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진, 허승희 명예기자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이하 교육연구정보원)에서 주관하는 2020 서울국제교육포럼이 지난 10월 29 일(목)~30일(금) 이틀에 걸쳐 열렸다. 올해는 『교육의 뉴노멀을 말하다-미래의 학교 변화』란 주제로 국제포럼을 유튜브로 실시간 생중계하였다. 이번 포럼은 1부 ‘비대면 시대의 교육격차: 도전받는 학교’, 2부 ‘공동체의 확장: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기 위한 교육’을 소주제로 하여 진행되었다.
10월 29일(1일차) 14시 30분부터 시작된 포럼에는 국내 교수, 교사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OECD의 국제 교육 기관, 벨기에, 에스토니아, 독일, 일본 등의 다양한 교육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였다. 교육연구정보원 임유원 원장은 “소통과 미래 교육의 방향을 모색할 시간을 갖자.”라는 인사말로 포럼의 시작을 알렸고, 이후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의 환영사와 얀 미슐랭(벨기에 루뱅대 교육철학) 교수의 기조 강연으로 개막식이 진행되었다.
아이들은 학교를 그리워 하고 있는가?’ 기조 강연 >
얀 미슐랭 교수의 기조 강연 주제는 ‘코로나 시대, 아이들은 학교를 그리워하고 있는가?’였다. 얀 미슐랭 교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다수의 아동과 학생들이 학교를 그리워했으며, 이러한 간절함은 소셜 네트워크로 대체할 수 없는 학교 교육의 존재론적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학교의 개념을 기관이나 건물이 아닌, 무엇인가 ‘일어나도록’ 하는 장소라고 설명하며, 학교는 아이들이 각자의 배경과 상관없이 특정한 방식으로 모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했다. 학교는 교육학적인 형태로서 모든 종류의 실습과 기술을 시험해볼 자유 시간을 생성 하는데 교사들은 “한 번 해봐.”, “너도 한 번 해봐.”, “이것도 해봐.”와 같은 표현들을 사용하며 학생이 자유, 가능성, 그리고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고 교육학적인 자유와 평등을 경험하게 만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디지털 원격교육이 어떻게 학교를 교육적인 자유와 평등을 실천하는 공간과 시간으로 재형성하고 혁신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자는 제안으로 기조 강연의 끝을 맺었다. 실시간 온라인 세미나였지만 기조 강연의 자막과 영상 송출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편안한 분위기에서 사회 철학에 기반한 ‘학교’의 의미에 대해 고찰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세션Ⅰ 비대면 시대의 교육격차:
도전받는 학교
1. ‘학교 교육의 역할 고민: 교육격차 해결을 위한 학교의 노력’
(발표자: 서울동원초등학교 교사 배주영)
1) 원격 교육의 문제점
– ‘친구들과 교류는 없어지고 스마트기기에 쓰는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
교육격차 해결을 위한 학교의 노력’ 주제 발표 >
배 교사는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학교의 정서적, 사회적 기능을 더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대면 교육에 서 이루어진 모든 것이 잠재적 교육과정이라고 하였다. 비단 수업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쉬는 시간 활동, 책 읽기, 공공 예절 등이 원격 교육에서는 배제되었지만 학교 대면수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되는 교육활동이라고 보았다. 두 번째 원격 교육의 문제점으로, 원격 학습 매체를 이용하는 학습 환경에서는 비언어적 표현이나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쉽지 않으며, 모든 수업을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야한다는 점에서 피로도가 높다고 하였다. 세 번째로는 학생 개개인마다 다른 학습 환경과 학습력의 차이, 즉각적 피드백의 어려움에 따른 교육격차가 크다는 점을 말했다. 이어서 학생들이 온라인 환경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 이 늘고, 사회성과 운동기능 등이 저하되는 문제점을 우려하였다.
2) 학교 교육의 역할
-“혼자 공부해서 외로웠는데 친구들 얼굴 보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배 교사는 학교 교육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첫째,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학교로서 학생 중심의 교육활동, 동아리 활동, 자치활동 등이 이루어져야 하며, 언어 능력이 발달되는 장으로도 학교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고 하였다. 둘째, 민주시민을 키우는 학교는 서로를 이해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배우는 곳으로서 원격에서도 이러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셋째, 마음을 돌보는 학교는 안정감과 소속감을 얻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곳이다. 이렇듯 학교의 역할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강조했다.
