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2022 겨울호(249호)

[후기] 모니터단 2022 ‘가을호’ 후기

코로나19가 준 선물 「물음표」

김성경(서울광남초등학교, 교사)

코로나19, 불편한 동거를 3년째 하고 있으나 언제쯤 쿨하게 헤어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서울교육』 가을호에 실린 많은 글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코로나19는 교육의 민낯을 보게 했고, 다시 그 부족한 부분들을 채우게 했다. 일장일단(一長一短). 코로나19 역시 장점이 있다.

당연한 것에 대한 소중함이 생겼다. 사실 외연적인 부분에서 학교의 올해와 작년, 그리고 내년은 크게 다르지 않다. ‘늘 하던 대로’ 할 수 없게 되니 교실도, 학생도, 교사도, 평범한 한 시간의 수업도 소중해졌다. ‘교사 실재감’은 코로나19 이전에는 책상, 의자, 교실, 친구처럼 늘 거기 있었고 주목받지 못했다. 대면수업을 하는 요즘에도 가끔 내가 가르치고 있는 이 교실에 교사 실재감이 충만한지 되돌아본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들린다. 방과 후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정겹고 따뜻하다.

Back to the Basic. 성장과 발전 위주의 앞만 보고 달리던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인성교육을 강조했던 교육 운동이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세계의 패권을 차지한 미국 내 자성의 목소리로 인간의 기본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지금 우리 교육의 기본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회복해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하고 왜 해야 할까.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 이것이 아닐까. 필자의 필력이 부족하여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고(故) 이어령 교수의 글을 빌려 대신하고자 한다.

“자기 안에 물음표가 없어서 아무것도 묻지 못하는 사람은 건전지를 넣고 단추를 누르면 그냥 북을 쳐 대는 곰 인형과 다를 것이 없어.”

– 이어령 『아들이여 이 산하를』 (1993) 중에서

포스트 코로나, 다시 학교를 위하여

한이랑(당산서중학교, 교사)

코로나19 팬데믹 3년 차를 맞이하며 학교의 많은 모습이 이전과는 달라졌다. 멀게만 느껴졌던 원격수업은 어느새 자연스러운 수업의 한 형태가 되었다.

태풍 11호 힌남노가 한반도에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되자 우리 학교에서는 긴급히 회의를 열고 9월 6일 수업을 원격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원격수업을 위한 기본적인 플랫폼이 모두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큰 혼란없이 정상적으로 원격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학생들의 등교가 어려운 경우 갑작스럽게 휴업이 결정되면 학사일정이 변경되고, 학생들은 가정에서 학습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원격수업을 통해 학습의 중단 없이 학생들이 있는 곳이 바로 학습의 공간이 된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서울교육』 가을호의 특별기획을 읽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학교와 교육의 의미와 변화된 모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에듀테크와 AI, 생태전환교육 등 미래교육을 위한 노력과 함께 기본학력을 보장하고, 학생들에게 일상의 학교생활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느끼게 되었다.

9월 말에는 3년 동안 다녀오지 못했던 소규모 테마형 교육여행을 제주도로 다녀왔다. 초등학교 졸업식과 중학교 입학식, 수련회, 축제 등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3학년 학생들의 기대감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지만 많은 회의와 의견수렴, 철저한 준비를 통해 무사히 소규모 테마형 교육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이렇게 큰 행사를 한 번 치르고 나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이어서 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은 다음 달에 있을 학교 축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다. 내년에는 다시 학생들에게 일상을 되돌려 줄 수 있는 더욱 다양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리라 기대한다.

Sin Prisa, Sin Pausa
(급히 가지 말되, 멈추지 마라)

허지원(서울미술고등학교, 교사)

‘Sin Prisa, Sin Pausa.’ 급히 가지 말되, 멈추지도 말라는 스페인어 격언이다. 고등학교 교사의 관점으로 『서울교육』 가을호를 읽고 바로 위 격언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인 지금, 교육현장에서 우리는 에듀테크를 경험하며 짧은 시간 내 선진적인 원격수업을 실현하여 미래교육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으나, 학습이 느린 학생들이 이전보다 증가함에 따라 기본학력이 보장되는 교육의 필요성을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가을호에 소개된 일본과 뉴질랜드의 교육현장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전 세계는 다양한 원격수업 플랫폼과 모델을 개발시켜왔으나, 이로 인한 기본학력 저하와 극심해진 교육격차라는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다. 기본학력에 관한 여러 사례를 통해 코로나19 이후의 고등학교 교육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던 중, 교육현장의 일상회복과 기본학력 보장을 위한 여러 교육적 시도가 우리가 원격 수업을 실현시킨 속도만큼 빠를 수 있을까? 빨라야만 할까?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래서 정답은 Sin prisa, Sin Pausa. 급히 가지 말되, 멈추지도 말아야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교육현장의 일상회복이 아닐까?

원격수업을 대략 2년 정도 경험한 오늘날 우리 학생들은 영어수업 시간에 교실에서 각자의 태블릿PC를 활용하여 노트필기를 하고, 교사인 나도 수업자료를 온라인클래스에 업로드하며 등교수업을 원격수업에 병행한 등교-원격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학생들은 온라인클래스의 상담방을 통해 본인들의 학업 상담글을 기재하고 나도 실시간 댓글과 다양한 자료 제공을 통해 대면 상담보다 조금 더 빠르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온라인 상담이 대면 상담보다 훨씬 효율적이라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쉬는 시간에 복도를 걷던 나를 붙잡고 “선생님, 영어는 늘 어렵지만, 선생님과 친구들과 교실에서 수업 듣는 것은 좋아요!”라는 학생의 한 마디에, 온라인을 통한 실질적인 도움보다 선생님과 만나서 나누는 일상적인 이야기 혹은 따뜻한 격려의 한마디를 직접 듣는 것이 우리 학생들이 진정 그리워했던 것이 아닌지 고민해 보았다. 다시 빠르게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천천히 상기시켜 본다면, 교육현장도 회복을 멈춤 없이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본학력 지도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배움이 느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다림과 꾸준함인 듯 싶다. 이번 호에서 소개된 한서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기본학력 보장 방과후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가 뒤처진 학생들을 내치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좋습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기본학력 지도는 우리 학생들이 목표점수 도달 및 성적 상승 등의 눈앞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보다는, 긍정적인 자아효능감을 찾아가며 꾸준히 학습을 이어가도록 교사들과 학생들이 서로를 기다려주며 멈추지 말고 동행하는 것이 아닌지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해본다.

급히 가지 말되, 멈추지도 말자.
Sin Prisa, pero Sin Pa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