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2022 가을호(248호)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미래교육

윤상혁(서울특별시교육청 정책·안전기획관, 장학사)

이 글은 서울특별시교육청(2022), 「서울교육중기발전계획위원회 최종보고서: 서울미래교육 2030」의 내용을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Ⅰ. 학생들의 삶과 미래교육의 방향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 대한민국

교육은 과거의 역사를 오늘로 소환한다. 인류가 이룬 찬란한 업적들을 상기하며 환호를 보내기도 하고 어리석은 과오와 실패담을 목격하면서 반면교사로 삼기도 한다. 교육은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여행을 떠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는 가능해지리라 소망하는 것들을 형상화한다. 한편으로는 결코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될 디스토피아를 그리며 경각심을 갖기도 한다. 이처럼 교육이란 과거와 미래를 가로지르며 현재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일이다.

우리는 교육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지고 지혜로워지며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중의 하나가 바로 교육이다. 헌법 제31조에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을까?

좋은 삶과 행복한 삶. 이와 관련하여 웰빙(Well- being)이라는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PISA 2015 학생 웰빙 결과 보고서」에서는 웰빙을 “학생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심리적·인지적·사회적·신체적 활동 상태 및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OECD 회원국 35개국 중 최상위권인 반면, ‘삶의 만족도’는 OECD 국가 28개국 중 27위, 비 OECD 국가를 포함한 48개국 중 47위로 최하위권이었다. 또한 한국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불안 지수(0.1)는 OECD 국가 평균(0.01)에 비해 높고, 신체적 웰빙과 관련된 지수는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국 학생들은 공부는 잘하지만 배움이 행복하지는 않은 상태 속에 있는 것이다.1

행복한 학습자를 위하여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어린이를 가까이 하시어 자주 이야기하여 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보드랍게 하여 주시오.” 소파 방정환이 1923년 5월 1일 내놓은 ‘어린이날 선언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독립운동가, 작가, 천도교인이었던 방정환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천도교의 ‘인내천(人乃天)’ 교리를 따라 어린이를 ‘인내천의 천사’로 보았다. 수필 「어린이 예찬」에서는 어린이를 “더할 수 없는 참됨과 더할 수 없는 착함과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그 위에 또 위대한 창조의 힘까지 갖추어 가진 어린 하느님”이라고 했다. 그가 아이를 인격을 갖춘 사회 구성원으로 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어린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배경이다. 이어 그가 조직한 천도교소년회는 창립 1주년을 맞은 1922년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선포하고 기념식을 열었다. 어린이날 행사가 민족의식을 고양할 것을 염려한 일제의 탄압으로 1939년부터 중단됐다가 광복 후 지금과 같이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하게 되었다. 2022년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사단법인 한국아동단체협의회와 36개 회원단체는 다음과 같이 새로운 어린이날 선언문을 선포하였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아동·청소년이라고 다르지 않다. 앞서 언급한 「PISA 2015 학생 웰빙 결과 보고서」에서 보여주듯이 전 세계의 선진국들은 ‘학생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심리적·인지적·사회적·신체적 활동 상태 및 능력’을 웰빙으로 정의하고 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인간 삶의 전체와 관련된 웰빙은 교육, 사회, 경제, 문화 등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복잡한 관계망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교육자 및 정책 결정자들의 지대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생의 중요한 시기에 삶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학교교육 참여 시간과 그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학생으로서 보내는 시간 동안의 웰빙은 인생 전반의 웰빙을 좌우할 만한, 매우 중요한 변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미래교육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은 유보될 수 있다는 가정을 거부하고 현재의 행복한 학습자가 미래에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해야 한다. 즉 21세기의 교육은 행복한 학습자가 주인공이 되는, 삶을 위한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것이 되어야 한다.

