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교육2021 겨울호(245호)

[혼합 수업] 등교-원격 병행 수업
상황에서 뉴쌤(newSSEM)을 활용한
혼합 수업 실천하기

이민규 (오산고등학교, 교사)

미래교육을 위한 변화의 파도를 타자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수업 방식이 등교-원격 병행 상황으로 전환되면서, 학교 현장에 던져진 최대의 화두이자 도전 과제가 바로 ‘수업’과 ‘평가’를 바꾸는 문제였습니다. 교육부의 발표를 기다리면서 임시방편식의 대책에만 매달리다 보니 수업이 무너지게 될 뿐만 아니라, 학생 평가도 정상적으로 치러낼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을 처음 맞닥뜨렸던 시기에는 방역 지침을 따르면서 잠시 기다리다 보면 다시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될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학교 교육의 현장에서도 변화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러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수업과 평가를 바꾸는 것에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수업과 평가를 왜 바꿔야 하나요?

사실 그동안 이런 말을 한두 번 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수업 혁신과 평가 방식의 변화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모인 교과 협의회에서조차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있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의 폭풍 속을 지나고 있는 지금도 수업과 평가를 왜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있어서 가슴 한켠이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업과 평가에 대한 진정한 동력을 얻기 위해서 우리는 ‘왜’에 대해 분명한 해답을 찾고, ‘어떻게’를 통해 미래교육을 위해 수업과 평가를 바꾸는 변화의 파도를 탈 필요가 있기 때문에, 수업과 평가를 혁신하는 힘을 모으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지속하게 되었습니다.

미래교육을 위해 수업과 평가를 바꾸는 변화의 파도를 탈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세계 여러 나라들이 미래교육을 준비하는 방식을 비교해 볼 기회가 생겼고, 혁신적인 수업과 평가 형태를 시도하고 있는 ‘미네르바스쿨’, ‘칸 아카데미’, ‘에꼴 42’ 등의 사례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결정하는 것은 교사가 할 수 없지만, 학교 수업의 현장에서는 교과 전문성을 가진 담당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수업과 평가를 혁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천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꾸준히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텍스트로 활용하는 수업과 평가

수업과 평가의 변화를 촉구하는 흐름의 기저에는 ‘미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과 이에 따른 새로운 인재상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 사회는 인공지능 기술과 네트워크의 혁신 등으로 인해 급변하고 있는데 학교 현장에서는 수년 전의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교과서에 국한하여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답습한다면, 이는 미래 인재를 길러내기에 적합한 방식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업 시간에 다루는 텍스트의 범위를 교과서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텍스트로 활용하는 방안을 통해 수업과 평가를 디자인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다루는 텍스트의 범위를 교과서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텍스트로 활용한 수업과 평가를 디자인해야

그러던 중에 이러한 간절한 바람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마침 교육부에서 ‘온라인 콘텐츠 활용 교과서 선도학교’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선도학교로 선정되어 2개 학년을 운영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를 연간 160대씩 총 320대를 지원받게 된 것이었습니다.

<오산고등학교 ‘온라인 콘텐츠 활용 혼합 교육’ 안내 자료 이미지>

원격수업 상황에서 온라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등교수업 상황에서도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여 온라인 콘텐츠와 온라인 수업 도구(에듀테크)를 활용한 다양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수업 내용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분석하고 처리하면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수업을 설계하고, 이를 과정 중심 평가로 연계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디지털 도서관을 활용한 ‘한 학기 한 권 읽기’

