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2 여름호(247호)

[회복적 생활교육] 공동체성이 살아나는
회복적 생활교육 -서클 활동을 중심으로

양미정(서울전동초등학교, 수석교사)

1. 코로나19가 교실에 남긴 과제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3월, 교사들은 학생 없는 학교를 경험하게 되었다. 일부 학생들의 매일이 방학이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이 현실이 된 시간이기도 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전면 원격수업부터 부분 등교까지 들쑥날쑥 대면수업이 진행되고, 교실 내 책상 간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짝 활동이나 모둠 활동, 신체 접촉과 협력 활동이 금지됨에 따라 학생들 간 심리적 거리감은 책상 간 거리만큼 멀어졌으며 학생들 간 유대감과 공동체성이 약화되면서 학생들의 정서적 우울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학교라는 공간이 학습적 기능뿐 아니라, 그동안 간과해왔던 관계적 측면까지 담당하고 있었음을 새삼 깨닫게 해 주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 앞으로의 학교에는 학생들의 학습 측면과 더불어 학생들 간 손상된 관계와 약화된 공동체성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남아있다. 이에 그동안 학교에서 실천해 온 회복적 생활교육을 바탕으로, 학급 구성원들 간 소원해진 관계를 강화하고 약화된 공동체성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실천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2. 회복적 생활교육의 이해와 적용

‘회복적 생활교육’이란 공동체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갈등 상황을 처벌의 문제가 아닌 돌봄과 치유의 문제로 바라보며, 갈등 관련 당사자들이 모두 모여 평화적 대화를 통해 갈등으로 인해 발생된 피해를 확인하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모색하여 자발적 책임을 짐으로써 갈등을 학생들의 성장과 변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회복적 관점에서 다루고자 하는 갈등의 피해 범위는 피해자의 피해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필요, 피해자와 가해자 간 손상된 관계, 이들의 관계 손상으로 약화된 공동체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회복적 관점에서 진정한 회복은 피해자의 피해 회복뿐만 아니라 피해를 유발한 가해자의 자발적 책임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간 손상된 관계가 회복되고, 궁극적으로 그들이 속한 공동체성이 회복이 되었을 때 진정한 회복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이 지향하는 세가지 인간관이 있다.

첫째,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따라서 상대가 누구이든 반드시 존중을 바탕으로 대해야 한다.

둘째, 모든 인간은 내면의 지혜를 가진 존재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은 자신으로 인해 발생된 문제에 대한 답을 알고 갈등 해결의 주체가 되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

셋째, 모든 인간은 상호의존적이다. 모든 인간은 결국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공동체 내 발생되는 갈등은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로 귀결된다. 따라서 공동체내 발생된 갈등을 풀어가기 위해 갈등 당사자들과 더불어 공동체의 협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간관을 바탕으로 회복적 생활교육이 지향하는 것은 존중, 자발적 책임, 공동체성이라는 3가지 핵심 가치가 살아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회복적 생활교육에서는 ‘서클(circle)’이라는 독특한 대화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비폭력 평화물결의 박성용 대표는 진정한 교육과 변화는 안전한 환경일 때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따라서 회복적 생활교육이 지향하는 존중, 자발적 책임, 공동체성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급 내 안전한 대화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한 대화 장치가 바로 서클인 것이다.

가. 서클(circle)의 의미와 구성

서클은 회복적 생활교육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대화방식이며, 고대 원주민들의 대화방식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서클이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동그랗게 둘러 앉아 공평한 발언 기회를 갖고 주어진 질문에 대해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내어놓는 대화방식을 의미한다. 서클의 특징은 서클 참여자들 모두의 참여, 힘의 균형, 구성원 간 연결, 솔직한 대화, 합의에 의한 결정 등을 들 수 있다. 서클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공평한 발언 기회를 갖고, 주제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며,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모두가 원하는 미래를 위해 합의의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 서클에서는 발언권을 상징하는 토킹스틱도 있어야 하고, 서로의 대화가 안전하게 표현될 수 있도록 대화 약속이 공유되어야 하며, 서클 한 가운데에는 센터피스라고 하는 원형보를 깔아놓고 공간을 화사하게 해 줄 화분이나 꽃병을 중심에 놓아두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자형 좌석 배치에 익숙해 있던 학생들은 서클형 의자 배치와 센터피스 풍경을 보고 “와~~”하며 감탄을 표한다. 서클이라는 동그란 공간이 주는 안전함과 센터피스가 주는 따스함을 학생들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서클 대화를 위한 준비>