3) 원격 교육 시대에도 학교 교육이 가야 할 길
-“학생이 지금의 반으로 줄어든다면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쏟을 수 있는 피드백과 관심은 두 배보다도 더 커질 것 같아요.”
첫째, 학생에 대한 관심과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생 개인에 대한 관심과 관찰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 는 학급당 학생 수의 적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둘째, 벌어지는 교육 격차는 소규모, 개별화 교육으로 줄여나가 야 하며, 학급 내에서 담임 교사가 학생 개개인에게 좀 더 세밀한 지원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가정과 함께 하는 교육으로 학부모를 교육의 동반자로 삼고 연수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유연하게 운영하는 핵심교육과정을 생각하며 교육과정을 전체적으로 보고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자율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4) 지속가능한 학교 교육을 위한 제안
-‘이제는 내용과 학생에게 좀 더 집중할 시기’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교 교육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배 교사는 다음과 같은 제 언을 했다. 첫째, 교육부와 교육청 차원에서 학급당 학생수 줄이기, 핵심교육과정 중심 운영 및 교육과정의 유연화, 교사의 내적 자발성 증진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 교육 구성원들의 합의에 바탕을 둔 민주적 학교 문화 및 학교 구성원의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교사로서 학생에게 관심을 갖고 상황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교육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는 물음을 던져야한다고 말했다. 배 교사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그동안은 기기 사용, 수업 방식의 기술적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교육의 내용과 학생에게 좀 더 집중 할 시기이며, 원격 교육, 대면 교육 모두 소중한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지원해야 한다며 끝을 맺었다.
2. ‘혁신학교! 배움과 돌봄의 공동체를 꿈꾸다!’
(발표자: 삼정중학교 교사 이돈집)
배움과 돌봄의 공동체를 꿈꾸다!’ 주제 발표 >
이 교사는 먼저 서울형혁신학교인 삼정중학교의 현황을 소개하면서 발표를 시작하였다. 강서구에 위치한 삼정중학교는 학년당 5학급 총 350여명의 소규모 학교로, 2011년부터 서울형혁신학교로 지정되어 현재까지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하나가 되어 끊임없이 학교 목표에 맞춰 발전해 왔다. 서울형혁신학교의 성공적인 진행으로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학교’를 현실화 시켰으며 2019년부터 혁신자치학교로 발전하면서 단순히 포기가 아니라 모두가 성장하는 모습을 비전으로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혁신의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진행한 것은 수업혁신, 자치혁신, 돌봄혁신이라고 소개했다. 수업혁신이란 배움의 공동체 수업으로 협력 속에서 진행되었고, 자치혁신은 전교생의 1/3이 참여할 정도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돌봄 혁신은 정규과정에서 성장하지 못하는 10%의 학생을 대상으로 집중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러한 밑바탕에는 배움의 공동체 수업, 수업 공개, 교사의 의견이 자유롭게 펼쳐지는 교직원 회의의 의결기구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4년에 걸쳐 공간배치, 업무 개편, 학년부 중심의 통폐합과 안착이 이루어졌다고 했다. 그 결과 학생자치, 서로 돌봄, 독서교육, 기본학력 책임지도제 등 공동체 교육이 확산되었고, 내부형 B형 공모교장제를 통해 우리 학교가 원하는 교장선생님을 모시고 ‘학교가 무엇인가?’라는 학교의 본질적인 의미를 논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공동체성을 이루기 위한 학교내 상설 공동체로는 학년부 시스템, 교원학습공동체 직무연수, 안테나 모임(교육복지 통합 지원팀), 그리고 활발한 민주적 시스템을 언급했다. 특히 학교 내에 어떤 사안이 발생할 경우 사안 관련 TF가 꾸려지고, 부장회의를 거쳐 전체 교직원회의에 부치는 과정이 상시화되어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전 과정을 협의해 나가는 것이 학교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교원학습공동체 직무연수는 그 해에 가장 필요한 현실적인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연수로, 기초학력 이해연수, 배움의 공동체 기본철학 연수, 상담능력과 학생 갈등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회복적 생활교육연수, 공개 수업을 위한 수업연구회를 진행했다고 한다.
