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살펴보면, 중점학교의 경우엔 일반고 내의 또 다른 ‘서열화’라는 비판이 가장 많았는데, 그 대안으로 우선배정권을 없애거나 원하는 학교는 모두 중점학교로 지정해주거나 아니면 거점학교 역할도 하도록 하는 등의 개선방안이 제시되었다. 또 자공고와 혁신학교의 경우엔 공통적으로 다른 일반고와의 재정적 형평성, 교사들의 피로도 증대, 교사 구성원이 바뀌었을 때 지속성 등의 문제가 지적되었는데, 그 대안으로는 다른 일반고와 균형을 맞춰 나가면서 지속가능한 모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그리고 거점학교의 경우엔 수업시간표 조정의 어려움, 이동거리, 업무부담 등의 문제가 가장 많이 제기되었는데,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조사 결과, 단위학교 차원의 진로희망 교육과정 운영 방식과 관련해서 교장과 교사들은 ‘과목선택형(41.9%)’보다는 ‘과정선택형(58.1%)’을 좀 더 선호하는 것에 비해, 학생들은 다수가 ‘과목선택형(65.7%)’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점은 일반고 교육과정 운영 재구조화 방안을 구안함에 있어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또 개설 희망 과정 중 ‘자유과정’의 경우, 작년 오디세이학교의 출범과 함께 일반고에서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고려해볼 만하다는 판단에 따라 과감하게 집어넣은 항목인데, 교장들은 개설에 소극적(2.0%)이나 교사들은 적극적(29.0~38.0%)이었고, 학생들 역시 자유과정 개설에 대해 적극적(21.3%)이었다. 이는 ‘자유과정’ 개설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한편,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희망을 조사한 결과, ‘진학(78.8%)’이 다수이긴 하지만 ‘선취업 후진학(2.6%)’을 포함하여 ‘취업(9.1%)’과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11.0%)’도 낮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 ‘진학’중에서 ‘희망계열’을 조사한 결과, ‘예체능계(19.0%)’가 상당히 높게 나왔다는 점 등은 학교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함에 있어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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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일반고 교육과정 운영 재구조화 방안을 구안하였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에서 제시하는 일반고 발전모형은 『연합형 종합캠퍼스학교(약칭 ‘연합캠퍼스’)』이다. 이 방안의 핵심은, 기존의 인문·자연계 과정 외에 예체능계, 직업계 등 과정을 다양하게 종합적으로 편성·운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과학/수학/외국어/인문사회 중점과정 등 ‘인문자연과정’, 음악/미술/무용/연극영화/문학창작/체육 등 ‘예체능과정’, 실용음악/실용미술/실용체육/실용외국어/요리/애니메이션/정보처리 중점과정 등 ‘실용과정’, 그리고 ‘자유과정’ 등 크게 4가지 영역의 진로과정으로 구성된다. 특히 ‘자유과정’은 다른 세 영역의 진로과정과 달리 특정 진로와 관계없이 운영되는 과정으로서, 교과 지식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과정 운영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사고와 체험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는 교육과정이다. 기존의 기초과정과 대안과정도 여기에 포함시키도록 한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의 진로희망에 기반한 계열은 제도적으로 계열별 ‘학교’의 갈래에 따라 나뉘어져 있지만, 일반고에서 이 계열은 다시 문과반, 이과반 등 계열별 ‘학급’의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제7차 교육과정 이래 2015 개정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계속 추구해 온 ‘계열통합적’ 교육과정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자 한다면, 이러한 ‘계열학급’ 체제는 『무계열학급』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유연하게 진로탐색을 할 수 있고, 과목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학생들의 과목선택권 보장을 위해선 교과교실의 숫자를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기존 담임학급 중심의 교실 관념을 바꾸어 담임교실을 동시에 교과교실로 활용하는 『담임+교과교실 통합』 체제로 가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위한 방안으로서 『소인수 담임제』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또한, 학생활동 중심의 수업을 활성화하고 동시에 교과수업 이동시간도 줄이기 위해선, 수업시간 체제도 기존의 ’50분’ 단위가 아닌 ’75분’ 또는 ‘100분’ 단위의 『블록수업』 체제로 가야 한다.
한편, 단위학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정은 권역 내의 다른 학교와 연계·협력하여 『연합과정』을 편성·운영해야 한다. 연합과정은 크게 2가지, 『거점과정』과 『위탁과정』으로 구성된다. 거점과정을 운영하는 거점학교로는 다른 일반고뿐만 아니라 기존 중점학교(일반고), 특성화고, 특목고 등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위탁과정은 기존의 산업정보학교, 문화예술정보학교, 직업학교 등에서 운영하는 것과 같다. 중요한 것은, 거점과정이든 위탁과정이든 이들 과정 운영이 각 권역별로 학생들의 진로희망 수요와 일치할 수 있도록 이들 과정을 가능한 여건 내에서 점차 늘려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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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제시하는 『연합형 종합캠퍼스학교(약칭 ‘연합캠퍼스’)』 방안은 ‘일반고’의 발전모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나라 ‘고교체제’의 발전모형이기도 하다. 우리 고교체제가 ‘평등한’ 체제로 가야 한다면, 궁극적으로 각 학교의 ‘특성’은 존중하되 ‘우선선발권’ 등 차별적 요소는 지양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특목고, 자사고 문제를 전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최소한 학생배정만이라도 동일한 시기에 할 수 있도록 하는 ‘전후기 고교 통합배정’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결국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고교체제는 ‘평등’하게 ‘특성’을 존중받는 ‘연합캠퍼스’ 체제가 되리라 본다. 그렇다면 이 글이 제시하는 일반고 교육과정 운영 재구조화 방안은 고교체제가 전면적으로 바뀐 다음의 먼 미래의 어떤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부터 실천해 나가야 하는 현재의 과제임을 거듭 강조한다.


1) 이 글은 작년에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의 전략과제로 수행된 ‘학생들의 진로희망을 중심으로 한 일반고 교육과정 운영 재구조화 방안 연구(김정빈, 2015)’를 기초로 작성된 것이다. 이 연구를 위하여 문헌연구 및 국내외 사례연구와 함께, 총 203개 일반고(자공고 포함) 중 49개 학교 교장을 대상으로 제1차 델파이조사(전문가 의견조사)를 실시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101개 학교 교장 대상으로 제2차 델파이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델파이조사에 참여한 학교를 중심으로 52개 학교의 교감 및 교사 등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동시에 동일한 52개 학교 각 1학년 1개 반 학생 1,6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또한 이러한 조사·연구 과정에서 교육청 장학관, 장학사 그리고 교수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기 위한 전문가협의회를 3차례 개최하였다. 이 연구의 보고서 전체를 보고자 한다면,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 홈페이지(www.serii.re.kr)에서 교육정책연구소→정책연구보고서→2015년, 순으로 들어오면 찾을 수 있다.
2) ‘과정선택형’이라 함은, 계열을 미리 선택하도록 하고 계열별로 희망 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하게 하는 교육과정 운영 방식이다.
3) ‘과목선택형’이라 함은, 고정된 계열 없이 학생이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하여 들으며 진로를 탐색·결정해 나가는 교육과정운영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