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1 가을호(244호)

[원격]교실 안에 원격수업이 활짝!

정효선(서울선유초등학교, 수석교사)

우리는 매일 학교에 갑니다

2021년 4월 5일, 본교는 전면 등교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작년처럼 코로나19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싶지 않아서 전 교사가 함께 방학 때부터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새로 바뀐 플랫폼에 적응하며 3월을 보내던 중 우리 학교는 4월부터 전면 등교수업1 실시가 결정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걱정되고 조심스러웠지만, 학교는 점차 활기를 되찾았고 아이들의 밝은 모습은 지친 마음에 힘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마스크 착용, 체온 측정, 손 소독,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덕분에 이 모든 것들에 익숙해졌고,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으로 전면 원격수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본교의 등교수업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었습니다. 시작은 학생 수가 많지 않아서 가능했지만, 철저한 방역 대책을 수립하고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한마음으로 노력한 덕분에 안전하게 전면 등교 수업을 유지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전면 등교수업의 아쉬움을 채워줄 보물찾기

학교는 작년부터 원활한 원격수업 운영을 위해 패드, 웹캠, 마이크, 헤드폰, 노트북, 무선 인터넷망 설치, 스마트 교실 구축 등을 꾸준히 준비하였습니다. 한때는 품절 사태로 인해 담당 부장님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구해주신 귀한 기기도 현재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낯설고 힘들었던 원격수업에 많은 도움을 준 고마운 존재들이지만, 전면 등교수업이 시작된 후 점차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특별실 사용을 자제하고, 거리 두기를 지키며 수업을 진행하려니 피해야 하는 것도, 주의할 점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학교를 가득 채운 학생들의 존재만으로도 감사하고 힘이 솟았지만, 예전처럼 자유롭게 진행할 수 없는 수업 때문에 지치고 힘든 순간이 생겼습니다. 원격수업을 할 때는 교실에서 학생들을 직접 만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는데, 만족스러운 수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은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마스크를 쓴 학생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수업 중에 발표 활동이 쉽지 않았고, 방역 수칙을 지키려니 다양한 학생활동 중심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교사가 주도적으로 설명하며 이끌어가는 주입식 수업은 더욱 어려웠습니다. 교사는 지치고 학생들은 지루함에 생기를 잃어가기 때문이죠.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잠자고 있는 원격수업 기기 깨우기’

전면 등교수업이 실시되니 이제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기기들, 실시간 비대면 수업이 아니라서 사용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수업 방법들. 전면 등교수업의 어려움은 덜어주고 아쉬움을 채워줄 보물찾기가 필요했습니다.

교실 안으로 원격수업 초대하기

특별실 수업이 가능해지면서 ‘스마트 교실’ 에서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돌봄교실 증설로 교과 교실을 내어주고, 올해 새로 구축된 스마트 교실을 배정받은 것입니다. 3학년과 6학년 국어 수업을 지도하는데, 교실을 이름처럼 스마트하게 사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수업 중에 학생들의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고, 독서 골든벨이나 토론도 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진행해야 하는 모둠 수업은 늘 조심스러웠고, 방역 수칙을 지키려니 토의·토론 수업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수업들을 꼭 하고 싶었고, 해야만 했습니다. 전산 실무사의 도움을 받아 학생용 노트북을 준비하고 원격수업에서 사용했던 다양한 방법을 교실에서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공간에 모여 있지만, 학생들은 안내받은 사이트에 개별적으로 접속하여 수업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실시간으로 접속하는 친구들 이름을 확인하면서 조금 늦은 친구들을 서로 챙겨주었고, 워드 클라우드로 구현되는 답변을 큰 화면으로 확인하면서 즐거워했습니다.

독서 수업 중에 읽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보고, 그 질문들을 활용해서 온라인으로 독서퀴즈 문제를 풀었습니다. 미리 설정한 문제 풀이 시간이 다 되어가면, ‘나는 기다려주고 싶지만, 컴퓨터가 허락하지 않는다.’는 제 말에 ‘컴퓨터야 제발 기다려줘!’를 외치며 친구들에게 큰 웃음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원격수업 시 사용했던 방법들을 스마트교실에서 이용함으로써 학생들은 ‘따로 또 같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사이트를 활용해서 독서 토론 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친구들의 생각을 모니터에서 보면서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로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마스크 뒤로 목소리를 감추고 발표를 피하던 학생들도 자신 있게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정말 뿌듯할 때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수업 방법은 다른 선생님들께도 연수와 체험 기회를 통해 안내되었고, 더 많은 선생님이 원격수업 기기를 활용한 수업 방법을 대면 수업에서도 다양하게 적용하려고 노력하셨습니다. 프로젝트 수업을 계획해서 친구들과 함께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자료 조사 활동을 하고, 미리캔버스에서 카드 뉴스와 PPT 자료를 만들어 발표하는 활동도 교실 안에서 모두 가능했습니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영상 만들기를 통해 공익 광고와 북 트레일러도 만들어서 발표하며 함께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은 공존할 수 없는 별개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이 전면 등교수업을 하면서도 적절한 시점에 원격수업에서 사용했던 수업 방법을 적용하면 아쉽고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채울 수 있었습니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로 인해 시도하기 어려웠던 모둠 활동이나 토의·토론 수업도 안전하고 즐겁게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잠자고 있는 원격수업 기기와 다양한 방법들은 등교수업을 좀더 즐겁고 활기차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학생 독서동아리, 온라인과 오프라인 넘나들기