다음으로 삼정중이 자랑하는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를 기반으로 한 서로 돌봄의 기본 철학을 설명하였다. 실제로 1~2단계에 있는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공부, 진로, 인간관계 등은 매우 어려운 문제들이므로 한 단계씩 올라갈 수 있도록 학교가 선택적인 집중을 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다음으로 설명한 최소량의 법칙은 모든 친구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부진이 나타나더라도 학생마다 원인이 다르므로 거기에 맞는 지원을 해야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아무리 교사가 하고 싶어도 학부모나 학생이 거절하면 더 이상 프로그램을 진행 하지 않고, 스스로 학생이 하려고 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준다고 했다. 이러한 과정들이 바탕이 되어 지역사회 내에 꾸준히 신뢰를 주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아이들의 학습이 가능하기까지 필요한 활동으로 맞춤형 상담과 돌봄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음악치료, 미술치료, 연극치료와 뮤지컬, 심리상담 후 학습 상담으로 연결되는 상담, 특수교육대상자 지원 등 실제적 학습이 어려운 학생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꾸준히 진행되었다.
특히 이 교사는 삼정형 돌봄의 꽃으로 안테나 모임을 소개하였다. 교장, 교감, 진로상담부장, 전문상담교사, 영양 교사, 사서 교사, 보건 교사 등 수업이 없거나 적은 비담임 교사들이 2주에 한 번, 두 시간씩 모여 학교 학생의 사진 대장을 앞에 두고 사례 관리 모임을 진행한다. 이 모임에서는 누가 급식을 먹지 않는지, 어떤 학생이 도서관 에 오는지, 교문에 들어올 때 표정이 좋지 않은 학생은 누구였는지 등을 파악한다. 이러한 안테나 모임의 목적은 상시적인 안전체계를 구축하기 위함인데, 즉 위기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 학교가 안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러 선생님들의 협업을 통한 전면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교직원의 교육복지 역량을 강화시키는 것도 목표로 하였으며, 실제 2016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잘 실행되어 오고 있다고 했다.
교장, 교감 선생님이 전교생의 이름을 다 외우고 있는 학교가 정말 존재할까? 삼정중학교는 전체가 하나의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안테나 모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안테나 모임의 역할은 더 커졌는데, 보건 교사는 안테나 경험을 토대로 학교 전체의 상황을 파악한 후 방역 취약 학생을 지도할 수 있었다. 영양 교사는 학생 개별 교우관계까지 고려하며 급식실 자리를 배정해 급식실에서 안전을 책임질 수 있었으며, 사서 교사는 온라인 독서 동아리를 운영하여 온라인 토론을 주1회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사가 소개 한 안테나 모임 회의록에는 밥을 혼자 먹는 학생은 누구인지, 보건실에 자주 방문하는 학생은 누구인지, 누구와 누가 사이가 안 좋은지 등이 자세히 적혀있어 세밀한 학생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삼정중학교 안테나 모임 회의록 > 
< 삼정중학교 신입생 입학 축하 피켓 사진 >
코로나19 속 원격수업 체제 준비를 위해 온라인 시기 교육의 비전과 철학을 제공하는 온라인 학습 TF와 실제 수업에 필요한 지원과 기기활용법을 안내하는 온라인 학습지원단 두 팀을 구성하여 무리없이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기본학력 책임지도제는 소수가 등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록 온라인 상황에서도 학생들이 주2~3 회 등교하여 진행되었다. 개별 학생에 대한 돌봄과 상담도 강화하여 수업불참 학생은 학교로 올 수 있게 하거나 가정방문을 했다고 한다. 동아리와 자치활동도 온라인 공간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진행했으며, 공개수업과 교원학습공동체 또한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효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삼정중의 이러한 노력의 바탕에는 모 두가 학교의 주인이라는 민주성에 기초하고 있으며,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은 교육의 목적에 맞게 이루어 졌다고 강조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때문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신뢰성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교사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새로운 환경을 희망차게 준비하는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기, 협력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어려운 시기를 같이 이겨낸 동료성 기르기, 교육 격차 문제를 입체적,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교육의 본질에 근거해서 평가하고 해결하기를 제언하며 발표를 끝맺었다. ‘일등도 행복하지만 꼴등도 행복한 학교’라는 신입생 환영회 피켓에 적힌 문구와,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의 ‘정말 행복한 학교, 너무 좋은 선생님’이었다는 말이 진심으로 느껴지게 하는 삼정중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던 발표였다.