나. 서클 진행 흐름과 실천 사례

서클은 보통 ‘환대로 맞이하기→여는 의식(침묵)→시나 좋은 글 공유→대화 약속 확인→체크인(check-in)→주제 서클→체크아웃(check-out)→닫는 의식’과 같은 흐름으로 진행된다. 서클은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학급에서 발생되는 다양한 갈등 상황을 풀어가는 데 활용될 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급을 만들어 가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들 간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이번 원고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급 구성원들 간 약화된 관계를 강화하고 공동체성을 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학급 내 갈등 해결이 아닌 관계 강화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서클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중 학급에서 가장 쉽고 간단하게 적용할 수 있고 관계 강화 및 공동체성 강화에 효과적인 체크인/체크아웃 서클을 중심으로 서클 진행 과정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1) 환대로 맞이하기

정현종의 시 ‘방문객’에 나오는 문구처럼 사람이 온다는 것은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학생이 현재의 모습으로 교실 속 자리에 앉아있지만, 사실은 그 학생의 과거 성장 과정이 함께 와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담임교사와 함께 보내는 1년이 학생들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그의 일생을 안고 교실에 앉아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가 환한 표정으로 그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환대가 될 것이다.

2) 여는 의식 – 침묵의 시간 갖기

진행자가 서클 참여자들을 환대로 맞이한 다음 싱잉볼과 같은 명상도구를 활용하여 잠깐 동안 침묵의 시간을 갖는다. 이는 서클 이전에 분주했던 몸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일상의 공간에서 서클 공간으로 들어왔음을 알게 하는 의식이다. 침묵의 시간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은 이 의식이 매우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장난스러운 학생들의 경우 키득키득 웃는다거나 일부러 소음을 발생시켜 침묵을 깨려는 행동들을 보이기도 한다. 이때 진행자인 교사는 서클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지킴이로서 존중의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침묵에 참여할 것을 권유할 수 있다. 처음에는 침묵의 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더라도, 침묵을 유지할 수 있는 힘과 침묵을 통해 명상의 시간을 갖는 것의 의미를 다시 확인하며 한 번 더 침묵에 도전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1차 도전보다 2차 도전에서 학생들이 보다 깊이 침묵에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자신의 침묵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의 소음에 반응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서클 참여가 많아질수록 학생들은 침묵의 시간에 익숙해지고, 좀 더 길게 침묵의 시간을 갖고 싶어하기도 한다.

<명상도구: 싱잉볼>

3) 여는 시나 글 공유하기

환대로 공간을 열고 침묵의 시간을 가진 후 학생들과 좋은 시나 글을 함께 읽는 시간을 갖는다. 짧지만 좋은 시나 문장은 서클 참여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서클의 공간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평소 학생들을 처음 만날 때 주로 사용하는 시는 나태주 시인의 ‘선물’이다. 시의 표현 중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우리 모두가 맞이하는 오늘이 하늘 아래 가장 커다란 선물이라는 점과 교사인 나에게 학생들은 오늘 받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은 의도가 담겨 있다.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학생들은 ‘오늘’이라는 선물을 받고 학교에 등교한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이 오늘을 선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속상한 마음으로 등교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배고픈 상태로 힘겹게 등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걱정거리를 한 아름 안고 등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학생들 각자가 어떤 상태로 오늘을 맞이했는 지 살펴볼 겨를 없이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수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몇 명의 학생들은 자신의 마음을 돌보느라 학습에 집중을 못하거나, 불성실한 학습 태도를 보일 것이며, 교사는 이로 인해 자칫 감정이 상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간단한 체크인 서클을 통해 학생들이 오늘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4) 대화 약속 확인하기

좋은 시나 글로 공간을 열고 난 후 체크인 서클로 본격적인 대화가 진행되기 전에 진행자는 반드시 학생들에게 서클 대화 약속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서클 대화 약속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들을 살펴보면 발언권을 가진 사람만 말하기, 발언권이 없는 경우 발언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기, 있는 그대로 들어주기, 사적인 비밀 보호하기, 실수를 허용하기 등이 있다. 이러한 대화 약속은 안전한 대화 환경을 만들어 서클에 참여하는 모든 학생들의 목소리가 소중하게 들리고 전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대화 약속은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학생들이 확인하고 지켜나갈 수 있도록 센터피스에 펼쳐 놓는다. 물론 처음에는 학생들이 대화 약속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말하는 동안 옆 사람과 떠든다거나, 중간에 끼어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때 교사는 센터피스에 펼쳐진 약속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조용히 상기시킴으로써 서클의 흐름이 멈추지 않고 진행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서클에 참여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학생들은 대화 약속에 익숙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말에 경청하는 태도가 형성된다.

