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016 봄호 (222호)

행복한 학교를
꿈꾸는 학교업무
정상화의 첫걸음

강신진 / 서울응봉초등학교 교감

2015학년도 2학기, 본교에서는 몇 가지 새로운 모습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먼저, 학교에서 열리는 회의 모습이 바뀌었다. 학교장은 1인 상석이 아닌 부장교사들과 마주 보는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회의는 지시 전달을 위한 것이 아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과정으로 바뀌었다. 또, 매주 실시하던 훈화방송과 직원회의는 격주로 줄었다. 이러한 새로운 모습들은 소소한 변화이지만 민주적인 학교 풍토를 만들고 교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업무정상화를 위한 반향점이 되었다.
새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학교장의 비전 제시로부터 시작되었다. 학교장이 제시한 비전은 교사들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작은 실천과 그로 인한 변화들은 학교업무정상화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관심과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학교의 구성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이해관계가 얽힌 구성원들 간의 미묘한 갈등들이 하나씩 풀어졌고, 이는 곧 학교업무정상화를 향한 출발점이 되었다.
그리고 기존 업무분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짚어 보고 구성원 간의 다양한 의사소통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학교업무정상화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찾기 시작하였다.


가. 1인 1담당 업무분장 체제
본교는 54학급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그러하듯 업무를 교사의 수에 따라 분할하여 나누었더니, 각 업무의 경·중이 달라 힘든 업무는 기피하고, 업무 배정으로 인한 구성원 간의 갈등이 있었다.

나. 특수부장 및 학년부장의 업무 과중
교무행정업무 전담교사 두 명으로 업무 전반을 전담하여 처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또, 각 업무의 계원이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거나 휴가를 가는 등의 공백이 생기면 이를 대신해야 하는 부장의 업무가 과중되었다.

다. 각종 행사 및 목적성 사업 추진으로 인한 업무 증가
학교교육계획 수립 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주요 업무 계획에 의거하여 새로운 행사들을 추진하면서도 기존의 행사 중 불필요한 것을 없애지 않아 행사가 더 많아지게 되었고 교사들의 업무 또한 많아졌다. 서울특별시 교육감상이나 교육장상을 받기 위해 많은 행사를 추진하였고, 학교평가를 위한 행사도 적지 않았다.

라. 비효율적 부서 조직·운영으로 인한 업무 효율성 저하
2015학년도 업무분장에서 ‘교육과정복지부’는 교육과정과 교육복지사업의 업무연관성이 적음에도 통합·운영되고 있었다. ‘수업연구부’는 ‘교육과정복지부’와 중복 업무가 많았으며, 문예체방과후부는 업무 편중 현상으로 담당부장의 업무부담이 가중되어 업무 효율성이 저하되었다.

몇 년째 개선되지 않는 업무분장표에는 교사 1인 1업무를 맞추기 위해 관행처럼 일괄적인 업무분장을 편성하고 있었다. 최근 몇 년간의 업무분장표를 살펴보면, 없어지거나 축소되는 업무는 없이 점점 더 늘어만 갔다. 많은 교사들이 ① 학교의 각종 실적을 올리기 위하여, ② 학교평가를 잘 받기 위하여, ③ 교육청의 특별 중점사항 실천을 위하여 등의 이유로 추가되는 업무를 추진해야 했다. 이들은 정작 수업준비나 학급 경영에 몰두할 시간이 부족해 자신이 교사로서의 전문성이 결여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회의감을 갖게 하기도 했다.


위의 문제들은 비단 본교의 문제만이 아닌 대다수 초등학교들의 모습일 것이다.
교사에게 수업 준비와 생활지도에 몰두할 시간을 되돌려주기 위해 ‘학교업무정상화 방안을 위한 용마 5단계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2015학년도 1, 2학기 교육과정 평가 분석을 바탕으로 본교의 업무다이어트를 통한 업무정상화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실질적 교무행정지원팀 구성 요구
• 교무행정전담팀은 구성되어 있으나 팀장 두 명의 주당 수업 시간이 15~17시간으로 유명무실하게 운영됨
•업무를 맡지 않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요구됨

과다한 학교행사의 필요성 검토 요구
•연간 행사 및 그에 따른 시상 총 30여 종으로 행사와 시상이 많음
•중복·유사·반복성 행사가 많고 일부 학생만의 참여를 위한 대회가 많음

안정적인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교육공동체의 요구
•갑작스러운 교육과정 변경 운영에 대한 교육활동의 합리성 저하
•외부기관 요청에 의한 일시적인 교육활동이나 행사로 업무 부담 가중


업무 분장의 부서별 이동이나 통합이 아닌 실제 업무량의 볼륨 축소를 위하여, ERCR기법을 통한 직무분석을 바탕으로 업무분장의 초안을 마련하였다.