3. ‘개인 맞춤형 교육을 통한 교육 격차 해소’
(발표자: 에스토니아 탈린대학 카트린 랙)
카트린 랙은 에스토니아 탈린 대학의 교육학 연구자이자 현직 교사의 관점에서 사회경제적으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 간의 교육격차 해소와 같은 긍정적인 교육 효과를 거둔 교육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에스토니아는 최근 유럽에서 교육 강소국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2018 PISA 결과에 따르면 에스토니아 학생 들의 학업 성취도 수준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 위치나 공립과 사립 학교 간 격차가 크지 않다. 이는 에스토니아의 평생 학습 전략(the Estonian Lifelong Learning Strategies), 역사적 관점, 다수의 교육 개혁 사례로 설명된다. 에스토니아의 교육 시스템 개선 노력은 1991년부터 시작되었다. 1997년에 시험 제도를 개혁했으며 2003년에 는 학생들을 한 해 동안 강제적으로 유급시키는 대신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지원하는 정책이 시행되었다.
< 에스토니아의 교사 카트린 랙의 ‘개인 맞춤형 교육을 통한 교육 격차 해소’ 주제 발표> 
<에스토니아의 교육 정책 설명>
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해마다 한 자리에 모여 학생들의 개별적 발달을 주제로 논의하였고, 새 학기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에 대해 성찰하는 작업을 했다. 카트린 교사는 현재 9학년 학급의 담임 교사로 해마다 진행하는 교육적 논의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하나의 큰 도약은 교사가 될 수 있는 자격 기준으로 석사 학위나 그에 준하는 자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즉 국가적으로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교사가 수준 높은 학습자를 양성할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에스토니아의 평생 학습 전략은 2014년 첫 선을 보였는데 주요 목표는 평생 학습을 위한 공평한 기회를 모든 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무상 교육이라는 것이다. 카트린은 학사, 석사 학위 과정을 이수하면서 등록금을 낼 필요가 없었고, 박사 과정을 이수하며 현재 평균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즉, 어떤 배경을 가진 학생이든 관계없이 누구나 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에 대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자율성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믿음으로, 교육 당국 지도자와 일선 교사에 대한 세부 규정은 줄이고, 아동의 성장을 지원하는 면에서 필요에 따라 교사가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해왔다. 카트린 교사는 에스토니아 교육 정책의 주요 측면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동등한 기회 부여가 교육의 근본 원칙으로, 특히 유아교육에 주의를 기울였다 . 이는 급식, 교과서, 이동 수단, 의료 서비스, 방과후 활동, 심리지원 및 특수한 필요를 가진 학생 대상 지원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둘째, 가족 친화적인 정책을 마련해 부모와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아동에게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태어났을 때 부모는 정상적으로 월급을 받으며 아이는 부모와 함께 집에서 1년 반 정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아이가 3세가 될 때까지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유치원에 보내거나 아이 돌봄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고 또는 집에 머무를 수도 있다. 즉 안전하고 사랑을 많이 나누는 가정환경을 만드는 것, 부모와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아동의 성장 발달 및 교육 기회를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보고 있다.
셋째, 특수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아동 및 학생을 위해 초기에 지원하고 있다.
넷째, 교육 정책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되고 연구 및 증거에 기반해 학습자 중심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반면에, 카트린 교사는 에스토니아가 직면하고 있는 몇 가지 한계점을 제시했는데, 사회의 고령화에 비춰볼 때 15년이라는 기간은 너무 길다는 점, 에스토니아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는지 여부에 따라 발생하는 교육 격차, 교사 인력 부족, 지역 간 격차 등을 언급했다.
카트린 교사는 발표 중간에 에스토니아의 언어학자 야곱후르트의 ‘인구수로 대국이 될 수 없다면 정신적인 측면에서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와 에스토니아의 대통령 레오나르트의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은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했다. 이렇듯 해외 교육 사례 발표에서는 에스토니아의 교육에 대한 가치와 교육을 보는 입장이 어떻게 교육 강소국을 만들었는지를 시사하며 지속 가능한 국가를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교육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성찰해보게 했다.
4. 모두를 위한 교육으로 가기 위한 학교 변화 논의
국내외의 교육 사례 발표 이후, ‘모두를 위한 교육으로 가기 위한 학교 변화 논의’ 라는 주제로 얀 마슐랭 교수, 배주영, 이돈집, 카트린 랙 교사와 서울 교육가족,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시청하는 시청자와 함께 정바울 교수의 사회로 토론이 진행되었다.
