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Vol.223.여름호

[활동사례1]대성리교육원에서 싹튼
끈끈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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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승혜 / 서울이문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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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맡은 학생자치교육 업무. 더구나 학생자치교육 활성화에 발맞추어 우리 학 교는 올해 최근 몇 년간 간 적 없는 임원수련회를 간단다. 오랜만에 가게 된 임원수련회인 만큼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과 알찬 교육을 해줄 수 있는 곳을 간절히 찾고 싶었다.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우리 학교에서 찾은 최선의 답은 무엇보다 따뜻한 교육적 마인드를 갖춘 선생님들이 있는 서울특별시학생교육원이었다. 우리의 이러한 마음이 전해졌는지 감사하게도 대성리교육원 임원교육 이용 승인이 통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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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가면 흔히 겪는 멀미 문제. 3학년부터 가는 거라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40여 분의 짧은 거리였기에 감사하게도 아무 사고 없이 교육원에 도 착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조금 벗어난 곳인데도 공기가 맑게 느껴졌다. 이렇게 멀 지 않은 곳에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푸르른 자연을 접하며 교육을 할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미리 나온 수련지도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입소식 준비를 하러 갔다. 교사들도 숙소에 짐을 풀고 기다렸더니 입소식 준비가 다 되었다는 안내가 나왔다. 입소식도 학생 주관이었다. 여자 전교부회장은 원래부터 목소리가 우렁차고 야무져서 걱정이 안 되었는데 역시 기대만큼 똑똑히 눈치껏 잘 진행하였다. 내심 걱정했던 남자 전교부회장의 애국가, 교가 지휘도 깜짝 놀랄만큼 괜찮아서 뒤를 보았더니 선생님이 거울모드로 함께 지휘를 해주고 있었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짧은 준비시간에 비해 생각보다 똑부러지게 스스로 진행하는 아이 들에 대견함이 묻어났다. 선생님들이 큰 소리 내지 않고도, 단 한 번의 참견 없이도 이렇게 질서가 잘 잡히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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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자유시간, 그것은 수련회를 가는 아이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다. 저녁 식사 시간 전에 가진 대성리교육원에서의 자율 체육 시간은 말 그대로 자율이었다. 굳이 나와서 운동을 하고 싶지 않은 학생들은 숙소에서 담소를 나누어도 된다. 교육원에 오기 전에는 미리 그 시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가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었는데 막상 와 보니 아이들을 불러 모아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멀티장에서 자유롭게 친구들과 축구, 농구 등을 하면서 이미 아이들은 낯선 선후배를 떠나 벌써 친구가 되어 있었다. 미리 공을 빌려가고 반납하는 방법도 자세 히 안내해주어 인솔교사도 마음 편하게 사제동행하여 함께 하나가 되어 운동을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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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_02_1_17  대성리교육원에는 리더십 강의, 뉴스포츠 활동, 오리엔티어링, 역할 산행, 자전거 하이킹, 클라이밍 등 여러 가지 선택프로그램이 있었다. 첫날 프로그램으로 어떤 것 을 선택할까 고민했는데 서로 잘 모르는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분위기 조성 및 문제 해결 활동’이 좋을 것 같다고 추천받았다. 학년별로 그룹을 나누어 활동하였는데 그룹별 수준에 맞도록 활동 구성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모두 리더십 및 협동과 관련된 게임 활동들이었는데 활동마다 발문이 예술이었다. “보스가 아닌 리더가 되어라.” 친구들을 통치하고 독점하려는 보스가 아닌 그들을 이끌어주고 도와주는 리더가 되도록 활동 요령을 아이들에게 코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게임 활동을 하며 주 의하여야 할 점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함께 놀이 하는 아이들이 마음 상하지 않도록 배려해주었고, 무엇보다 다치지 않도록 안전교육을 철저히 실시하고 활동을 시작하는 점이 참 든든했다. 또 한 이 활동이 리더의 역량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하나하나 이야기하는 모습을 통해 활동보다 준비와 정리 발문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아, 나도 활동 하나하나 할 때마다 저렇게 세심하게 발문해야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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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리교육원은 취침지도를 학교 선생님이 해야 한다.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이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중 제일 잘한 것은 방 배정. 처음 방 배정을 하면서 고민이 있었다. 동학년 위주 로 방을 쓰게 할 것인가, 학년을 고루 섞을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었다. 혹시나 고학 년 학생들로 인해 저학년 학생들이 기를 못 펼까 하는 걱정이었다. 약간의 우려가 있었지만 아이들을 믿어보기로 하였다. 친한 학생들끼리 방을 같이 쓰게 하기보다 이번 기회에 선후배 간에 친해지게 해보자는 취지로 3∼6학년 학생들을 골고루 섞어 방 배정을 하였다.
