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1 여름호 (243호)

탄소중립을 위한 환경교육의 숲을 꿈꾸다

신경준(숭문중학교, 교사)

I. 들어가며

지구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떻게 환경교육을 해야 할까? 먼저 아이들에게는 깨끗한 공기, 물 그리고 흙을 만질 기회를 주어야 환경감수성이 형성된다. 독일에서는 자연에서의 경험이 많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아동이 수학능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학교 밖 도보여행을 통한 외부 놀이와 생물다양성 보호를 교육적으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핀란드의 그린액션 프로그램>

핀란드 투르크(Turku) 응용과학대학의 David Yoken 교수는 2017년 그린액션1 프로젝트 발족 시 “자연을 돌보지 않고,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미래에 그들이 살 곳은 없을 것”이라며 “대대로 그 땅에 전해져온 전통과 지식 및 언론이 그린액션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이며, 어린이들이 기후 위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Ⅱ. 숭문중학교 환경교육 활동

숭문중학교에서는 꽃피는 봄이 되면, 학생들이 학교 숲에서 꽃과 나무를 관찰한다. 그리고 그 기록을 네이처링 애플리케이션에 남겨 학교 숲 지도를 만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2학년들은 학교 숲 생물종 카드를 만들어 1학년 후배들에게 학습 내용을 공유한다. ‘나의 지구를 지켜줘’라는 온라인 게임으로 학교 숲 탐험과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의 환경감수성은 전반적으로 높아진다. 그중 한 팀은 마을의 제비집을 관찰한 뒤 제비집을 달아주는 활동을 했고, 다른 팀은 학교 숲에 사는 생물들을 캐릭터 디자인으로 완성하기도 했다. 환경에 관심이 높아진 아이들은 동아리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그중 ‘숲 속의 오케스트라’ 팀은 근처 노고산에 올라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고, 실제로 그 소리를 자연의 악기로 연주하는 버스킹을 학교 안팎에서 펼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학생들은 맑은 날에 태양광 자동차를 만들어 학교 교정에서 경주를 한다. 축제 날에는 태양열 조리기로 고구마를 구워 먹는다. 또한 자신의 방을 제로 에너지하우스로 개선한 모형을 만들어 건축전시회도 열고 있다. 융합교실에서는 500W 태양광발전으로 전기의 일부를 생산한다. 모든 교실엔 IoT 설비 스위치도 설치되어 있다.
우리는 학교 전력사용량을 모니터링한 숭문절전소를 3년 동안 학교 게시판에 기록했다. 그 결과 2011년부터 3년간 총 27%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만큼 전기를 줄일 수 있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꼈다. 학생들은 탄소라벨을 교실의 전자 제품에 부착하고 에너지 절약을 실천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지구촌 전등 끄기 서울 행사를 어스아워 코리아 팀과 함께 진행했다. 숭문중학교와 환경교사모임 청소년들 공동의 환경 프로젝트는 당시 CNN이나 AP통신에도 소개될 만큼 영향력이 있었다. 이후 세계자연기금(WWF) 한국사무소가 개설되었고, 그즈음 서울에선 매년 지구촌 전등 끄기 행사가 정책으로 반영되었다. 숭문중학교는 매년 지구촌 전등 끄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더 나아가 각자의 집에서 안 쓰는 전등을 끄고 플러그를 뽑기 시작했다. 에너지 절약 노래도 직접 만들어 마을행사에서 캠페인을 펼친 결과, 서울마포 염리동에서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으로 확장되어 주민들의 참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구촌 전등 끄기 서울 캠페인>

우리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환경교실에 미세 먼지 프리존을 완성했다. 아침마다 물걸레 청소를 하고 실내의 팬으로 강제 환기를 하며 실내정화식물 40여 그루를 가꾸고 있다. 또 교실 안팎의 두 곳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하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측정값을 공개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지구시민으로서 나무 심기, 쓰레기 재활 용, 물 절약하기, 전기 플러그 빼 놓기, 부채와 선풍기 사용, 냉난방 온도 1도 낮추기, 태양광발전 설치, 대중교통 이용을 실천하기로 약속했다.

