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19 여름호 (235호)

학생 중심 학교 공간 구성의 방향

이재림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1. 학교 교육 공간 정책의 변화


강의식 교실 위주의 표준설계도에 의한 배치

1960~1980년대 우리나라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이와 함께 학생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교육적 패러다임은 고도의 경제성장에 필요한 많은 지식을 넣어주는 단순 강의식 교육이 대세였다. 따라서 급당 60~80명 수준의 학생 수를 분산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교실을 증축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표준설계도를 통한 학교 설립을 하였다.
표준설계도의 특징은 설계자가 교실 배치를 하고 표준설계도를 활용하며 각 공무원들이 공사 수량을 직접 계산 및 발주하여 신속한 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반면 일자형 배치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교실 외에는 모두 운동장으로 구성하고 매년 학생 수 증감에 따라 필요한 교실 수만큼 증축하는 형태로 설계되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학교시설 복합화의 시도

1997년부터 서울금호초등학교를 시작으로 학교시설복합화 사업이 추진되었다. 이는 부족한 교육시설을 보완하고 지역의 공공체육, 평생교육시설을 학교 시설과 복합화함으로써 학교와 지역의 상생을 도모하고자 한 사업으로 학교시설복합화의 국내 효시가 되었다. 서울금호초등학교의 경우 운동장을 기준으로 지하 부분은 도로 접근성이 높은 특징을 고려하여 지역사회 공간으로 개방함으로써 인근의 열악한 복지 환경을 개선할 수 있었다. 한편, 예산 부족과 체육관 및 수영장, 무용실, 헬스실 등 다양한 체험 공간이 부족한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기에 서울시 및 성동구청과 협의를 거쳐 2002년 지역사회학교가 탄생할 수 있었다.

수준별교육과 도서관을 중심으로 한 정보화 교육 확산

2000년 초는 7차 교육과정 개정과 7.20 여건개선 사업에 의한 학급수 증설에 따라 교실이 부족하여 각 시도교육청에서 일시에 많은 교실을 증축하던 시기이었다. 이와 함께 도서관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컴퓨터실이 증설되었으며 수준별 교실을 확보하는 내용이 주된 사업이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를 낮추고 일반 학급 교실을 증축한 뒤 개방 가능한 도서관 중심 공간 재배치 방안을 수립하여 다양한 체험교육실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친환경학교 및 에너지절약형 학교 사업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2000년 학교 공간의 친환경 정책 방안을 수립하여 학교 녹화사업은 물론 생태교육공간 확대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체험 중심 교육을 활성화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서울시 녹화사업비 확대 요구를 통해 학교마다 담장 없는 학교를 구축하고, 학교 내 녹지를 확대한 뒤 이를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였다. 또한 학교 시설의 에너지 절약형 건축을 위해 지열과 태양열을 이용한 에너지 제로 학교 사업을 추진하였다.

초등 열린 교실 도입에 따른 공간 변화

1990년대 말 초등학교 교육을 위한 교수·학습 방법의 자율성과 다양한 학습 방법의 도입을 위해 열린 교실 사업이 시범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이는 학급 교실이 강의식 교육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양한 학습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점과 복도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고자 시도되었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소음과 교실 프라이버시 문제로 학교 내 갈등이 야기되면서 전면 재검토가 이루어졌다. 현재는 다양한 학습활동을 위해 복도 공간을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일어나 일부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담는 공간의 확장을 시작하였다.

중등 교과교실제의 도입에 따른 공간 변화

중학교 교과교실제는 1997년 광희중학교에서 시도되었으나 건물 완성 후 일반 학급교실제 환경으로 다시 구성되었다. 이는 교과교실제 운영을 위한 교육정책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은 사업으로 남았지만, 이후 2000년대 중반 정부의 교과교실제 정책에 의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반면 교과교실제의 급격한 추진으로 인해 많은 학교들이 일시에 교과교실제를 운영함으로써 본래의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즉, 각 교과교실의 크기는 특별교실제 교실과 별 차이가 없어 이론과 실습 및 컴퓨터 활용 수업 등을 일체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공용공간의 한계로 홈베이스를 대신할 공간의 부족과 학생 이동의 불편함을 대신할 공간 구성 등에서 미흡했던 것이다.