<대화 약속의 예>

5) 체크인

‘체크인’이라 함은 어떤 공간에 누군가 왔다는 것을 알리는 절차로써 서클 참여자들이 어떤 몸과 마음 상태로 서클에 앉아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체크인 질문은 서클 참여자들 모두가 쉽게 답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일수록 좋다. 보통 학생들과 아침 활동을 많이 활용하지만, 기간별로 한 주, 한 달, 한 학기, 일 년을 시작할 때 앞으로의 기대감을 나누는 자리로 활용할 수 있다. 또는 매 수업 시작 시 학생들의 학습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다. 아침맞이 활동으로 체크인을 활용할 경우 1교시 수업 전 학생들이 교사가 제시한 간단한 질문에 돌아가며 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체크인 서클에 주로 사용하는 질문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체크인 서클 예시 질문>

어느 월요일에 2학년 학급에서 주말 이야기를 점수로 표현하고 그 이유를 말해보는 체크인 서클을 운영한 적이 있다. 학생들은 토킹스틱을 돌리며 주말에 가족과 함께 보낸 즐거운 일부터 집에서 지루하게 보냈던 경험, 형제와 싸웠던 일 등을 솔직하게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한 남학생에게 토킹스틱이 주어졌을 때 남학생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이며 슬픈 표정으로 진행자인 나를 쳐다보았다.

“주말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라고 묻자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고, 패스할 수 있으니 옆 사람에게 토킹스틱을 넘겨도 된다고 알려주었다. 이후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주말 이야기를 잘 표현하여 서클은 마무리되었다. 진행자인 교사 입장에서 한 남학생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어떻게 주말을 보냈는지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만, 힘들게 주말을 보내고 속상한 마음으로 학교에 온 그 남학생의 마음이 걸렸다. 그래서 서클이 끝난 후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왔군요. 그런데, 아까 저 친구가 마음이 많이 무겁고 힘든 것 같아서 우리 모두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갖고 저 친구를 마음으로 위로해 주는 시간을 가져볼까요?” 학생들은 모두 눈을 감고 아무도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침묵하며 그 남학생에게 보이지 않는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었다. 이후 눈을 뜨고 “저 친구가 오늘 힘을 낼 수 있도록 위로, 지지, 응원의 말을 전해줄 친구가 있을까요?” 라고 질문하자, 3~4명의 학생들이 손을 들고 그 친구와 눈을 맞추며 “◯◯아, 내가 오늘 너 웃겨줄게.”(손으로 얼굴을 잡아당겨 웃긴 얼굴을 만들어 줌) “◯◯아, 우리가 있잖아. 힘 내!”
“◯◯아, 나도 전에 속상한 일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괜찮아지더라. 너도 힘내.”라며 마음을 전달하였다. 마지막으로 반 학생 전체가 “◯◯아, 힘 내. 우리가 있잖아.”라고 외치자 남학생의 표정이 밝아졌으며, 이후 모든 학습활동에 즐겁게 참여하는 것을 보았다.

<서클 진행 장면>

이처럼 서클은 단지 참여자들 모두에게 발언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참여자들 간 서로의 마음을 살피고 돌보는 과정을 중시하며, 이를 통해 공동체 구성원들 간 마음이 연결되고 서로를 응원함으로써 공동체성이 살아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공동체 내 필요에 따라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서클을 진행할 수 있지만, 간단한 체크인 서클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연결하고 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는 점에서 학급에서 많이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6) 체크아웃 서클

체크아웃 서클은 일정 공간에 머물다 떠날 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체크아웃 서클은 체크인과 반대로 하루를 마감하거나 기간별 활동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질 때 주로 사용한다. 체크인 서클이 어떤 상태로 와 있는가를 묻는 질문이 중심이라면, 체크아웃 서클은 어떻게 지냈는지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수업에 활용할 경우 학생들이 그날 어느 정도의 배움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주로 학기 초 학급 약속을 정했을 때 체크인 서클에서 약속을 확인하고, 체크아웃 서클에서 실천 정도를 확인하고 축하하는 자리로 많이 활용하였다. 체크아웃 서클에 주로 사용하는 질문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체크아웃 서클 예시 질문>

