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2021 겨울호(245호)

[AI/SW 활용 수업사례]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도전과 작은 변화

안샛별 (독산고등학교, 교사)

우리는 코로나19로 강제 소환된 미래를 급하게 맞이하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삶 그리고 학교 현장은 참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점심시간이나 실시간 쌍방향 수업 중 가끔 볼 수 있는 학생들의 마스크 벗은 모습이 낯설 정도이다. 많은 것이 새롭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우리는 학교 현장에서 ‘방역과 배움’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제를 모두 지켜 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교실 안에서도 학생중심, 활동 중심의 수업이 조심스러워지고, 기존의 수업을 일부 바꿔 나가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가보지 않은 길을 새롭게 가보는 과정 속에서 학생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고, 배움과 성장을 조력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학습을 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시대의 변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고민한다. 2020년, 전 국민 AI·SW 교육 확산 방안이 발표되었고, 교육청에서도 소프트웨어(SW) 교육, 인공지능(AI) 교육 활성화를 위해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다. 초연결, 초지능을 특징으로 하는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모두 정보 교과의 핵심인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는 기존의 노동이나 자본 등의 생산요소보다 소프트웨어(SW)와 인공지능(AI) 기반 지식과 기술이 중요해지고, 경제·사회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는 사회를 말한다.

소프트웨어(SW) 및 인공지능(AI) 교육의 필요성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이슈들이 떠오르는가?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 멀리만 있는 줄 알았던 인공지능이 우리 세상 속에 참 가까이에 있음을 확인한 때다. 하지만 알파고 쇼크가 무색하게도, 1년 후 개발된 여러 종목에 적용 가능한 범용 ‘알파 제로’에 규칙을 입력하고 강화 학습을 시킨 결과 하루 만에 지난 버전의 알파고들을 압승했다. 엄청난 발전이다. 그리고 지금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은 가전제품, 스마트폰, 모든 산업 분야에서 우리 삶에 이미 깊숙하게 파고들어 있으며,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 인간보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면이 있는 인공지능과 우리가 협업하고 공존하는 사회를 준비해 가야 한다. 그렇다면 교사인 우리는 왜 이렇게 빠른 변화를 다 따라가야만 하는 걸까? 우리는 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을 공부해야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우리가 사명감을 가지고 만날 학생들이 디지털, 무선 인터넷, 컴퓨터 등으로 구축된 기본 인프라 위에 무궁무진한 데이터,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인공지능 윤리, 정보문화소양, 디지털 의사소통 등 문화를 누리며 새로운 생활 양식을 갖춘 산업, 경제, 정치 체제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인프라 위에서 새로운 생활 양식에 적응하고, 그 세상을 설계하는 역할을 하게 될 우리의 학생들이미래 사회를 이해하고 건강한 시민, 건강한 직업인으로 살아가려면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에 대한 소양과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출처: 김현철, 정보적 사고에서 인공지능까지(한빛 아카데미)>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PWC에 따르면,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응용하는 일자리는 지속해서 창출되나, 소프트웨어 역량 준비가 미흡할 경우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30년에 인공지능에 의해 전 세계 경제 규모는 크게 증가하지만, 자동화로 인해 사라질 위기의 일자리가 무려 30%, 교육 준비가 낮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비율이 44%라고 한다. 따라서 모두를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개발자로 길러내기 위해 정보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모든 학생들이 올바른 정보 교육을 통해 디지털 리터러시를 기르기 위함이다. 학생들이 모든 직업에서 필요로 하게 될 소프트웨어 세상을 이해하고, 소프트웨어를 융합한 문제 해결 역량을 최대한 함양할 수 있도록 학교가 사회적 자아실현에 디딤돌이 되어 주어야 하기에 소프트웨어 교육 및 인공지능 교육의 내실화가 필요하다.

<출처: (SPRi)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모든 아이를 위한 보편적 정보 교육 확대 방안>
<출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2021>

학교 현장에서의 목소리 – 연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의 어려움

정부는 2019년 12월 국가 전략을 발표하고, 2020년 11월에는 교육 분야 종합 방안을 담은 ‘AI시대 교육정책 방향과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학교 현장에서는 인공지능 교육 관련 정책들이 크게 와닿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 소프트웨어 교육 및 인공지능 교육은 지역 간, 학교 간, 교사 간 격차가 큰 영역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근무하고 있는 지역교육청의 상황만 살펴보아도, 정보 교육 관련 인프라가 많지 않다.

교육의 3요소는 ‘학생’, ‘교사’ 그리고 무엇을 왜,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사회적 최소 요구사항인 ‘교육과정’이다. 이처럼 교육과정은 중요하다. 따라서 필수화된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컴퓨팅 사고력을 함양하고 내실화 있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보 교과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중학교에서는 정보 교과 시수의 부족으로, 연속적인 배움이 이루어지지 않고 순회지도 등의 열악한 환경으로 수업의 질을 높이기 쉽지 않다. 또한 고등학교에서는 정보 교과 편제 미비에 따라 정보 선택과목 개설 여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고, 꿈을 꾸며 사회적 자아실현을 준비해야 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배움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21학년도 대입에서 수시 모집 인원과 정시 모집인원의 비율은 약 3:1로 수시의 비중이 압도적이며,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전형유형별 모집인원을 보면 학생부 종합의 비중이 가장 크다. 따라서 정보 관련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관련 교과목을 이수한 경험과 그로 인한 성장의 차이가 대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체계적이고 연속성 있는 수업의 확보를 통해 한 교사가 한 학교를 장기적인 교육적 안목으로 바라보며 학생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 수업 설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환경이 차차 갖추어져 학생들이 살아갈 이 시대에 필요한 핵심역량인 컴퓨팅 사고력과 데이터 리터러시 등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환경 개선’과 ‘수업 개선’의 두 축으로 한 나의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학생들에게 친근하고 안전한 컴퓨터실이 될 수 있도록 환경 개선이 필요했다. 그리고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대상 학교로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AI) 교육환경 및 경험과 인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했다. 중학교에서도 정보 시수 부족으로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하기 어려웠기에 정보 수업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1학년에만 정보 교과가 편성되어 시수도 충분하지 않고 배움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아 이에 대한 보완의 필요성을 느꼈다.