나는 2년 전 여름, 친구가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태국 꼬창 섬의 왓클롱손 초등학교에 강의를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트래시 히어로(Trash Hero) 팀을 만났다. 트래시 히어로는 태국의 환경단체로 전국에서 약 8만 명이 매주 수요일에 플로깅을 한다. ‘플로깅(plogging)’이란 스웨덴어 플로카업(plokka upp, 줍다)과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운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이다. 그들이 플로깅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이 돌고 돌아 우리에게 도착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날은 트래시 히어로가 되어 커다란 봉투를 어깨에 메고 해변에서 아름다운 달리기를 했다.
태국 정부는 미세플라스틱, 캡씰2,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을 지난해 금지했고, 올해는 비닐봉지, 스티로폼, 플라스틱 컵과 빨대 사용도 금지했다. 한국인은 1년에 130㎏ 이상의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세계 평균이 50㎏ 정도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거의 세 배에 가깝다. 서구권에서 많이 쓴다는 미국도 93㎏ 정도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숭문중학교 학생들과 플라스틱 히어로(Plastic Hero)팀을 만들어 학교에서 플로깅을 시작했고 광화문광장에서 캠페인도 펼쳤다. 지난해 숭문중학교 학생들은 페트병 생수 소비도 줄였다. 229명의 학생들이 일주일 동안 페트병 생수를 줄인 결과, 평소 페트병 생수를 이용하지 않던 137명은 지속적으로 페트병 생수를 소비하지 않았다. 평소에 페트병 생수를 마셨던 92명의 학생들의 경우 319.75ℓ를 절약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절약한 금액은 동아프리카 식수 지원 사업에 후원했으며, 이 노력은 기특하게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해마다 플라스틱 없는 하루를 주제로 축제도 열고 있다. 학생들은 교내 기후행동 캠페인에 직접 참여하며 교사들의 참여도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환경교사모임, 국가기후환경회의와 함께 2020년 ‘맑은 공기 새로고침’의 노 플라스틱(No Plastic) 챌린지를 환경과목 수업에서 공동으로 진행했다. 서울보건환경연구원과는 환경과 우리의 건강을 위해 ‘코로나19, 알면 이길 수 있다!’라는 주제로 개학과 동시에 온라인 공동수업을 진행했고, 약 12,600여 명이 참여했다.

Ⅲ. 세계의 환경교육 사례

세계의 환경교육을 살펴보면 핀란드, 미국 캘리포니아주 그리고 호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환경과 과학’군을 필수로 교육하고 있고, 핀란드에선 1~10학년까지 환경과목을 9단위로 교육한다. 프랑스에선 2015년부터 모든 중·고등학교의 학급에 환경부장 제도를 도입하고 전국 학생위원회 활동으로 확장되었다. 전국 학생위원회에서는 학교에서 실천해야 할 환경교육의 8대 원칙을 제안했고, 이것은 교육부 정책으로 반영하여 실행하고 있다. 캐나다에선 2016 년부터 탄소중립 학교를 만들기 시작하여 2030년까지 학교 온실가스 80% 감축에 도전하고 있다.
2015년에 UN이 발표한 지속가능발전 17가지 목표 중에는 기후행동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2018 년 스웨덴 청소년 그레타 툰베리로부터 시작된 기후행동, 2019년 한국의 청소년기후소송단 역시 환경교육권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세계 청소년들의 기후행동으로부터 세계 교육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영국 노스오브타인 지역에서는 모든 국· 공립학교에 기후 변화 교사를 한 명씩 배치하여 환경교육을 필수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탈리아도 작년 하반기부터 모든 초·중·고에서 주당 1시간씩 기후 변화 교육을 필수로 도입했다. 그리고 캄보디아, 콩고민주공화국도 환경교육을 필수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기후환경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언하고 행복경제 개념인 환경과 웰빙경제를 채택했으며, 국제사회의 시급한 행동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헌법 1조는 기후행동으로 수정되어 하원을 통과하였고, 4월부터는 2시간 30분 이내로 철도가 연결된 곳은 국내선 항공권 발권도 금지되었다. 한국도 2050년 탄소중립에 이어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올해 미국 뉴저지주에서는 K-12 교육과정에 기후와 환경이 필수로 반영되었다. 생물종 보호, 자원 재활용, 기후 위기,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사용, 그린에너지 경제, 기후 위기 리더십이 전과목에 반영된 것이다. 뉴질랜드에도 기후환경 과목이 개설되었다.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환경문제를 학습자가 환경, 사회·문화, 정치·경제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으려면, 제대로 된 환경교육이 꼭 필요하다. 기후 위기, 환경재난 시대를 맞이하여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미래 한국에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지만, 비용을 부담하라면 기피하는 것이 인류가 향유하고 있는 공기, 물, 흙과 같은 공공재이다. 공공재는 사회에 상당히 유용한 것들임에도 기꺼이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지만 지구는 자손 대대로 물려줘야 할 삶의 터전이다. 아직 지구의 회복력이 남아있는 산, 강, 바다를 아끼고 사랑해야 할 서울교육가족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 얼마나 흙길을 걸어 봤는지요? 그리고 그 길에서 어떤 꽃, 나무, 동물들을 만났을까요?

  1. 어린이들이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예술교육 프로젝트
  2. 병뚜껑을 감싸고 있는 비닐 포장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