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칼럼Vol.225.겨울호

혁신미래교육으로서의 세계시민교육

c_10_1  2016년 교육계는 미래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을 주제로 공청회, 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2015년 5월 인천에서의 유네스코 세계교육포럼, 2016년 1월 스위스의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2016년 3월 서울에서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이 교육계에 상당한 자극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국제적 행사에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좀 더 적극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세계교육포럼의 중심에 대한민국의 반기문 총장이, 인공지능과 인간 대결에 대한민국의 이세돌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래교육이나 세계시민교육 행사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공통적으로 현재의 교육을 진단하고 변화하는 미래사회의 트랜드를 전망하며 지속가능한 교육의 방향과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이런 점에서 미래교육과 세계시민교육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세계교육포럼에서는 195개 유네스코 회원국의 교육관계자들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추진했던 ‘모두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All. EFA)’의 성과를 평가하고, 2016년부터 2030년까지(Post-2015)의 15년간 이행할 교육의제에 관해서 논의하였다.
이후 제70차 유엔총회에서 지구촌의 국가들이 협력해야 할 17개의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결정하였다. 빈곤과 기아 종식, 건강한 삶의 보장과 웰빙 증진, 양질의 교육 보장과 평생교육 증진, 성평등 및 여성·여아의 역량 강화, 완전고용과 양질의 일자리 증진, 국가내·국가간 불평등 완화, 기후변화에의 대처, 바다와 해양자원 보존 및 산림보호,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사회 증진과 사법제도 구축 등 대부분의 개발목표는 세계시민교육으로 달성해야 할 과제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이라는 용어보다는 국제이해교육(education for international understanding)이라는 이름으로 타국에 대한 이해, 인권 존중, 유엔 및 전문기구 이해, 환경교육을 하였고, 다문화교육(multicultural education)이라는 이름으로 민족, 인종, 종교, 언어, 문화 등에 의한 차별이나 편견 없는 공존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세계시민성을 기르는 교육을 해 왔다. 그리고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 필요한 인간상으로서 ‘세계와 소통하는 시민으로서 배려와 나눔의 정신으로 공동체 발전에 참여하는 사람’이라고 세계시민의 자질을 명시하였다. 그로 인해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일부 과목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시민교육을 하고 있으며, 서울시교육청에서도 교원 연수, 동아리 지원, 학습자료 지원, 특별지원학교 운영 등의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세계교육포럼을 계기로 미래교육의 또 다른 이름으로 부각한 세계시민교육은 국제이해교육, 인권교육, 다문화교육, 환경교육 및 지속가능한 모든 교육을 포함하는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이다. 국가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상이하므로 세계시민교육을 한 마디로 정의하거나 개념화하기는 어렵다. 유네스코에서도 ‘학습자가 인류공동으로 직면하는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소통, 협력, 창의 및 실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이 글로벌시민교육’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유네스코에서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들은 지구촌의 세계시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이다. 그렇지만 국가마다 역점을 두어야 할 과제, 우선순위가 필요한 과제, 새롭게 추가해야 할 과제가 있다. 우리나라도 유네스코에서 제안한 17 개의 개발목표를 참고하여 세계시민교육의 방향성과 중장기 과제 및 과제별 전략 등에 관한 심층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
미래교육으로서의 세계시민교육에 관한 정책연구는 정부와 교육청의 교육전문가 그룹에서 수행하겠으나,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세계시민교육의 방향을 6가지로 제안한다.

먼저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의 진로를 염두에 두고 창의성교육을 생각해 보자.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는 2020년에 현존하는 일자리의 710만 개가 인공지능로봇에 의해 대체되고, 500만 개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생성된다는 예측을 했다. 지금의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쯤의 직업세계이다. 또한, UN미래포럼에 의하면 2030년에는 현존하는 일자리의 80%가 없어진다고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시대를 살아갈 우리의 자녀들은 1인 기업, 온라인 직업, 로봇과 함께 하는 직업 등 다양한 직업 형태에 직면하게 되고, 국경을 초월한 지구촌에서 직업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졸업장이나 스펙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시대로 IT 활용능력이나 SW 개발능력과 같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성교육을 해야 한다. 디지털시대가 만드는 미래사회는 모든 사물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된다. 그러한 원리 와 방식을 알기 위해서는 애플리케이션이나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교육을 빨리 시작하면 할수록 좋다.

두 번째는 인간의 기본권이 존중되고 보호받는 가정과 학교를 만들기 위한 인권교육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교육국인 OECD에서 청소년 자살률이 수년간 최상위이며, 청소년 행복지수는 최하위 국가이다. ‘병든 사회, 아픈 교육’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아동폭력, 학교 폭력, 성폭력은 상당히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가정과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살의 90%는 타살이라는 말이 있다. 관심과 사랑이 있는 곳에서는 그런 불행한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교사와 부모는 학생을 미성숙한 존재이며 훈육의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학생도 ‘교복 입은 시민’으로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봉사활동, 생명존중 및 인권보호 활동 등을 통하여 인권 감수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을 충실히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혼율이 높고 부부별거가 심각하며, 1인 또는 2인 가정이 48%라고 한다. 아동학대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 학교폭력으로 이어진다. 인권교육은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학부모들이 의무적으로 인권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세 번째는 문화의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다문화사회를 지향하는 다문화교육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에 외국인 100만 시대가 되었는데, 9년 만인 2016년에 외국인 200만 시대를 맞이했다. 외국인 근로자와 국제결혼자의 수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7월에는 난민법을 발표하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난민을 받아들이는 나라가 되었다. 전국적으로 외국인 마을이 우후죽순 생기고 서울에는 이미 다문화학생들이 13,924명(2016. 4월 기준)이나 된다.

