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운영사례2018 여름호 (231호)

BETC. 최고가 되고 싶은 영어 선생님들이 모였어요

이석영 구암중학교 수석교사

 

1. 교원학습공동체의 시작

가끔씩은 어떻게 되리라는 생각이나 목표가 없이 무작정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가 있다. 그것이 나중에 나에게 얼마나 크고 소중한 의미가 될 지 전혀 알지 못하는 채 말이다. 오늘 소개하는 교원학습공동체 BETC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여기 여섯 명의 영어 선생님이 있다. 그냥 선생님인 것이 좋고, 더 잘 가르치고 싶고, 아니, 학생들의 배움을 더욱 더 적극적으로 돕고자 하는 열심을 가진 여섯 명의 영어 선생님들이다.

“그냥 우리 일단 정기적으로 만나요.”

왼쪽부터 이지현(월촌중학교), 최연희(언북중학교),
최희진(용인 백현중학교), 나은진(석관고등학교),
정경아(창일중학교)

2016년 우리는 그냥 그렇게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국문화원 추수 연수에서 만난 4명의 선생님들이 모임 이름도 없이 시작했다. 그냥 지속적으로 만나서 서로의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좋았던 수업방법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어려움이 있을 때는 집단지성의 힘으로 함께 해결책을 생각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것으로 사소하게 시작된 모임이었다. 그렇게 1년 정도 활동을 하다가 2017년이 되면서 서울시 진로직업교육과에서 진로중심 수업동아리를 공모한다는 공문을 보게 되었다.

우리는 회원을 재정비하고 우리 모임의 이름(BETC, Best English Teachers’ Club)도 만들고 2017년의 연구 주제도 정하면서 정식으로 학습공동체를 시작하였다. 학습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공유하거나 산출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하여 인터넷 카페(http://cafe.naver.com/happybetc)도 만들고 공동의 주제를 함께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가끔씩은 어떻게 되리라는 생각이나 목표가 없이 무작정 뭔가를 시작할 때가 있다. 그것이 나중에 나에게 얼마나 크고 소중한 의미가 될지 전혀 알지 못하는 채 말이다. 오늘 소개하는 교원학습공동체 BETC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2. 진로중심 교원 수업동아리 조직 및 연구 주제 선정

2017년 동아리 활동을 계획하면서 우리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1년 동안 공동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까 함께 고민했다. 미리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2017년 우리 6명의 회원들은 3학년 수업을 담당하는 영어과 수석교사 1인, 영어 전공 진로진학상담교사 1인, 중학교 3학년 영어 담당 교사 4인으로, 공교롭게도 중학교 교사들은 모두 3학년을 지도하였고, 영어과 교육과정을 잘 알고 3학년 진학지도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고등학교 진로진학 상담교사도 있어서 진로교육을 주제로 잡기에 너무나 완벽한 조건이었다.

영어 교과의 특성상 다양한 이야기를 수업 시간에 다룰 수 있으므로, 진로교육이 영어 수업과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적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이야기를 활용하는 수업 활동을 개발하기가 용이했다. 또한 학생 각자에게 유의미한 활동 중심의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미래 역량인 4C(Critical thinking, Collaboration, communication, creativity)를 함양하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주제가 될 것으로 의기가 투합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최종 결정한 주제는 ‘스토리가 있는 진로 연계 4C 함양 활동 중심 영어 수업’이었다.

주제를 정한 후에 우리는 효과적인 수업 자료 개발을 위해 진로교육의 목표를 찾아보고 중학교 단계에 적절한 활동의 범주가 어떤 것인지 확인하였다. 확인을 거친 후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방침을 정하였다.

 

3. 학생 활동 중심 수업 자료의 개발

주제가 정해진 후에는 우리는 두 개의 트랙으로 연구를 했다. 진로교육 부분은 진로 진학 상담교사인 나은진 선생님의 가이드로, 영어 활동 중심 수업자료는 중학교 선생님들이 수업에 적용해 보면서 함께 공동 개발하는 것으로 하였다. 개발하는 자료집은 진로교육의 성취기준을 분석하여 다음과 같이 크게 4개의 소주제를 정하였다.