감사하게도 우려했던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 이상의 효과가 있었다. 사실 3학년 임원들은 어린감이 있었다. 대부분의 3학년 학생들에게는 난생 처 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외부에서 숙박하는 경험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순회를 돌 때는 아이들이 잘 잔다고만 생각했는데 3학년 여학생 몇 명이 새벽에 깨 서 엄마를 찾으며 울었단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6학년을 중심으로 같은 방 언니들 이 잘 달래서 바로 재웠단다. 중간에 잠이 깨서 동생들을 재우는 것이 나름 언짢은 경험이었을 텐데 소감문을 읽어보니 동생들을 잘 다독여 재운 것에 스스로에게 매 우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형제자매가 없는 경우가 많은 요즘 아이들에게 배려심 을 배우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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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프로그램 모두 리더십 및 협동심 훈련에 좋은 프로그램들인 것은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발달 단계상 가장 잘 맞거나 조금 하기 어려운 프로그램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3∼6학년 임원들이 섞여 있는데 어떤 프로그램을 선택해야 할까. 발달 단계가 다른 학생들을 모아 놓다 보니 프로그램 선택도 고민이 되었다. 고맙게도 선생님들이 다년간의 노하우로 반응도 좋고, 학생들 발달 단계에 맞는 프로그램을 추천해 주셨다. 우리는 이튿날 활동으로 고학년은 뉴스포츠 활동, 중학년은 오리엔티어링을 하기로 계획하였다.
그런데 우리가 간 1박 2일 동안 비는 안 왔지만 이튿날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어 실외 프로그램을 할 수 없었다.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없는 이러한 기상상황도 교육원에서 꼼꼼히 챙겨주었다.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실내에서 진행할 수 있는 2 순위도 생각해둔다면 협의 시간을 줄이고 더 알차게 시간을 쓸 수 있다.
날씨 관계로 실외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어려워도 대성리교육원에는 좋은 대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협의 끝에 우리 아이들이 해 보지 않은 프로그램인 ‘카프라’로 오전 일정을 변경하였다. 어떤 프로그램을 선택하여도 만족할 수 있는 대성리교육원. 정말 고마운 곳이다.
선생님이 제일 먼저 카프라의 기본 사용법을 잘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쌓는 방법 에 대한 용어를 배우고, 간단한 쌓기 요령부터 학습했다. 역시 기초부터 철저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탐색을 끝내면 쓰러지지 않게 잘 쌓을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어느 정도 기초 쌓기를 하면 다음부터는 모두가 협심해야 해결할 수 있는 미션이 주어졌다. 모든 미션이 끝나면 정리 방법까지 꼼꼼하게 알려주었다. 정리도 협동하여 할 수 있는 요령을 세심하게 교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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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식과 마찬가지로 학생들 주관의 퇴소식을 마치고, 교육원에서의 마지막 식 사를 했다. 처음엔 머릿수건을 쓰기 쑥스러워 했던 승범이도 어느새 익숙하게 복장 을 갖췄다. 앉을 자리를 안내하는 수완이도 이제는 제법 여유 있고 부드러웠다. 지 도사들이 옆에서 조금씩 도와주기는 하지만 스스로 꾸려가는 급식 지도는 한결 부드럽고,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세심한 부분까지 우리는 학생 자치 활동 을 몸에 익히고, 1박 2일의 짧지만 알찬 임원수련교육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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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팅에 이제 교육원에서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금세 감사하다는 학 부모님들의 댓글이 주루룩 올라왔다. 그동안 학생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간간히 올렸는데 ‘활동하는 아이들 표정이 참 밝아 안심이 되었다, 정말 감사하다.’는 내용의 댓글들이었다. 새삼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학생들을 아들, 딸로 부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아들, 딸처럼 아껴주시는 친절한 선생님들께 아이들이 세차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깨끗한 시설에서 적절한 자유시간과 의미 있는 활동들을 하며 익힌 협동과 배려, 리더십이라는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우리는 학교를 향해 출발했다.
아이들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수련지도사들이 있어서 우리 서울교육의 앞날은 밝다. 진심어린 교육을 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함을 느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