Q. 얀 교수님은 코로나19를 지나면서 학교를 재발견하게 되었다고 주장하셨는데, 다른 분들이 생각하기에 아이들이 학교 를 그리워할까요?
‘학생들이 학교를 그리워하는가?’라는 질문에, 배 교사는 상위권 학생은 스스로도 학습 관리를 잘하고 사교육의 도움도 받으면서 원격교육을 더 쉽게 생각하고 학교를 왜 가야하지라는 반응도 있었다고 했다. 이 교사 는 ‘제가 학교를 그렇게 가고 싶어 할 줄 몰랐어요.’라는 반응을 보이는 학생들이 있고, 실제 그 학생들은 등교일 결석률이 매우 낮다고 했다. 이 교사는 교사가 학생을 그리워하고 학생이 학교를 그리워하는 것은 교육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Q. 삼정중학교의 안테나 모임은 코로나 이후 운영이 더 어렵지 않았는지요?
이 교사는 “삼정중학교의 모임은 교사들의 모임이다. 언제든지 모임을 할 수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 오지 않을 때는 논의할 학생들이 적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MBTI 연수, 심리 정서를 위한 키트 보내기 등 코로나19 상황에서 뭘 해야 하는지를 논의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물론 학생들이 등교를 할 때는 실제 학생을 관찰한 내용을 나누니 모임의 내용이 더 깊이가 있어진다. 그래도 계속 2주에 한 번씩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기 때문에 유지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Q. 교육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가치나 접근은 무엇이고, 어떤 지원과 지지가 필요할까요?
배 교사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학생에 대한 관심과 관찰이다. 초등학교는 기본적으로는 학급 담임이 주가 되 는 상황이다. 그래서 적정한 학생 수에 대한 말을 할 수 밖에 없다. 지원은 바로 그런 부분들이 아닐까 싶다. 사실 아이 한 명씩 모두 봐 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원격교육때문에 개별로 관심이 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수업 안에서 피드백을 넘어선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공동체성과 학생을 중심에 놓는 교육에 초점을 맞춰 지원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Q. 2003년에 하버드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클레이튼 교수는 ‘원격 테크놀로지를 도입한 시공간을 초월한 교육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올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 이론이 재조명되고 있는 현실에서 선생님들 의 경험이나 주장을 말씀해주신다면?
배 교사는 “학습 동기를 가진 학생들에게는 테크놀로지가 상호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쌍방향으로 수업을 지속하고 있는데 굉장히 어려운 점이 많다. 쌍방향이라는 것이 진정한 대면을 할 수 있는 쌍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수행하는 과정에서 피드백을 많이 해 주기 어렵다.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면 바로 순회지도하며 피드백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작은 화면 안에서는 불가능하다. 어떻게 테 크놀로지로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도 테크놀로지로 인한 혁신이 되었을지에 대한 의문점이 있다.”고 답했다. 김 교사는 “파괴적 혁신은 이미 일어났다고 본다. 테크놀로지 자체가 긍정 부정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빈부 격차에 상관없이 모두가 결핍된 상태에 놓이면서 공감대가 커졌고, 공동체성이 회복된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미 테크놀로지를 다룰 수 있는 젊은 세대로 교육의 권력이 넘어갔다고 생각한 다. 그래서 기존의 교육과 어떤 연관을 맺으며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Q.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최전선에서 고생하고 계신 선생님들의 어려움이나, 필요한 지원, 바라는 점 등은 무엇 인가요?
김 교사는 “교사라는 위치에서 아이들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다. 마치 영어를 모르는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야하는 상황처럼 느껴졌다. 매체에 더 익숙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힘들었고 실제로 피드백을 일주일에 200~300개씩 해야 되는 교사는 너무 힘들다. 특히 교육과정이 계속 변경되는 것으로 10번 이상 학사 일정을 바꿨던 점 또한 너무 힘들어 보였다. 한편 담임 선생님이 출결 체크를 콜센터 직원처럼 하는데 학생이나 가정과 연결이 되지도 않고, 부정적인 소통이 되었을 경우 계속 찝찝하게 남고 그게 매일 반복되는 점 등이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담임과 비담임 선생님의 차이도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배 교사는 “아이들을 작은 화면으로 볼 때는 파악하기 너무 힘들었는데, 등교수업을 하면서 너무 기뻤다. 아이들을 만나니 소통이 되고, 2/3 등교 상황이 되니 좀 더 자주 만나서 편안해 진 것 같다. 그러나 쌍방향 수업에서조차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아이들도 있는데, 카메라와 마이크를 끄는 것은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너무 당연한 소통이 원격 매 체를 통해서는 너무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그나마 아이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쁜 일이 아닌가 싶다.” 라고 응답했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린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교사들은 불모지를 개척하는 정신으로 적극적인 노력을 해왔다. 그 속에서 발생하는 교육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개개인에 대한 관심과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세션Ⅱ 공동체의 확장: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기 위한 교육