2. 교육과정과 창의성 교육 환경의 변화

소통 중심의 환경

무엇보다 교사연구실, 교과연구실, 교직원카페 등 교사 및 학생의 소통 중심 공유 공간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위 교실의 재량권을 가진 교사는 다른 교실의 경계를 넘어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이 비교적 적다. 과거 교무실이라는 집단적 환경에서 이루어졌던 소통이 개별교실 위주로 전환되면서 더욱 분리된 환경이 되었다. 이는 교사 상호 간의 소통은 물론 타학급 학생의 관계에서 상호 정보 교류도 미흡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 대안으로 초등학교는 학년별 교사 연구실을, 중등학교는 교과 단위 통합 연구실을 기반으로 하며 전체 교직원을 위한 카페 등을 식당에 인접 배치함으로써 휴식 또는 방과 후 활용을 위해 리모델링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학습 방법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

토의·토론, 협력학습, 프로젝트 학습, 실생활중심 주제통합 수업 등 교수·학습의 패러다임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교수·학습 방법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강의 중심의 지식 전달 교육이 개발도상국 교육시스템이라면 개인의 적성과 정보화를 통한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을 실현하고 인성, 배려, 소통 중심의 교육이 선진국 교육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학교에서는 진로 탐색 중심의 경험 교육이, 고등학교에서는 전문 교과 중심의 선택교육과정의 활성화가 선진국 교육의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즉, 이러한 교수·학습 방법을 모두 수용하거나 발달 단계별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을 실현 할 수 있도록 교실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융합 요소를 담을 수 있는 교과 교실: 학문 간 기술 간 융합

문화·예술 교육, 안전체험교육, 메이커스페이스, 다양한 퍼포먼스 공간, 직업체험 등 융합 수업이 가능한 환경 창출이 필요하다. 특히 실생활을 중심으로 학생 흥미와 다양한 경험 교육을 위한 창작학습공간 등 미래 교육에 활용 가능한 교과를 중심으로 교과교실의 다양한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경험 중심의 교육을 위해 학교 공용 공간을 광장으로 조성하여 다양한 경험과 융합적 교육 환경을 상시로 접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3. 학생 중심 광장 환경

놀이, 학습, 휴식, 정보교류가 가능한 거실 중심의 광장 환경

현재의 학교 공간은 학급 교실과 복도를 중심으로 화장실, 계단이 배치된 전형적인 일자형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휴식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오면 갈 곳이 다시 학급 교실 밖에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교류는 학급에 머무는 환경이다. 그나마 복도에서의 신체 활동은 안전사고를 이유로 제한이 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지루한 교실에서 다음 수업을 기다리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맘껏 뛰어다녀야 할 학생들을 구속한 채 정서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기회를 박탈하는 공간 구조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활동과 교류 및 휴식이 가능한 거실 중심 광장의 공간 구조로 전환되어야 한다.

소통 및 활동 중심의 옥외 공간 환경: 다양한 구성원의 요구 반영

학생들이 옥외 공간에서 희망하는 시설 공간은 초등 중학년은 모험 놀이 시설, 고학년은 활동 공간, 기타 생태 공간, 산책로, 동물 및 식물 감상 공간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요구사항을 볼 때 학교에서 환경 개선 시 일부의 목소리만 수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용자인 학생을 중심으로 다양한 요구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규모 활동 공간과 휴식이 가능한 조경, 생태 공간 그리고 놀이 공간을 학급 교실에서 가까운 곳에 배치하여 휴식 시간에 많은 학생들의 이용이 가능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생의 신체 및 정신 연령을 고려한 저학년과 고학년의 영역

초등학교의 경우 저학년과 고학년의 특성을 반영하여 이에 맞는 눈높이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생의 경우, 저학년과 고학년의 신체적 정신적 연령 차이는 6년으로 매우 크다. 즉 실내에서 저학년은 놀이를 중심으로 개인 또는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는 목재 바닥과 온돌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며 신발을 벗고 생활할 수 있는 바닥 중심 환경이 필요하다. 특히 교실에서는 러그 미팅, 개별화 수업, 모둠별 수업 등 다양한 수업 방법이 이루어지므로 교실이 고학년보다 커야 한다. 반면 고학년은 사회성이 활발한 시기이기 때문에 교실 밖 환경이 좀 더 활동적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 즉 교실 밖 급간 범위를 넘어 소통이 이루어지고 휴식과 놀이, 정보활동이 활발한 거실 개념의 광장 환경이 필요하다.
옥외 공간 또한 저학년의 경우 감성과 인성 교육을 강조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교실 앞에 저학년 전용 놀이설비와 동물 사육장, 학교숲을 두고 개인 신체 놀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고학년의 경우 활동 공간과 놀이 공간을 연계 배치하는 역동적 구성을 갖추면 바람직하다.

