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18 봄호 (230호)

아빠ㆍ엄마와 함께하는 행복한 책읽기

진성숙 서울은곡유치원 원장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책을 좋아하고, 책을 가까이 하며, 책읽기를 즐기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자녀들은 가정에서 책 혹은 신문을 읽는 아빠 엄마의 모습보다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보고 있는 부모들의 모습을 쉽게 접하게 된다. 이에 우리 유치원에서는 2015년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책을 읽고 경험을 공유하며 자녀를 바람직하게 키우고자 하는 엄마들의 모임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바로 ‘책사랑방 동아리’이다. 우리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15명 정도가 자발적으로 회원이 되어 유치원에 정기적으로 모여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하고 서로의 생각과 경험담을 나누는 가운데 유능한 엄마로 성장해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몇몇은 자녀가 유치원을 졸업한 이후에까지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빠와 함께 하는 ‘올빼미 그림책 축제’

엄마들의 책읽기 모임에 이어 우리 유치원에서 아빠를 대상으로 하는 책읽기 활동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그런 의견이 단초가 되어 2017년 10월 20일(금) 저녁 7시, 서울은곡유치원 강당에 30여쌍의 아빠와 자녀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엄마들이 모였다. 이름하여 “올빼미 그림책 축제”에 참석한 것이다.

자녀의 손을 잡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유치원에 들어선 아빠들은 강당에서 진행된 동화구연 전문가의 강의를 들으며 점점 활동에 빠져들어 갔다. 동화를 어떻게 읽어주는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40여 분간의 연수를 마치고, 아빠들은 6그룹으로 자녀와 함께 유치원에서 제공한 6권의 동화를 그룹 당 한 권 씩 선택한후, 나누어 자녀와 함께 활동을 시작했다.

그룹별로 고른 동화책 한 권을 갖고 내용을 읽어본 후, 서로의 역할을 정하고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를 들으면서 책 속의 인물이나 장면들을 형광색지에 그리고 오려서 막대인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모든 팀들이 강당에 모여 발표 순서를 정하고, 한 그룹씩 나와서 발표했다.

어두워진 강당 단상 바닥에 놓인 블랙 라이트의 불빛에 의존하며, 한 아빠는 책을 읽어주고, 다른 아빠들은 자녀와 함께 책 속의 내용에 따라 막대인형들을 움직여 주었다. 발표 시간은 그룹당 5분! 어둠 속 형광 막대인형들이 그 소중한 이야기들을 다 담아내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그저 짧고 아쉬울 뿐이었다.

모든 그룹의 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즐거운 신체활동 시간. 어둠 속에서 야광 팔찌를 흔들며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하고, 아빠는 아이를 업어주거나 목마를 태워주기도 하였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활동 소감을 기록하며 돌아서는 아빠와 아이들은 올 때와는 달리 환하게 미소 띤 모습들이었다.

엄마들의 책 읽기와 도서실 활동 도우미

우리 유치원 3층에는 도서실이 있다. 이곳은 교실 외에 유아들이 좋아하는 또 다른 공간이다.
다양한 그림책과 넓고 쾌적하여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도록 준비된 공간이 유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인기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유아들은 친구들과 함께 편안하게 책을 읽고 매주 스스로 책을 골라서 빌려가기도 한다. 책사랑방 동아리와 봉사활동 동아리 학부모 중 일부가 선생님을 도와서 유아들에게 도서를 대여·정리해주고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이 활동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또래 유아들이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좋은 그림책은 무엇인지 알게 되고, 나아가 책보기에서 책읽기로 자연스럽게 발전해가는 유아들의 발달에 대해 구체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어 매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책사랑방 동아리 학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유치원 일과가 끝난 후 유치원에서 지원해준 버스를 이용하여 인근에 있는 판교어린이도서관을 다녀오기도 하였다. 자녀들과 함께 도서관을 다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게 하려는 의도로 계획된 것이다.

작년 연말에는 유치원 인근에 구립못골 한옥 어린이도서관이 개관되었다. 만 5세 반 유아들은 유치원 졸업 전에 반 별로 새로 개관한 기와집 어린이 도서관을 방문하여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가정과 유치원에서 책읽기를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포함시키다보니 주말이면 부모님과 인근 도서관에 다녀왔다는 유아들도 점점 늘어나고, 도서관에서의 공공예절도 잘 지킨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와 교육의 효과를 새삼 느끼곤 한다.
책사랑방 동아리 학부모들은 2주에 한 번씩 모임을 가지며 함께 읽을 책을 협의· 선정하고, 그 책의 내용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개인의 독서사례 등을 이야기했다. 주로 자녀 교육에 대한 도서를 원하는 엄마들의 성향에 맞게 2017학년도 책 사랑방 학부모들은 존 가트맨·최성애 박사의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과 박혜원 소장의 ‘내 아이 고집 이기는 대화법’을 선정하였고, 우리 유치원에서는 이를 구입·제공하였다. 이 책 외에도 좋은 도서들을 서로 소개하며 돌려 읽기도 하고, 신문기사나 원장과의 자녀교육 관련 강의 및 상담 등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며 학부모들은 ‘나’를 찾고 좋은 엄마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이고 있다.

2018학년도를 기다리며……

2018학년도에는 학부모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전문가를 초빙하여 몇 차례의 동화 구연 연수를 실시함으로써 학부모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녀들과 함께 즐겁게 그림책을 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또한 희망 학부모들은 우리 유치원의 도서실에서 유아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더불어 작년에 처음 실시한 ‘올빼미 그림책 축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계획·준비·진행함으로써 아빠들에게 책과 함께하는 적극적인 자녀교육 기회를 제공해 주고자 한다.
우리 아이들은 아빠, 엄마와 책을 읽고 책 속의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책을 평생 친구로 여기는 어른이 될 것이다. 이렇게 아빠·엄마와 함께하는 행복한 책읽기는 2018학년도에도 변함없이 은곡마을 한 쪽에서 작지만 소박하게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