초·중등학교에서는 학생인권조례(제5조)와 고시된 국가교육과정에 근거하여 다문화 교육을 해야 한다. 다문화학생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면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문화학생은 물론 그들의 부모들과 일반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문화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중도입국학생들에 대한 돌봄교육에 역점을 두고 학교 부적응으로 고통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네 번째는 천재지변과 각종 재난 및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대처하는 안전교육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평생 잊을 수 없는 슬픈 대형사고 이다. 학교 내의 교육활동에서 다양하게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비롯하여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수련, 진로체험, 여행 등의 체험활동에서의 안전사고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공동체적 삶의 지혜인 법질서의식과 안전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정부는 생태친화적인 안전한 학교환경 조성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일본은 태풍,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이나 폭력, 테러와 같은 불의의 사고에 대처하는 훈련을 학교, 소방서, 경찰서, NGO 단체가 연합하여 실제상황처럼 평상시에 재난 대비대응 교육을 한다. 우리나라도 삶을 위한 교육으로서의 안전교육을 학교 교육과정으로 충실히 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남북통일과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통일준비교육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국가이다. 슬픈 현실이다. 독일과 같이 평화통일을 해야 한다. 통일을 위한 노력은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공교육기관인 학교에서도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통일준비교육을 충실히 해야 한다.
통일부 통계에 의하면 2015년 8월말 현재 북한이탈주민은 28,297명이다. 그 중에 여성이 83%나 된다. 탈북민은 다른 다문화가정과는 달리 우리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심리적 특성을 갖고 있다. 그들은 죄책감과 불안감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을 받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과 학교의 교육과정은 탈북민을 위한 심리·정서적 지원에 주안점을 두고 공동체 생활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야 한다. 현존하는 탈북가정의 안정적인 사회정착과 자녀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교육 정책이 다름 아닌 통일준비교육의 시작이다.

여섯 번째는 소외계층 지원 및 교육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과 제도 도입이다. 소외계층이라면 가정·경제적으로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정 및 조손가정의 자녀, 특수교육학생, 학교밖청소년, 은둔형외톨이, 다문화학생, 성소수자 등 그 대상은 다양하다.

이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 심리·정서적 지원 등 세심한 맞춤식 지원이 필요하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라 일컫는 인공지능시대에서는 지식정보격차 또한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하면 계층의 벽은 더욱 두터워지고 삶의 질의 양극화는 가속화되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해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학력주의 교육관과 ‘빈인빅 부익부(貧益貧 富 益富)’형의 교육 불평등 구조를 청산해야 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배움의 길을 포기하는 학생이 있어서는 안 된다. ‘Number One’ 교육을 지양하고 모두가 행복한 ‘Only One’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열화된 고등학교와 대학교가 아니라 특성화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만들고,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누구에게나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된다.
그리고 대략 38만 명에 이르는 학교 밖 청소년들은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돌봄교육시 스템으로 자생의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이상 제안한 6가지 세계시민교육의 방향은 학생들에게 지구촌의 세계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과 역량을 함양시킬 목적으로 제시한 교육과제들이다. 필요한 자질과 역량이란, 정의·평등·존엄 같은 보편적 가치의 존중, 인종·문화·종교를 초월한 인류공동체 의식, 공감과 갈등해결의 의사소통기술, 공동선을 추구하는 파트너십, 창의적이며 비판적인 인지기술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세계시민교육이 학교 현장에 성공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한줄 세우기 대학수학능력시험, 교사주도형 교실수업과 상대평가, 국어, 영어, 수학 등 분절된 교과목 수업, 과도한 사교육 의존 등의 교육체제와 교육방식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제도는 과감히 폐지하고 독일의 아비투어(Abitur)나 프랑스의 바깔로레아(Baccalaureate)처럼 자격시험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하는 특성화된 학교를 확대하고,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진로에 적합한 융·복합교과목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단위학교의 운영체제는 교원 중심에서 학교 교육공동체가 함께 운영하고 지역공동체가 학교를 지원하는 마을결합형학교 형태의 교육 거버넌스 체제로 전환 되어야 한다.
혁신미래교육으로서의 세계시민교육은 학생을 직접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관심과 자발성 없이는 학교 현장에서 구현되기 어렵다. 정부와 교육청은 그들의 열정과 헌신을 유도하는 정책과 제도 도입이 최우선 정책과제임을 인지하고, 다각적으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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