4. 공공복지시설 도입을 통한 학교 시설 복합화

지역사회 공공 아동시설 복합화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로 적정 유지 출산율인 2.1%의 50% 미만 수준이다. 이는 OECD 평균 출산율인 1.68%와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치이며, 향후 기본적 보육 서비스는 국가 책임 하에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안심하게 키울 수 있는 탁아 및 돌봄 기능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함께 운영되어야 한다. 특히 지역사회 공공아동 복지시설의 확충을 통해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환경으로써 학교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는 지역의 중심에 위치한 학교는 학부모의 접근성이 용이하며 초등학생 자녀와의 연계가 가능하고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도심이나 농촌의 경우 지역 학생 수 급감으로 많은 유휴 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축이나 리모델링 시 지역의 부족한 아동 복지시설과 복합 운영함으로써 지역의 공공적 복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또한 운영 측면에서 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경우와 관련 공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법인이 참여하는 등 운영 주체의 다변화를 통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교 공간의 노인 복지시설 활용 사례

일본 우지시에 있는 오구라초등학교는 12년 전 학생 수 급감으로 건물 한 동 2개 층의 교실이 유휴 교실로 남게 되었다. 이에 지역사회에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주간 보호시설을 제안하고 많은 주민이 찬성하자 이를 수용하여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노인과 아동의 만남이 지역사회와 노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학생들에게 봉사의 기회를 줄 수 있어 좋은 제안으로 평가하고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당시 주민 중에는 자신이 치매에 걸릴 경우 먼 거리의 독립 요양원에 가지 않고 친척과 친구들이 있는 곳에서 지낼 수 있었다. 다만 공간적으로 보호시설과 학교시설이 구분되지 않아 안전 문제가 대두되어 학교 입구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지킴이를 두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사례를 볼 때 우리도 학교시설 중 유휴 교실이 생긴다면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공공복지시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학교 유휴 교실을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보호시설로 관리하려는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1~2층은 노인시설, 3~4층은 특별교실 등으로 구분하여 학생과 복지시설의 동선을 분리한다면 혼란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5. 학생 중심 공간 활용 방안

식당의 다목적 활용

오늘날 학교의 식당은 학생 식사를 위한 공간임과 동시에 교육적 역할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학교의 중심 영역에 위치해야 하며, 점심 식사 전·후 빈 공간으로 남아 있는 시설을 학생 활동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어야 한다. 또한 교사 휴게실 및 간이 협의실을 식당과 겸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고 일부 학생 동아리 활동실이나 교육적 목적의 활동을 요구하는 대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추진해야 한다. 식당 내부는 투시가 가능한 환경으로 만들어 자연적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고 식당을 일부 분화하여 투시형 칸막이를 설치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따라서 학교 공간 내 식당은 별도의 외부 독립 공간이 아닌 교사동 내 중심에 배치되는 것이 우선이라 할 수 있다.

체육 공간의 다양화(36학급 기준)

36학급 학교인 경우 정규 체육 수업을 위해 3~4개의 체육 공간이 필요하다. 이는 주당 수업시수가 3시간일 때 최소 3개 학급이 동시 체육 수업을 고려하면 기능이 다른 2개 이상의 실내 체육 공간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규 체육관 외 소규모 체육활동이 요구되는 다목적 활동실을 확보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체조나 무용, 국악 등의 수업을 비롯하여 안전교육 등 다양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지역사회 개방이 가능한 도서관을 중심으로 마을교육공동체 운영

학교 도서관은 지역사회 도보권 내에 있으면서 평생교육 시설 상시 개방이 가능한 곳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일상의 주거와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으며 관련 공간과 연계 시 이용 시너지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서관과 연계하여 마을 교육공동체를 운영하며 지역 청소년의 상담과 지역 3세대 가족의 공유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일부 시설을 연계하여 평생교육의 활동을 확장할 수 도 있다.

특수학급 교실은 일반학급 교실 중심 공간에 배치

특수학급 교실을 별도의 구석진 조용한 위치에 두는 것은 특수학생들을 일반 학생들에서 소외시키는 공간적 단절을 의미한다. 따라서 특수학급을 일반학급 교실군 중심에 배치하여 상호 통합을 유도하며, 이를 통해 일반 학생들의 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물리적으로 엘리베이터, 화장실, 계단과 인접한 위치에 둠(1~2층 배치)으로써 이동의 편리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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