1.교육에서의 인권, 평화, 포용, 비차별 지속을 위한 세계시민교육의 역할
(발표자: 유네스코 교육부문 평화 및 지속가능한 개발부서 본부장 비브케 얀슨)
비브케 얀슨 본부장은 올해 포럼 주제인 “교육에서의 뉴노멀 상상”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말하며 발표를 시작하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교육기회의 상실, 교육격차 등 인류가 경험하는 학습손실로 인해 당장 학습 성취도 감소에서부터 장기적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까지 전세계는 다양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로 인한 파급효과로 식량 및 보건 불안정성, 소녀 및 여성에 대한 폭력, 소득 및 양성 불평등을 야기하는 경제불안정, 인적 자원 개발 지수 감소, 혐오표현으로 인한 인권유린 등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지속적으로 우선순위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교육이 더 나은 회복과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자기통제, 자아인식, 의사소통과 대인관계, 연민, 인지적 공감능력, 공통된 인간성과 문화다양성을 존중하는 연대의식 등의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 세계시민교육의 중점이다. 이는 학생들로 하여금 스트레스상황에 대처하고 일련의 폭력적 사건들에 대한 적응 유연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환경에서 숙고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얀슨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더 나은 방향으로 회복하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인권교육이 중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세계시민교육은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공존을 도모하며, 성차별주의, 인종차별주의, 반유대주의, 외국인 혐오 등 배타적인 관습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하고, 인권을 지키기 위한 교육 방법을 재고하고 제안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구체적이고 세계적인 위협에 직면한 지금, 개인 간 커뮤니티와 사회 내에서 책임감 있 는 참여를 도모하고 공통의 인간적 유대감으로 뭉친 인류에 대한 소속감을 제고함으로써 새로운 세계에서 함께 사는 법을 배워가기를 바란다고 끝맺음 하였다.
2. 2020 우리는 모두 신규교사
– 배움과 나눔이 있는 학교 공동체
(발표자: 영림중학교 교사 전경아)
전 교사는 원격수업이 시작되면서 경력이 얼마이든 온라인 개학 앞에서는 모두 ‘신규교사’였다고 말한다. 처음 접해보는 원격교육 시스템을 이틀 먼저 배운 선생님이 다른 분께 나누고, 그 분이 또 다른 분께 전달하며 똘똘 뭉쳐서 배우고 또 배웠다고 한다.
전 교사가 올 해 정말 힘들었던 부분 중에 하나는 배움과 실행이 동시에 진행된 다는 것으로 오늘 배운 것을 당장 내일 수업에서 실행해야 하는 탓에 쫓기는 심정으로 수업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사회 전체가 충분한 고민과 여유의 시간을 갖지 못하고 점점 더 빨리 변화하 는 이때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면 좋을지에 대해 영림중학교에서는 새로운 것에 도전해볼 수 있는 학교문화와 실수에 책임을 묻기보다 어려움을 함께 나누려는 동료 교사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인 수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며 공을 돌렸다.
전 교사는 영림중학교에서 7월 말 실시한 원격수업 설문조사 결과 중 아래와 같은 내용에서 가장 감동받았다고 한다. 교사들이 교사 개인의 어려움보다 부모님 도움 없이 혼자 공부하는 아이들과 배움이 느린 아이들에 대한 걱정 등 학생들의 어려움을 먼저 헤아리는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 것이다. 아이들은 “평소에는 등교하기 싫어서 투정했던 나였지만, 원격수업을 하다 보니 등교수업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저는 선생님과 같이 직접 눈을 마주하고 수업하는 게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는 교사가 단순한 지식전달자가 아닌 눈빛과 몸짓으로 아이들을 응원하고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배움을 행하게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결론과 함께 학교에 대한 기술 및 장비 지원을 부탁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3. 갈등에서 공동체로: 코로나 시대 독일의 시민 교육 개념
(발표자: 서울독일인학교 교사 다그마 제뵈크 자틀러)
다그마 제뵈크 자틀러 교사는 7월 초까지 독일에서 교사생활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독일 교육제도의 정치적인 배경, 시민교육이 왜 필요한지, 독일학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전반적인 독일시민교육 동향 및 학교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독일은 6세에서 10세의 아동이 Grundschule(초등학교)에서 의무교육을 이수한 후 중등, 최종 교육단계에서 세 가지 학교 유형을 구분한다. Hauptschule는 낮은 수준의 중등학교, Realschule는 중간 수준의 중등학교, Gymnasium은 높은 수준의 중등학교이다. 초등학교 졸업 후 약 40%의 학생들이 Gymnasium을 선택하고 Hauptschule는 낙오자를 위한 학교로 전락했다고 한다. 3부 체제는 독일 사회의 계층 분리를 반영하기 때문에 공동체 형성이 존중받는 민주사회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권리와 인권에 부합하는 교육시스템을 위해 KMK(교육문화장관협의체)는 세 가지 원리를 주장하였다. 학생을 위한 방향성 설정, 토론 중 발생하는 논쟁, 세뇌 혹은 주입의 차단이다. 이러한 선언의 내용에 따르면 시민교육은 민주주의적 감각을 지속적으로 발달시키고 낙오자가 발생하지 않는 지역사회를 조성해야 한다고 한다.