작년에는 자꾸 미뤄지는 개학과 등교를 기다리다가 학생 독서동아리를 구성하지 못했습니다.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에 올해는 꼭 제대로 독서동아리를 운영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3월 초에 바로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희망자를 모집했습니다. 5학년 학생 8명과 함께 3월 말부터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수요일 방과후에 실시하는 동아리 모임 외에 온라인으로도 언제든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물론 매주 대면으로 독서동아리 모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혹시라도 등교수업이 불가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무엇보다 좀 더 깊이 있게 동아리 활동을 이어 가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은 동아리 첫 모임에서 ‘사고(思考)뭉치 독서동아리’라는 이름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먼저 8명의 동아리 학생들이 일 년 동안 읽을 다양한 책을 서로 소개하고 공유하기 위해 ‘온라인 서재’를 만들었습니다. 패들렛으로 만든 ‘온라인 서재’를 통해서 학생들은 자신이 틈틈이 읽은 책들을 책 표지와 간단한 줄거리, 소감 등으로 소개하고, 다른 친구들의 서재에 댓글을 달아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아니라, 또래 친구가 직접 읽고 소개하는 책이기 때문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찾아서 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온라인 서재’ 활동은 특정 시기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바른 독서 습관을 길러주고 꾸준한 독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도교사인 저도 종종 확인하면서 새로운 글이 올라오면 댓글로 칭찬과 질문 등을 꾸준히 남기고 있습니다.
동아리 학생들과 새 책을 함께 읽을 때는 일주일 전부터 미리 읽을 책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터넷 서점이나 출판사 누리집 등에서 책 소개의 글이나 작가 인터뷰, 카드 뉴스, 북 트레일러 등을 찾아보면서 어떤 내용의 책일지 미리 짐작해보게 했습니다. 이 과정 또한 패들렛에 모두 기록해서 친구들과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또 함께 책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온라인 독서일지’도 작성했습니다. 각 장을 읽어 가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을 찾아보고, 질문도 만들고, 읽은 느낌을 나타낼 수 있는 그림이나 사진, 음악도 찾아보고, 함께 해보고 싶은 독서 활동 아이디어도 제시하면서 두 달에 걸쳐 한 권의 책에 대한 온라인 독서일지를 완성했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에는 나만의 책 만들기, 독서 토론 외에도 학생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책에서 뽑은 좋은 글귀 등을 넣어서 ‘포토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노트북을 준비하고 자신의 그림 파일을 포토 카드 제작 사이트에 올려 편집 과정을 거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고(思考)뭉치 독서동아리’ 학생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수업을 마치면 한 명도 빠짐없이 모여 함께 책도 읽고 다양한 독서 활동을 해왔습니다. 지난 5월, 학생들은 하필이면 공휴일이 수요일에 많이 겹치는 것을 너무 아쉬워했고, 전면 원격수업이 실시된 후로는 비대면으로 동아리 모임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름방학 때도 꼭 계속해야 한다.’는 요청 때문에 방학 중에는 수요일 저녁 8시에 비대면으로 동아리 모임을 하기로 계획했습니다.
독서동아리 학생들은 학급 인원수보다 훨씬 적어서 그나마 다양한 독서 전·중·후 활동을 교실에서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독서에 대한 학생들의 끈기와 열정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준 것은 바로 ‘온라인 독서 활동’과의 접목이었습니다. 매주 만나서 활동하면서도 온라인 활동 또한 꾸준히 이어 가고, 다양한 독서 활동을 직접 경험한 것이 학생들의 열정을 계속 뜨겁게 달구는 불씨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 열기는 본교를 넘어서 멀리까지 퍼져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학교에서 담임, 교과전담, 동아리 활동을 통해 5학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마음을 모아 여름방학 동안 ‘온라인 독서 캠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비록 학교도 다르고 아직 얼굴조차 본 적이 없지만, ‘온라인 독서 캠프’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읽고 싶은 책을 선생님들을 통해 미리 추천했습니다. 그리고 패들렛에 올려진 각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추천 도서 중에서 독서 캠프에서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기 위해 직접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선정된 두 권의 책은 독서노트와 함께 각 학교로 미리 배송했습니다. 캠프 시작 일주일 전부터는 매일 아침 9시에 실시간 비대면으로 함께 만나 30분 동안 책을 읽고 간단한 소감을 나누는 시간도 갖기로 했습니다. 사흘동안 실시되는 온라인 독서캠프에서는 ‘질문이 있는 서울형 토론’을 적용하여 함께 질문을 만들어서 읽은 내용을 확인하고, 모둠 토론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비록 처음 시도하는 활동이라 희망하는 모든 학생을 다 참여시키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지만, 이 작은 첫 발자국이 우리 모두를 더 넓고 멋진 세상으로 이끌어 주리라 확신합니다.

교실 안에 원격수업이 활짝 피었습니다.

지난 한 학기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해 1년 반 이상 힘들게 노력하고 배우면서 익힌 온라인 수업 방법들은 전면 등교수업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원격수업이라서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원격수업이어서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었고, 올해는 ‘등교수업에서는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등교수업임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원격수업은 학생들이 교실 밖에 있을 때만 적용되는 수업이 아니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때문에 2학기부터 실시할 전면 등교수업이 어떻게 진행 될지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면 등교수업이 이루어진다면 선생님들께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동안 선생님들의 원격수업을 도와준 기기들과 수업 방법들을 부디 모른 척하지 말아 주세요.
학생들이 돌아온 교실 안에 원격수업이 함께 활짝 피어나기를, 더불어 우리 학생들과 선생님의 웃음꽃도 만개하기를 바랍니다.

  1. 소규모학교(초 300명 이하, 300명 초과 400명 이하이면서 학급당 평균 학생 수 25명 이하인 학교는 학교 자율 결정 (2021.2. 지침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