ERCR기법을 통한 업무 통폐합 및 폐지
• ERCR기법은 Eliminate(제거), Reduce(축소), Create(신설), Reinforce(강화)의 약자로 2015학년도 업무분장표와 교육과정에 대한 검토
•업무의 총량을 줄이는 데 역량 강화

토론 중심의 업무분장 초안 작성
•부서별 2015학년도 시상 내역, 예산 점검을 통한 사업성 검토
•TF팀(특수부장 및 학년부장 구성)의 업무분장 초안 작성


학교장의 학교업무정상화(교육지원)에 대한 연수와 교직원의 토론을 통해 학교업무정상화에 대한 인식제고 및 자기성찰의 기회를 가졌다.

학교장의 학교업무정상화(교육지원) 연수
•학교업무정상화(교육지원)팀 구성의 필요성과 구성방법
•실천 운영을 위해 로드맵을 제시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
•협력적 과정을 통하여 좋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집단지성의 힘을 경험
•만남을 통한 공감과 감정, 지지·이해의 관계 능력 성장


ERCR기법을 통한 업무 통폐합 및 폐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업무가 증가한 교직원이 있었다. 이들의 학교업무정상화에 대한 이해관계를 분석하고 사전 이해를 구했다.


또한 학교업무정상화지원팀을 구성하고 있는 부장교사, 업무담당 교과전담교사, 업무담당 담임교사들에게 인센티브로서 성과급 지원을 배려하는 공동체 합의를 도출했다.


학교업무정상화를 위한 합의 결과, 총 68명의 교사 중 33명의 교사가 업무를 담당하고 35명의 교사는 순수 교육활동에 전념하기로 합의하였다. 학교업무정상화 방안을 위한 용마 5단계 프로그램을 적용한 업무담당 교사 수는 <표 2>와 같다.


2015학년도와 2016학년도의 업무분장을 예시자료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표 3>와 <표 4>의 가장 큰 변화는 학교 업무를 ‘교육 활동’, ‘교육 지원’, ‘일반 행정’으로 분류하였다는 점이다. ‘교육 활동’과 ‘교육 지원’의 행사나 업무를 통폐합한 결과, 회계, 계약, 행정지원 등의 일반 행정 업무를 맡고 있는 행정실의 업무경감을 촉발시켰다. 예를 들어, 기존 종이 문서 형태의 가정통신문을 웹 기반 스마트 가정통신문으로 바꿈으로써 ‘인쇄’라는 주무관의 일반 행정 업무는 사라지게 되었다. 이러한 업무정상화 노력으로 교사가 맡았던 ‘교재원 관리’라는 업무는 ‘일반행정’팀에서 담당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많은 행사가 폐지되고 업무가 통합됨에 따라 기안하는 건수가 줄어들고 이는 곧 행정실의 업무경감으로 이어졌다. 행정실의 주무관들의 여유를 교무행정지원으로 돌리면서 본교는 학교업무정상화를 향한 선순환이라는 큰 효과를 갖게 되었다.

그 결과 2015학년도에 비해 2016학년도의 업무분장에서는 업무를 맡은 교사의 수가 2015학년도의 68명에서 2016학년도에는 33명으로 줄어들어 교사가 수업 및 생활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 활동 중심의 학교 문화를 조성했다는 것을 알수 있다.

2016학년도 본교 업무를 ERCR기법(Eliminate 제거, Reduce 축소, Create 신설, Reinforce 강화)으로 분석하여 반영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학교업무정상화 전면 실시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5학년도 2학기에 실시했던 사전 운영 사례는 다음과 같다.
•용마대운동회 위탁 운영을 통한 업무 경감 및 예산 절감, 시설용품 다양화
•학교훈화 방송 및 직원협의회 축소 운영(월 4회 → 월 2회)
•교육복지 사업 효율성 증대 방안 수립
•유관기관과 연계하여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운영
•교육과정 편성 시 토론 중심의 교직원 회의 운영
•e-알리미를 활용한 소통의 장 마련, 통계 등의 업무경감 및 예산 절감
•위임전결확대와 각종 위원회 통폐합


학교업무정상화는 단위학교의 노력만으로는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학교업무정상화를 위한 학교의 노력들이 헛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은 교육청의 행정적인 업무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본청이나 지역청 단위로 일선 학교에 보내는 업무와 행정 부서의 협조 요청 등이 대폭 줄어야 한다.
둘째, 교육지원팀의 교무행정지원사 등의 인력을 더 배치하여 단위학교 업무 처리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셋째, 단위학교의 교육지원팀으로 활동하는 교사들에게 그 노력에 대한 가시적인 보상을 지원해주어야 한다. 이들에게 일방적인 협조·양보·희생을 요구하며 학교업무정상화를 지속하기는 어렵다.

본교의 학교업무정상화 노력은 이제 첫걸음을 옮겨 놓았다. 첫걸음이기에 완벽하지 않으며 학교구성원 모두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교육의 가치를 학생 중심으로 두고 학교구성원이 ‘GIVE & TAKE’ 보다 ‘SHARE & SHARE’할 수 있도록 소통과 공감의 장을 확대해 나가면서 서서히 변화를 시도하려고 하고 있다. 앞으로 본교는 학교업무정상화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학교구성원들과의 소통을 계속해 나갈 것이며 이를 통해 학교구성원의 역량을 극대화 해 학교교육의 본질적인 목표를 달성해 나갈 것이다.