Ⅱ. 2030년의 세계와 미래교육의 방향

2030년의 세계

2020년 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는 2030년의 세계가 마주하게 될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지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2 설문 결과,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의 손실(67%), 폭력과 갈등(44%), 차별과 불평등(43%), 식량과 물, 주택 부족(42%) 등이 중요한 과제로 제기되었다. 또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 및 과학 분야에서 국제협력과 인간과 자연의 관계 회복,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도출되었다. 지금 우리는 공동체의 붕괴, 양극화의 심화,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듯하다.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이 지적했듯이 코로나 팬데믹은 시간이 갈수록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가’를 둘러싼 전 지구적 전망들을 충돌하게 만들고 있다.3

이와 같은 와중에 UNESCO에서 작년 11월 「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놀랍게도 이 보고서는 현 세대가 교육을 통해 평화롭고 공정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을 실현하지 못했으며 학습의 이유, 방식, 내용 등을 다시 규정해야 하는 전환점에 놓여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계약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의 방식은 협력과 공동 작업, 연대의 원칙을 기반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둘째, 교육과정은 생태적·다문화적·다학제적 학습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셋째, 교수 행위(teaching)는 교사들이 지식 생산자이자 교육 및 사회 변혁의 핵심 주체로 참여하는 공동의 노력이 되어야 한다. 넷째, 학교는 포용과 공정, 개인 및 집단의 웰빙을 지원하는 교육 장소로서 보호되어야 한다. 또한 학교라는 공간을 정의롭고 공정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실험실로 탈바꿈해야 한다.

2030 학습나침반

지난 2018년 OECD에서 「OECD 교육 2030: 미래교육과 역량」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는 ‘모든 학습자가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하고,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개인과 공동체, 지구의 웰빙에 기초한 공동의 미래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 이라고 말한다.4 이 보고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OECD 2030 학습나침반’은 2030년과 그 이후의 좋은 삶을 위해 필요한 역량을 포괄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교육이라는 것을 학생이 나침반을 들고 동료, 교사, 공동체의 지원과 협력 속에서 ‘웰빙 2030’으로 향하는 여정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이처럼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표현하면서도 각 국가별로 상황에 맞게 세부사항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이 특징이다.

아래 그림에서 제시한 ‘학생의 행위주체성(Student agency)’이란 학생들이 세계에 참여하고, 내가 내 운명의 주인이라는 인식 속에서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과 사건,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책임감을 스스로 의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은 지름길이 표시되어 있는 지도를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나침반을 손에 쥐어 주는 것이다.

이제 나침반의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자. OECD 2030 학습나침반은 역량을 중심으로 핵심기초, 변혁적 역량, 예측–행동-성찰 주기가 순서대로 감싸고 있는 구조다.

역량(Competencies): 역량은 지식-기술-가치-태도로 구성된다. 먼저 지식은 교과(학문)적 지식, 범교과(간학문)적 지식, 인식론적 지식, 절차적 지식의 네 가지로 이루어진다. 기술(skills)은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과정을 수행하고 개인의 지식을 책임감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며, 비판적 사고, 창조적 사고, 학습 및 자기조절과 같은 인지적-메타인지적 기술, 공감, 자기효능 및 협업과 같은 사회적-정서적 기술 그리고 신체적-실용적 기술의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 지식과 기술은 동기부여, 신뢰, 다양성 및 미덕에 대한 존중과 같은 태도와 가치에 의해 조정된다. 태도와 가치는 개인, 지역, 사회 및 세계 수준 모두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다른 문화적 관점과 성격 특성에서 발생하는 가치와 태도의 다양성에 의해 풍요로워지지만,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나 환경의 보호 등과 같이 타협할 수 없는 가치도 존재한다.

 

핵심기초(Core foundations): 우리나라로 치면 기초소양 혹은 기초학력과 유사한 핵심기초는 전통적인 문해력(Literacy)과 수리력(Numeracy)외에 디지털 리터러시, 데이터 리터러시, 건강 리터러시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서 건강이 핵심기초의 중요한 요소로 포함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제아동권리기구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수행한 ‘국제 아동 삶의 질 조사’에서 한국 어린이들 삶의 질이 최하위권을 기록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핵심기초는 매우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변혁적 역량(Transformative competencies): 기후위기와 같은 전 지구적 도전에 직면하여 학생은 개인적, 사회적, 환경적 웰빙과 지속가능성을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교육은 나와 공동체와 세계를 변혁시키는 일이 되어야 한다. OECD 2030 학습나침반은 이를 변혁적 역량이라고 표현하면서 새로운 가치 창출, 갈등과 딜레마 조정, 책임 의식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가치 창출’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혁신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현재의 상태에 의문을 품고, 다른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갈등과 딜레마 조정’은 모순되거나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생각·논리·입장사이에서 공통분모를 찾아내고, 행동의 결과를 단·장기적 관점에서 짚어보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책임 의식’은 자신의 행동을 자신의 경험과 교육, 개인적·윤리적·사회적 목표에 비추어 성찰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예측–행동-성찰 주기(Anticipation-Action-Reflection cycle): 변혁적 역량은 본질적으로 발달적이다. 따라서 성찰, 예측 및 행동의 순차적인 과정을 통해 학습해야 하는 것이다. 성찰은 알려져 있거나 가정된 것에서 한발 물러서서 다른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봄으로써 결정하고, 선택하고, 행동할 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능력이다. 예측은 분석적 또는 비판적 사고와 같은 인지적 기술을 동원하여 미래에 무엇이 필요할지, 그리고 현재의 조치가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는 것이다. 성찰과 예측은 책임 있는 행동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Ⅲ. 서울미래교육 2030