독일은 코로나 이후 원격교육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유는 모든 학생 가정에 최신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과 학부모가 재택근무를 하느라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교사와 학생은 디지털 기술을 직접 경험하며 배워나갔고, 여러 혼란의 상황을 거친 뒤 ‘학교를 위한 디지털 협정’에 따라서 총 50억 유로 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런 지원과 함께 독일 내 교육 방침은 학교를 가능한 만큼 오래 열어두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전반적인 독일교육에서 차별에 맞서는 독일 학교의 방식은 긍정적이다. 사전에 사회적 갈등과 학교 교육의 실패를 방지하고자 노력하며 이를 공동체 건설, 통합, 참여, 그리고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이루어내고자 한다.”고 전하며 발표를 마쳤다.
4. 일본의 학교 교육 사례:
혐오의 문제를 교육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발표자: 일본 히로시마대학 교수 김종성)
일본 히로시마대학 교수 3명이 함께 준비한 내용에 대해서 김종성 교수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현재 일본 사회에는 혐오가 만연해 있으며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에 만연하는 불확실성이 일본인의 관용성을 낮게 만들었고, 이러한 낮은 관용이 편견과 차별을 낳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이러한 혐오가 학교까지 침투했다고 말하며, 이렇게 혐오가 만연하고 있으며 학교와 학생들 역시 혐오의 대상이 되어가는 오늘날, “학교 교육은 코로나19에 의한 혐오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일본의 사례를 들어 답하였다.
사례1은 편견과 차별을 당한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러한 아픔을 다시 생산하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통해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고자 하는 이야기였다. 이는 일본의 반편견·반차별 교육의 전형적인 예로, 편견과 차별을 자신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러한 문제를 낳은 구조 분석은 다루고 있지 않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사례2는 혐오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고 혐오와 혐오행동이 나타나는 원인 탐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편견·차별을 낳은 구조를 분석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해당 문제와 학생들 사이에 거리가 벌어져 편견·차별 문제를 남의 일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두 사례를 종합하여 사례1에서는 캐어링(Caring) 정신을, 사례2에서는 편견·차별을 낳는 구조 분석을 결합하여 하이브리드형 반편견·반차별 교육의 방향성을 고찰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일본교육의 부족한 부분까지 가감없이 보여준 그는 위의 두 사례처럼 도덕과, 사회과 외에도 학교 내의 반편견·반차별 교육은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으며, 학교 밖의 여러 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보다 실제에 가까운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음을 당부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육 실천가들의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5. 미래 학교의 공동체 교육 방향
발표를 듣고 난 후 한국, 독일, 일본의 발표자들이 시청자들의 질의를 듣고 화상으로 실시간 답변을 해주었다.
Q. 분단을 극복한 경험이 있는 독일에서 시민교육을 교육의 중심에 두고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알고 있는데, 독일에서의 격차는 집단 간 차별로 이어지나요? 이에 따른 혐오 표현은 없는지요. 이에 대한 교육적 대응이 궁금합니다.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학생들이 서로 모여서 민주주의에 대해서 배우고, 관련된 방과 후 활동도 학교에서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끼리 서로 토론하고 가치와 윤리에 대해서 배우고 논의하는 시간을 거쳐 교육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학교에는 모든 학생 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모든 클래스와 모든 활동의 기회를 열어놓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학교 내에서 균형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 외에서도 차별과 관련해서 많은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치 등 영역에서 차별 금지를 위해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 야하는지에 관한 것이고 특히 젊은이들이 차별행동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안내해주는 프로젝트들이 많 이 있습니다.