이렇게 소주제를 정한 후에 우리는 정기적인 모임과 연구를 위해 매월 3번째 주 토요일 또는 일요일에 동아리 학습 세미나를 가졌다. 우리 모두가 사는 지역이 너무 다르고, 심지어 경기도 선생님도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주말에 강남역의 한 스터디카페에서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전문성 신장을 위한 공부 및 활동과 자료 개발을 했다. 또한, 자료와 정보를 인터넷 카페에 공유하며 개발한 자료를 수합, 정리하였다. 또한 개발한 자료는 각자 수업에 적용하고, 피드백을 공유하였다. 피드백을 반영하여 자료를 수정 보완하여 자료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

최종적으로 개발한 자료집은 우리의 1년 동안 공동연구의 소중한 결실이었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학생들이 직접 유의미한 활동을 하면서 그 활동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말 그대로 열정과 노력의 결실이었다. 자료집에는 다음과 같은 자료를 담았다.



4. 학습공동체의 성공 비결

서로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함께 공부한지 벌써 햇수로 3년째이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흔들림 없이 공동체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열정이 있다.

처음에 모일 때부터 함께 공부하고 싶은 열정이 있는 선생님들이 주축이 되어 모임을 시작하였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부 회원들이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함께 공부하고 싶은 열정이 많은 선생님들이 회원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임이 가능하다.

둘째, 혼자서 공부할 수 있을 때, 함께는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어떤 조직이든 일방적일 때는 지속적인 관계가 어렵다. 그런 면에서 우리 공동체 회원들은 각자가 자신이 있는 학교와 상황 속에서도 끊임없이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는 선생님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했을 때도 자신이 공부했던 것, 개발하고 사용했던 자료들, 들었던 연수나 강연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자료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유익한 모임이 된다.

셋째, 실천하고 적용하면서 더 발전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 공동체의 회원들은 모임에서 배우고 알게 된 방법들과 앱 등을 자신의 수업이나 자료를 만드는데 활용해서 배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도록 반드시 적용해 보는 습관이 있다. 그 다음 모임에 와서 사용해 본 경험을 나누기도 하고, 사용상의 어려웠던 점은 또 다시 물으면서 방법을 자기화해 간다.

넷째, 지속적으로 함께 하는 과업이 있다.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것도 생활하다 보면 그리 긴 간격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우리 공동체는 함께 읽을 원서와 문법서를 정한 후 일주일 단위로 읽고 공부한 것을 보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 물론 매주 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지라도 지속적인 전문성 유지 측면에서는 매우 실용적이고 효과적이다. 우리 공동체에서 2017년 한 해 동안 읽은 책은 A Thousand Splendid Suns, Eat Pray Love, Flipped, The Freedom Writers Diary외에도 문법서 등 적지 않은 책을 지속적으로 읽었다.

다섯째, 목적이 아니라 인간관계이다.

우리 공동체가 함께 하면서 많은 공부를 하며 공동 과제를 수행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어준다는 점이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가지게 되는 사적인, 공적인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그것에 대해 서로 공감해주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하는 등 우리 회원들은 모든 것을 뛰어넘는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런 인간적인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공동체 활동을 하다 보니 긴 시간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했다.

5. 학습공동체는 진화한다

학습공동체는 교육전문가인 선생님들이 자발성과 자율성을 기초로 상호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다. 그러한 목적과 의의를 실천하면서 우리 공동체는 발전해왔고, 올해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새로운 교육과정 적용과 관계된 자료와 방법들을 공유하면서, 역량과 인성을 영어 수업 속에서 자연스럽게 포함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시도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 안에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서로가 지켜봐주고 격려해주고 있다. 이제는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조금은 더 자신감 있게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는 서로를 확인하면서 우리는 올해도 또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