미래교육의 패러다임 전환

가. 미래교육의 세 가지 흐름
세계 각국은 지금 포스트 모던, 포스트 휴먼, 포스트 지식이라는 ‘포스트의 시대’에 맞는 학교와 교육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표준화된 제도와 규격을 따라야 했던 산업화 시대에 학교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을 같은 순서와 똑같은 속도로 가르쳤다. 학생들은 규칙을 따르도록 훈련받았고 학교 시스템은 효율적이고 표준화된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 설정된 관료적 조직에 의해 관리되었다. 모든 것이 유동적인 ‘포스트의 시대’에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으로 학교교육의 목적이 달성될 수 없다. 학생들이 새로운 정보를 찾아 판단하고 융합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사람들과 협력해 지식을 공유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나라에서 자국이 처한 상황에 맞게 미래교육을 계획해 실천 중이다. 나라마다 특수성이 있지만 미래교육의 큰 방향성은 표준화에서 개별화 교육과정으로, 지식 습득에서 변혁적 역량으로, 관료적 조직에서 학습하는 조직으로의 전환이라는 세 가지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

‘포스트의 시대’에 교육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단순히 배열하고 저장하는 것을 넘어 지식, 기술, 인간 사이의 관계에 주목한다. 기술을 통해 학생들은 학습 과정에서 더 많이 참여하고 더 큰 보람을 느끼며 더 평등해질 수 있다. 지식과 기술의 적절한 결합은 학생들로 하여금 더 큰 질문과 더 깊은 탐구를 가능하게 한다. 물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학습활동에 참여하고 긍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서 기술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보다는 기술과 함께 살아갈 학생들의 가치와 태도, 그리고 상상력과 창의성에 중점을 두는 새로운 학습 경험이 중요하다. 그래서 미래교육의 주요 목표는 학생들이 불확실한 미래 상황에서 지능화된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데 맞춰져 있다.

나. 행복한 학습자를 위하여
앞에서 우리는 미래교육이란 ‘행복한 학습자가 주인공이 되는 삶을 위한 교육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학생들이 학업 성과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학교생활을 즐기고, 친구와의 우정을 쌓으면서 좋은 삶, 행복한 삶의 가능성을 스스로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 자신의 전 생애에 걸쳐 배움에 대한 열정을 지속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배움의 기쁨’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영원히 변치 않는 미래교육의 핵심이다.

앞에서 미래교육의 세 가지 흐름을 살펴보았는데, 이것을 ‘행복한 학습자’를 맨 위에 놓고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나의 교육과정: 미래에는 전인적 발달을 추구한다는 원칙 속에서 누구나 차별 없이 질 높은 보편적 교육과정을 제공받게 된다. 이때, 모든 학생이 자신의 속도와 관심에 따라 ‘나의 교육과정(My Curriculum)’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역량 기반 교육: 역량 기반 교육은 교과 고유의지식, 교과 고유의 정체성, 교과 고유의 학습 방법을 넘어 하나의 문제, 하나의 현상, 하나의 주제와 연결된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탐구하도록 하는 교수학습과 평가의 전환을 가져온다.