Q. 일본 발표내용 중 정리하기 단계에서 학생들이 생각을 발표하고 공유하게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대치되지 않을까요?
교사들은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스스로 의견을 창출하고 만들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교사에게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를 위해서 논란이 될 만한 의견을 이해하게 할 때 학생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저도 초등학교 교사로서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근본적인 규칙을 만들어서 줄 필요가 있습니다. 즉,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그런 규칙을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 의견을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Q. 반편견·반차별 교육에 대하여 일본 우익의 정치적 공세는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우익 쪽에서의 공격이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 거주 한국인(조선인)에 대한 공격이 있었 습니다. 1920년도부터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던 당시에 일본에 살고 있던 재일교포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에 대해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바퀴벌레” 같은 혐오 표현 이 있었습니다. 오사카에서 일본 거주 한국 인(조선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서 다른 이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사실상 일본 교과 서에서, 특히 사회 교과서에서 많이 다루어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다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에 대 해 일본 교사들은 좀 더 안전한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미나마타병의 경우 하나 의 질환이기 때문에 교사들이 좀 더 편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일본 거주 한국인(조선인)과 같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는 우익 세력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이 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워합니다.
Q. 영림중학교에서 코로나19 이후 학교폭력사태의 발생이나 유형 변화가 있었나요?
아이들 스스로 누군가의 혐오 표현의 피해자가 될까봐 걱정합니다. 누군가에 의해 모습이 캡쳐되어 인터넷에 떠도는 일이 근래에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화면을 켜는 것을 걱정합니다. 그렇다고 화면을 끄게 되면 교사 실재감뿐만 아니라 함께 이루어가는 교육의 실재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화면을 켜서 천장을 가리키거나 손의 모습을 비추어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합니다. 그러면서도 서로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학생에게 보호되고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것은 교사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서 예민하게 생각하고 서로 보호해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Q. 독일 Realschule로 학생들이 쏠리면서 Hauptschule가 황폐화되고 교육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독일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3가지 종류의 학교 중에서 높은 수준의 학교에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정지역에서는 공동체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누구나 그 공동체학교를 갈 수 있습니다. 10학년까지는 서로 같이 배울 수 있는 형태입니다.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 학교 내에서 더 빨리 배우는 학생이 있겠지만 같이 배움으로써 사회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런 공동체학교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어떤 종류의 공동체학교가 최고의 학교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연구가 공동체학교에 대해서 진행되고 있고, 독일의 일부 주에서 공동체학교를 지지하거나 인지적 능력에 따라 분리하는 방식을 지지하는 주가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합니다.
6. 뉴노멀 시대의 학교 거버넌스1의 중요성
안드레아스 슐라이허(OECD 교육국장)는 “지금은 교육에 대해 뒤돌아보고 앞을 내다보는 시점이다. 한국은 앞선 교육시스템을 갖췄고 앞을 내다보고 주변을 둘러보기 좋은 여건을 갖췄다.”라고 말하며 발표를 시작하였다. 세계적으로 상호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협동가, 전체를 지휘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며, 오늘날의 도전과제는 교수활동이 고도화된 전문적 자율성을 가지고 진보적인 지식을 활용 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도록 하는 것이며 그와 동시에 이들을 협력적인 문화로 이끄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를 위해서 는 전문성에 기반을 둔 통제방식이 관료주의적이고 행정주의적인 통제 방식을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단순히 강제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혁신가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수월하고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사가 교육 현장에, 학생이 학습과정에서 오너쉽을 느낄 때 비로소 생산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고도 하였다.
슐라이허가 말한 위와 같은 정책 전환이 가능하려면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교육뿐만 아니라 교육기관, 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신뢰는 결코 법제화되거나 의무화될 수 없다. 이는 오직 건강한 관계와 구조적인 투명성을 통해서만 쌓이고 견고해질 수 있다. 상명하달식의 시스템이 약화될 때, 신뢰를 세우는 것은 현대적 교육시스템을 진보적으로 변모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사회에 만연했던 차별과 혐오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다시 한 번 재조명되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한 국제적이고 다각적인 논의의 활성화를 위해 세계교육과 한국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의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슐라이허가 말하는 세계적인 교육의 방향과 한국의 혁신교육의 큰 방향성이 일치하며 교사의 전문적 주체성, 교수활동의 자율성이 혁신교육을 가능케 하는 방향성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현장에서 느끼기에 속도가 느리더라도 방향성은 학교의 자율성을 증대하는 행정, 학교를 지원하는 행정, 뺄셈 행정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코로나 상황에서 교육에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공동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절박한 인식을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으며 학교 교육에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