우선 온라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수업에 가장 어울리는 교과가 무엇인지, 단원과 교육과정 성취기준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꼼꼼히 검토하고 분석했는데, 고등학교 1학년 국어의 1학기와 2학기에 각각 한 단원씩 구성되어 있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단원이 온라인 콘텐츠 기반 수업을 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과 평가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함께 읽을 책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상황 이전에는 학생들에게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개인적으로 책을 구입하게 한 다음에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실시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영역별 추천도서 목록을 참고하면서 자신이 읽을 책을 준비해 왔지만, 일부 학생들의 경우에는 여러 이유(비용 부담, 관심 부족, 진로 방향 미설정 등)로 인해 책을 준비해 오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곤란한 적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부의 방역 지침이 강화되면서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던 중에 디지털 도서관을 활용하는 방법을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위기는 곧 새로운 기회로 이어졌습니다. 서울특별시청에 소재한 ‘서울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도서관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방문이 어려운 이용자들을 위해 ‘비대면 자격 확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였고, 학생들이 회원 가입을 한 후에 비대면 자격 확인 절차를 거치게 되면 온라인 회원증을 바로 발급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서울도서관 홈페이지 화면 / 비대면 자격 확인 절차와 방법 안내>

이러한 방식으로 국어 수업을 듣는 전체 학생들에게 온라인 회원증을 발급받도록 안내한 후에 구독형 전자책으로 제공되는 주제 도서를 빌릴 수 있게 하였습니다.1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용 주제 도서를 전자책으로 빌리는 방식으로 했을 때 가장 좋은 점은 수업 시간에 모든 학생들이 주제 도서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과 학생들이 자신의 스마트 기기로 언제 어디서든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궁극적으로 독서를 생활화하는 평생 독자를 길러내는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1학기에는 모든 학생들이 환경 문제를 다룬 고전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을 함께 읽고 다양한 독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고, 2학기에는 1학기의 주제 도서와 연계하여 기후 변화 위기, 신재생 에너지 활용, 디지털 기술의 혁신, 사회적 불평등 문제 등 우리 사회의 주요 쟁점들을 다룬 책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지식과 정보를 선택적으로 심화·확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신을 둘러싼 구체적인 삶의 장면과 책의 내용을 연결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발표, 토의, 토론, 비평문 쓰기, 카드 뉴스 제작하기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아울러 학생들이 책에서 얻은 지식과 정보를 융합하는 경험을 통해 경제·사회·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않고,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룬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실제적인 지식과 역량, 시민 의식을 갖추도록 지도하였습니다.

<서울도서관에서 주제 도서를 대출하고 전자책을 읽는 과정>

뉴쌤(newSSEM)을 활용한 수업과 평가의 실천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독서 활동을 원활하게 관리하고 평가로 연계하기 위해 학생들의 학습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이 필요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학습관리시스템인 구글 클래스룸(Google Classroom)과 MS 팀즈(MS Teams) 플랫폼 중에서 선택하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플랫폼들은 처음부터 우리나라의 교실 수업 상황에 맞게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용상의 불편한 점이 있었고,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에서 공공형 플랫폼인 ‘뉴쌤(newSSEM)’을 개발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를 학습관리시스템(LMS)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뉴쌤(newSSEM)을 활용한 ‘한 학기 한 권 읽기’ 혼합 수업과 과정중심 평가 장면>

새롭게 도입된 ‘뉴쌤(newSSEM)’이 학교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계속 보완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완성형 플랫폼은 아니었지만, ‘수업 관리’ 메뉴를 통해 학생들에게 원격-등교 병행 수업 상황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관련한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를 안내하고, ‘게시판’이나 ‘설문’, 그리고 ‘과제’ 개설 기능을 통해 수업 중에 실시한 학생들의 활동들을 쉽고 빠르게 누적·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뉴쌤(newSSEM)은 플랫폼 안에서 출결 관리 및 실시간 화상 수업 진행이 모두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학생들이 수업과 관련하여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정도를 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이 유용했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들은 온라인 수업 도구를 활용하여 보완하기도 했는데, 학습 자료를 공유하는 게시판을 직관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는 패들렛(Padlet)과 비대면 모둠(협업) 활동을 실시간으로 진행할 수 있는 알로(Allo)2를 QR 코드나 링크로 연결하여 주제 도서와 관련한 다양한 사진 및 이미지, 온라인 매체 기사 자료, 영상 자료 등의 학습 자료를 공유하거나 모둠 활동을 실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알로(Allo)를 활용하여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진행한 화면>