 

학습하는 조직: 교육기관은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학습 체계의 일부로서 스스로의 미래 창조 능력을 끊임없이 키우고 확장시키는 학습조직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교육기관 역시 배움의 기쁨을 경험하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교육의 패러다임 전환>

대한민국의 교육과 서울교육

가. 교육 공공성의 강화 : 모든 아이를 ‘오직 한 사람’으로 대하는 교육
1995년 김영삼 정부가 주도한 5·31 교육개혁은 우리나라 최초로 국가 수준의 종합적인 교육 청사진을 제시했으며 그동안 중앙집권적, 폐쇄적, 획일적으로 운영되던 한국 교육의 권위주의 체제를 타파하고 학교의 민주적 통제와 교육 공공성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이 붕괴되고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교육 불평등과 빈곤의 대물림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교육 형평성의 회복을 위한 교육복지 정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이하 서울시교육청) 역시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는 모토 아래 희망교실, 평등예산제, 교육후견인제 등 ‘정의로운 차등’ 정책을 추진해왔다. 2022년 1월 서울시교육청은 어린이날 선포 100주년을 맞이해 그 의미를 되새기며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증진하고 이들을 존중하는 문화를 확산하도록 노력하는 한편, 다양한 차이와 개성을 지닌, 격차 속에 놓인 학생 한 명 한 명을 소중히 여기며 배움과 온전한 성장의 길을 열어주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교육’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나. 교육자치의 확장: 주민직선 교육감에서 교복 입은 시민까지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래로 교육자치는 지속적으로 확대·심화되어 왔다. 2007년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되고 2010년 6월 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면서 전국의 모든 유권자가 직접 교육감을 선출하게 되었다. 이후 자율화와 분권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교육자치의 흐름이 만들어졌다. 첫째, 학생인권조례와 민주시민교육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고 학생참여단과 학생참여위원회의 설치 등 학생자치가 확대되었다. 둘째, 교장공모제,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 교원학습공동체 등이 도입되면서 학교자율운영체제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셋째, 혁신교육지구, 주민참여예산제, 서울교육 공론화 등을 통해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교육자치를 이루어가고 있다. 2015년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을 훈육과 통제의 대상이 아닌, ‘자기 결정권’을 가진 ‘교복 입은 시민’으로 선언하면서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한 선거권 연령의 하향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2019년 대한민국의 선거권 연령 기준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되었다. 이제 학생들도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장과 교육감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 교육의 대전환 : 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2018년 인천에서 열린 제48차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채택되었다.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하로 억제하려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줄여야 하며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이에 충격을 받은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를 조직해 교육 당국에 환경학습권 및 채식선택권의 보장을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9년 서울시와 공동으로 「생태문명 전환도시 서울 선언」을 발표하고, 선언의 이행을 위해 ‘생태전환교육 중장기 발전계획(’20∼’24)’을 수립했다. 2020년 전국의 시·도교육감이 공동으로 「교육의 대전환을 위한 비상선언」을 발표했으며, 2021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교육부, 환경부가 함께하는 「환경공동선언」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교육기본법이 개정되었다. 생태전환교육이 국가적으로 공식화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주요 선진국가들과 마찬가지로 ‘2050 탄소중립’ 을 선언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과 사회에서 소비되는 자원의 생산량·폐기량을 최소화하면서도 자기실현의 수준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생태문명’을 지향하는 인간, 즉 ‘생태시민’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생태문명의 중심으로서 학교의 역할 변화와 교육 시스템의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새로운 교육 목적의 설정이 요청된다. 서울교육은 교육을 대전환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은 계속될 것이다.

서울미래교육의 가치와 원리

가. 핵심가치: 존엄, 포용, 공존
서울교육은 오늘을 살아가는 학생들의 삶에 관심을 갖지만 그 방향은 미래를 향해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학생이 학교를 마치고 세상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서울미래교육을 모색해왔다. 근대적 개인을 넘어 비인간 존재와 공존하는 시민으로서 감수성을 키우고 자신의 관심과 속도로 ‘나의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며, 학습 과정에서 주도성을 발휘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비전을 형성하면서 행동할 수 있도록 미래교육의 방향을 설정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세계 내에서 존재하는 방식을 알고 그 앎을 자신의 삶에 구체화된 방식으로 접목하는 것을 중심에 두면서, 교육의 생태적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두 축으로 삼아 핵심가치와 운영원리를 설정했다.

서울미래교육은 삶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실천하며 모든 사람이 존엄한 존재임을 배우는 교육,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가치가 소수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다양성을 키우는 교육, 인간을 넘어 지구 생태 시스템 안에서 모두가 연결된 존재이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지향한다.

존엄(시민성): 서울 학생 모두가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며, 삶의 주체로서 다양한 자연·사회 현상에 대한 탐구 활동과 일상의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실천하는 것을 강조하는 가치이다.

 

포용(다양성): 인간의 존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지니고 있는 신념과 논리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지 않고 서로를 포용하며 연대하려는 의식과 실천을 강조하는 가치이다.