환경 개선을 위한 도전

작년에 정보교육실을 구축한 학교를 탐방하며 공간 구축의 방향을 설정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머무르고 싶은 교실, 안전한 교실, 함께하는 교실, 공부하는 교실, 창의성이 발현되는 교실을 공간 구축의 방향으로 삼았다.

기존 컴퓨터실을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학생들의 활동 공간을 더 만들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학생들의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공식적인 채널 구축을 계획했으나, 업체 사정과 방학 중 진행되는 등의 이유로 실행하지 못한 점이 또한 아쉽다.

수업 개선을 위한 도전

1. 학생들의 인식과 학습 정도 파악하기

중학교의 정보 시수가 충분하지 않기에, 고등학교 정보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위한 선행되는 학습 요소들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다. 따라서 정규 교과시간에는 학생들의 정보 교과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난이도를 다소 낮추어 활동을 진행하고자 계획했다. 그리고 동아리, 방과후학교, 캠프 참가 등을 통해 지속적인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시도하였다.

<컴퓨터실 설계>
<컴퓨터실 완공>

2. 교육과정 재구성하기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수업의 난이도를 조절하였다. 그리고 인공지능 윤리 및 정보문화 소양 함양을 위해 지식의 전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했다. 또한 프로그래밍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학생들이 많아 난이도를 조절하여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과 친해질 수 있도록 활동들을 구성해 보았다. 굵은 글씨로 표기한 부분들은 정보교과 성취기준과 연계 가능한 인공지능 관련 학습 내용들이다.

3. 다양한 경험 제공하기

다음 장의 표는 2020년 독산고등학교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 결과 보고서의 일부이다. 더 공부하기를 희망하는 관심 있는 학생들의 수요를 반영하여 연속적인 비교과 활동을 제공하였다.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끼리 모여 자기주도적 학습이나 심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하였다. 예를 들어, 코딩에 대한 두려움과 진입장벽을 낮춰,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좋은 EV3로 프로그래밍에 다가가 보았다. 가장 먼저, ‘레고 EV3로 알아가는 프로그래밍 기초’ 캠프 2개 분반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다양한 센서와 프로그래밍을 활용하여 로봇을 제어해보았다. 그리고 온라인으로 진행된 10개 학교의 ‘온라인 학교 연합 챌린지 미션 로봇 캠프’에 참여하여 도전적인 과제를 해결해보면서 자신의 실력을 확인해 보았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성취감을 느꼈고, 타 학교 학생들과 온라인이지만 함께 한다는 점이 신기하고 재밌었다고 한다. 그리고 캠프 직전 코로나19 확산세로 취소되긴 했지만 인근 지역의 고등학교와 ‘연합 로봇캠프’를 준비하여 배움을 나누고자 하였다.

<온라인 학교연합 챌린지 미션 로봇 캠프>

인공지능 및 데이터 분석 등으로 확장 학습이 가능한 파이썬에 대해 온라인 코딩파티 미션 참여 및 Python 프로그래밍 캠프를 통해 다양한 실습의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파이썬 기초 문법을 바탕으로 사고력을 키우는 ‘공공데이터분석 with 파이썬’ 2개 분반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데이터에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며 분석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더 배워보고 싶다는 학생들의 요구가 있어 다소 심화된 내용으로 인공지능 기초 캠프를 통해 인공지능의 이론을 좀 더 학습해 보았다. 일부 학생들은 캠프를 통해 진로를 보다 깊이 있게 탐색하고 꿈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문계 고등학교의 떼어낼 수 없는 관심사인 입시를 고려하여 SW교육의 중요성을 환기했으며, 2020년 메이커 괴짜 축제 준비 및 스마트 건물 IoT 캠프, 과학심화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진행하였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을 위한 특강>

되돌아보기

정보교육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학교였지만, 공교육 내에서 학생들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조금은 낯설고 도전적인 시도를 계속하였다. 그 결과 시대적 필요와 학생들의 요구 그리고 학교 구성원들의 도움으로 2020년 소프트웨어(SW)교육 선도학교, 2021년 인공지능(AI) 교육 선도학교를 운영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였고, 학생들의 진로 설계에도 기여하였는데, 특히 경험이 부족하여 이공계열 진학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던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현재 지역 사회 내 인근 학교와 연합 캠프 및 대회 운영을 예정 및 기획하고 있다.

구청의 환경개선 사업과 AI 교육 선도학교, 신나는 AI 교실 등을 통해 컴퓨터실을 안전하고 학생 중심의 환경 친화적인 실습실로 리모델링하였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인 시수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인공지능 기초’ 과목을 추가 편성하였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교육 내실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 선도학교 운영 교사로서 많은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수업에 대한 고민과 사례를 나누며 한국과학창의재단, 교육청 등에서 연수 강의 및 원고 집필 등의 기회를 얻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훌륭하신 선후배 선생님들께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