3월 첫 주는 교사와 학생 모두 새로운 출발이라는 점에서 전보다 더 잘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하게 된다. 학급에서는 학급문화를 세우기 위해 공동의 비전을 세우기도 하고, 안전한 학급을 만들기 위해 약속을 정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학급의 주인이 되어 약속도 만들고 예쁘게 적어 교실 한 켠에 붙여 놓으면, 열심히 지도한 교사 입장에서는 보람이 있고, 열심히 참여한 학생 입장에서도 마음이 뿌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공을 들여 만든 약속들을 1년 동안 학급에 예쁘게 게시해 놓았다고 해서 약속들이 잘 작동되지는 않는다. 어떤 학급의 경우 번듯한 약속이 교실 벽에 게시되어 있음에도 학생들 간 잦은 다툼이 발생해 약속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 따라서 학기 초 약속을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면, 이후 학생들이 이를 의식적으로 자각하고 지켜나갈 수 있도록 교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검의 한 방식으로 체크아웃 서클을 자주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단, 이때의 목적은 학생들 간 평가와 비난이 아닌 각자의 성찰과 나눔, 경청과 신뢰, 성장과 변화에 초점을 두고 각자의 보폭으로 한발 한발 나아감을 축하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따라서 체크아웃 서클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날 아침 교사와 학생들이 학급 약속을 함께 읽으며, 각자 무엇에 집중해서 실천할 것인지 다짐하는 시간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다음은 학급에서 만든 존중의 약속을 학급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체크아웃 서클을 활용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학교에 등교하면 수업 시작 전 교사와 학생들은 학기 초 만들어 놓은 학급 약속을 하나씩 짚어가며 함께 읽고 확인한다. 이후 오늘 스스로 어떤 약속들에 중점을 두고 실천할 것인지 일일 공책이나 배움 공책에 날짜와 함께 적는다. 이후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에는 체크아웃 서클을 통해 각자 어떤 약속들을 실천했고, 어떤 부분을 좀 더 노력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눈다. 이때 평가의 기준은 각자 자기 자신이며,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전보다 나은 오후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살펴본다. 이때 교사는 조금이나마 성장과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학생에 초점을 맞춰 학급 구성원들과 함께 축하해줌으로써 학급 약속에 대한 실천 의지를 높이고, 상호 긍정적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학생들은 보이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 대한 따뜻한 연결의 경험을 쌓게 된다. 이처럼 체크아웃 서클은 학생들의 자발적 책임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서로를 존중으로 보살피며, 축하와 협력의 경험을 통해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만들고 정착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학급에서 적극 활용해 볼 것을 권한다.

3. 훌륭한 가르침은 언제나 상호연결적이다

지난 3월 3학년 학생들과 존중받았던 경험을 주제로 간단한 서클 대화를 진행하였다. 그 때 평소 수업 태도가 그리 좋지 않은 한 남학생 말이 인상적이었다. “코로나19에 걸려 1주일 동안 학교에 못 왔는데, 한 친구가 ‘네가 없으니까 학교가 심심하고 재미없어’라고 말해줘서 존중받은 경험이었어요.”라는 말이었다. 이를 듣고 있던 주변 친구들도 “맞아 맞아, 나도 그랬어.”라고 공감을 표시하며 서로가 서로의 존재에 관심을 가져 주는 작은 말 한 마디와 행동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4월 1일 만우절에는 4학년 학생들과 만우절의 의미를 함께 나누며 학급 친구들을 기분 좋게 해 주는 거짓말 서클을 운영하였다. 한 명씩 돌아가며 일어서서 “얘들아, 앞으로 두 달 동안 학원이 문을 닫는대”, “얘들아, 오늘 학교 급식이 뷔페래.”, “얘들아, 오늘 하루 종일 체육만 한대.” 등의 거짓말을 쏟아냈고, 이를 들은 학생들은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환호성을 지르며 공감했다. 서클 활동 후 소감을 물었을 때 서로 소리지르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더 친해진 것 같고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표현했다.

이렇듯, 회복적 생활교육은 서클이라는 안전한 대화 방식을 통해 학생들 간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고 서로를 보살피며 학생들이 갖고 있는 각자의 지혜를 발휘하여 건강한 공동체로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미국의 교육학자인 파커 J, 파머는 ‘훌륭한 가르침은 언제나 상호연결적이다’라고 말한다. 3년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인해 손상되고 단절된 학생들의 관계를 어떻게 건강하고 따뜻한 관계로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교사들에게 주어져 있다. 이에 앞서 소개한 몇 가지 실천 사례가 교사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