 

공존(지속가능성): 존엄의 가치를 비인간 생명으로 확장해 모든 생명체가 지구라는 시스템의 구성원으로서 상호 의존적임을 이해하고 서로 배려하며 공존하는 것을 강조하는 가치이다.

 

나. 운영원리: 주도성, 자율성, 개방성
서울교육은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자신의 관심과 속도로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면서, 개방적인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배우는 환경을 형성해 나간다.

 

주도성: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워 행동하고 이에 대해 성찰함으로써 자신의 앎과 삶을 동료들과의 협력 속에서 조화롭게 일치시켜 나가는능력을 함양하는 서울미래교육의 운영원리이다.

 

자율성: 모든 학교가 교육과정 개발, 학교 운영, 예산 편성 등에서 구성원들의 민주적 참여에 의해 스스로 결정해 나가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학교 자치와 연결되는 서울미래교육의 운영원리이다.

 

개방성: 학교가 학생을 위해 열려있는 학습의 장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학습의 시간과 공간은 학생의 발달과 성장을 위해 유연하게 연결되고 확장되어야 한다는 서울미래교육의 운영원리이다.

 

다. 핵심가치와 운영원리의 상호보완성
핵심가치(존엄, 포용, 공존)와 운영원리(주도성, 자율성, 개방성)는 상호 보완적이며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핵심가치와 운영원리는 서울미래교육이 추구하는 학습자 상과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뒷받침하며,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개인과 사회의 역량을 증진하기 위한 교육의 방향성과 지향점을 제시한다. 서울미래교육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핵심가치를 시대적 과제와 연결하면서 각 요소 사이에 상호 연결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서울미래교육의 핵심가치와 운영원리>

서울미래교육 2030의 의의

마지막으로 「서울미래교육 2030」의 의의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지금 그리고 미래에 서울의 학교를 다니고 있을 다음 세대의 학생을 상징하는 ‘서울이’를 형상화하고, 서울이를 위한 교육적 다짐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미래교육 담론의 홍수 속에서 서울시교육청의 ‘미래교육’의 상 – 4가지 미래, 10가지 약속 – 을 서울교육공동체의 집단지성의 힘으로 공식화했다는 것이다.

「서울미래교육 2030」이 그리는 ‘학생의 미래’는 ‘포용과 공존의 세계시민’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 나를 위한 수업과 성장을 위한 평가, 공존의 지혜를 배우는 삶의 교육을 꿈꾼다. ‘배움의 미래’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연결, 확장, 통합이다. 배움의 시간과 공간은 연결되고 확장될 것이며,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교육을 위해 보편적이고 통합적인 교육복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학교의 미래’는 ‘전환과 창조의 실험실’이다. 생태문명으로 전환하고 존엄, 포용, 공존의 가치를 창조해 내기 위해 학교는 창의성이 장려되고 실패가 용인되는 시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는 행정의 변화 역시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 행정’과 ‘참여형 행정’을 통해 서울교육시스템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질문이 있는 교실, 우정이 있는 학교, 삶을 가꾸는 교육. 서울교육은 아이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아이들의 행복은 유예될 수 없다. 지금 여기서 배움의 기쁨을 만끽하는 아이들이 미래에도 행복하고 주체적인 시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은 아이들이 자신의 리듬에 맞춰 노래하는 독창곡인 동시에 동료의 노래에 귀 기울이며 함께 부르는 합창곡이 되어야 한다.

학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서울미래교육 2030』은 서울교육의 협주와 변주를 위한 기본 악보라고 할 수 있다. 협주를 위해서는 서로를 자세히 살피면서 공동의 보조를 맞춰야 한다.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은 개별학교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과 학생의 삶의 맥락에 의해 다양한 노래가 흘러나오는 변주이기도 하다. 이 하모니가 조화를 이룰 때 학생과 교직원 모두 행복한 학교가 만들어질 것이다.

<서울미래교육 2030 유튜브 영상>

  1. 반상진(2019), 「학습과 삶의 균형성장을 위한 학생 웰빙 정책 방향」,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 공동세션 자료집 71-98쪽.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2. Audrey Azoulay 외(2021). 「The World in 2030: public survey report」. UNESCO.
  3. 슬라보예 지젝(2021),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이유』 24쪽. 북하우스.
  4. “We are committed to helping every learner develop as a whole person, fulfil his or her potential and help shape a shared future built on the well-being of individuals, communities and the pl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