‘수업’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 해결하고 나니, 수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평가’에 대한 고민이 남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게 되었지만, ‘평가’를 공정하게 치러내기 위해 등교수업 상황에서만 평가를 실시하다 보니, 등교수업 기간에 각종 수행 평가가 몰리게 되어 평가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이 되었고, 제대로 된 평가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원격수업이 자리를 잡고 스마트 기기가 많이 보급되었는데도 여전히 종이로 된 시험지에 답안을 작성하는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는 점에 대한 문제의식도 생겨서 답답한 마음이 점점 커졌습니다.

<패들렛(Padlet)을 활용하여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진행한 화면>

온라인상에서 평가를 공정하게 치를 수 없을까?

그래서 이러한 의문을 갖게 되었고, ‘한 학기 한 권 읽기’ 과정중심 평가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원격수업 상황에서는 학생들이 종이 대신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여 책을 읽고,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온라인상에서 찾으면서 독서 일지를 작성하도록 한 다음, 등교수업 상황에서는 원격수업 상황에서 읽은 책 내용을 바탕으로 읽기 전-중-후 활동에 대한 답안을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평가 관리의 측면에서 공정성을 확보하는 문제는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원격수업 상황에서 평가를 실시할 수 없어서 등교수업 중에 힘들게 수행평가를 실시했지만, 실시간 화상 접속을 유지한 상태에서 온라인 시험지에 답안을 입력하도록 하는 방식을 공정하게 운영한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고, 에듀테크도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고 있으므로 머지않아 학교평가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등교수업이 확대된 2학기에는 학생들이 ‘한 학기 한 권 읽기’에 대한 경험을 이미 갖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수업과 평가의 장면을 좀 더 정교화하고자 했고, 학생들이 교실에서 개인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여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에 참여하면서, 총 3단계의 흐름으로 진행되는 과정중심 평가를 유기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모두 뉴쌤(newSSEM) 플랫폼의 ‘과제’ 탭을 통해 제출하게 하고, 학생들이 제출한 활동지가 플랫폼 안에서 누적 관리되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단순히 자료를 누적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들이 과정중심 평가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지난 차시에 제출한 활동지 파일을 열어서 교사가 제공한 피드백을 확인하고,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이어지는 활동에 발전적으로 참여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작은 실천이 다양하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확장되기를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는 환경에 맞게 기존의 수업 내용이나 방법을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온라인 수업 도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수업 및 평가를 개선하는 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학교 현장에서 수업 및 평가의 개선을 위해 한 마음으로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이러한 과정이 선순환되어 여러 선생님들의 발전적인 아이디어가 모이고 공유될 수 있다면 ‘서울교육’이 역량 있는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기반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원격수업 지원 플랫폼인 뉴쌤(newSSEM)을 학습관리시스템(LMS)으로 활용하여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디지털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대출해서 함께 읽고, 패들렛(Padlet), 알로(Allo) 등 다양한 온라인 수업 도구를 활용하여 혼합 수업과 과정중심 평가를 실시한 수업 사례가 현재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여러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더욱 다양하고 의미 있는 경험과 아이디어로 확장되어 공유되기를 희망합니다.

  1.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을 전자책으로 대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관련하여 주제 도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전자책이 있는 지를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경우에는 매 차시 꾸준히 작성하는 독서 일지를 공유 파일로 제작해서 학생들이 필요에 따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실시간 비대면 협업 도구인 알로(Allo)는 모둠 활동에 최적화 되어 있을 뿐 아니라 화상 수업 도구와 채팅 기능도 지원하고 있어서 온라인, 오프라인의 구분 없이 상황에 맞게 다양한 모둠 활동을 설계할 수 있어서 유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